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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32호 공동체라디오] 동네 방송, 동네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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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32호 / 2006년 5월 30일

동네 방송, 동네 선거
 
정수경 ( 성서공동체 FM 대표 )

1. 선거와 성서지역
 
성서공동체 FM이 선거방송에 대해 이러저러하게 이야기하기에 앞서 성서라는 지역에 대해서 간단한 설명이 필요하다. 평소에는 멀쩡하다 어떤 선거이던 선거 때만 오면 숨막히는 지역이 대구지역이다. 성서지역도 예외일 수 는 없다. 
한나라당이라는 특정정당의 독점화 현상 때문에 다른 당들은 맥을 못춘다. 
이 지역의 웃지 못할 선거 풍문(?)은 한나라당 상대 후보가 한나라당 보다 지지율이 15% 앞서다가도 당 대표가 지역에 내려와 ‘어른신 근혭니다.’ 라고 한번 돌고 나면 지지율이 추풍낙엽 떨어지듯 떨어지고 낙선의 고배를 마신다.
특히 올해 531 지방선거의 전국적인 특징인 열린우리당이 힘을 못쓰고 있으니 한나라당 독점현상은 충분히 상상가능하리라.
 
2. 동네 방송이 처음 치루는 선거방송
 
개국하고 동네 방송이 다행히 동네선거를 통해 선거방송을 치루게 되었다. 혹자는 방송국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 할지 몰라도 다른 지역의 소출력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과는 달리 성서지역은 특이한 정치 지형으로 방송국의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아직은 청취률이 높지 않은 관계로 지역 주민들에게 선거방송을 통한 인지도를 높이는 문제는 그렇다 하더라도 출마한 후보들에게 조차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도 되지 못하는 것 같다. 
후보자들에게 인지도를 높이는 것은 선거구별로 후보자들 전체를 불러놓고 하는 초청대담토론일 것이다.

내년 대선의 대권장악의 시금석이 된다는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조차 한나라당 후보들이 방송을 취소해서 물의를 일으키는 마당에 한나라당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대구지역에서 그것도 동네방송에 한나라당이 타당후보나 무소속 후보와 나란히 앉아 초청 대담토론을 할리 만무하다. 오히려 답변을 버벅거려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그런 실수를 할 일이 없다. 
그래서 애초부터 개인별 의사에 따라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후보 1인 대담방송을 기획하였다. 그리고 성서공동체 FM은 성서가 속해있는 달서구 전체가 아니라 가청권역인 2개의 선거구만 대담방송을 기획하였다.

2개 선거구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한 구청장 1인, 시의원 4인, 구의원 6인 중 구의원으로 출마한 1명만이 방송 출연을 하였다.
 
3. 선거방송 기획 
 
성서공동체 FM의 경우 선거방송을 4가지 측면에서 기획하였다.
5월 8일부터 <SCN 선거특집방송 선택! 2006 우리의 일꾼>이라는 제목으로 선거방송을 시작하였다.
1)5월 8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5월 17일까지는 매일 지역주민들의 여론을 확인하는 방송을 하였다.
대략적인 인터뷰 질문은 후보의 선택기준이 무엇이냐? 주민 소환법을 알고 있느냐? 알고 있다면 어떻게 생각하느냐? 성서지역에서 해결할 현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올해부터 지방의원들이 유급제인데 액수가 얼마인지 아느냐? 어떻게 생각하느냐? 구의원이 누구인지 아느냐? 구의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느냐? 
이런 정도의 질문들을 지역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였다. 
재미있는 것은 후보선택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거의 대부분이 정답을 말한다. 후보 개인의 경력과 자질, 인품 등을 보고 후보를 결정한단다. ‘동네 방송도 방송은 방송인가 보다. 방송용 멘트를 하는 것 보면’
주민소환법에 대해서 거의 대부분이 긍정적이다. 유급제에 대해서는 액수가 많다 적다라는 반응보다 받는 것 만큼 지역 주민을 위해서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한다. 
구의원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서는 지역의 어떤 정책을 결정할 때 주민의 여론을 수렴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불만을 이야기 하였다.

2)5월 18일 전문가 초청 대담토론 방송 <531 지방선거와 주민자치>라는 제목으로 이 지역에서 주민자치를 연구하는 계명대 행정학과 박세정 교수를 모시고 초청대담토론 방송을 하였다.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역사와 진단 그리고 531 지방선거의 현재적 의미, 주민자치의 정확한 내용, 현재 법으로 보장되어 있지만 주민들이 잘 모르는 주민자치제도, 유급제와 주민소환법의 의미, 외국의 사례 중 주민자치의 모범적 사례, 주민자치와 주민의 역할, 주민자치와 지방의원들의 역할 등으로 구성해서 방송을 하였다.
3)5월 19일부터 5월 31일까지 후보자 대담방송을 하였다.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후보들을 가청권역 중심으로 후보자 1인 대담방송을 하였다. 
질문은 기조연설과 마무리 연설을 제외하고 성서지역에서 해결해야 할 현안 쟁점 6개정도로 구성되었다. 
이 지역은 공단과 아파트 밀집지역임으로 자연환경과 교육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그래서 이와 관련된 질문, 공공도서관 건립 문제, 학교급식문제, 주민소환법에 대한 견해,
그리고 달서구 전체의 인구가 60만명이 넘기 때문에 성서지역을 독자적인 구로 분리하는
문제인 성서분구 문제 등으로 구성하였다. 
갖가지 에피소드들이 속출한다.
방송 참가를 제안하는 과정에서 어떤 특정 선거구는 한나라당 후보들이 말을 맞추어 일제히 방송 불참을 이야기 한다. 
질문지를 받고 질문이 너무 어렵다고 방송을 취소해달라고 하소연하는 후보, 선거 운동 첫날인 18일 날 녹음하러온 어떤 후보의 경우 한나라당의 철옹성 같은 벽에 부딪혀 기진맥진해있다. 
방송당일 방송을 취소한 한나라당 후보가 있어 방송에 무책임한 태도임을 강도 높게(?)고지하기도 하고, 할 얘기가 너무 많아 제한된 시간을 넘길 것 같아 답변을 수정할 시간을 줘야 하는 후보, 답변도 준비해오지 않는 후보, 후보가 선거운동을 하느라 바쁘다고 시당부위원장이 대신 출연하면 안되냐고 하는 후보, 후보가 일정이 바쁘니 선거사무실에 와서 녹음하라는 후보, 선거방송을 처음하는 우리 만큼 후보들의 반응도 각양각색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선거에서 미디어의 역할의 강화, 동네방송에서 동네선거 방송을 하는 소출력 공동체 라디오의 공익적 역할의 의미, 선거법에 규정된 언론기관의 선거방송에 대해서 이야기를 설명하는 것은 무리이다. 
그리고 5월 31일 개표방송도 준비하고 있다.

4)선거가 끝나고 당선된 후보, 우리방송에 출연했지만 낙선한 후보를 방송 출연을 시켜 방송국의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를 한 번 더 기획 할 생각이다.

당선된 후보는 공약실현에 다짐을 한 번 더 받고, 유급제인데 그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 주민들의 감시카메라가 우리방송국임을 인식시킬 예정이며, 낙선한 후보는 위로(?)를 하면서 방송국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제고하는 계기로 삼아볼 생각이다.
 
4. 선거방송을 하면서
 
선거방송을 하면서 이런저런 고민이 많이 되었다.
소출력 공동체 라디오가 선거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지 말이다. 
결국 지역주민들이 선거에서 표 찍는 것만으로 국한된 소극성을 극복하는 문제는 주민자치를 주민들 속에서 활성화 하는 방법 밖에는 없지 않은가 이다. 
주민들 스스로 의제를 개발하고 해결방안을 스스로 모색하고, 의견을 공론화하는 것 일상의 정치에 대한 담론을 만들어 가는 것일 게다.
그리고 특히 동네 방송이 해야 하는 역할은 구의회 역할과 구의원의 일상적 활동에 대해 주민들의 관심을 자극해야겠다는 것이다. 
구의회가 열릴 때마다 마이크가 들어가 어느 의원이 무슨 발언을 하는지, 활동을 어떻게 하는지 생생하게 방송하는 것 놓치지 말아야 할 일이 아닌가 한다. 구의원들이 주민들을 위해서 일할 수 밖에 없도록 강제하는 역할이 소출력 공동체 라디오가 해야 할 역할이 아닌가 선거방송을 하면서 느낀 점이다.
동네방송에서 처음 치루는 선거방송, 아마도 다음번에는 방송국도 출마하는 후보들도 세련(?)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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