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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32호 미디어운동] 대추리 주민들이 KBS, SBS에 분노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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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32호 / 2006년 5월 30일

대추리 주민들이 KBS, SBS에 분노한 까닭은?
 
조수빈 (미디어 참세상)


지난 5월 4일과 5일, 평택 팽성읍에는 시대를 잊은 군경의 합동 행정대집행이 전방위적으로 진행되었다. 대추리, 도두리 일대의 농지 285만평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철조망을 치하는 것과 동시에 대추리 주민과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평택범대위)의 거점이었던 대추분교 철거작업까지 진행, 이 모두는 불과 8시간 만에 종료되었다. 4일 하루 부상자만 200여명, 연행자는 400여명에 달했다. 이틀 동안 연행된 625명 중 16명이 구속되었다. 1,000여명의 평택지킴이를 진압하기 위해 2만 여명의 병력을 투입, 당연한 결과였다.
그 참혹했던 4차 행정대집행 이후 다시 찾은 평택 팽성읍 대추리, 그 곳에서 만나는 주민들 열이면 열 언론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다. 그날 이후 평택범대위는 곧바로 ‘평택 국가폭력 인권침해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언론보도에 대한이의를 제기하는데, 지난 5월 10일에는 ‘1차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해 언론에 의해 왜곡된 4,5일 평택 행정대집행 과정을 낱낱이 폭로하기도 했다.
대체로 이들의 언론에 대한 불만은 편파적이고 악의적이라는 것. 평택 주민들은 접하기 쉬운 KBS, SBS 등을 직접 거론하며 방송사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데, 이들의 주장은 방송사의 보도에 있어 행정대집행에서 발생한 폭력과 관련, 공권력에 의한 폭력을 축소해 보도했고, 공권력에 저항한 평택평화지킴이들을 불순세력으로 호도한 것에 대한 것이다.
이러한 주민들의 주장을 단순히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라고 보기에는 방송사들의 보도에 석연찮은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단지 충돌만?
 
SBS는 평택 미군기지 예정지에 대한 강제철거와 철조망 설치를 강행하겠다는 윤광웅 국방부 장관의 지난 5월 4일 담화문 발표를 시작으로 대추리, 도두리 일대에 진행된 행정대집행 상황을 헤드라인으로 보도했다. ‘대추분교는 아수라장’, ‘평택 유혈충돌..시위대 60여 명 부상’ 등 전쟁터를 방불케 한 당시 민과 군의 물리적 충돌 상황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보도했다.
또한 다음날인 5일도 마찬가지였다. 이날은 범국민대회를 진행하려던 평택범대위 활동가들이 군병력에 막혀 행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산발적으로 국방부가 설치해놓은 철조망을 절단하는 시위를 벌였다. SBS는 이날 철조망이 설치된 논두렁 곳곳에서 군과 활동가들이 대치하는 상황도 놓치지 않고 보도했으며, 가담자에 대한 연행 및 처벌 등 국방부의 강경한 입장도 함께 보도했다.
그러나 SBS의 이 같은 보도는 이번 평택항쟁이 민과 군의 충돌이나 쌍방의 책임공방 등으로 축소해 보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민 및 평택범대위의 불만을 받기 충분했다. 이번 평택항쟁에서 그날의 폭력적 상황만 전달하기 급급했다는 것. 도대체 왜 주민들이 죽봉을 들고 싸워야 했는지 등에 대한 원인진단이 부재했다.
평택항쟁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미군기지확장 과정에서 불거진 만큼 미군기지확장의 이유와 그 의미 등 면밀한 원인 분석이 제시되어야 했다. 그나마 진단 보도라는 것이 바로 4차 행정대집행이 있기 하루 전인 3일 SBS8시뉴스에서 다뤄졌던 ‘평택 미군기지 이전, 어쩌다 여기까지’라는 꼭지.
이 꼭지에서 SBS는 미군기지 이전과 둘러싸고 어느 정도의 땅이 한국과 미국 사이에 오고 가는지나 대추리 주민들의 저항 과정을 기사화하는 정도에 그쳤다. 정작 미군기지가 어떤 정책에 따라 이전되는지, 이전된 후 어떤 변화가 있는지 등을 다루고 있지 않아 보도내용만으로는 평택사태가 벌어지게 된 근본적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 이런 보도다보니 단순 폭력성만 부각되거나 주민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저항이었다는 식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 것.
대추리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온 몸으로 저항했던 까닭이 바로 미군기지 이전의 의미,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미군의 신속기동권화였던 만큼 방송사의 보도가 편파 보도였다는 주민들의 주장은 나름 설득력을 갖는다.
 
KBS는 국방부 입장을 그대로 수용
 
MBC나 KBS의 보도도 SBS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나마 MBC의 경우 평택항쟁을 핫이슈 코너에까지 배치하며 집중보도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MBC 역시 결과적으로 다르지 않으나 그보다 공영방송인 KBS의 보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교적 진단기사로 보이는 보도도 적지 않았다. ‘주한 미군 재배치 향후 계획은?’, ‘평택 미군기지 갈등..무엇이 문제?’, ‘기지이전 결정에서 대집행까지’ 등 양적으로 우세함에도 평택항쟁의 근본적 원인진단이 역시 미흡해 내용면에서 SBS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SBS와 다르게 KBS는 보도국의 입장을 분명히 드러낸다. 일종의 논평코너인 뉴스해설을 통해서다. 지난 3일 ‘평택 장기적 국익 따져야’에서 KBS는 “국방부는 군 병력을 동원한 행정대집행을 앞두고 다시 한번 주민들을 설득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지만 반대쪽은 대화하는 동안 시간을 벌어 보겠다는 계산을 한 것”이라며 “서로 계산법이 다르니 타협점을 찾는 것이 애당초 무리였다”고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뒤엎고 행정대집행을 감행하겠다는 국방부에 손을 들어준다.
제4차 행정대집행이 있기 불과 닷새전인 4월 30일, 국방부 장관이 대화를 통해 평택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 만큼 이번 평택 유혈 충돌의 책임을 쌍방 간으로 몰기 어렵다. 그러나 KBS는 3일의 국방부 장관의 담화문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행정대집행에 대한 국방부의 입장을 옹호하는 것은 물론 이후 벌어질 물리적 충돌에 대한 책임을 평택범대위나 주민에게 넘기려는 태도를 보였다.
또한 KBS는 뉴스해설에서 “국방부 주장대로 미군 기지 이전은 국회의 동의를 거쳐 합법적으로 추진되는 국가적 사업”이라며 “이런 합법 사업을 막기 위해 이전 예정 지역을 점거하고 이른바 영농투쟁을 벌이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 사실상 국방부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다. 그러나 미군 기지 이전이 그간 협상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아무리 국회의 동의를 거친 합법적 국가사업이라고 할지라도 언론이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는 옳지 않다.
 
인권침해 사례 드러내지 못해..
 
지난 5월 10일 인권단체, 보건의료단체, 법조계 등 사회단체로 구성된 평택 국가폭력 인권침해 진상조사단(이하 진상조사단)은 종로5가에 위치한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군부대 동원 및 군사시설보호법의 위헌성과 인권침해 사례 등 1차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이 이날의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유는 “국가폭력과 인권침해가 심각할 지경으로 난무했음에도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 정치권, 보수언론들은 온갖 거짓과 왜곡으로 사태를 호도하고 있다”는 것.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병원에 호송되지 않아 집계가 불가능한 인원까지 추산하여 최소 200명에서 30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작년 7월 평택 평화대행진에서 발생한 80여 명의 배에 해당하는 숫자로 폭력의 피해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사태가 이 지경임에도 방송사 등 주류 언론은 ‘객관성’을 가장하여 이날의 인권 침해 사례를 보도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들은 지난 4차 행정대집행 과정에서의 물리적 충돌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선정적 폭력성만을 드러내기 급급하거나 쌍방 간 책임 공방으로 몰아가는 태도로 일관했다.
 
정치세력의 프로파간다, 미디어
 
평택 행정대집행이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국방부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했던 KBS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오히려 두말하면 입 아픈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정치세력들이 미디어를 활용한 프로파간다로 대중을 장악하고 무기력화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는 시점에서..
2003년 4월 28일에 취임한 정연주 KBS 사장은 정권임명제에 따라 그 해 노무현 대통령이 지명한 인물이다. 기업적 미디어가 난무하는 가운데, 유일무이한 공영방송 KBS는 ‘정권의 하수인’이라는 극단적 수식어를 단 지 오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독립적 객관성을 지닌 언론매체로서 ‘공영방송’ KBS의 임원 선출 방식이 국민선출제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한다.
평택항쟁의 근본적 원인분석의 부재는 물론 유혈사태로까지 번진 행정대집행 과정에서의 주류 미디어의 보도태도는 가히 정권에 의한 전체주의적 언론 통제의 전형을 보여 주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추상적이지만 대추리 주민들의 언론에 대한 불신이 어떤 것인지 짐작케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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