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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33호 국제미디어운동] 프랑스 ‘제 3 영역 미디어’ 회의 - 2006년 5월 6일- 5월 8일, 마르세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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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 acteditor 2016. 8. 1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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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제 3 영역 미디어’ 회의
- 2006년 5월 6일- 5월 8일, 마르세이유 

이해숙

    지난 5월 6일 프랑스 남부의 마르세이유에서 진행된 ‘제 3 영역 미디어’ 국제회의에 참가했다. 라디오와 텔레비전, 혹은 저널리즘에 관한 다양한 대안미디어 활동가들이 5월 6일부터 8일에 이르는 3일 동안 만나 서로의 경험과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였다. 이번 회의에 모인 이들은 프랑스 국내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유럽 지역의 이태리, 아일랜드, 스페인, 남미에서 베네주엘라, 브라질에서의 참여가 있었다. 아침 9시 반에 시작해서 밤 10시가 넘어서 끝나는 다소 곤한 일정에다 사람들과 만나 ‘수다’를 떠는 바람에 종종 자정이 넘어 숙소로 들어가기도 했지만, ‘통’하는 이들과 만나고 이야기 나누었던 것은 아직도 즐거운 기억이다. 미디액트에 실을 원고를 위해, 가능하면 더 많이 조사하고 온다는 작심과는 달리, 수다에 여념이 없었던 2박 3일에 미안함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지만, 다음 번의 연대를 위해 서로 더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위로하며, 이번 회의에 관한 내용을 간단히 소개한다(이 글에서는 이번 회의와 관련해서는 ‘제 3 영역 미디어’를, 기존 프랑스 대안 미디어를 설명할 때는 ‘독립 미디어’라는 용어를 사용하도록 하겠다. 다만, 내가 아는 바로는 아직 한국에서도 정확한 용어에 대한 합의가 없는 상태이므로, 한국 상황과 연결해서 설명할 때는 ‘대안미디어’라고 하겠다).


연합체 및 독립미디어의 만남 (마르세이유, 5월 5-8일) 
 
1. 제 3영역 미디어, 시민미디어

   ‘제 3영역 미디어.’ 이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 용어를 간단히 언급해야 할 것이다(보다 익숙한 것은 영어 표현인 ‘제 3섹터’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제 3 영역이란 국가(정치영역)와 시장(경제영역) 사이에 존재하며 이를 매개하기도 하며 동시에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광범위한 영역을 말한다(물론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단정하지 않고, 존재할 수 있다고, 다분히 의심을 품은 표현을 쓴 것은 순전히 필자 개인적인 의견이니 참고하시길). 즉 국가는 1섹터, 시장은 2섹터, 시민사회가 3 섹터가 된다. 여기서 3 영역 미디어란 결국 시민사회의 미디어로 간단히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 
이와 같은 용어의 선택은 대안미디어 영역 안에서 조차 그 취지나 형식이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그려지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이 곳의 상황에 견주어 보면, 어떤 미디어 활동가들은 급진적 좌파로 혁명을 위한 수단으로 독립미디어를 활용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보다 창의적이고, 문화적인 표현의 자유를 위해 참여하기도 하거나, 혹은 지역민들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이주민 라디오 방송 등도 있다. 결국 시장과 국가권력으로부터의 독립하여 표현의 자유와 의사소통의 새로운 수단을 추구한다는 일반적 지향은 같지만, 세부 목표들은 저마다 다를 수 있고, 또 다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하여 ‘제 3영역 미디어’라고 지칭한 것이다. 이와 같은 용어의 선택은 대안미디어의 성격과 특징을 설명하는 용어라기보다는 사회적 범주를 강조하는 용어라고 할 수 있다 .


2. 지역문화공간, 라 프히쉬에서 시작하다

   빠리에서 떼제베(TGV)를 타고 내려오는 길에 만발한 유채꽃이 파란 하늘에 맞닿아 노오란 지평선을 만들고 있었다(다시 한 번 알게 되었는데, 멋진 장관을 보면 입이 저절로 벌어진다는 사실이다. 이것도 인간의 무조건 반사에 속하는 것인지 아니면 모방을 통한 사회적 학습인지 궁금할 뿐이었다 ^^). 지중해 바다에 맞닿은 마르세이유는 이민자들의 도시이다. 북아프리카 알제리와 튀니지와 가까워서 이 곳을 연결하는 페리호가 있으며, 바다 사람들이 참여하는 강한 노조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기차로 3시간을 달려와 마르세이유에 도착했다. 어렵게 마련한 숙소는 친구의 친구의 친구네 집이었다. 도시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기차역 계단에 도착하니 정오가 막 지난 후였다. 공식적인 회의는 다음날인 6일부터 시작되지만, 손님맞이는 전날인 5일부터 시작되었다. 아프리카 음악 콘서트로 문을 연 이번 포럼은 마르세이유의 ‘라 프히쉬 (la Friche)’라는 지역 문화공간에서 진행되었다. 


지난 5월 6일부터 8일까지 회의가 진행된 ‘라 프히쉬’ 전경
 

라디오 분과회의가 진행된 건물 입구
 
   시내에서 15분 정도 걸어가서 만나는 이곳은 이전에는 담배공장이었지만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상업 건물 매매하고자 했으나, 현재 창립자와 지역 시민단체들이 건의하여 마르세이유시가 이 건물의 매입을 권고하고, 문화공간으로 꾸릴 것을 제안하였다. 공장 건물의 기본틀은 그대로 두고 시민들이 그린 벽화로 꾸민 것과 컨테이너 박스를 예쁘게 칠해 사용하는 공동체 라디오 시설 외에는 별다른 ‘토건개발’은 없었지만, 그 내용면에서는 연극, 콘서트, 전시회, 아뜰리에 및 각종 모임 등 각종 행사가 차고 넘치는 지역문화공간이다. 한국처럼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아니지만, 친근하고 자유로운 느낌. 우리들은 모두 호텔이나 대학건물보다 훨씬 좋은 장소라고 입을 모았다.
 

회의 당일 신청자들의 명단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라 프히쉬)
 
3. 포럼의 시작: 미디어 민주주의 없이 민주주의 사회는 없다.

   프랑스에서는 여전히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그런데 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인식이 조금 다르다. 국가나 시장이 언론을 직접 통제하는 데에 반발하는 자유가 아니라, 독립미디어 방송이 기존 텔레비전에 채널을 가질 수 없고, 시민들의 자발적 방송을 위한 전파공간이 없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억압이라고 보는 것이다. 영상이 사회소통의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잡은 현 세계에서 미디어를 통제하고, 시민들이 만든 방송물들이 기존 텔레비전에 자유롭게 방영될 수 없는 통제와 독점의 상황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국영, 공영방송도 이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그것이 시민들의 의견과 표현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식은 매우 심각한 주제로, 법개정을 통해 독립미디어가 자유롭게 전파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연대하여 힘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미디어의 상업성에 대한 비판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등의 좌파정당에서도 그 대안 연구가 계속하고 있고, 독립미디어단체들도 텔레비전을 불태우는 행위예술을 진행하는 등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독립미디어단체들은 1999년, 첫 번째 프랑스 독립미디어 포럼을 조직한 이후, 해마다 프랑스와 유럽 각지에서 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부터 이와는 다른 형태의 보다 열린 회의를 개최하는 것이 논의되었고, 보다 장기적 시각으로 오는 9월에 열릴 ‘미디어와 정보의 다원주의를 위한 전체회의를 고려한 준비 단계로 구상되었다. 무엇보다 지난 20여년 간의 독립미디어 활동의 경험은 이들에게 연합체의 필요성을 강하게 심어주었다. 
이번 포럼은 파리의 잘레아 텔레비전(Zales Television)과 자유라디오조합인 코할리(Corali)의 주도로 준비되었다. 이보다 한 달 전에는 동부 혼알프스의 그르노블(Grenoble)에서 이 지역 미디어 활동가들의 참석한 공동회의가 열렸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기존 대안미디어의 활동이 더욱 연대하여, 그들의 주장을 명확히 하여 관철시켜야만 자유로운 표현의 미디어 공간이 확보된다는 현실적 상황인식에서 시작되었고, 나아가 장기적인 방향 설정에 대한 준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 포럼 전부터 마르세이유 선언문을 발표할 것을 염두했고, 서명작업을 통해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고자 했다. 

4. 공식적인 4 분과 ? 텔레비전, 라디오, 인터넷, 저널리즘

    포럼은 6일 오전 지역 시의회 건물에서 개막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약 50여 명의 미디어 활동가들이 참석했으며 포럼의 준비과정 소개와 더불어 독립미디어의 현실과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대한 논의들이 이루어졌다. 논의는 역시 연합체의 필요성과 연대의 끈을 더욱 강화하는 것에 초점이 모아졌다. 

 

포럼 첫날 개회식, 마르세이유 지역의회 건물 안의 회의장소
 
   주요 프로그램은 4개의 분과로 나뉘어져 즉 라디오 연합체, 텔레비전 연합체, 비영리 독립 활자매체 언론, 인터넷 미디어로 각자 관심 분야에 따라 참여했다. 애초에는 현실적인 문제들은 물론 지역 민주주의와 연합미디어, 문화적 다양성과 연합미디어와 같은 보다 거시적인 논의들로 확대하여 분과토론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실제로 각 참여국의 사례들을 듣고 이해하는 데에도 2박 3일은 촉박한 시간이었다. 
나는 텔레비전 분과에 들어갔으며, 프랑스의 공동체 혹 연합 텔레비전 단체들과 베네주엘라, 이태리, 브라질, 스페인, 카탈로니아(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주장하고 있는), 아일랜드의 사례가 소개되었다. 토론은 오전, 오후 내내 이어졌다. 토론 중에 사람들은 문가에 모여 삼삼오오 담배를 말아피우곤 했다. 전체 3일 가운데 토론은 이틀 동안 진행되었는데, 이 모든 사례를 접하면서 토론을 충분히 하기는 시간이 부족했다. 3일째 되는 마지막 날은 선언문을 준비하느라 하루를 다 보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국가와 문화에서 실행되는 다양한 미디어의 사례들은 매우 흥미로웠다. 물론 재정문제에 대한 논의 또한 빠지지 않았다. 
 

텔레비전 분과 회의. 잘레아 텔레비전의 미셀이 설명하고 있다(사진 오른쪽).
 
   이태리에서는 두 팀이 참여했고, 나폴리의 인술 텔레비전에서는 윈도우 운영체제에서 동영상을 내보내는 과정에 생기는 많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리눅스에서 가능한 디지털 방송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다만 그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일단 시스템을 이해하면 매우 안정적인 디지털 방송이 가능하고 매뉴얼 리셋도 필요하지 않게된다(www.somasuite.orgwww.flippativ.org 참고하면 보다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특히 스페인의 카메라를 스스로 만들어서 1인 스튜디오 촬영이 가능하도록 개발한 다니엘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들은 실험텔레비젼을 제작, 인터넷으로 방송하며, 아프리카에 미디어교육을 위해 원정을 가기도 한다. 
베네주엘라의 비베 텔레(Vive tele)의 발표 역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된 시간이었다. 사실 그들의 프로그램 자체가 주는 신선함보다는 아마도 차베스 집권 이후 미디어 사용에 관한 관련법이 실행되고, 국가가 정책적으로 대안미디어의 활동 등을 보장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일종의 부러움같이 보였다. 물론 국가가 주도하는 대안미디어 활동 등은 매우 흥미롭고, 또 비판적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비베 텔레는 청소년, 농민, 인디언들이 스스로 제작동기를 발견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민중영화학교를 통해 교육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영상을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재현할 수 있도록 돕고 있기도 하다. 
브라질의 경우는 자유에 대한 문제제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80년대부터 급증한 공동체 라디오의 경우를 발표했다. 당시의 활발한 활동과는 다르게 오늘날 그 활기를 다소 감소되었으며, 다만 대학 캠퍼스 안의 라디오가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일단 문제는 대안미디어가 케이블을 통해 시민들을 만날 수 있는 상황에서 케이블 가입자가 전체 8%에 불과한 현실을 극복하지 못한 어려움이 제기되었다.
 

라디오분과 회의 
 

인터넷 및 활자매체 분과 모임
 
5. 너무나 프랑스적인…. 꼬박 하루가 걸린 최종 선언문

    이틀간의 토론을 마치고, 마지막 3일째 되는 날은 선언문을 작성하는데 할애되었다. 이번 회의에서 선언문은 다음 번에 열릴 독립미디어 전체회의를 위해 매우 중요한 핵심 과제였다. 그것은 이번 회의를 정리하고, 다음 회의의 중요한 동기부여가 되는 준비단계였다. 물론 무엇보다 주최측에 있어서 말이다. 선언문이 단어 하나, 전치사 하나까지 토를 달고 이의를 제기하고, 또 고쳐나가는 일련의 과정은 모두 통역 없이 불어로만 진행되었다. 선언문을 고치는데 오전 10시에 시작하여 오후 5시에 끝났다. 이 회의에 참석한 외국인들은 선언문은 초안이 작성되는 동안 밖에 모여서 이야기를 하거나 산책을 하거나, 또 간간히 들어와 진행되는 이야기를 이해하려고 했다. 선언문이 그 형식을 잡아나갈 무렵, 이태리 활동가들은 이 선언문이 그들의 상황과 맞지 않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이의를 제기하였다. 논의의 여지는 있지만, 이번 회의가 국제회의인 반면에 선언문은 국내용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적어도 참석한 외국인을 위한 통역사가 없었다는 점은 큰 오점으로 남았다. 물론 토론과정에서는 외국인 참석자들이 불어를 구사할 줄 아는 경우나, 활동가 중에 이태리어나 스페인어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비교적 원활히 넘어갔지만, 선언문 작성시에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이번 포럼은 지난 2월부터 메일링 리스트를 통해 프랑스 국내 및 각국의 활동가들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준비되었다. 회의에서 외국인 참석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점과 세부 프로그램들이 다소 변경되면서, 독립미디어의 큰 그림을 정리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연대를 위한 과정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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