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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33호 국제미디어운동] 전세계 노동 미디어 운동 네트워크의 구축을 위하여 : 케이프타운 국제 노동 미디어 회의 참가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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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33호 / 2006년 7월 6일

 

 

전세계 노동 미디어 운동 네트워크의 구축을 위하여

: 케이프타운 국제 노동 미디어 회의 참가기- 2
 
김명준 ( 미디액트 소장 )


지난 4월 4일부터 7일까지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는 국제노동교육협회가 주최한 국제 노동 미디어 회의가 열렸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는 노동미디어 활동가의 국제적 네트워크라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열린 이 회의에는 미디액트의 김명준 소장과 노동자뉴스제작단의 이지영 감독이 참여했다. 아직 그 출발은 작지만 원대한 미래를 목표로 삼은 국제회의의 참관기를 통해서 미디어 운동의 새로운 연대 가능성을 점검해본다.
[편집자 주] 이 원고는 ACT! 32호에 이어 두 번째로 연재되는 것입니다. 
                      전편 "케이프타운 국제 노동 미디어 회의 참가기 -1" 클릭!
 
2, 노동 미디어 회의
 
회의의 주요 내용은 크게 두 개의 주제 발표와 각 주제발표를 뒤이은 두 개의 분반 토론 그리고 종합토론으로 구성되었다. 우선 참가한 각국 노동자 교육과 미디어의 활용에 대한 발제가 있었고, 그러한 발제에 기초해서 각국 상황의 차이와 보편성을 추출하는 분반토론이 진행되었으며, 이를 종합한 후 다시 주최단체인 WWMP의 국제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계획 초안 제출을 뒤이어 분반 토론 및 종합 토론으로 마무리되는 순차적 구조였다.


1) 노동자 교육과 미디어

노동자 미디어 교육과 미디어의 경우, 상대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지닌 미국의 레이버 비디오 프로젝트, 인도의 SEWA, 남아공의 WWMP 및 노동교육단체 딧셀라 (Ditsela) , 한국의 노동자뉴스제작단(LNP)의 발제가 있었다. 이중 딧셀라 (http://www.ditsela.org.za/)측의 발표는 노동자 교육에 있어서 미디어의 활용과 잠재력에 초점을 맞추면서, 민주노조운동을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법에 대한 지도부의 공포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며, 교육을 통해서 내부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을 초점에 맞추어야 함을 역설하는 기조 발제의 성격을 띄고 있었다. 그 외의 해외 발표자들의 발표 요지를 간단히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 미국의 UPPNET
    미국의 경우는 이미 한국에서 개최된 노동미디어 행사를 통해 어느정도 알려진 바 있듯이 노동조합총연맹이 주류미디어를 통한 광고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행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퍼블릭 액세스 구조나 공동체 라디오 등을 활용하는 독립적 노동미디어 활동가들의 활동이 주목할만한 지점이다.
      미국 전역에서 격주간 혹은 월간의 정기적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는 이들 활동가들은
 UPPNET (Union producers and programmers network : http://www.uppnet.org/ ) 
      이라는 네트워크를 통해서 정보 소통 및 정책 제안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은 해당 지역의 노동운동과 관련된 이슈 및 각국 노동운동의 상황을 포괄하며, 비디오의 경우는 위성채널인 프리스피치 TV를 통해서, 그리고 라디오의 경우는 위스컨신에 근거지를 둔 노동라디오 방송국 
WIN (Worker's independent news : http://www.laborradio.org/ ) 
      을 통해서 전국적으로 소통되고 있다.


  • 인도의 SEWA
    80만명의 조합원을 포괄하고 있는 비공식 부문 여성 노동조합 SEWA (Self-employed women's association : http://www.sewa.org ) 은 <비디오 SEWA>라는 조직을 통해서 여성노동자의 직접 참여를 통한 미디어 제작과 소통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웹사이트의 비디오 SEWA 디렉토리에는 1999년 정보만 있음) 8명의 상근제작자, 20명의 파트타임 제작자등이 활동하고 있으며 그동안 200개 이상의 비디오를 제작했고, 올해 들어서는 비디오 SEWA를 독립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문 협동조합으로 등록해서 활동을 확장하고 있다.
 



  • 남아공의 WWMP
    1997년에 결성된 WWMP (Workers world media production : http://www.wwrp.org.za/) 는 주로 라디오를 통한 노동 관련 프로그램의 방송을 확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남아공의 공동체 라디오는 (참고로, 남아공의 경우 방송관련법에 의해 공동체 방송은 공영, 민영 방송과 함께 방송의 3대축의 하나로 자리매김되어있다) NCRF (National community radio forum) 라는 전국조직으로 조직화되어 있으며, 노동 부분이 내부에서 독립적인 전국 노동 공동체 라디오 포럼 (Labor community radio forum)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 내부에는 각 노조연맹및 NGO와 LSO(노동사회단체) 등이 포함되어 있다.
노동 프로그램의 경우, 현재 40개 방송국을 통해서 1시간 분량의 주간 노동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으며, 이외에도 공영방송 내부에는 3개의 정규적인 노동 라디오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다. 각 프로그램들은 대개 2명의 호스트 겸 제작자에 의해서 제작되며, WWMP는 개별 프로그램들을 코디네이션하고 교육을 제공하며 프로그램 공유를 지원하고, 프로그램의 내용에 도움이 되는 각종 리서치 자료를 보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현재 부딪치고 있는 주요한 과제들은, 청취자 조사의 필요성, 청취자와 제작자가 융합되는 다시 말하면 민주적 통제와 지역적 참여가 보장되는 노동 공동체 라디오 포럼의 발전, 재정 문제의 해결 (현재는 주요 운영재원이 재단을 통한 기금이라서, 지역 차원에서 조합원들의 기부를 조직하려 함) 등인데, 특히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부분의 노동보합들이 자기 노조만의 이슈만을 생각하고 이에 대해 말하려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의 방송이 보편적 노동계급을 대변하는 것으로 만드는 것, 말하자면 COSATU의 마우스피스가 아니라 노동계급의 독립적 목소리가 되도록 하는 것이 주요한 과제중 하나이다.

또한, 2006년-2008년에 걸쳐서는 노동 공동체 라디오 포럼을 통해서 지역 노동운동 차원의 미디어 직접 소유를 권장하고 아울러 노동자들이 다양한 형태의 지역 방송에 민주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전국적 노동 미디어 운동을 형성할 계획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 외에, 카세트 테이프를 활용해서 노조 민주주의를 고취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배급하는 프로젝트, 청소년-공동체 라디오 프로젝트, 아프리카 노동 미디어 네트워크 구축 프로젝트, 비디오 다큐멘터리 제작 프로젝트 (본격적인 영상제작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복권 기금에 기금을 요청한 상황임), 올해 처음 시작한 노동영화제를 정착시키는 것, 노동 사진 아카이브 구축 등을 계획으로 갖고 있다.

이 발제를 맡은 스티브 젠슨은 특히 위기에 처한 남아공 노동운동의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 근거한 미디어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ANC 집권이후 노동계급운동은 계속해서 약화되었고,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풀뿌리 민주주의가 지도자에 대한 권위 부여로 대체되는 심각한 위기가 지속되고 있으며, 정부의 정책이 철저히 신자유주의적 정책으로 일관된 결과 독점자본에 의해 장악된 미디어는 자본주의적 가치(개인주의, 경쟁)만을 전면에 내세우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변질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문제는, 좌파 운동 내에서 미디어와 미디어의 힘에 대한 과소평가가 여전해서 좌파의 미디어는 여전히 출판에 집중되어 있으며, 집단적이고 민주적인 매체 소유와 생산에 대한 관심 부족 현상이 관성처럼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2) 우여곡절끝의 합의 : 전세계 노동 미디어 운동 네트워크의 구축을 위한 준비위원회 구성
회의의 프로그램중 또다른 중요축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제 노동 미디어 운동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토론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아직 본격적인 조직을 결성하는 단계는 아니라서 쟁점이 커다랗게 부각될 것은 없었지만, 회의 참가 성원들간의 노동 미디어 운동에 대한 이해 수준도 워낙 차이가 많이 나고, 아울러 목표로 삼는 국제 노동 미디어 운동 네트워크가 만만한 규모의 것이 아니라서, 논의 자체가 쉽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이번 회의의 결정 사항은 중요한 이슈들을 보다 심도있게 논의할 별도의 준비 주체를 구성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졌으며, 그 결과 준비위원회(=Preparatory committee)의 구성이 합의되었다. 마틴 젠슨의 원안에는 이것이 운영위원회(Steering committee)로 되어있었으나 이후 참여 조직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고정된 조직체계의 의사결정단위로 보이는 운영위원회 보다는 준비를 하는 위원회의 성격을 강조하는 준비위원회라는 이름이 적절하다는 한국의 제안이 수용되어 수정안이 통과되었으며, 그 위원으로는 교육협회측의 댄 갤린, 마틴 젠슨, 그리고 인도의 SEWA, 미국 UPPNET의 스티브 젤쳐, 한국의 노동자뉴스제작단, 인터넷 웹사이트 레이버스타트 운영자 에릭 리, 남미의 활동가 1인을 포괄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아프리카, 국제노동조합연맹, 여성, 남미 등을 대표하는 활동가를 추가하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준비위원회의 구성은 상대적으로 소수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논의는 일단락되었다) 아울러, 향후 6개월내에 준비위원회를 개최하는 것 또한 원칙으로 합의했다.
준비위원회 구성에 대한 몇몇 활동가들(필자를 포함하여)의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었다. 전반적으로 진보적 색채가 강하며, 각 대륙이 망라되어있고, 해당 지역내의 다른 활동가들이나 노조들과 관계를 맺고 있고, 아울러 오랜 기간동안 노동 미디어 운동을 실천해온 주체들이 대다수라는 점이 그 근거였다. 어쨌든, 이 준비위원회에서 생산적인 토론과 합의가 진행되고 그 내용이 다른 활동가들 및 조직과 공유되어서, 그를 기초로 대규모 국제 회의가 향후 2년내에 성사된다면, 노동 미디어 운동 뿐만 아니라 반세계화 변혁운동 진영은 새로운 돌파구 한가지를 더 갖게 될 수 있을 것이다.
 
3. 본론만큼 소중한 부록 - 남아공의 공동체 라디오와 TV
 
남아공에서 회의가 열리는 만큼, 만델라 집권 이후 미디어 운동의 새로운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남아공의 현실은 한국을 비롯한 해외 참가자들에게 상당한 관심거리였다. 회의의 공식 프로그램 및 마틴 젠슨을 비롯한 남아공 활동가들과의 토론을 통해서 얻은 정보를 정리해보면, 이렇게 요약해볼 수 있다. “공동체 라디오의 강세와 부분적 위축, 공동체 TV의 뒤늦은 출발, 미디어 운동의 미래와 밀접한 연관을 지닌 노동운동 발전방향 논쟁의 대두” 각각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공동체 미디어 이외에 인디미디어 역시 활동하고 있으나, 일부 노동운동 진영에서는 인디미디어 활동가들의 기술결정론적 관점, 뉴미디어에 대한 지나친 신봉, 현장과의 지속적 결합을 소홀히 하는 무책임한 태도 등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었다. 이 글에서는 이 부분은 제외하고, 공동체 미디어 영역을 다루도록 하겠다)
1) 공동체 라디오
남아공의 인쇄매체, 방송매체 등을 포괄하는 커뮤니케이션 관련 분야 규제는 ICASA (Independent communication Authority of South Africa=남아공 독립 커뮤니케이션기구 : 한국으 방송위원회와 유사한 성격) 가 맡고 있으며, 커뮤니케이션 관련 법에 따르면 공동체 라디오에는 다음과 같은 두가지의 모델이 있다.
  • 관심사가 동일한 공동체 (Community of interest) 
    : 종교 등을 이슈로 하는 라디오 방송으로, 예를 들어 케이프타운의 경우 기독교 라디오와 무슬림 라디오가 있는데 무슬림 방송의 경우 급진적 프로그램도 많으며 매우 민주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 지역 공동체 (Geographical community) 
    : 특정한 지역을 대상으로하며 다양한 계층을 포괄하는 방송이다.
    남아공 전역에 걸쳐서 약 100여개의 공동체 라디오가 있으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현재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역시 재정 문제이다. 특히 공동체 성원의 지원이 쉽지 않은 빈곤 지역 라디오의 상황이 어려울 수 밖에 없는데,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상업화 경향이 가속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90년대 초반부터 정치 상황이 보수화되고,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라 빈곤이 심화되는 가운데 국가가 빈곤의 탈출법으로 소규모 자영업 (여기서는 이것을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다) 을 전면에 내세우며 민중들을 선동하는 바람에 공동체 라디오 역시 이러한 이데올로기 공세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며, 그 결과 정치적 급진성은 축소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결성된 것이 위에서 언급한 전국공동체라디오포럼이며, 이 네트워크의 성장 및 급진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의 제출과 관철 여부가 공동체 라디오의 미래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2) 공동체 TV
공동체 TV의 경우는 아무래도 초기 자본의 규모에 있어서나 컨텐츠 제작의 진입장벽에 있어서나 어려움이 많기에, 비록 관련 법령 및 ICASA의 정책, 의제에는 항상 언급되어 있었지만 실질적인 추진이 잘 안되다가, 2004년 11월에 ICASA가 법령에 근거한 계획서 (Position paper)를 제출하고 면허를 제공하겠다고 공표함으로써 2006년 5월 현재 아래와 같은 3개 지역에서 방송국 설립이 진행중에 있다.
  • 더번 공동체 TV (Great Durban TV) 
    : 현재 운영중이며, 마틴 젠슨의 표현을 빌자면 포스트모던한 경향으로 보인다고 한다. 지식인 및 청소년이 주로 참여하고 있으며 뚜렷한 자기 색깔을 지니지 못한 채 대부분 탈정치적인 프로그램들로 편성되고 있으며, 상업 광고도 하고 있는데, 결국 정체성의 부재로 오래 가기 힘들 듯 하다는 더번 지역 활동가의 평가를 들을 수 있었다.
  • 소웨토 공동체 TV (Soweto TV) 
    : 현재 시작단계이며, 소규모 사업가들의 연합 성격이 강하고, 이해할 수 없는 점 한가지는 대표자가 캐나다인이라는 사실이다. 대안적 방송이라기 보다는 틈새시장을 노리는 소사업가들의 상업 방송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 케이프 타운 공동체 TV (Capetown TV) 
    : 현재 2년째 준비과정을 진행중이며, 공동체 TV중 공동체 미디어의 정신에 부합하는 유일한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자세한 상황은 아래와 같다.
    우선 운영 주체의 면에서 보자면, 초기에 4개 단체가 모여서 운영위원회(Steering committee)를 조직했다. 당시 참여 단체는 WWMP, 부쉬 라디오, 문화예술센터, 공동체 비디오 교육 트러스트 (Community video education trust)였는데, 이후 여기에 덧붙여 스포츠, 노동, NGO, 공동체에 기반한 조직, 교육, 문화예술 등 6개 공동체 분야가 포함되었다. (여기서, 종교, 산업, 정부 분야는 의식적으로 배제시켰는데, 물론 프로그램 편성에는 포함될 수 있지만, 운영주체에서는 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이렇게 일단 4+6 = 10인을 구성했고, 최근 6개 공동체에서 1인씩을 다시 선출해서 이제 총 16인이 되었는데 이는 공동체의 참여를 더욱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2006년 5월) 현재, 기금을 모금하고, 파일롯 프로그램을 준비중인데, 이후 9월경에 법적 위상, 정강, 정책, 신규 프로그램 계획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그리고 10월부터는 매주 1시간을 SABC(공영방송)을 통해서 송출하고 이 때 제작은 공영방송의 장비를 활용하기로 이미 합의했으며, 2007년에서 2008년 사이에 독자적 채널로 갈 예정이다. 한가지 기술적인 문제는 케이프타운의 경우 도시 전체를 에워싸고 있는 산 때문에 주파수 확보가 어렵다는 점인데, 이는 기술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종합해서 보자면, 출범 단계의 케이프 타운 공동체 TV는 공동체가 직접 편성권을 갖는 채널로서 퍼블릭 액세스 채널과는 차별성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공동체의 참여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퍼블릭 액세스와 민주주의의 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비슷한 시기에 정상화의 과정을 밟고 있는 RTV, 그리고 2년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설립된 베네주엘라 제2의 공영채널 Vive TV, 이미 10년 가까이 활동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미국의 프리스피치 TV, 막 출범한 아일랜드의 더블린 공동체 TV 등 미디어 운동의 독립채널설립운동에 또 하나의 주체가 등장한 것은 반가운 사실이다. (이번 액트의 다른 기사에서 다루어진 마르세이유 프리TV 회의는 이들 방송의 교류를 위한 것이었지만, 재정 문제 등으로 참여의 폭이 넓지 못했던 것이 안타깝다. 한국이 이런 회의를 주최한다면 좋을텐대...)
3) 미디어, 노동운동
미디어 운동의 전략을 세워나가기 위한 중요한 근거가 될 수 밖에 없는 노동운동의 발전 전략과 관련하여 치열한 논쟁이 전개되고 있는 것 또한 주목할 지점이었다. 상황은 이랬다.
ANC의 집권 이후 COSATU(노총)가 정부에 대한 비판적 지지자로 전락하면서 운동의 전략 그리고 개별 활동가의 진로는 심각한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말이 좋아서 비판적 지지자이지, 쉽게 말하자면 요식적인 총파업, 간부진의 부패, 실업노동자에 대한 무관심 등은 민주노조운동의 구심으로서의 COSATU의 지위를 빠르게 추락시켰다.
그 결과 전통적인 노조 및 공식적인 대중조직의 체계를 넘어서서, 반민영화, 반빈곤을 기치로 내건 사회운동 (아직 통일된 용어는 없다) 이 등장했는데, 상당수 좌파 활동가들도 이 사회운동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 이 운동은 분명 성장하고 있지만, 이 운동에 주목하고 있는 활동가들은 이 운동의 의미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고 있기도 하다.
그 전형적인 예로 이런 일이 있었다. 작년에 서부 케이프에서 COSATU가 주도해서 반빈곤, 반실업 캠페인이 있었으며, 이 과정에는 시민사회운동조직(CSO=Civil society organization), 공동체조직, 노조가 함께 참여했었다. 이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자 두가지 상황이 발생했다.
우선, 일부 활동가들이 이것을 새로운 UDF라고 주장했다. (United democratic front. 80년대 ANC가 구성한 운동의 전선체로 당시에는 강력했음) 이 주장을 대변하는 한 노동대학의 총장이 구좌파를 비판하면서 새로운 UDF를 강조하는 글을 썼는데, 그의 논지는 모든 노조가 관료화되어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많은 활동가들 및 좌파 그룹들은 새로운 사회운동의 모색이 필요한 것에는 동의를 하면서도, 모든 노조를 관료주의 집단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반비판을 했다. (아직 이에 대한 재반론은 발표되지 않고 있다)

다른 사건은 COSATU에 의해 발생했다. COSATU는 이 운동이 성장하자 이 운동이 반정부운동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케이프 타운 지역 지도부에 황당한 지침을 내렸다. 그들은 전선체의 모임이 개최되자 그 전선체의 이름을 연대체(Coalition)로 바꿀 것을 강요했고, 아울러 그 모임의 성격을 공동집회가 아니라 COSATU의 모임에 다른 단체들이 참관하는 것으로 변질시켜 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단체들이 항의하자 COSATU는 이를 묵살했고, 결국 작년에 마지막으로 있었던 이 모임이후 COSATU는 더 이상 회의를 소집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일부 활동가 그룹들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는 입장을 제출했다. “신자유주의는 노동자의 생존조건을 악화시키고, 노조 지도부의 우경화를 가져오며, 전체 대중조직의 투쟁력과 정치의식을 약화시킨다.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연대를 통해서 신자유주의 반대 전선을 형성하는 새로운 전선체의 구성(전통적인 개념으로는 United Front)이 필요하다. 이것은 전통적인 개념에서 보자면 이른바 민중전선(Popula Front = 예를 들어 중국공산당과 국민당의 국공합작)과는 대립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스탈린의 경우 민중전선 혹은 공산당의 독자적 투쟁 사이를 오가는 지그재그 횡보를 하면서 국제적인 운동을 약화시켰으며, 독일의 경우에도 독일 공산당이 고립된 노선을 추종하도록 강요해서 결과적으로 나찌의 집권을 도왔던 것이다. 현재의 COSATU는 스탈린주의적(실제로 지도부 상당수가 공산당 소속이며 정부인 ANC와 유착) 모습을 보이며,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는 사회민주주의적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
이 짧은 요약으로는 논쟁의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하기는 어렵지만, 이미 독자들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이런 논쟁 속에 담긴 고민은 현재 한국의 운동 진영이 지닌 고민과 유사하다. 미디어와 관련해서 보자면, 이런 운동의 재구성 과정이 서로 다른 계층 및 계급간의 소통과 자율성의 강화 (Empowerment로 흔히 표현되는) 와 맞닿아 있기에 커뮤니케이션의 재구성을 당연히 그 내부에 포함하는 것이며, 따라서 어떤 관점으로 전략을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미디어 운동의 전략 역시 차이를 지닐 수 밖에 없는 것 또한 분명하다. 그러기에, 남아공의 논쟁이 생산적으로 진행되면서 실천을 통해서 검증될 수 있기를,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고민과 논쟁과 연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4, 맺으며 - 국제적 네트워크 구축을 위하여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이번 회의의 합의 결과중 하나인 첫번째 준비위원회의가 런던에서 열릴 예정이다. 일단 한국측에서는 노동자뉴스제작단이 참가할 것인데, 그 준비회의의 내용은 많은 활동가들과 공유될 것이며 보다 공식적인 참여의 확대는 네트워크의 상에 대한초안이 합의되는 과정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 그 상은 구체적이지 않지만, 조직된 노동운동, 그리고 노동미디어운동의 발전정도가 변혁운동의 미래를 결정하는 주요한 주요한 변수라는 점에서 그 성장의 진통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실천이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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