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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35호 미디어교육] 청소년의 뉴미디어 활용 문화 - 유럽 9개국 공동 연구 Mediappro 프로젝트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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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35호 / 2006년 10월 12일

 

 

청소년의 뉴미디어 활용 문화
- 유럽 9개국 공동 연구 Mediappro 프로젝트 소개 -
 
기선정 (미디어교육 연구자)

청소년과 뉴미디어  
 
미디어와 청소년의 관계를 이야기할 때마다 접하게 되는 말은 다분히 이분법적 시각에 기반하고 있다. ‘중독’, ‘미디어 폭력’, ‘위험성’과 같은 미디어의 기능과 역할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에 기반하여 청소년을 이로부터 마땅히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하는 보호주의적 입장이 하나이고, ‘자기 표현 욕구의 발산’ 창구로써 미디어의 긍정적인 역할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의미 생산자로서의 청소년’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며 이들의 비판적인 능력과 창의성을 적극적으로 계발한다는 낙관주의적 입장이 다른 하나이다. 물론 청소년의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미디어의 영향을 전적으로 부정하거나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단순히 ‘이것이 아니면 저것’이라는 수학공식과도 같은 논리를 적용하여 미디어 한 가지만으로 청소년의 생각과 행동의 원인을 풀어내는 일은 오히려 근본적이고 복합적인 가정과 사회의 문제를 간과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터넷, 컴퓨터 게임, 핸드폰으로 대별되는 뉴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이를 이용하는 청소년의 안전 문제가 더욱더 강하게 대두되고 있는 요즘, 청소년과 뉴미디어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내야 할까? 점점 더 많은 아이들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무엇보다도 핸드폰, 비디오 게임, 멀티미디어 지원 장치는 넘쳐나는 내용을 자랑하며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른들의 희망대로 뉴미디어는 커뮤니케이션의 혁명을 일으키며 사이버 공간에서 의사소통과 표현의 자유를 가져다 주고 있을까? 아니면 순진하고 경험이 없어 대처 능력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한 만큼 무엇이든 생각한 대로 즉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청소년들이 오히려 뉴미디어에 내재된 새로운 위험성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한편 이렇게 희망과 우려라는 양극단을 오가는 사이에 우리는 청소년의 뉴미디어 문화가 가지는 지극히 평범하고 다소 진부할 수 있는 일반적인 현실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런 진부하리 만큼 일상적인 일들이 현대 산업국가의 시민사회에서 당연히 제기되고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 ? 디지털 미디어로 인해 생겨난 변화는 어떤 것이고,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새로운 기술은 무엇이며, 이러한 기술은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 것인가 ? 에 대한 단초를 제공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
지난 6월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Mediappro European Conference에서는 뉴미디어 발달로 인해 제기되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시작된 ‘청소년의 뉴미디어 활용’(The Appropriation of New Media by Youth: 이하 Mediappro)’이라는 제목의 유럽 9개국(벨기에, 덴마크, 에스토니아, 프랑스, 그리스, 이탈리아, 폴란드, 포르투갈, 영국) 공동 연구 프로젝트의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9개국의 미디어교육 관련 기관들은12-18세 청소년들이 인터넷, 핸드폰, 비디오 게임과 같은 유·무선 디지털 미디어를 어떻게 ‘자신의 요구와 상황에 맞게 이용하는지(appropriate)’ 알아보기 위해 2005년 1월부터 2006년 6월까지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했다. 동일한 시기에 이와 비슷한 조사가 캐나다 퀘벡주에서도 실시되었는데, 이 조사 결과는 유럽과 북미의 상황을 비교하고 좀더 잘 이해하기 위한 보충 자료로 이용되었다.
이 연구의 배경 및 목적, 그리고 연구 내용과 결과는 인터넷 도입 10년 만에 전국민의 10명 중 7명이 이를 이용하고 있는, 인터넷 이용률 세계 6위의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 문화에 지형 변화를 가져온 인터넷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고, 이에 따른 적절한 교육적 접근에 대한 문제도 함께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Mediappro프로젝트를 단순히 유럽 9개국만의 연구로 한정시킬 것이 아니라, 캐나다 퀘벡주와의 비교 연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문제를 들여다 보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기에 자세히 소개하려고 한다.
 
무엇을 얻고자 했는가?
 
인터넷은 진정 새로운 미디어임에 틀림없다. 인간과 기계의 상호 작용성, 그리고 사람들 간의 자유로운 교류를 특징으로 하는 이 뉴미디어는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 특히 청소년 집단을 능동적인 생비자로 만들어준다. 청소년들은 온라인 게임을 통해 현실에서는 맛볼 수 없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채팅을 통해 낯선 이들과도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이 직접 꾸미고 운영하는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통해 자기 표현 욕구를 발산하며 타인과 다양한 관계를 맺는다. 이들에게 인터넷으로 대별되는 뉴미디어는 매력적인 표현 매체이자 주체적인 소통 공간인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모든 내용이 편집한 사람들에 의해 이미 정해지고 입력되는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과 같은 오래된 미디어와 비교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하지만 어떤 규제와 검열을 통과하기 전에 누구든 내용을 올릴 수 있다는 점, 내용에 뒤따른 결과가 어떠한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모르고, 때로는 그러한 결과마저도 표면에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는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인터넷은 마치 ‘안개 속을 항해’하는 것과도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위와 같은 사실에 근거하여Mediappro 프로젝트는 인터넷 상이나 다른 뉴미디어 사용시 제기되는 청소년의 안전 문제가 대부분 청소년 자신의 행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전제한다. 예를 들면, 아이들은 자신이 인터넷 범죄의 피해자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떤 형태로든 항상 스스로 그러한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행동과 태도, 그리고 이들 자신의 인식이라고 할 수 있으며, 뉴미디어를 이용하면서 만나게 되는 잠재된 위험 상황에 이들이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워주는 일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Mediappro 프로젝트에서는 뉴미디어를 좀더 안전하게 이용하고, 검열이나 통제뿐만 아니라 지적, 상업적, 문화적, 윤리적, 기술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려면 뉴미디어 이용자들의 태도와 행동, 그리고 이용자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내는 방식에 익숙하도록 하는 교육적 접근을 시도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이러한 능력은 도대체 무엇이며 어떻게 키워줄 수 있을까? 이 프로젝트에서 말하는 교육적 접근에는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비롯한 뉴미디어를 이용할 때 영국영화연구소(British Film Institute)가 제시하고 있는 미디어교육의 주요 개념과도 연결되는 아래와 같은 점을 인식하고 있는지 짚어보는 일이 포함된다:
  • 내용은 누가 만들었고, 무엇이 목적인가? (제작)
  • 이 내용은 나한테 어떤 영향을 주는가?, 나 말고 어떤 다른 사람들이 이 내용을 접하는가? (대중 및 일반 수용자)
  • 내가 이용하고 있는 기계가 가지는 (현실의 그리고 가상의) 힘은 무엇인가? (기술)
  • 내가 이용하고 있는 기호의 (현실의 그리고 가상의) 힘은 무엇인가? (언어)
  • 이 내용은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가? (재현 및 표상)
  • 이 내용은 상거래, 토론, 메일, 게임, 정보, 공공업무 중 어떤 영역에 속하는가? (유형)
또한 청소년이 뉴미디어 이용시 필요한 능력의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뉴미디어를 어떻게 인식하며 이용하고 있는지를 먼저 알아내야 한다고 본다. 다시 말해, Mediappro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의 뉴미디어 이용 문화에 대해서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가능한 한 자세하게 물어보고 경청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뉴미디어 이용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지식은 아이들이 디지털 미디어를 어떻게 ‘자신의 요구와 상황에 맞게 활용하는지(appropriate)’, 그리고 집이나 학교와 같은 이용 환경이 바뀌면 이들의 이용 방식이나 태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것을 포함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Mediappro 프로젝트는 ‘멀티미디어 환경’, ‘지식과 인지 과정’, ‘사회심리적 역학관계(정체성, 문화, 사회)’, ‘민주 시민과 미래’라는 네 가지 큰 주제를 가지고 연구를 진행시킨 한편, ‘자신의 요구와 상황에 맞게 활용하는 과정’(The appropriation process)을 분석하기 위해 다시 세 가지 문제를 짚어보고 있다. 첫번째는 인지 영역과 감정 영역과 관련된 표상의 문제인데, 이는 구체적으로 청소년들이 자기가 미래에 대해 알고 있고, 생각하고, 원하고, 두려워하고, 이해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주장하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두번째는 태도에 관한 문제로서, 청소년들이 특정한 상황에서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 혹은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용에 관한 것으로, 청소년들이 실제로 뉴미디어를 가지고 하는 일들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각 주제에서 다루는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멀티미디어 환경: 인터넷, 핸드폰, 전자 게임을 접하는 수단 (자료, 이용 환경, 서로 다른 미디어 간의 상호작용)
2) 지식과 인지 과정: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이해하고, 인터넷으로부터 혹은 인터넷으로 무언가를 배우며,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어내고, 인터넷에 대한 표상을 만들어내는 방식 (기술적, 의사소통에 관한, 사회적 기술); 인터넷에 내재된 위험성도 포함 
3) 사회심리적 역학 관계(정체성, 문화, 사회): 뉴미디어 이용이 청소년과 그들의 또래집단, 부모, 교사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청소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이에 대한 그들의 의견 
4) 민주 시민과 미래: 통제, 규제, 기술 혹은 교육에 있어서 이 연구가 뉴미디어의 발전에 주는 시사점 및 미래 사회의 요구에 미칠 수 있는 영향

궁극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세 가지 차원에서 검토한 ‘자신의 요구와 상황에 맞게 (뉴미디어를) 활용하는 과정’과 네 가지 주제를 통해 얻게 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청소년들이 뉴미디어를 어떻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좀더 잘 이해하고, 나아가 뉴미디어 이용에 내재되어 있는 안전의 문제를 좀더 나은 방향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또한 좀더 구체적으로는 미디어교육 활동에 대한 상세한 교육적 가이드라인을 이끌어내고, 이를 유럽연합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알리고 보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Mediappro 프로젝트의 목표를 간략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현재 진행되고 있는 뉴미디어 교육활동에 관한 연구;
  • 프로젝트 참여국가의 표본조사를 통한 (핸드폰, 인터넷, 비디오 게임, 멀티미디어 지원 장치 등) 뉴미디어 테크놀로지에 대한 청소년의 이용 실태 연구;
  • 학교, 관련 단체, 가정 등과 같은 다양한 수용자들의 실제 현실과 조건에 맞는 교육적, 기술적 제안;
  • 인터넷과 뉴미디어 테크놀로지에 대한 교육 활동의 발전에 기여;
  • 뉴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보다 안전한 이용 장려;
  • 뉴미디어의 이용 관행과 표상에 대한 유럽적 비전 확립;
  • 유럽의 상황과 캐나다 퀘벡주의 상황을 유용하게 비교 연구.
 
어떻게 진행되었는가 ?
 
Mediappro 프로젝트는 우선 아이들의 뉴미디어 이용과 뉴미디어 교육 활동에 관한 이전의 연구들을 검색, 수집, 분석하는 작업에서 시작했다. 또한 청소년들의 뉴미디어 이용 관행과 표상에 대한 기존 자료를 검색하고 수집하기도 하였다. 새로운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기존 연구 결과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일은 이전 연구의 단점, 거기서 다루지 않았거나 다루지 못했던, 혹은 다룰 수 없었던 연구 분야를 짚어낼 수 있으며, 나아가 어떤 부분을 좀더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지 구체화할 수 있는 중요한 작업이다. 이 선행연구 조사 및 분석 작업인 1차 연구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하고 뉴미디어에 대한 분석을 강화하기 위해 2차 연구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이 프로젝트에는12-18세 청소년 총8743명(유럽 7393명, 퀘벡 1350명)이 참여했는데, 지리적 위치, 사회, 경제, 문화적 환경에 따라 선택된 학교에서 각기 선발되었다. 학생들은 교장과 학부모의 동의 하에 선발되었으며, 다시 연령층에 따라 12-14세(중등학교 시작 단계), 15-16(중등학교 중간 단계), 그리고 17-18(중등학교 마지막 단계)로 나뉘었다. 이 방법은 청소년들이 처한 생활 환경의 다양성을 포착하는 동시에 유럽 내 존재하는 국가별 차이를 반영하는 표본 선택 방법이기도 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양적 설문조사와 질적 인터뷰를 통해 인터넷과 뉴미디어 이용 관행 및 표상에 대한 이들의 의견을 조사했다.
2차 연구를 위한 자료 수집은 크게 두 단계를 거쳤는데, 첫번째는 63문항으로 구성된 설문 조사로 학기 중인 2005년 9월부터 2006년 3월 사이에 전체 학생들 모두를 대상으로 하였으며, 퀘벡주에서도 동시에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은 전반적으로 청소년들의 사생활을 드러내거나 프로젝트가 그들의 사생활을 깊이 간섭하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하되 ‘자신과 같은 청소년들이 무엇을 하는가’를 알 수 있도록 하는 질문으로 구성되었고, 신뢰도를 확인할 수 있는 다른 종류의 질문도 포함되었다.
이러한 양적 조사의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단계인 인터뷰를 통한 자료 수집을 실시했다. 이 개별 인터뷰에는 연령, 성별, 인터넷 이용 방식에 따라 각국에서 24명씩 선별된 총 240명이 참여했고, 개개 학생들이 속한 학교 내에서 약 40-60분간 진행되었다. 인터뷰 질문은 참여 국가가 공동으로 고안하였고, 학생들이 참여했던 설문지와 일관성을 갖도록 했다. 인터뷰는 이전 단계에서 진행된 설문 조사의 결과를 확인하는 방법이자 청소년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자신의 논리를 설명해내고 있는가를 알아내는 통로 역할을 하기도 했다.
 
무엇을 얻어냈는가 ?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프로젝트 참여국가의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용도, 가정과 학교에서의 인터넷 이용 특성, 인터넷 상의 안전 문제, 그리고 핸드폰과 컴퓨터 게임에 대한 자료를 얻어냈다. 또한 이들의 뉴미디어 활용은 독특한 양상을 띤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무엇보다도 뉴미디어 활용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변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청소년의 뉴미디어 활용을 예측하는 일반적인 이론을 도출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작해야 서로 다른 현실을 감안한 기술(記述)적 접근을 시도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기술적 접근 방법에는 구체적으로 부모가 자녀의 뉴미디어 사용을 통제하는 정도와 방법, 친구들 사이에 존재하는 일반적인 뉴미디어 활용법과 이것이 청소년 자신에게 주는 의미,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기술, 뉴미디어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 뉴미디어 접근의 기술적 질의 문제, 인간의 생리적, 심리적 기능과 한계를 측정하고 이를 작업장, 제품, 환경 등에 응용하는 학문인 인간공학적 질의 문제, 다른 미디어의 정보 활용, 청소년이 처한 사회문화적 환경 등의 요소가 포함된다. 인터넷 이용 환경, 청소년의 가정과 학교 문화, 또한 이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 전반적인 사회문화적 환경은 나라마다 각기 다르기 때문에, 이 연구 결과는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다른 유럽 국가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인터넷 이용 방식 및 내용과도 비교해볼 수 있는 유용한 자료라고 판단된다.
 
인터넷 이용
 
물론 프로그램 참여국마다 사정이 다르기는 하지만, 소수의 아이들만이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고 있을 뿐, 12-18세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터넷 이용은 거의 일반적인 활동이라는 사실이 분명했다. 청소년 10명 중 9명이 인터넷을 사용하며(가장 높은 이용률을 보인 나라는 에스토니아로 98%, 가장 낮은 이용률을 보인 나라는 이탈리아로 78%), 이들 대부분은 인터넷을 사용한지 1~3년 가량 되었거나(35%), 4년 이상(31%)이 되었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은 조사에 참여한 청소년의 3/4이 4년 이상 인터넷을 이용해오고 있다고 응답한 캐나다 퀘벡주도 마찬가지다. 다만 캐나다 퀘벡주는 다른 유럽 나라들에 비해 인터넷이 도입된 지 좀더 오래되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여러 국가에서 인터넷 이용년수는 문자 교육 수준과 밀접한 상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궁극적으로 문자 교육과 (뉴)미디어 리터러시가 학교 교육 안에서 함께 다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인터넷 이용 목적 ? 인터넷은 주로 무엇을 하려고 쓰는가?
 
인터넷을 이용하는 주된 목적은 ‘자료 검색’으로, 유럽 청소년들 10명 중 9명 이상이 때때로, 자주, 혹은 매우 자주 검색 엔진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높은 이용 수치를 기록한 나라는 영국과 캐나다 퀘벡주로 98%에 달하고 있다.
이메일은 상당히 사용되고 있으나, 이용 정도는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이 가운데 22%가 때때로 사용한다고 응답했으며, 23%가 자주, 23%가 매우 자주 사용한다고 답했다. 반면 캐나다 퀘벡주에서는 80%가 자주 혹은 매우 자주 사용한다고 밝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메신저 기능도10명 중 7명 가량이 사용한다고 응답함으로써 역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증명되었으며 (퀘벡주에서는 10명 중 9명이 이용), 이 중 42%가 매우 자주 사용한다고 밝혀, 오히려 이메일보다 훨씬 더 자주 사용하는 기능인 것으로 드러났다. 메신저는 가족(14%)보다는 주로 친구들(62%)과 연락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으며, 상당수의 청소년들이 이모티콘을 비롯해 메신저 상에서만 사용하는 언어를 매우 자주(36%) 혹은 자주(20%) 사용한다고 밝혔다. 캐나다 퀘벡주에서는 이보다 좀더 높은 수치(‘매우 자주(52%) 혹은 자주(21%)’)를 나타내고 있다. 오늘날 메신저는 과거 채팅방의 기능을 대신하고 있는 추세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응답자의 66%가 채팅방을 전혀 혹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채팅방 이용 목적도 낯선 사람들 보다는 친구들과의 의사소통이 주를 이뤘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다운로드 받는 일은 상당히 일반적인 일이 되고 있으며, 놀랍게도 44%의 청소년들이 다운로드가 금지된 곳에서도 음악을 다운로드 받는다고 응답했다. 음악이나 온라인 라디오 프로그램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가 있다. 전체의 67% 가운데 21%가 때때로, 20%가 자주, 26%가 매우 자주 듣는다고 응답했다.
40%의 청소년들이 인터넷 이용으로 인해 텔레비전 시청이 이전보다 다소 줄어들었다고 응답했으며, 32%의 아이들이 이전보다 책을 덜 읽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상황은 다소 복잡하며 단정짓기 쉽지 않다. 프랑스 국내 연구에서는 청소년 10명 가운데 거의 3명, 대개 17-19세 여학생들은 인터넷 이용 이전보다 책을 덜 읽는다고 밝혔지만, 10명 중 1명은 오히려 책을 더 많이 읽는다고 밝히고 있다.
청소년들 스스로 자기가 원하는 내용을 만들어 인터넷에 업로드하고 타인과 공유하는 작업은 이메일이나 메신저 이용만큼 그다지 일반적이지 않았다. 18%의 청소년들이 개인 웹사이트를 가지고 있다고 응답했고, 18%가 개인 블로그를 한다고 밝혔다. 블로그는 벨기에(38%)와 프랑스(25%)에서 꽤 이용되고 있지만, 청소년들이 블로그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벨기에 국내 연구에서는 일반적으로 청소년들의 블로그 이용 수명은 매우 짧다고 밝히고 있으며, 프랑스 국내 연구에서는 청소년들이 운영하는 블로그 중 대다수가 ‘활동 정지 상태’에 있다고 발표했다.
Mediappro 프로젝트의 연구 결과 가운데 우리나라 청소년의 뉴미디어 이용 문화와 가장 뚜렷하게 대조되고 비교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이 개인 미디어에 관한 것이 아닐까 한다. 청소년의 개인 미디어 이용이 일반적이지 않은 유럽의 상황과는 달리, 우리나라 네티즌의 절반에 해당하는 1,500만 회원을 자랑하고 있는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나 최근 방문자 수에서 미니홈피를 앞서가고 있는 블로그 등 개인성이 짙은 뉴미디어를 이끌어가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바로 청소년들이다. 이 점은 대학입시라는 경쟁적인 현실 속에서 하루 대부분을 학교와 학원을 정신없이 오가며 보내고 있는 우리나라 청소년의 지친 일상을 떠올려 볼 때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자기 표현과 소통의 공간이자 폭넓은 인간 관계의 장이 되는 미니홈피와 블로그 같은 개인 미디어가 이들의 답답한 숨통을 터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양적 연구 결과만을 통한 비교는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뉴미디어 이용이라는 하나의 사회문화 현상을 수치로만 나타내는 양적 연구는 백분율로 표시된 숫자에 가려 실제 현상의 복잡다단한 양상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개인 미디어 사용 정도가 나라마다 다른 이유에 대해서도 각 나라의 청소년들이 처한 상황을 고려한 좀더 심도 있는 질적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양적 연구로 알아본 전체 지형도를 좀더 세심하고 꼼꼼하게 보는 작업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인터넷 이용 목적 (때때로+자주+매우 자주: %)

자료 검색 이메일 메신저 채팅방 다운로드
벨기에 95 74 81 28 58
덴마크 92 66 87 26 50
에스토니아 90 69 88 33 73
프랑스 94 67 69 32 49
그리스 81 46 39 41 65
이탈리아 86 59 49 33 59
폴란드 91 62 75 34 67
포르투갈 95 69 77 38 60
영국 98 81 78 20 60
평균 91 66 71 32 60
(Mediappro 보고서 12쪽 표 참고)
 
가정에서의 인터넷 이용
 
캐나다 퀘벡주를 포함해 참여국가 전체에 걸쳐 인터넷은 학교에서보다 가정에서 훨씬 더 많이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81%의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집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고, 이중 38%가 매일 사용하고 있으며, 30%가 한 주에 여러 번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67%의 청소년들이 자신의 집에 고속 인터넷 통신망이 설치되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수치상으로 볼 때, 청소년들이 훨씬 더 자유롭게 인터넷 상에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은 바로 가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들은 주로 친구들과 메신저를 통해 의사소통하고, 웹 서핑을 하거나 음악을 듣고, 게임을 하거나 다운로드 받는 등의 작업을 한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이용은 청소년의 나이와 비례하는데, 나이가 많은 청소년일수록 인터넷을 좀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아주 새로운 사실은 아니지만, 학교 공부와 관련된 작업을 할 목적으로 집에서 인터넷을 이용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가정에서는 많은 청소년들이 스스로 혹은 형제들로부터 인터넷에 대해 배운다. 부모한테서 배우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자기 부모가 인터넷을 그렇게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작해야 25%가 때때로, 25%가 자주, 그리고 15%가 매우 자주, 자기 부모들이 인터넷을 사용한다고 생각한다. ?
 
학교에서의 인터넷 이용
 
가정에서의 인터넷 이용이 일반적인 반면, 학교에서는 인터넷 이용이 상당히 제한적이고 제약이 많다. 물론 이론상으로 아이들은 학교에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가정에서보다 훨씬 덜 사용하고 있다. 학교 수업 시간에 인터넷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학생들이 22%,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학생들이 30%에 이르고 있었다. 학교에서 인터넷을 사용한다고 답한 대부분 학생들이 정보를 검색해 학교에서 내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영국, 포르투갈, 폴란드 학생들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낸 결과, 인터넷을 가장 많이 사용할 수 있고, 또 그럴 수 있다고 기대하는 시간은 ‘정보와 컴퓨터(ICT)’ 수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국에서 진행된 심층 연구에서는 ‘학생들은 집에서 인터넷으로 MSN 메신저, 게임, 음악 그리고 다른 여러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신이 나서 이야기하는 반면, 학교에서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듯이 반응’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에 관한 한, 학교는 학생들에게 별다르게 해주는 것이 없는 것 같다. 학교에서는 인터넷에 대해 특별히 드러내놓고 가르치지 않고 있다. 82%(캐나다 퀘벡주는 90%)의 학생들이 인터넷에 대해 전혀 혹은 거의 교사와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다고 응답했고, 56%의 학생들만이 학교에서의 인터넷 사용 규칙을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인터넷 이용에 관해서는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도 자기 친구나 부모로부터 많이 배운다고 답했다. 그리스의 경우를 예로 들면, 청소년들은 인터넷 이용에 관해 친구들한테서 가장 많이 배우고, 다음으로는 가족들, 특히 형제나 자매로부터 많이 배우며, 학교에서 배우는 기회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렇게 학교에서의 인터넷 이용이 제한되는 이유에는 물리적인 제약도 한 몫을 담당한다. 어떤 나라에서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컴퓨터 시설이 학교에 아예 없기도 하다. 예를 들면, 폴란드에는 컴퓨터실이 쉬는 시간에 닫혀 있고, 이탈리아의 몇몇 학교에는 아직도 인터넷 연결이 되어 있지 않으며, 포르투갈에서는 학생 1명당 컴퓨터 보유 대수가 굉장히 낮기 때문에, 자유로운 이용을 하기 위한 기반시설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반면 벨기에, 에스토니아, 덴마크에서는 이러한 물리적 제약이 문제가 아니라 학교 정책상 인터넷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그리스의 경우 ‘정보와 컴퓨터’ 수업 시간에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으며, 프로젝트 참여국가 모두 이메일, 채팅, 메신저 등의 의사소통을 위한 인터넷 사용이나 게임과 음악과 같은 오락에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을 학교에서 금지하고 있다.
물론 학교에서의 인터넷 이용이 대부분 기대에 못 미치며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청소년들은 학교가 인터넷을 좀더 지혜롭게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 점은 학교에서의 인터넷 이용 현황을 개선시키고 인터넷에 대한 효율적인 교육이 이뤄지기 위한 관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유용한 인터넷 사이트를 찾는 방법을 가르쳐 주거나(52%), 자기가 웹사이트에서 찾은 정보를 평가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42%는 중요하다, 20%는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이 중요하거나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들이 인터넷을 좀더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배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39%가 중요하다, 29%가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 학교는 학생들에게 인터넷에서 어떻게 하면 빨리 정보를 찾아낼 수 있는지 가르쳐주는 일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에 참여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 선생님들은 인터넷에 대해 자기들과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학생들은 교사들에게 인터넷 이용에 필요한 기술이 있다고 분명히 믿고 있으며, 45%의 학생들은 자기 선생님이 인터넷을 잘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인터넷 상의 안전 문제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바로 청소년들은 인터넷 상의 안전 문제를 상당 정도 인식하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이 처할 수도 있는 위험에 대해 순진하게 있는 그대로 믿는다거나 무지하지는 않은 것 같다. 47%의 학생들이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낯선 사람들과 인터넷 상에서 전혀 이야기해본 적이 없다고 답변했고, 22%가 이런 경험이 거의 없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인터넷 상에서 지켜야 할 일종의 규칙 같은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예를 들면, 68%의 아이들이 당사자들의 허락 없이 사진을 웹사이트에 무단전제하면 안 된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79%의 아이들이 인터넷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있는 반면, 단지 52%의 아이들만이 자신이 검색해낸 정보를 평가할 수 있을 뿐이어서, 어떤 면에서 아이들은 그들의 능력을 다소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설문조사 결과, 청소년에게 인터넷은 친구들뿐만 아니라 자기와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과 연락하고 그들과의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의사소통 수단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채팅방 이용과 인터넷 상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점은 이 연구를 통해 드러난 긍정적인 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을 하는 청소년 인구가 늘어났다는 사실은 낯선 사람들과 만날 또 다른 상황이 만들어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까지 이를 입증할 만한 확실한 사례는 없었다. 청소년들과의 인터뷰에서 이들이 이야기하는 위험한 상황은 대개 친구들로부터 전해들은 간적접인 사례일 뿐 이들이 직접 경험한 일은 아니었다.
설문조사로 봤을 때, 캐나다 퀘벡주를 포함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국가들의 부모들은 상당히 개방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으며, 아이들의 인터넷 이용을 그다지 제한하는 입장은 아니었다. 캐나다 퀘벡주의 청소년 10명 중 9명이 자신의 인터넷 사용에 대해 부모님이 거의 혹은 전혀 통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들 청소년의 ‘인터넷 세상’에는 부모님의 존재가 포함되지 않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와 인터넷에 대해 거의(32%), 때때로(31%), 자주 혹은 매우 자주(15%) 이야기한다고 응답했으며, 21%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이는 나라별로 약간씩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프랑스에서는 37%의 청소년들이 자신의 부모와 인터넷에 대해서 때때로 이야기한다고 응답했으며, 25%가 자주 혹은 매우 자주 이야기한다고 했다.
부모의 통제에 대한 예는 대부분 인터넷 이용상의 안전 문제, 채팅방과 특정 웹사이트 출입 금지 등과 관련이 있다. 또한 인터넷 이용 시간에 대한 부모의 통제도 일반적이었는데, 이는 아이들이 지나치게 인터넷을 많이 이용하면 건강이 나빠질 수 있고 다른 여가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부모들의 일반적인 우려를 시사해주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만한 중요한 연구 결과는 청소년 스스로 인터넷 이용을 통제 및 관리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겠다. 이들은 폭력 및 음란 웹사이트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고, 덴마크의 연구에서 보여주듯이, 때로 이는 자신의 어린 동생들의 안전 문제와도 연관성이 있었다. 인터넷 이용이라는 면에서 좀더 경험이 많거나 나이가 든 청소년들은 일반적으로 자기보다 어리고 인터넷 이용에 서투른 초보자들이 걸려들기 쉬운 위험에 신경을 쓰면서 이들을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어쩌면 청소년들은 자기보다 어린 아이들에 대해 어른의 역할을 하면서, 어른들이 이들 청소년에게 보이는 불안감을 어린 동생들에게도 똑같이 그대로 투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들은 채팅방 이용, 컴퓨터 바이러스, 스팸 메일, (핸드폰 멜로디 구입 등과 같은) 인터넷 상거래, 핵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성과 이에 대해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인식하는 것은 나라마다 상당히 다르다. 프랑스 청소년들은 상당히 다양한 종류의 인터넷 상의 위험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으며, 이에 대해 분별력 있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프랑스 국내 연구는 이러한 결과를 광범위하고 성공적인 대중 홍보 캠페인과 교사 연수의 덕택이라고 지적했다. 에스토니아 청소년들도 마찬가지로 낯선 사람과 인터넷 상에서 만나는 문제로부터 인터넷 쇼핑의 위험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위험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폴란드에서는 청소년들이 때때로 인터넷 사이트를 지나치게 신뢰하고 있어, 인터넷 상의 위험에 대해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그리스 청소년들은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낮았다.
 
핸드폰 이용
 
95%의 청소년들이 핸드폰을 소유하고 있었다. 가장 높은 소유율을 보인 나라는 이탈리아로 98%, 가장 낮은 소유율은 프랑스로 87%이었다. 핸드폰은 청소년의 일상과 그들의 문화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물건이자 유용한 소통 도구라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아이들 대부분이 핸드폰은 친구들과 연락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캐나다 퀘벡주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데, 10명 중 4명만이 핸드폰을 소유하고 있고, 20%라는 매우 적은 수의 아이들만이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핸드폰의 주된 용도는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계획하거나, 친구들에게 자신이 그들을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일, 그리고 이런 저런 잡다한 수다를 떠는 일 등 친구들과의 의사소통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자를 주고 받는 것보다 직접 전화를 거는 일이 좀더 일반적인 에스토니아의 상황을 제외하고, 대부분 나라들에서 청소년들은 전화를 거는 것보다(65%)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79%).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 중 하나는 문자를 보내는 것이 전화를 거는 것보다 확실히 싸다는 경제적인 문제 때문인데, 72%의 아이들이 이에 동의하고 있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무슨 일을 계획하거나 부모님에게 뭔가를 알릴 때도 문자 메시지를 이용한다. 이들은 실제로 전화상으로는 말하기 어색하거나 불편한 일이나 관계가 문자를 보냄으로써 좀더 쉽게 해결된다고 생각하며, 타인의 시간과 일상을 특별히 방해하지 않는 이러한 문자 교환이 주는 ‘적절한 거리감’을 좋아한다.
물론 핸드폰 문자 메시지이나 MSN 메신저를 이용한 의사소통은 문자 자체를 좀더 상징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영상을 통한 이미지 소통 방식에 익숙하다고 알려져 있는 청소년들이 이렇게 많이 문자를 주고 받는다는 사실은 이들도 여전히 문자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어쩌면 이들은 다른 의미에서 이전 세대보다도 더 많이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편 핸드폰 사용이 확대됨에 따라 이로 인해 생겨나는 피해도 늘어나고 있으며, 몇몇 나라들에서는 음성 메시지, 문자 메시지, 그리고 가장 최근 들어서는 이미지를 통해 상대방을 괴롭히는 등 핸드폰 이용과 관련된 사이버 폭력에 대한 위험이 문제되고 있다. 하지만 Mediappro 연구에서는 이 점이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지 않았다. 물론 덴마크의 연구에서 극소수의 아이들이 이와 같은 문제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기는 하지만, 특별히 일반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다소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중요한 핸드폰 사용 목적은 바로 부모와 연락하기 위해서이다. 벨기에의 연구에서 밝혀졌듯이, 청소년들은 부모와 연락하기 위한 목적으로 핸드폰을 소지하고 있다고 정당화하기도 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핸드폰 사용에 대해 별다른 통제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84%의 아이들이 핸드폰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누구하고도 통화해도 자기 부모는 상관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자식들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부모가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반면 핸드폰은 프로젝트 참여국의 모든 학교에서 강력하게 통제되거나 심지어 전면 금지되고 있기도 했다.
이외의 다른 핸드폰의 기능을 사용하는 예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핸드폰과 다른 미디어 간의 상호작용, 예를 들면 핸드폰 사진을 컴퓨터에 옮기거나 핸드폰으로 텔레비전, 라디오 혹은 인터넷 게임에 참가하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전자 게임 이용
 
청소년들은 일반적으로 게임기보다는 컴퓨터 상에서 하는 온라인 게임을 좀더 많이 한다고 응답하고는 있지만, 차이는 근소하다. 52%가 게임기로, 64%가 컴퓨터에서 게임을 한다고 밝혔다. 이는 나라별로도 차이가 있는데, 벨기에와 영국에서는 게임기를 선호했다.
온라인 게임이나 네트워크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단지 18%의 아이들만이 자주 혹은 매우 자주 게임을 한다고 응답했고, 이 또한 나라별로 달랐는데, 덴마크가 30%, 영국이 26%, 그리고 폴란드는 11%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컴퓨터 게임 이용은 상당히 증가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분명 온라인 게임이 어딘가에 돈을 내고 등록을 해야 한다는 점, 온라인 상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 시사하는 바가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좀더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부모들은 온라인 게임에 대해 그다지 심하게 통제하는 편은 아니었다. 아이들이 누구와 함께 게임을 하고 있느냐(44%)나 아이들이 하는 게임의 종류(28%) 보다는 오히려 아이들이 게임에 쏟아붓는 시간(48%)에 더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
Mediappro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연구 결과 중 가장 인상적인 사실은 인터넷 이용에 있어서 가정과 학교의 간극이라고 할 수 있겠다. 프로젝트 참여국 모두와 캐나다 퀘벡주에서도 드러난 이 간극은 이용 횟수, 접근성, 규제, 학습과 필요한 기술 습득, 인터넷 이용 활동의 종류라는 면에서 두드러졌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인터넷의 기능은 학교 밖에 존재하고 있으며, 비록 자기 스스로 터득하거나 친구를 통해서 알게 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뉴미디어와 관련된 학습 또한 대부분 학교 밖에서 이뤄진다. 반면 학교는 뉴미디어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있으며, 특정한 활동을 불필요하게 금지하고 있고,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의사소통적 기능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인터넷 이용에 있어서 중요한 정보 검색, 웹사이트 평가, 그리고 이들 청소년에게 가장 중요하리라 생각되는 창의적 제작 기술을 학교에서는 전혀 가르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이 뉴미디어 이용에 필요한 기술을 적절히 습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분명했다. 물론 몇몇 나라, 특히 프랑스의 청소년들은 인터넷을 고도로 잘 이용하고 있으며, 윤리적, 문화적 문제에 대해서도 아주 잘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특별히 취약한 부분이 있기도 했는데, 이는 다름아닌 인터넷과 관련된 다양한 법적 문제를 이해하는 부분이다. 또한 아이들은 자신의 평가 능력을 지나치게 신뢰하고 있기도 했다. Mediappro 프로젝트는 이 모든 것들이 지식의 영역이고 비판적인 기술이므로 학교만이 가르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리한 이 프로젝트가 짚어낸 연구 결과는 청소년들이 뉴미디어를 좀더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기 위해 교육이 담당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이다.
 
Mediappro 프로젝트의 제안
 
Mediappro 프로젝트에 참여한 유럽 9개국은 위에서 정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각기 자국의 상황을 반영한 다양한 제안들을 내놓았다. 여기서는 이들 국가의 제안들을 종합하여 유럽 내 제안으로 통틀어 요약해 정리한 것을 소개하도록 한다.
 
학부모
 
12-18세 청소년들이 미디어를 이용하는 데 있어서 가정과 학교의 간극은 매우 큰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가 학습의 장이자 공부와 관련해 일반적으로 목표 달성 중심적인 반면, 가정에서의 미디어 사용은 재미, 오락, 그리고 친구들 간의 의사소통을 통한 학습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미디어를 사용하는 데 드는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집에서 인터넷을 하는 데 쓰고 있다. 프로젝트 참여국의 제안에 공통된 흐름이 있다면, 이는 바로 아이들이 뉴미디어를 이렇게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잘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요즘 부모들은 인터넷과 핸드폰에 관한 한 자기 아이들을 “전문가”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모와 아이들은 인터넷 이용에 얽혀 항상 불거져 나오는 위험성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부모들은 채팅방, 폭력, 음란물 등에 관한 위험성에 관심을 가지고 우려를 표하는 반면, 아이들은 인터넷 바이러스를 좀더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물론 부모들이 아이들보다 인터넷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Mediappro 프로젝트에서는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이들의 인터넷 사용에 대해 이야기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대화’가 이뤄지는 것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학부모 조직에서 뉴미디어 이용에 관한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해야 하며, 학부모가 뉴미디어 이용에 관한 경험들을 서로 주고 받으며 조언을 얻을 수 있어서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자기 아이들을 위해서도 좋을 토론 모임도 조직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교사와 학부모는 아이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어떻게 교우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들과 대화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음란 사이트를 방문하지 못하게 하거나 폭력적인 소프트웨어를 보지 못하게 하는 등 이들의 인터넷 이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기 보다는 비판적 리터러시 기술과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Mediappro 프로젝트는 역설하고 있다.
 
학교 및 교사
 
가정과 학교의 뉴미디어 이용 간극이 크고, 뉴미디어에 대한 비판적인 접근이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로 인해, 학교에서 뉴미디어에 초점을 두고 모든 학년과 학교 교육과정 전체에 걸쳐 미디어 리터러시를 가르치는 일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그러나 프로젝트 참여국 모두에 있어서 이런 접근을 더디게 하는 요소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학교 내 장비 부족’과 ‘뉴미디어에 대한 교사의 능력 부족’이었다. 이 두 요소는 사실상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교사가 뉴미디어에 대해 가르칠 능력이 없고, 인터넷과 핸드폰 등의 뉴미디어를 아우르는 (뉴)미디어 리터러시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한다면, 학교 안에 좀더 발달된 미디어 장비를 들여놓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학교 문화와 강의 위주의 교수 방식이 존재하고 있는 이상 학교에서 아이들의 인터넷과 핸드폰 이용에 관한 문제를 다룬다는 것은 일종의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말은 학교에 좀더 넓은 의미에서의 미디어 교육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학교는 이 뉴미디어 테크놀로지가 가져다 주는 새로운 가능성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 뉴미디어 이용에 대해 적극적이고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교육자/교사는 뉴미디어가 가지고 있는 잠재적 위험에 대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적절히 지도할 수 있어야 하며, 이에 관한 관련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Mediappro 프로젝트에서는 뉴미디어 이용을 무조건 규제하고 금지하는 식의 수동적인 대응책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위험이 있다고 본다. 아이들 가운데서는 분명 모든 일에 의심이 많고 두려워하여 인터넷 상에 잠재된 위험에 경계의 끈을 늦추지 않는 이들이 있는 한편, 위험하거나 무서운 것을 좋아하고 이에 매력을 느끼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아동 심리학자들은 후자에 해당되는 모험심 많은 아이들에게 인터넷 상의 위험에 대해 조심하라고 설교만 한다면 이들은 도리어 그런 위험한 상황을 직접 경험해 보려고 덤벼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보다는 아이들의 비판적 리터러시 기술과 능력을 개발하려는 교육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의 적절한 개입에는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 교사 연수의 강화, 뉴미디어 테크놀로지에 대한 평생 교육 등이 포함되며, 또래집단 간의 학습 뿐만 아니라 교사들이 가르치면서 배울 수 있도록 적절한 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뉴미디어에 관해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협력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학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교사들의 좀더 깊은 이해와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심도 있는 연수가 마련되어야만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디어 산업
 
Mediappro 프로젝트는 상업적 이해와 교육적 이해를 아우르기 위해 미디어 산업과 교육계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는 학교나 가정의 인터넷 공급이 좀더 원활하고 저렴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포함한다. 또한 텔레비전은 아이들이나 어른들의 일상 생활에서 여전히 중요한 미디어로 자리잡고 있으므로, 뉴미디어가 어떻게 운영되고 가까운 미래에 무엇이 문제가 될 수 있는지 알아보는 다양한 종류의 짤막한 텔레비전 정보 프로그램을 황금 시간대에 방송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정치가들
 
프로젝트에 참여한 유럽 9개국은 정치가들이 미디어 리터러시를 학교에 도입하는 일에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사실상 정치가들에게 학교 내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기 이전에 필요한 것은, 청소년 문화의 성격이 전통적인 문화에서 미디어 문화로 변화하고 있다는 시대의 요청을 이들이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를 토대로 학교 내 미디어 리터러시를 가능하게 하는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지원도 해야 한다.
이 프로젝트는 구체적으로 정치가들에게 몇 가지 제언을 하고 있다. 우선 정치 지도자들은 인터넷에 관한 학습이 좀더 넓은 의미의 교육에 포함되는 등 교육 안에서 미디어 리터러시가 발전되도록 힘써야 하며, 뉴미디어 테크놀로지의 윤리적, 교육적인 면에 초점을 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또한 교사 교육 과정과 학교 교육과정 안에 미디어교육과 미디어 리터러시 내용이 잘 융화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제언한다. 나아가 미디어의 위험성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의 모든 면을 살피는 미디어 운동의 창출, 그리고 도서관, 관공서, 청소년 센터, 문화 센터와 같은 공공 영역에서의 손쉬운 인터넷 이용 확대를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여기서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필요한 일은 시민 개개인이 미디어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깊이 이해하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사실을 정책 결정의 핵심에 있는 사람들이 절실히 깨달아야 한다는 점이다. 미디어에 대한 이런 깊이 있는 이해는 제대로 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개발될 수 있으며, 이는 또한 글로벌 디지털 사회의 민주 시민을 키우는 과정에 있어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다.
 
Mediappro 프로젝트를 통해서 무엇을 생각해볼 수 있는가 ?
 
지금까지 자세히 소개한 Mediappro 프로젝트는 크게 두 가지 면에서 우리나라 미디어교육의 발전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이 프로젝트는 미디어교육 안에서 이뤄지는 연구들이 선택하는 연구 방법과 이를 통해 이들이 전제로 하는 청소년과 미디어에 대한 시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한 예로 작년 가을 경제정의실천연합(이하 경실련) 미디어워치에서 실시한 ‘2005년 청소년 미디어 이용 실태 조사’는 Mediappro 프로젝트의 1차 설문조사와 일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둘은 기본적으로 청소년들이 어떤 미디어를 무슨 용도로 주로 사용하고 있는지 커다란 밑그림을 그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청소년의 미디어 이용에 있어서 인터넷의 중요성과 그 역할을 확인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경실련의 연구가 설문조사로만? 그치고 후속 심층 인터뷰가 없는 관계로 Mediappro 프로젝트에서 얻어냈던 바와 같이 청소년들의 삶에 중요한 미디어인 인터넷을 그들이 어떻게 이용하고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한 좀더 구체적인 내용을 짚어보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앞서 지적했듯이, 설문조사 결과로 얻어낸 수치에만 의존해 청소년과 미디어의 관계를 풀어내는 연구는 자칫하면 양적 증가나 감소가 관계의 성질을 결정하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으며, 관계 안의 섬세하고 다층적이며 복합적인 역학관계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할 수도 있다. 이는 청소년과 미디어의 관계를 다분히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일반적인 사회 담론을 재확인시켜주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Mediappro 프로젝트는 청소년과 미디어의 관계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 혹은 일반적인 사회 담론에서 얻어낼 수 있는 시각을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아이들의 뉴미디어 이용 문화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 연구를 통해 알아내려고 하는 것 혹은 알아낸 것이 비록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너무도 뻔한 사실’이라 할지라도, 이들 청소년의 진부한 일상은 이들의 미디어 이용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짚어낼 수 있는 근거가 되며, 이는 결코 방대한 양적 조사나 단순한 설문 조사만을 통해서는 이끌어낼 수 없다고 본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얻어낸 연구 결과를 근거로 Mediappro 프로젝트가 제안하고 있는 것의 핵심인 학교 및 교사의 역할과 이들의 중요성에 대한 재확인은 또한 미디어교육의 활성화 요건으로 교사의 역할을 점차 인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미디어교육에 울림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언뜻 보면 뉴미디어를 이용하는 아이들의 일상은 학교에서 보다는 주로 가정에서 친구들이나 형제자매를 통해 이뤄지고 있어서 학교나 교사가 해야 할 일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프로젝트의 연구 결과를 통해 알 수 있었듯이, 오히려 학교나 교사가 담당해야 할 일은 그 어느 때보다, 또 그 무엇을 가르칠 때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Mediappro 프로젝트는 아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접하는 무수한 정보를 비판적으로 판단하고 평가해낼 수 있는 능력과 미니홈피와 블로그 등 개인 미디어를 통해 발현될 수 있는 창의적 제작 능력을 교사가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학교의 역할, 그리고 끊임없는 재교육 및 현장 연수를 통해 스스로 뉴미디어에 대한 능력을 키워나가면서 학교 안과 밖의 간극을 줄이는 데 노력하는 교사의 역할을 재조명해주고 있다.
*Mediappro 프로젝트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http://www.mediappro.org/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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