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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37호 미디어교육] 미디어센터와 미디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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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37호 / 2006년 12월 7일

 

미디어센터와 미디어교육
 
오정훈 (미디액트 미디어교육실장)
 
 
 
    미디어센터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2006년 현재 12곳이 운영 중이며, 연내에 3곳이 개관 예정이다. 미디어센터 설립을 추진하는 곳은 방송위원회, 문화관광부, 방송문화진흥회, 지방자치단체 등 정부 및 공공기관들, 시민사회단체, 미디어운동 단체 등이다. 미디어센터는 매우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서 복잡한 관계가 서로의 긴장 속에서 설립되고 운영되고 있다.(이러한 긴장과 미디어센터의 설립운동에 대한 원칙은 지난 독립영화 28·29호에 실린 이주훈의 글을 참고 바란다.) 내년 2007년이 되면 총18개의 지역에 미디어센터가 설립 운영될 예정이고, 2010년이 되면 전국에 약 30여개의 미디어센터가 생겨난다. 이 글은 미디어센터의 핵심적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미디어교육을 다루어 보고자 한다.
 
 
1. 미디어교육 전문기관으로서 미디어센터
 
 

1-1 미디어센터
 

‘미디어센터는 이질적 공공영역의 하나이며, 21세기 소통체계의 핵심인 미디어 활용능력을 높이는 공간이며, 원자화된 개인과 개인 간의 소통체로 기능하며 미디어를 통한 공동체 개발이라는 목적을 갖는 곳이다.’ (중략) ‘미디어센터는 화려한 디스플레이를 자랑하는 공간-체계가 아니라 일상적 삶을 실천으로 조직할 수 있는 새로운 생활공간이다. 이 새로운 생활공간은 수직적이고 일방적이며 비대칭적 의사소통에 기반한 전문가 문화의 전파가 아니라 한나 아렌트의 표현대로 "차이의 활성화"+"참여의 개방성"+"말하고 보고 듣는 행위의 무제한성"으로 압축할 수 있는 새로운 공공영역의 구축인 것이다.’(이주훈/21세기 새로운 공공기반시설, 지역 미디어센터 설립 운영을 중심으로/2005)
‘미디어를 통한 공동체 개발’을 핵심적 목적으로 하는 미디어센터는 다양한 역할과 기능을 갖는다. 미디어센터는 미디어 공공영역 개척의 선두 주자로서 사회의 공적 영역을 확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공공영역은 사회적 개인들이 정당, 자발적 결사체, 매스 미디어의 공간을 통해 그들의 관심과 사회적 의제들 중재하고 논의하는 담론의 생산, 유통, 교환 그리고 분배공간이다. 동시에 공공영역은 국가와 사회권력(social power)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의 장이라고 정의된다.’ 미디어센터는 학교 및 지역 문화기반시설과 연계를 통해 미디어교육을 시행하고 있으며, 지역 방송국에 통해 퍼블릭 액세스를 실현시키고 있다. 또, 지역 공공시설을 이용하여 상영회를 벌이고 있다. 지역의 다양한 문화예술 주체들과 네트워크 되고 있으며, 미디어로부터 배제된 여성, 이주민, 노인 등과 함께 새로운 미디어 문화 환경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기존 활동이 고립적이고 단선적이었다면, 미디어센터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활동들은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주체와 네트워크들을 형성하면서 공공영역을 보다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센터의 중요한 역할 중에 하나는 주류미디어와는 다른 차원의 대안적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한다는 점이다. 주류미디어가 다루는 거대 담론과는 다른 차원으로서 지역성을 드러내고, 배제된 이들의 자기 목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고, 새롭게 형성되는 계층별, 지역별, 문화적 ‘미디어 공유지’를 보다 확장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는 독립영화를 필두로 하여, 커뮤니티, 블로그, 웹 등 인터넷을 이용한 미디어들, 공동체 라디오와 퍼블릭 액세스 채널 등 독립적이기도 하면서 공공적 성격을 띠고 있는 다양한 활동을 포괄하는 것이다. 미디어센터는 이러한 미디어 활동의 중심지에서 제작, 배급-유통, 관객(시청자) 형성, 지원체계와 정책 등 전방위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미디어센터의 핵심적 역할 중의 하나는 미디어교육이다. 기존 미디어교육이 시민사회단체 혹은 시청자단체 중심으로 개별적으로 이루어졌다면, 미디어센터는 미디어교육을 전담하는 전문기구로서의 특징을 갖는다. 미디어교육을 통해 미디어센터는 비판적인 미디어 읽기와 미디어 접근권의 문제, 독립적이고 대안적인 미디어를 생산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 등을 가르치고 배우고 있다. 또 미디어센터는 지역 공부방, 이주민센터, 노인복지관, 초중등학교, 평생학습센터 등 학교와 사회교육 각 영역을 연결하면서, 누구나 배워야 하는 교육의 보편적 서비스와 이질적 공공성을 획득하는 차원을 실현시키고 있다. 미디어 환경 속에서 생존하고, 수평적이고 쌍방향적인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획득할 수 있게 해주고, 의사소통하는 존재로서 인간임을 보여주는 미디어교육은 미디어센터의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1-2 미디어교육
   미디어는 매우 복잡한 구조와 과정을 가지고 세계와 사회 속에 위치하고 있다. 미디어는 거대 산업구조의 하나로 자리하고 있으며, 사회 문화적 자산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미디어의 발달은 산업적 틀에서 자본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진행되었으며, 문화적 자산으로서 인류의 의사소통(커뮤니케이션) 능력의 중요한 진전으로 변화되어 왔다. 사회 속에서 미디어는 인간이 갖고 있는 시간적 공간적 한계를 보다 좁히게 해주고 있으며, 문화를 보다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또한 사람과 사람 사이를 보다 가깝게 소통시켜 주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선사하며, 보다 민주적인 사회와 삶의 방식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디어를 이용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누구에게나 보편적 권리와 의무로서 존재하지는 않고 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가 쓰고, 말하고, 셈하는 능력을 배우는 것이 보편적 권리로서 인정받는 것과 달리 미디어교육이 권리와 의무로 있지 못하는 까닭은 미디어가 사회 안에서 ‘기회’로서 주어지고(미디어는 이용료를 내거나 구입해야 하는 것) 있기 때문이며, 미디어가 가지는 사회문화적 자산의 측면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 기술과 민주주의의 발달은 사회 문화적 자산으로서 미디어를 위치시켜나가고 있으며, 일방향적 미디어 생산과 소비라는 차원을 넘어서 쌍방향적 의사소통 관계를 요구하고 있다.
   미디어는 인류가 만들어낸 기술적 진보이자 민주적 커뮤니케이션을 일으키는 사회적 재화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또, 미디어는 사회문화적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그것에 대한 경제적 비용 역시 전사회적으로 지불하고 있다는 면에서 미디어는 분명히 사회적 자산이다. 그런데, 사회적 재화로서 미디어 생산은 사회적으로 이루어지는데 반해서, 그 전달과 소비는 사회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모순적 관계에 놓여져 있다. 생산과 소비, 제작자와 수용자 간의 비민주적 관계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말을 한다고 할 때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가 있어야 한다. 심지어 독백조차도 내적 자아라는 대화 상대자가 있기 마련이다. 만약 말하는 사람만 있거나 듣는 사람만 있다면 그것은 얼마나 불평등한 관계이고 억압적 세상이겠는가 ! 상대방의 말은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한다거나, 말은 할 수 없고 듣기만 한다면 말이다. 이렇게 보면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는 것은 쌍방향적이고, 수평적이고, 직접적이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의 이분법적 구분보다는 말하면서 듣는 사람, 들으면서 말하는 사람이어야 하며, 평등하고 민주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하며,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직접 참여를 통해 생각과 감정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행위를 영위하는 인간에게 커뮤니케이션은 생존권, 교육권과 더불어 누구에게나 보장되고 획득되어야 하는 보편적 권리이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권리는 생산(창작), 유통(전달), 소비(이용)의 통제와 독점을 넘어서 인간의 평등하고 민주적인 의사소통 방식을 획득하는 일이다. 따라서, 특히 현재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미디어에 대해서, 미디어를 수단으로, 미디어를 통해 배운다고 하는 것은 인간이면 누구나 가져야 하는 보편적 교육으로서 자리해야 한다.
   미디어교육이 공공성을 지닌다고 한다는 것은 미디어가 갖고 있는 성격에서 비롯되는 것과 더불어 교육은 사유화를 넘어서 인간의 보편적 삶의 질을 유지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며, 국가를 만들어 가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유네스코 21세기 세계교육위원회는 미래를 여는 교육의 네 가지 기둥을 제시하고 있다. 알기 위해, 행동하기 위해, 함께 살기 위해, 존재하기 위한 교육이다. 이 네 가지 기둥은 교육의 성격과 기능을 잘 드러내 주는 것으로서, 교육은 지식과 인류의 사회문화적 자산을 이해하고 성찰하는 것이며, 사람과 사람이 평등한 관계 속에서 서로 상호보완적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가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며, 보다 나은 삶을 만들어 가는 적극적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파올로 프레이리는 역시 배움이라고 하는 것을 네 가지 과정을 통해 이야기 한다. 인지, 분석, 성찰, 행동이 그것이다. 이렇게 보면 교육은 삶의 과정이며, 변화를 이끄는 행동이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에 대해 배우고 가르치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미디어에 대한 비판과 참여를 통해 보다 나은 사회와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미디어교육은 공동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교육이며, 민주주의를 위한 교육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미디어교육은 비판과 참여로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는 것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며, 보다 진보된 민주적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필요한 교육으로서 자리해야 한다.
   따라서,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와 ‘자기표현’(self-expression)을 주요한 기능으로 갖고 있는 미디어교육은 사회현실과 구조에 대한 비판과 참여를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교육으로 보편적 서비스로서 기능해야 한다. 미디어가 그 사회의 현실과 구조를 재현하고 있다고 볼 때, 비판적 사고라고 하는 것은 미디어에 대한 비판임과 동시에 사회 현실과 구조에 대한 비판임에 자명하다. 그리고 미디어는 생산 주체인 미디어 제작자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여기서는 두 가지 차원이 있는데, 하나는 누구나 미디어 제작에 참여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접근과 참여가 가능해야 하다는 것이고(직접 참여 민주주의), 다른 하나는 미디어가 재현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성찰과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점(정치적, 내용적 민주주의)이다. 또한 미디어교육은 특정한 지역과 대상에게 부여되는 기회의 차원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보장되고 확보되어야 한다. 특히 문화, 사회적 계급, 성, 물리적?정신적 장애 등에 의해 사회적 차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미디어, 정보 사회가 가속화되면서 ‘공적 가치(public value)는 누구든지 정보에 대하여 접근할 수 있고, 이용이 자유롭고, 정보의 흐름과 유통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을 의미하지만, 상업적 가치와 개인적 가치들이 정보에 대한 독점과 사유화로 방향을 이끌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독점화와 사유화가 정보 부자(Information Rich)와 정보 빈자(Information Poor)를 발생시켜 격차를 유발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배제되거나 차별받고 이들에 대한 불평등한 구조를 평등한 구조로 변화시켜내려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경쟁과 자본의 논리 속에서 배제되고 있는 다양한 사회구성원과 문화적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게 하는데 교육이 중요한 동기부여와 지속적인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따라서 미디어교육은 사회 각 구성원의 참여와 차별이 이루어지지 않는 평등을 실현시키는 교육으로서 성격을 가지고 있다.
 
2. 미디어센터에서 미디어교육
 
 

2-1. 미디어교육

    미디어교육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포괄적이면서 일반적인 것은 ‘미디어에 대해서 (가르치고)배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의는 미디어를 활용하여, 즉 도구로서 사용하는 것과는 차별성을 가지며, 미디어에 대한 속성 혹은 개념들을 배우고, 미디어를 사용하여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능력을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미디어 리터러시와 미디어교육을 구분할 필요성이 있는데, 미디어 리터러시라고 할 때는 미디어에 대한 읽고 쓰는 능력을 정의하는 것이고, 미디어교육은 미디어 리터러시를 함양하기 위해 벌이는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복잡하고 다양한 미디어 환경에서 미디어에 대해 접근하고 이해, 분석, 창조, 분석하는 능력을 갖게 하는 교육이 미디어교육이라고 불릴 수 있겠다. 이러한 범위 안에서 각 나라마다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것은 조금씩 다르다. 영국 오프컴(Ofcom)은 다양한 맥락(context)에서 접근, 이해, 창조를 강조하고, 미국 CML(Center For Media literacy)은 접근, 분석, 평가, 창조를 강조한다.(Ofcom - ‘the ability to access, understand and create communications in a variety of contexts’/CML - Media Literacy is a 21st century approach to education. It provides a framework to access, analyze, evaluate and create messages in a variety of forms ? from print to video to the Internet. Media literacy builds an understanding of the role of media in society as well as essential skills of inquiry and self-expression necessary for citizens of a democracy.) 
미디어교육이 이루어지는 활동은 크게 세 가지로 나타난다. 하나는 미디어에 대한 읽기 능력(이해, 분석, 평가)이고, 두 번째는 쓰기 능력(미디어 창조-생산, 표현), 세 번째는 나누기(접근, 소통-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이 세 가지 능력은 미디어를 향유하는 현실이나 그것을 배우는 수업에서도 동시에 나타난다. 다만, 교육적 목표에 따라 어느 하나를 강조하여 적용하기도 한다. 미디어에 대해 배우고 가르친다는 의미는 단순히 미디어의 지식과 도구 활용 능력을 넘어 미디어 텍스트의 맥락에서 제작자와 수용자, 사회문화적 조건을 비판적으로 사고함으로써, 보다 민주적인 커뮤니케이션 환경과 사회 변화를 위한 행동(학습의 네 단계- 인지, 분석, 성찰,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미디어교육은 미디어에 대한 읽기, 쓰기, 나누기 능력과 더불어 사회와 인간에 대한 이해, 교육 참여자와 함께 교육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미디어교육에 대해 가르치고 배울 때, 접근하는 방법이 있다. 미디어 유형에 따른 접근법, 미디어가 재현하는 주제에 따른 접근법, 미디어가 갖고 있는 개념에 따른 접근법 등이 그것이다. 미디어 유형은 신문, 방송, 게임, 인터넷, 영화, 애니메이션 등 미디어 유형에 따라 미디어를 배우는 방법을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법은 각 미디어 유형을 꼼꼼히 잘 살필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새로운 미디어가 만들어지면 그에 따라 배워야 할 것이 점증적으로 늘어나고, 미디어간 연계와 융합을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주제에 따른 접근법은 여성과 미디어, 정치와 미디어 등 미디어와 특정 주제를 연결하는 방식을 말하는 데, 이것은 미디어를 사회와 이데올로기라는 틀에서 분석하는 데는 의미가 있지만, 가르치는 사람에 따라 편향될 가능성과 보호적 방어막 형성이 수동적인 태도를 견지할 경향이 있다. 미디어에 대한 개념은 어떤 미디어든지 특정한 개념을 통해 미디어의 속성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으로, 미디어 제작자, 언어, 기술, 재현, 구조 등 미디어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속성을 개념화 하여 그에 따라 미디어를 가르치고 배우는 것을 말한다. 개념적 접근은 변화되는 미디어 환경에서 일정한 준거틀을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읽기와 쓰기의 통합적 접근을 용이하게 해 줄 수 있다. 그러나, 개념적 접근 역시 현상 분석에 강조를 두는 정태적 성격을 가질 수 있으며, 각 개념이 연령과 계층에 따라 어떻게 수준을 고려해야 하는 것인지는 개념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미디어교육을 실시하는 곳에서는 이 세 가지 접근법 중 하나를 선택하여 교육과정을 만들기도 하고, 각 접근법을 혼용하여 교육을 하기도 한다.
 
2-2. 교육 참여자
   미디어교육을 실시할 때, 누가 교육에 참가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참여하고 있는 사람의 연령, 지역, 문화적 조건, 학습 정도, 참여자간 친화력 등에 따라 교육의 내용과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청소년 미디어교육이라고 할 때, 지칭하는 청소년은 너무 광범위한 설정이다. 라고 볼 수 있다. 청소년은 현행법상 9세에서 24세로 정하고 있는데,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것은 13세에서 18세 정도의 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정의 역시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을 지칭하는 한계를 지닌다. 오히려 어느 지역에서 어떤 문화를 향유하고 있는 몇 세의 사람들, 그들의 학습 정도와 인지력, 사회적 경제적 조건을 명확히 파악하고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미디어교육을 누가 받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위에서 언급한 보편적 권리와 이질적 공공성을 실현시킨다는 차원에서 보면, 누구나 받아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을 조금 더 설명하면, 크게 연령에 따른 미디어교육, 성(性)에 따른 미디어교육, 계층과 문화적 조건에 따른 미디어교육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연령은 생애주기에 따라 유아에서 노인까지를 대상으로 하고, 계층과 문화적 조건에 따른 미디어교육은 특정한 사회적 계급 혹은 계층에 따른 분류를 따르는 것이다. 교육 참여자를 분류하는 위와 같은 기준은 특정한 군(群)을 설정할 때 가능한 것이고, 미디어센터처럼 일정한 공간에서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는 이를 제한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여간, 교육 참여자는 특정한 층과 불특정 층 사이에서 어떻게 설정하고 운영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교육 참여자와 관련해서 웃지 못할 말이 하나 있다. ‘미디어교육을 하려고 하는 사람은 많으나, 실제로 미디어교육을 받고자 하는 사람은 없다. 라는 것이다. 미디어교육의 양적 지원이 늘어갈수록 교육이 시행하고자 하는 이들의 관점에서 벗어나 교육의 수혜자의 입장과 관점을 더욱 소중하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2-3. 교육 영역
현재 미디어교육이 이루어지는 곳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위 표에서 보듯이 현재 한국에서는 매우 다양한 영역에서 미디어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미디어센터는 크게 보면 두 가지 교육 영역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디어센터라는 문화적 교육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교육과 학교-사회를 넘나드는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다. 흔히 학교-사회와 일정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루어지는 교육을 찾아가는 미디어교육이라고 부른다. 아웃리치(outreach) 사업이라고도 하는데, 찾아가는 미디어교육은 이질적 공공성을 실현하는 교육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사회소외계층과 더불어 교육 서비스에서 배제된 곳을 찾아가서 그들이 미디어교육을 통해 임파워먼트를 획득하고,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 그러나 찾아가는 미디어교육에서 ‘찾아가는’ 언어가 지니고 있는 시혜적 일회적 성격을 벗기에는 개념상 한계가 있다. 또, 점차 미디어 접근권이 점차 해소되어 간다고 할 때, 정보 불평등 혹은 미디어 불평등은 미디어 소유와 접근의 차이보다, 미디어를 이용하고 활용하는 능력과 문화적 격차가 높아져 갈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찾아가는’이 설정한 특정 계층에 시발점을 제공하는 의미는 점차 줄어갈 것으로 판단된다. 오히려 ‘찾아가는’이 아니라 어떻게 각 주체들이 서로 연결될 것인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이것은 이주민과 농민, 여성과 청소년, 또 다른 계층과 연령이 어떻게 미디어교육을 통해 서로 만나고 북돋우며 지역의 (미디어가 매개되는)공동체를 만들어갈 것인가를 질문하는 차원으로 옮기는 것이다. 현재 ‘찾아가는’이 확산을 위한 아웃리치 사업의 주제였다면, 이제는 아웃리치 사업의 주제 설정이 네트워크와 지원, (지역)공동체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웃리치 사업과 달리 미디어센터에서 이루어지는 문화적 교육 공간으로서 ‘상설교육’이 있다. 이 상설교육은 주로 불특정 다수를 선택하기도 하지만, 특정한 층을 대상으로 하기도 한다. 미디어센터의 상설 강좌의 대부분은 특정 미디어(영상 중심)에 대한 기술교육으로 치중된 면이 없지 않다. 이것은 미디어센터의 상설강좌에서 기술교육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기술교육 혹은 툴 중심의 교육이 교육 내용에서 제외되어서는 안된다. 다만, 이 교육이 전체 미디어센터의 교육에서 어떤 위치를 잡고 있어야 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어떤 기술을 왜 가르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또, 이 기술 강좌들은 미디어센터가 하기 때문에 다르기도 하다. 왜냐하면, 미디어센터는 대안적 혹은 독립적 미디어 활동을 증진시키는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공간이므로, 이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기술교육은 단지 기술교육만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수업만이 교육이 아니라 공간을 출입하고 생활하는 그 자체가 대안적 문화를 배우는 교육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또 산업 영역과는 다르게 미디어센터의 미디어 장비와 기술은 가장 시민들에게 다가가 있다. 이러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미디어 산업에 있는 이들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반 미디어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장비와 기술을 가장 잘 설명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전문성은 오히려 그 장비와 기술을 가장 발달시키고 있는 미디어센터에 있을 수밖에 없다.
 
2-4. 교육 내용
   미디어센터의 교육영역이 학교-사회를 걸쳐, 문화적 교육 공간으로서 운영되는 상설강좌와 아웃리치 사업으로 설정되는 교육 등을 살펴보았다. 여기서는 미디어센터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교육 내용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고자 한다.
미디어센터는 크게 세 가지 교육 내용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미디어에 대한 읽기, 쓰기, 나누기 능력을 다루는 미디어교육, 두 번째는 공공 미디어에 대한 접근과 참여를 만드는 퍼블릭 액세스 교육, 세 번째는 독립 미디어 제작자를 양성하고 활성화 시키는 독립미디어교육이다. 



   이 세 가지 교육은 엄밀하게 구분되기 보다는 서로 연결되기도 하고 겹치기도 하는데, 문제는 각 교육이 목표로 두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미디어교육이나 독립 미디어 교육을 통해 나온 교육 결과물이 액세스되기도 할 것이며, 퍼블릭 액세스 교육에서 미디어교육이나 독립 미디어교육의 내용이 사용되기도 할 것이다. 교육 목표 설정과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다시금 현재 운영되고 있는 교육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교육 내용을 수정 보완해 가는 과정을 겪어야 할 것 같다.
 
3. 미디어센터의 미디어교육 역할
 
 
   미디어 교육을 전문적으로 실행하는 기관으로서 미디어센터는 미디어교육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 네 가지 핵심 요소를 발전시켜야 한다. 교육과정(커리큘럼), 교사(양성과 재교육), 교재(개발과 배포), 교육시설 및 환경(지원 네트워크) 등이 그것이다. 교육과정은 미디어교육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배울 것인가를 만드는 교육의 핵심이며, 교사는 커리큘럼을 교육현장을 통해서 운영하고 교육참여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교재는 커리큘럼을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만드는 것이며, 교육에 따라 교사나 학습자의 상황에 따라 수정될 수 있게 구성되어야 한다. 교육시설 및 환경은 최적의 교육을 이룰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배경이 된다.
미디어교육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커리큘럼, 교사, 교재, 교육시설 및 환경 이 네 가지가 완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네 가지 핵심요소를 보다 구체화 할 수 있으려면, 다섯 가지 기능을 미디어센터가 담당해야 한다. 교육, 연구, 정책, 네트워크, 아카이브이다. 가장 우선적으로 미디어교육 실천이다. 다양하고 집중된 미디어교육을 통해서, 커리큘럼이 만들어질 수 있으며, 교사가 훈련되며, 필요한 교육시설이 확충되고, 교재가 만들어질 수 있다. 두 번째는 연구이다. 연구는 교육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을 이론적으로 정리하며, 새로운 질문을 던져주며, 교육을 질적으로 성장하게 만들어 준다. 세 번째는 정책이다. 교육과 연구를 통해 얻어진 과제는 당대 혹은 미래를 만드는 구체적인 정책을 수반하며, 새로운 정책을 통해 교육과 연구가 진흥되기도 한다. 이 세 가지는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교육은 연구를, 연구는 교육을, 연구와 교육은 정책을, 정책은 교육과 연구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실행되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교육-연구-정책이 일원적으로 이루어지는 미디어교육을 횡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네트워크이다. 교육 주체간, 기관별 네트워크 형성과 지역 단위의 미디어교육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개별적, 산발적, 비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교육을 교육 주체간, 기관별 네트워크를 통해 상호 평가하며 보완한다면 조직적, 체계적, 상호보완적 교육의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과 같이 지역간 문화(미디어)의 격차가 심한 국가에서는 지역별 거점을 통해 균형적 발전을 도모할 필요성이 있기에 네트워크의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미디어교육의 아카이브로서의 역할이다. 아카이브는 미디어교육에 관한 다양한 자료들을 수집, 보관,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서, 역사적 기록으로서의 의미와 자료 공유, 교육의 질적 성장 등의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미디어센터는 이와 같이 미디어 교육 실천, 연구, 정책 기관으로서의 기능과 네트워크와 아카이브의 기능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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