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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35호 공동체라디오] 공동체라디오방송 뜨거운 쟁점 속으로 들어가다 (2) - 안정적인 유지는 정말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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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35호 / 2006년 10월 12일

 

 

공동체라디오방송 뜨거운 쟁점 속으로 들어가다 (2)
- 안정적인 유지는 정말 가능한가?
 
하주영 (공동체라디오연구모임 ‘씨알’)


2006년 1월 23일-2월 17일 동안 세계공동체라디오방송연합(이하 AMARC)에서는 온라인 토론을 통해서 공동체라디오의 가장 큰 쟁점들에 관한 토론이 진행되었다. “발전을 위한 공동체라디오(Communitry Radio for development)”라는 큰 제목을 달고, 방송국 운영이나 법제화 등의 한 국가 내에서의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보다 폭넓은 주제들을 가지고 토론이 진행되었다. 여기에는 무려 450명 이상의 활동가가 메일링 리스트에 가입되어 있었으며, 40개국 이상의 118명의 활동가들이 서로의 의견을 나눈 대대적인 온라인 토론회였다.
이번 호가 두번째인 [공동체라디오방송 뜨거운 쟁점 속으로 들어가다]에서는 이때 논의된 주제들과 내용 중, 안정적인 유지 가능성에 대한 다각적인 얘기를 하고자 한다.



축하합니다!!
한국 공동체라디오가 드디어 법적인 자격을 획득하게 되었다. 모든 법안 사항이 그렇듯이 국회에서 언제 통과될지 알 수 없어 조마조마해 하던 법안이 9월 말에 해결나 버렸다. 아직 제도화의 길은 멀고도 험하지만 (지난 시간에 살펴본 것처럼 법 조항 하나 만든다고 모든 제도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 보다 본격적인 싸움들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에 안도감이 든다.
이번 호에 살펴볼 공동체라디오 유지 가능성은 바로 이 시점에서 봐야 할 핵심적인 것이 아닐까 한다. 시험방송 1년이 지나고 있는 시점에서 이 문제가 핵심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동체라디오의 유지 가능성
 
공동체라디오방송국 하나를 유지하려면 살펴볼 사항들이 참 많다. 단순히 기계 들여놓고 프로그램 만들어서 광고 수익 내기 위한 상업 방송이 아니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것들이 더 많은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를 나눠서 보자면, 우선 사회, 제도 그리고 재정적인 유지가능성이 우선할 것이다. 다음으로 전문성과 테크닉의 분야가 있다.
유지 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현재 운영중인 방송국에서 가장 첨예하게 다룰 수 있는 주제들이긴 하지만, 우선 일반적인 원칙의 부분들이 어떤 것들이 있어야 하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바로 논의의 시작점은 공동체라디오방송국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바로 유지의 측면뿐 아니라 조직된 참여, 해당 공동체 성원들의 참여라는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가 함께 하고 있고 이런 참여의 과정을 누가 이끌 것인지를 항상 염두해 두면서 유지 가능성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럼, 시작하면서 몇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1. 사회, 제도 또는 재정적 안정성 같은 것은 공동체라디오방송국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문제인가?
2. 누가 공동체라디오가 시작될 때 포함되어야 하며,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이끌어 가야 하나?
3. 공동체라디오라는 것은 시작부터 모든 패키지, 즉 재정, 장비, 스튜디오와 스텝 교육 등의 유지가능성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가?

이 질문들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되는가?
바로 사회적 안정성이라는 부분이다. 이 온라인 토론의 한 참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만약 이렇게 믿고 있지 않다면, 공동체라디오를 할 수 없을 겁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관심사는 재정과 재정지원의 안정성에 맞춰져 있다. 이 온라인 논의를 진행한 참가자들 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적인 논의가 계속될수록 사회적 측면이 더욱 결정적이라는 인식이 증가하게 되었다.

◇ 공동체의 지지를 모았다면, 공동체 라디오를 유지할 수 있는 안전망을 세운 셈이다.
◇ 프로그램 제작과 기획에 공동체가 참여했다면, 이를 통해서 참여자들의 주인의식을 고취할 수 있고 참여자들의 프로그램에 대한 확실한 관심을 개발할 수 있다.
◇ 공동체의 소속감은 재정 부족을 메울 수 있다. 자원활동가는 자유롭게 자신들의 시간과 물리력을 방송국에 기여할 수 있다.
 
제도적 안정성
 
기구를 만들어서 방송국의 안정을 꾀하는 것의 중요성은 이미 인지하고 있는 사항이고, 또한 공공 서비스나 문화/교육 플랫폼으로서 공동체라디오를 법제도적으로 안정화 시켜야 한다는 것도 다들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제도화는 라디오의 다른 영역에 대한 인식 그리고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세부적인 정의를 만들어내고 구별지어준다. 그러나 어떤 연구자들은 제도적인 환경이 호전될 때까지 방송국이 무작정 기다릴 필요 없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 일말의 동정심도 없는 정부와의 대면에서 바람직한 제도를 위해 싸우는 동안, 라틴 아메리카 네트워크는 그들 방송국이 허가 받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민중들은 정치적 분위기가 변화할 때까지 그저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 인도에서는 많은 주민 발의가 있었기에 제도적 정비가 불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이미 라디오방송은 시작되었다. 이런 국가에서 제도화는 공동체 기반의 주민발의가 주와 국가 수준에서 중요한 네트워크를 결성할 때 실현될 수 있다. 국제적 기구(예를 들어, AMARC, UNESCO 또는 PANOS)가 끝까지 도울 수 있다.

라틴 아메리카의 경험에서에서 볼 때 공동체라디오에 적절한 제도적 환경을 만드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나 상업 방송과 상업 네트워크, 그리고 이들로부터 힘을 얻은 정부의 지지로부터 온다고 지적하고 있다. 청취자 집단을 빼앗길 수 있다는 그리고 한국의 경우는 아날로그 주파수 설정을 이유로 반대의 의견이 있다고 이미 얘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으로 국제적 기구들 역시 제도적인 안정성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참여 프로그램을 옹호하고 커뮤니케이션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기여한다. 또한 해당 정부와의 상호 작용, 협상 등을 통해서 이런 관행적인 장애물들을 검증할 수 있다.
 
재정적 안정성
 
많은 사람들은 재정적 안정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공동체 라디오와 정규적인 재정지원 원천의 관계는 아주 미약할 뿐이다. 또한 어떤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 것으로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명확하고 민주적일 수 있다는 것도 아니다. 반면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가치있는 것이라고 여겨진다면 공동체나 정부를 막론하고 재정지원을 할 것이다. 
즉, 문제는 사회적으로 공동체 내부의 참여와 그렇게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의 중요성이 인정될 때 바로 재정적 지원의 부분도 안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한국에서 공동체라디오의 인지도나 사회적 중요성, 그리고 사회적 기능은 뚜렷하게 두각을 드러내보이지는 않고 있다. 현재 곤란을 겪고 있는 방송국 운영의 재정적인 문제의 해결과 정부의 지원을 이끌기 위해서는 바로 이 지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 밖의 안정적 유지를 위한 것들 : 전문성과 기술
 
어떤 사람들은 공동체라디오방송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없다는 사실에 고민하기 보다는 스텝 활동가들의 활동비 문제나 배치의 문제 그리고 방송 기술적인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 인력 배치에 관련한 문제도 중요하지만 이런 방식은 열의와 책임을 개발하는 것보다 전문성 담보를 개발하는 것에 더 쉽게 주목하는 것이다. 스탭들은 자신들을 기술자로 생각해서는 안되고 사회 활동가로써 그리고 참여의 과정에 있는 주체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공동체 구성원과의 관계, 약속 역식 핵심적인 것인데, 방송국 설립자는 이사회에 자원활동가의 영입을 대비하고 의식적으로 이들을 포괄하면서 능숙한 기술뿐 아니라 공동체 라디오의 목적과 이를 위한 열정 그리고 창의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한국의 공동체라디오방송이 제도화되면서 가장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이다. 무슨 말이냐면, 이런 우려는 이제 계속 진행될 사업자 선정 가운데, 기존 방송국과의 별다른 차이 없이 방송이라는 사회적 공기를 가지겠다는 욕심이 앞서거나 공동체라디오방송의 사회적 안정성이라는 부분을 간과하는 사업자들에게 있을 수 있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전문성과 기술이 덜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방송국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서 무슨 원칙을 일관되게 실행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조직의 운영에 있어서의 민주적 방식을 어떻게 만들 수 있겠느냐는 항상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하드웨어에 대해 언급하자면, 1950년대 이후 라틴 아메리카의 수천 개나 되는 공동체라디오는 전기 부족과 다른 텔레커뮤니케이션 기반산업의 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많은 사례들을 통해 모든 공동체 라디오는 자신들이 가진 문제들을 극복하고 있다. 발전 기구나 태정 에너지, 배터리 등을 활용하고 있다.)
 
도전의 특이성
 
공동체 라디오의 경험은 크게 나눠서 두 카테고리로 나눠서 설명할 수 있는데 바로 제3세계 국가(적절한 용어는 아니지만)와 유럽/북아메리카의 경험으로 얘기할 수 있다. 이 두 부류의 공동체 라디오에 대한 접근 관점이 다르기도 하지만, 해당 부류 속에서도 아프리카와 아시아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의 차이점도 존재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 세 지역에서 공동체 미디어의 발달 정도가 차이가 있고 서로 상이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 방송국이 독특한 맥락에서 작동되기 때문에 공동체 라디오에 대한 청사진을 만들 수 없다. 단지 참여의 과정을 통해서 각각의 독특한 성공 사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마디로 해당 공동체 속에서 공동체 라디오가 어떤 역할과 지위를 가지느냐에 따라서 그 독특한 특이성이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다.
 
어디로 나갈 것인가?
 
세계 온라인 토론 결과로 중요하게 설정한 것은 남반구 간의 네트워크를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언급한다. 그렇지만 한국에서의 상황은 이러한 네트워크를 구성해 경험을 공유하는 것보다 당장 우리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시급한 문제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데, 사회적인 인정과 유지가 다른 어떤 요소들 보다 중요하다는 것이고 공동체라디오방송국을 운여하는 사업자뿐 아니라 공동체라디오를 준비하고 있는 모든 단위에서는 지역 사회 또는 해당 공동체 내에서 어떤 역할과 사회적 지위를 가질 것인지 발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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