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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36호 공동체라디오] 미디어 공동체를 넘어서 : <담장 허무는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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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36호 / 2006년 11월 16일

 

 

미디어 공동체를 넘어서 : <담장 허무는 엄마들>
 
박 채 은 ( 미디액트 정책연구실 )
 
※ 이 글은 2006년 3월 성서공동체FM 자원활동가인 양금자씨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씌어졌다. <담장 허무는 엄마들> 진행을 맡고 있는 양금자 씨는 뇌성마비가 있는 장애아를 둔 엄마이다. 필자가 자기소개를 부탁하자 “우리 애 이름이 광수에요” 라며 본인 이름이 아니라 아이 이름을 먼저 얘기해 주었다. 담장 허무는 엄마들은 모든 일에 있어서 자기가 아니라 중증장애가 있는 아이가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것을 면접 시작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담장 허무는 엄마들이 겪어야 했던 서러움과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 아이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로 가슴이 먹먹해져왔다. 하지만 <담장 허무는 엄마들>을 통해 여러 사람과 아픔을 나누고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을 주는지 알게 되었다. <담장 허무는 엄마들>은 단순한 라디오 프로그램이 아니라 절실함 가득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세상과 소통시키는 창이다.

1. <담장 허무는 엄마들> 전사(前史)

<담장 허무는 엄마들>은 중증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엄마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담장 허무는 엄마들... 이름이 참 와 닿았다. 어떻게 이름을 짓게 됐냐고 물으니 엄마들이 모여 첫 기획회의를 하면서 나온 이름 중에 하나라고 했다. 장애아를 둔 엄마들에게 이 세상에 담장은 너무도 많고 그 담장을 허물어야 하는 주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엄마들이라는 생각이 이 프로그램의 성격과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엄마들이 <담장 허무는 엄마들>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장애아를 키우는 엄마들이 현실에서 뼈저리게 느끼는 사회적 차별이 너무 크기 때문이었다.

양금자 : 학교의 너무 열악한 환경 때문에 1층에서 2층 올라갈라 하면은, 그게 계단 있는 거를 밀어버리고 경사로로 만들어 놔서 거의 45도 각도였어요. 중고등부 애들이 2층에서 생활을 했는데, 1층에서 2층을 올라갈라 하면은 우야 하냐면 1층 저쪽 현관 끝에서부터 인자 요이땅 해가지고 막 밀고 탄력을 부쳐가 경사로를 밀고 올라가야 되는 거에요. (웃음) 밑에서부터 하면은 도저히 힘이 부쳐서 못 올라가니까 저쪽 끝에서부터 쫙~ 밀어가지고 올라가는 거에요. (웃음) 또 쥐가 왔다 갔다 하고 이런 상황에서 정말로 눈물 나는... (한숨) 그때 MBC에서 그걸 찍어서 1시간짜리 다큐멘터리로 내 보낸 적도 있고 그랬는데, 정말 눈물나는 상황이었거든요. 창고도 아니고... 설거지 하는 데에는 계속 쥐가 왔다 갔다 하고 뭐... 그리고 또 그 경사로를 그렇게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는 어떻게 내려오겠어요. 두 명이 뒤에서 잡아 땡기면 아(애)는 서서히 내려가지, 근데 잘못하면은 벽에 갔다 쿵 부딪혀 가지고 다리도 뿌러지고 뭐, 머리도 다치고 그런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러니까 엄마들밖에 나설 사람이 없었거든요.
양금자 씨는 아들 광수가 다니던 ‘특수학교’의 열악한 상황을 생생하게 재현해 주었다. 광수는 대구보건학교라는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다. 요즘에는 통합교육의 일환으로 장애가 조금 있는 아이들도 일반학교에 갈 수 있지만 광수처럼 중증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특수학교에 다닐 수밖에 없다. 매일 4-50분 거리를 운전해서 데려다 주고 데려와야 하는 상황, 필기도 할 수 없는 아이를 대신해서 필기 해주고, 화장실 데려가고 점심시간에는 밥도 해 먹여야 하는 상황, 1년 365일 24시간 아이와 함께 살아야 하는 엄마들에게 특수학교의 열악한 환경은 엄마와 아이들의 고통을 더욱 심화시켰다. 이 사회에서 더욱 보듬고 안아주어야 할 아이들이지만, 국가와 사회의 무관심은 엄마들과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결국 엄마들은 더 이상 누군가 이 환경을 바꿔주기를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담장 뒤에서의 눈물]
양금자 : 대구시 교육청에도 찾아가고 이래가 하다하다 안되니까 교육청이 전경을 불러서 엄마들 못 오게 완전히 봉쇄를 했었어요. 봉쇄해라 카니까 그때 엄마들이 교육청 담장을 올라간 거에요. 막는다고 우리가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으니까 담장을 올라갔는데... 비가 오니까 그 비를 다 맞고 꽹과리 두드리고 울면서... 펑펑 울었지. 그때 정말 많이 울었거든요. 우리를 만나주지도 않고, “느그는 느그 잘못으로 장애아를 키우니까 우리가 그걸 들어줄 이유가 없다.” 만나주지를 않는데... 공부를 잘하는 애들 엄마들이 가면 문을 대반 열어주잖아요. 열어주는데 여덟 번인가 교육감 면담 신청을 했는데, 만나주지를 않으니까 그 다음엔 엄마들도 그 단계를 밟고 밟고 다 올라갔는데 이게 부족한 아(애)들 엄마들이라는 이유로 무시를 당하는 거야. 무시당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 (눈가에 눈물이 맺혔는데도 애써 웃으며) 그래서 그 담장 위에 올라가 있는데 비가 오니까 돗자리 깔고 앉았던 거를 우산도 안 가져 온 상황이고 하니까 돗자리 뒤집어쓰고 “우린 이래도 안 간다.” 우리도 그렇게 보여줄 수밖에 없잖아요. 그 교육청 담장에 우리가 올라가서 두드리고 전경이 약간 허술한 틈을 타가 담장에서 뛰어 내리고...(웃음) 돌격하고...(웃음)
엄마들에게 교육청의 담장은 장애를 바라보는 이 사회의 냉대와 편견의 상징이었다. 대화하기를 원하던 엄마들의 수차례 면담 요청도 거부되고, 결국 엄마들을 맞이한 것은 ‘전경’들이었다. 담장을 넘는 엄마들의 싸움이 없었더라면 학교는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엄마들의 피눈물나는 싸움으로 교육청에서 1억도 없다는 예산을 56억이나 받아내서 새로 학교를 짓게 되었다. 그러나 ‘장애’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학교 하나 세웠다고 변하지는 않는다. 엄마들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허물어야 할 ‘담장’이 많다고 말한다.

2. '십시일반’ : 참여의 원리필자가 조사 과정에서 만난 담장 허무는 엄마들은 공동체 미디어에서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참여의 이상적인 모델을 보여주었다. 이 사례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다양하다’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역동적이고 창조적이며 자율적인 참여의 형태들이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며, ‘참여 원리’가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것도 아니었다.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더디고 오래 걸리더라도 무리해서 참여를 강요하지 않으면서 담장 허무는 엄마들의 공동체는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 
이러한 힘의 근원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가. 이것을 밝히기 위해서는 <담장 허무는 엄마들>이 만들어 가고 있는 참여의 다양한 방식들을 살펴보고, 이러한 자율적 참여의 힘들을 바탕으로 담장 엄마들이 실천하고 있는 “조용하지만 힘 있고 삶에 스며드는 싸움”의 과정들을 기술하도록 하겠다.

1) 다양한 참여 방식
밥 열 술이 한 그릇이 된다는 ‘십시일반’이란 말이 있다. 중증장애아의 엄마들이 성서공동체라디오에서 <담장 허무는 엄마들>을 만들고 나누는 모습들이 곧 ‘십시일반’이다. ‘여럿이서 함께 걸으면 한 걸음이 열 걸음이 된다는 함께 사는 삶의 이치’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엄마들이 어떤 참여의 방식들을 만들어 가고 있는지 살펴보자.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내놓고 이게 모여서 완전한 하나가 된다]
양금자 : 처음에는 20분 하기로 했거든요. 그랬는데 그 시간이 늘어가는 거에요. 아냐. 처음엔 15분 했을거야. 아마. (웃음) 15분 짜리를 한번 해보자 했는데 방송국에서 시간 구애받지 말고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봐라 해봐라 카다가 그게 1시간까지 늘었던 거죠. 4배로 는 셈이죠. (웃음) 근데 일단 시작을 하니까, 옆에서 내가 음악을 맡아서 해주께 하는 엄마도 계시고, 평상시 음악을 좋아하던 엄마. 음악 해주는 엄마 너~무 잘해주시고 계시거든요. (웃음) 완전 우리 프로를 살려주는 엄마고... 또 그동안 애에 대해서 육아일기를 써놓은 엄마가 계셨어요. 그 엄만 육아일기를 내놓겠다 해서 일기 4권인가 내놓으시고... 그게 계속 방송이 되고... 또 장애 아이를 통합교육에 받아주셔 가지고 현장에서 그 아이가 교육하는 과정을 지켜보시면서 메모를 해놓으셨던 교장선생님이 계셨어요. ‘교단일기’ 쓰셨던 선생님이에요. “이게 이렇게 방송에 쓰여질 수 있다면, 장애아 키우는 엄마들한테 도움이 된다면, 보잘 것 없이 써놨는데 기꺼이 이거 내놓겠다.” 이래서 교단일기가 나오게 되고... 또 칼럼 써주시는 분은 “그런 일에 내를 참여시켜줘서 너무 고맙다.” 이러시면서 참여하시고... 그래가 엄마들이 이래 모이고 모이고 해서 지금은.... 그리고 게시판에서만 들어와서 늘상 글만 남겨주시는 엄마도 계세요. 다른 거는 못하고... 우리는 누구 한 명이 주축이 되어서 가는 게 아니고,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역량껏, 할 수 있는 범위만큼만 자기가 가진 달란트만큼만 내놓아가 이게 모여지면 완전한 하나가 구성이 되니까...
<담장 허무는 엄마들>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은 모두 중증장애아를 둔 엄마들이다. 아이와 24시간 함께 있어야 하는 엄마들은 엄마들끼리 밥 한 번 먹을 시간 내는 것도 어렵다. 그런 엄마들이 어떻게 방송을 할 수 있었을까. 시작은 세 사람이었다. “일단 세 명만 마음이 모아지면, 그 나머지는 또 옆에 엄마들 모으면 되니까 시작을 한번 해보자”라고 의기투합한 엄마들은 바로 위에서 언급되었듯이 교육청 담장 위에서 싸웠던 그 엄마들이었다. 엄마들의 노력으로 학교를 새로 짓게 되었지만, 이후에 함께 하는 활동이 없었던 엄마들은 방송을 매개로 다시 모이게 되었다. 한 사람은 진행을 맡고, 한 사람은 구성을 맡고, 또 한 사람은 초대석을 진행하면서 <담장 허무는 엄마들>은 출발하였다. 일단 시작을 하게 되자, 이곳저곳에서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육아일기를 내어놓는 엄마, 교단일기를 주신 선생님, 칼럼을 써주는 물리치료사, 음악을 맡아준 엄마,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는 엄마들, 이런 참여들이 모여 <담장 허무는 엄마들>의 내용들을 채워 나갔다. <담장 허무는 엄마들>을 이루는 꼭지들은 이러한 참여의 결과물이다. <담장 허무는 엄마들>의 코너 구성은 다음과 같다. 코너1 가슴으로 전하는 엄마의 편지, 코너2 파워칼럼, 코너3 교단일기, 코너4 담장 초대석, 진단과 대책, 코너5 엄마의 육아일기이다. 15분으로 시작했던 방송은 얼마 되지 않아 1시간으로 늘어났다.
[작은 부분 참여하는 만큼 참여도는 높아진다]
양금자 : 구성하시는 분(나리엄마)이 전에는 대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다 썼는데, 이제는 파트별로 나누기로 했어요. 엄마의 편지 사연이 나가면 그 뒤에 느낌 멘트를 다는 것은 어느 엄마한테 내주고, 또 맺는 말 클로징은 어느 엄마한테 맡아서 써보라고 주고, 또 섭외는 누가 하고 편지 사연은 누가... 다 역할을 줬어요. 자기는 여는 글만 했으면 좋겠다. 대본 16장짜리 이런 걸 갖다가 다 혼자 하지 말고 나누면 고 작은 부분 참여하는 만큼 또 참여도가 높아지니까 그렇게 하려고 하고 있어요.
한 번 모이기도 힘든 엄마들이 1시간의 방송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의 비밀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럿이 나눠 하는 것. 작은 부분이라도 나눠서 하게 되면 그만큼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는 많아진다. 성서공동체라디오 홈페이지의 <담장 허무는 엄마들> 게시판에 들어가 보면 엄마들의 참여가 어떻게 프로그램에 녹아드는지 알 수 있다. 다른 프로그램과는 달리 담장 엄마들은 게시판에서 활발하게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다. 어떤 엄마가 사연을 올리면 그에 대한 답글이 달린다. 누구네 딸이 대학 들어간 것을 다들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서로 보듬고 감싸주고 위로하는 모습들이 게시판의 글 속에 녹아있다. 책을 읽다 좋은 글이 있으면 게시판에 올리고 또 그 글이 오프닝이나 클로징 멘트로 쓰인다. 그렇기 때문에 게시판에 글 하나 남기는 것도 참여의 한 방법이 되는 것이다.
["어~ 나는 못쓰는데..."]
연구자 : 그럼 어머니께서 규영이 어머니에게 <담장 허무는 엄마들>에 사연을 내보자 제안을 먼저 하셨어요?
양금자 : 네. 저 어머니가 힘든 상황이여서 어떡하면 좋을까 계속 그랬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니까 내가 여기에 그 사연을 한 번 내보자카니까, “어~ 나는 못쓰는데...” 이랬어요. 근데 “일단 그냥 쪼매만 쓰면, 나머지는 살을 조금 붙이면 된다.” 그랬어요. 그리고 제가 저 엄마 마음을 조금 알고 그 글에 좀 메모를 했었어요. 그래서 그걸 구성작가한테 줬더니 그걸 보기 좋게 써주셨어요. (웃음) 어젯밤에 메일로 보내줬는데 시간을 맞추니까 이 시간밖에 안돼서 지금 오게 됐어요. 근데 오는 차 안에서 규영이 엄마가 어떻게 내가 쓴 글 그냥 준데서 이렇게 내 마음을 잘 알아가 너무나 좋은 글이 되었다고 너무 신기해하더라구요. (웃음) 구성작가는 저 분을 잘 모르고, 제가 아는 상황이니까 제가 메모를 조금 해줬죠.
이번 조사과정에서 <담장 허무는 엄마들> 코너인 ‘가슴으로 전하는 엄마의 편지’ 녹음하는 것을 참여관찰 할 기회가 있었다. 학교와의 지루한 줄타기 끝에 마침내 아이를 특수학교에서 일반학교로 전학을 보낼 수 있게 된 규영이 엄마의 사연이었다. 장애아를 가진 엄마들 중에서 참여하고 싶지만 어떻게 하는 줄 몰라서, 혹은 글 쓰는 것을 어려워해서 참여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엄마들을 참여하도록 이끄는 것은 이미 <담장 허무는 엄마들>에 참여하는 엄마들이다. 애들이 장애가 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치료실에 다니면서 여러 엄마들과 관계를 맺게 되고, 또 학교에서도 다른 엄마들과 만나게 된다. 이러한 관계의 연결고리는 <담장 허무는 엄마들>의 참여를 확산시킬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가 된다. 규영이 엄마의 경우도 양금자씨와 같은 치료실에 다니면서 알게 된 사이이고, 양금자씨는 규영이 엄마에게 <담장 허무는 엄마들> 참여를 권하게 된 것이다. 이 때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참여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런 엄마들의 활동을 돕는 것은 공동체라디오방송국 사람들이다. 방송국의 자원 활동을 하는 구성작가는 엄마들이 올린 사연들을 방송할 수 있게끔 다듬어 준다. 그런데 이때에도 <담장 허무는 엄마들>의 역할은 중요하다. 처음 참여하는 엄마들의 거친 글을 같은 엄마의 심정으로서 담장 엄마들이 수정해준다. 아무리 구성 작가라고 해도 엄마들의 절절한 마음들을 엄마들만큼 잘 표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방송국은 기술적 지원을 한다. 스튜디오 녹음과 편집은 방송국 상근 활동가가 담당한다.
[억지로 들어온 사람은 쉽게 나가더라]
양금자 : 그래서 서두르지 말자. 힘에 부치면 길게 못가니까. 우리 힘 되는 역량껏, 힘 되는 대로만 하자. 이거 하느라고 애가 뒷전이 될 수는 없잖아요. 애 때문에 하는 일이니까 애도 챙겨가면서. 우리 건강도 유지가 돼야 되니까. (웃음) 하면서 너무 힘에 부쳐가 그거 하면 안되니까. 우리 건강도 챙기면서 즐겁게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사람들이 늦게 서서히 참여하더라도 무리하지 말자. 억지로 끼워 넣으면, 억지로 들어온 사람은 쉽게 나가더라구요. 그렇게 하자 그래 해서 이까지 온 것 같아요.
<담장 허무는 엄마들>에 모인 사람들은 ‘운동’이라는 대의명분에 의해 방송을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식의 이름 앞에 장애라는 수식어를 붙여서 남과 구별해서 소개해야 하는 어미의 처절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마이크 앞에 선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서두르지 않는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사람들이 늦게 참여하더라도 무리하지 말자고 얘기한다. 세상의 높은 담을 허물고 아이들을 세상에 내려놓겠다는 엄마들의 꿈은 참여의 장벽을 낮추고 참여하는 사람들을 서로 배려하는 것 속에서 실현되어 가고 있다.

2) 참여의 배경 : 왜 참여하는가?

그렇다면 <담장 허무는 엄마들>의 참여가 이처럼 활성화된 배경은 무엇인가. 왜 엄마들은 부족한 시간을 쪼개가면서 방송에 참여하는가.
[색깔 다른 즐거움...]
양금자 : 시간도 엄마들 참 맞추기 힘들어요. 애들이 큰 애도 있고, 적은 애도 있고 장애상태가 심한 애, 또 치료실 가야 되는 엄마들 이러니까 같이 모여서 밥 먹는 것도 어렵거든요. 그래서 각자 알아서 자기 할 일 해가 메일로 주고받고 게시판 들어와서 소식 알고 그러면서 또 나름으로 힘 얻었다가 또 게시판 들어와서 글 한번 남겨보고 그러면서 엄마들이 아... 이렇게... 저부터 방송하고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또 이래 하니까 생활에 액센트가 되는 그런 부분이 있어가, 우리 애한테 도움도 되면서 또 내 시간을 알차게 이용할 수 있는 부분도 있으면서... 나름으로 인간관계도 좀 더 의미 있게 엮어가고 해서 엄마들이 굉장히 좋아하고 있어요. 특히 색깔 다른 즐거움이 있어서 좋다고... (웃음)
[엄마들 표정의 변화]
이경희 : 담장 허무는 엄마들이 오면서 표정이 맨처음 왔을 때는 굉장히 어두웠었어. 근데 횟수를 거듭할수록 어땠냐면, 엄마들 얼굴이 굉장히 밝아지는거야.
[한 다리 끼봐~ 뭘로 낄래?]
양금자 : (라디오방송을 하니까) “애들 키우기 너무 힘들다. 내가 왜?” 그칼 겨를이 없어요. 그니까 엄마들끼리 단합도 너무 잘되고, 같은 일을 한다는 게. 그리고 우리가 너무 재밌어 보이나 봐요. 그래서 거기에 동참하고 싶은 엄마들은 “거 뭐가 그렇게 재밌는데?” 이라면 “한 다리 끼봐~ 뭘로 낄래?” 이래요. (웃음)
<담장 허무는 엄마들> 담당 PD인 이경희는 담장 허무는 엄마들의 표정의 변화 속에서 엄마들의 참여의 원동력이 있다고 말한다. 엄마들은 학교에서나 치료실에서 서로 힘든 얘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차피 너도 아프고 나도 아픈데 얘기하지 말자”라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침묵’은 힘든 조건에 놓여 있는 사람들에게서 자주 드러나는 심리적 현상이다. 그러나 라디오방송을 매개로 서로의 고민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소통’ 통로가 생겼다는 것이 엄마들에게는 삶의 활력을 가져다주었다. 엄마들이 혼자 간직하고 있던 얘기들을 소통함으로써 다른 엄마에게도 힘을 줄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내 아이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이 엄마들의 참여를 지속시키는 힘이었다.
엄마들이 방송에 참여하고 있지만, 엄마들은 OO엄마로 불리길 원하지 ‘MC' '방송작가’로 불리길 원하지 않는다. 한 개인의 욕심을 위해 모였다면, 다른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는 그만큼 좁아진다. 엄마들이 가지고 있는 겸손함과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폭이 참여의 문턱을 낮추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는 요인이 된다. “내가 있어버리면 담장 허무는 엄마들은 없다”고 생각하는 엄마들은, 엄마들의 고민과 자기 얘기를 해보라는 방송국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장애아를 둔 엄마로서 살아가고 장애아를 위한 방송을 만들기를 원한다.
양금자 : 내가 존재해버리면 방송이 되지를 않을 거니까. 내가 크고자 하는 사람들 아무도 없거든요. 다 겸손하고, 젤 겸손하신 분이 우리 구성하시는 분. 글을 너무 잘 쓰세요. 저 같은 경우는 생각만 있다 뿐이지 표현력이 없거든요. 근데 그 분은 단어 하나 선택하시는 데도 너무 잘 하시고 전부다 깜짝 깜짝 놀라거든요. 맺는 말에 보면 정말 우리들의 마음을 정말 잘 표현해 주세요. 그래서 정말 고마운데... <현장 특수교육>이라는 잡지에 우리 구성하시는 나리엄마의 글이 올라갔어요. 담장 허무는 엄마들이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고 뭐를 하는 건가에 대해서 글이 올라갔는데, 근데 거기서 ‘방송작가’라고 표현해 놨는데 그거를 너무 너무 싫어하는 거야. 내가 왜 작가냐고, 나는 방송작가 아니다. 그냥 방송하는 나리엄마로 참여할 뿐이지 나를 작가로 부르니까 너무 너무 부담스럽다 그러더라구요. 그래 우리가 가끔씩 놀리거든요. 맘에 안들면 “고마해~ 작가~” 이라면, “알았다. 알았다.” 자기가 싫어하는 말이니까 (웃음) 작가로 성장하는 걸 원하는 사람도 아니고 MC로 성장하길 원하는 사람도 아니고 우리가 해서 이게 실질적으로 우리 아이들한테 도움이 되기를 원하는 그 마음들이 모인 거니까, 아마 끝까지 갈 거 같애요.

3) 소통하기 : 또 다른 참여의 방법
우리가 참여 혹은 접근에 있어서 ‘일방적’ 혹은 ‘쌍방향적’이라고 구분 짓는 것은 ‘상호작용’과 ‘소통’의 여지가 있는가의 여부에 달려있다. 그렇다면 ‘참여’는 제작 과정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만들고 또 소통하는 과정 속에서도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앞서의 사례들이 제작과정에 참여하는 방법이었다면 이제 함께 듣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참여의 방법들을 살펴보자.
[CD로 함께 나누기]
양금자 :이게 한달에 한번이고, 또 성서지역에 국한되다 보니까 저도 사실 제가 녹음하고 진행을 하고 있지만 방송되는 날 그걸 들을 수 없는 상황이에요. (웃음) 고때가 애 수업 마치고 나오면 치료실로 데리고 가야 하는 시간이라서, 성서에 안 와 있으면 도저히 못 듣는 시간인거에요. 그래서 그걸 어떻게 극복을 할 건가 연구를 하다가, 그럼 CD를 제작을 하자! CD 제작을 해가 엄마들한테 줘서 자기가 편한 시간에 차에서 듣던지 컴퓨터에서 듣던 어떻게 하든지 고건 꼭 고 시간에 들어야 되는 건 아니니까, 2월에 방송한 걸 5월에 들어도 상관이 없고, 10월에 한 거를 그 다음 해 넘겨서 들어도 상관이 없으니까 일단 공유할 수만 있으면 해보자 해가지고 CD로 보급을 해가 CD로 듣는 거에요. CD로 들으니까 엄마들 반응도 굉장히 좋고...
1W 밖에 안 되는 출력은 <담장 허무는 엄마들>의 목소리가 더 멀리 퍼져나가는 것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방송을 만드는 엄마들도 성서지역에 살지 않는 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집에서 방송을 들을 수 없다. 물론 방송이 집에서 나온다 할지라도 학교로 치료실로 뛰어야 하는 엄마들에게 편성 시간이 정해져 있는 방송을 듣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바로 CD 만들기였다. 엄마들이 방송을 하는 것은 ‘방송을 통해 장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적인 인식을 바꾸어 나가고 더 나아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세상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대우받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의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던 만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엄마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한달에 한번 방송이 나가고 나면 CD를 2-300장 정도 제작해서 주변 엄마들과 학교 선생님, 방송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그리고 이 CD는 또 다른 참여를 가져오는 매개가 된다.
[애들은 내가 다 볼게. 가서 방송해라]
양금자 : CD 보급하는 엄마 따로 있구요. 표지 만들어주는 엄마도 있어요. (웃음) CD를 주면, 어떤 사람들 같은 경우는 그냥 열심히 들어주는 엄마가 있으면 들어주는 것만 해도 고맙다고 하고, 어떤 엄마들은 한 단계 나가서 “CD제작은 어떻게? 돈은 누가 내냐고?” 우리가 이렇게 이렇게 해서 한다고 하면, 나도 얼마만큼 참여를 하겠다. 그걸로 라도 참여를 하겠다고 해서 온라인으로 CD 값 부쳐주시는 엄마, 또 애들 교육하시는 선생님은 엄마들 힘내시라고 CD 한 장 당 후원금조로 주시는 선생님도 계시고 해서...
제가 방송에 참여하고 하니까 저희 반 엄마들이 참여를 많이 하세요. 기획위원에 여러 명이 나와 계시니까. 기획회의 하는 날 엄마들이 방송국에 와버리면, 남아 있는 엄마가 나머지 아이들 다 책임지고 돌봐주시는 거에요. 우리 반에 늘상 와계시는 할머니가 계세요. 엄마가 일을 하시니까. 할머니 같은 경우도 엄마들 회의하러 가라고 방송하러 가라고 나머지 애들은 내가 같이 보께 하시면서 다 같이 봐주세요.
엄마들의 참여와 나눔이 가장 돋보이는 건 실제 방송에 참여하지 않는 엄마들의 참여다. 엄마들은 방송 기획회의를 하거나 녹음을 하기 위해 주로 점심시간에 방송국에 온다. 그럼 옆에 엄마가 밥 먹여주거나 할머니가 해준다. 너희는 가서 방송을 해라, 내가 너희 아이도 봐주겠다 하는 식이다. 어떤 엄마는 자기는 글 쓰는 게 안되니까 CD를 팔겠다 하기도 하고 자기는 다른 건 못하니까 돈이라도 내겠다 하기도 한다. 이 엄마들 중에서는 들어주고 공감하는 것도 중요하고.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정도,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함께 듣고 공감하는 것도 참여하는 거지요.]
양금자 : 우리 방송 나가는 거 CD로 해서 차에서 듣거든요. 제 꺼를 모니터할 때도 있고, 음악이나 구성 이런 게 어떻게 돼야겠다 싶어서 들으면, 육아일기 부분에 보면 음악을 굉장히 개구쟁이 음악으로 깔았어요. (웃음) 그래 가지고 아이 육아일기 얘기를 들어보면, 그 내용 중에 뭐가 있었냐면, 유치원 다닐 때 유치원에서 오줌을 쌌는데 엄마가 “너 유치원에서 왜 오줌 쌌어?” 하니까 “싸고 싶어서 쌌지!” 이렇게 얘기한거에요. (웃음) 그러니까 꼭 지하고 똑같거든. “나하고 똑같애.” 그러면서... (웃음) 그래서 야는 차타면 육아일기만 틀어달라 이거야. 말도 많이는 못하는 상황이니까, “육아일기 틀어주세요. 육아일기 틀어주세요.” 지도 방송에 같이 참여하고 있는 셈이지예. ‘육아일기에 나오는 현준이의 이야기를 우리 집에 있는 짱구하고 똑같다. 우리 집에만 짱구가 있는 줄 알았더니 누구 집에도 짱구가 있네’ 이렇게 글 올렸다 이라면은 “둘다 똑같애~” 하고 공감하고... 현준이 같은 경우도 너무 좋아한대. 자기 엄마 목소리가 방송에 나오니까... 그리고 음악하시는 엄마는 그 엄마대로 배경음악을 뭘 깔아야 될까, 중간에 삽입하는 음악을 뭘 깔아야 될까 그거를 차를 타고 왔다갔다 하는 중에 그집 아이하고 같이 들으면서 “이거 좋아? 다른 애들이 좋아하겠니? 이건 어때?” 이런대요. (웃음) 애하고 같이 공유를 하고... 애들은 또 그런 식으로 참여하고... 다들 아는 목소리 나오니까 좋아하고...
아이들도 방송에 참여한다. 담장 허무는 엄마들의 아이들은 중증장애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들의 조건 상 방송에 직접 참여하기는 힘들지만 엄마들이 만드는 방송을 듣고 함께 웃고 얘기하면서 방송의 참여자가 된다. 의사 표현하는 것도 서투르고 어려운 아이들이지만 자기가 아는 사람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마냥 신기하고 재미있다. 자기랑 비슷한 아이의 얘기에 관심을 가지기도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그 노래만 틀어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다른 엄마들의 얘기를 듣고, 자기와 같은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살아가는 얘기를 듣는다. 그런데 이 과정이 마냥 즐거울 수 없다는 것을 다음 글을 통해 확인할 수가 있다.
[담장 허무는 엄마들 게시판에서]
작성 : 이피디 2006-04-27 22:17:11
제목 : 오늘 녹음을 하면서...

오늘 민정이 엄마의 새로운 육아일기 녹음이 있었는데요...
녹음 들어가기 전에 훑어본 첫 일기부터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곧이어 분홍색 점퍼를 입은 민정이와 어머니가 환하게 웃으면서 스튜디오로 들어오셨고...
민정이는 여느 아이들처럼 주조정실에 들어와서 엄마가 녹음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민정이 어머니가 일기를 읽기 시작하는데,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있던 민정이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습니다...
특수학교를 졸업한 민정이, 아무 곳도 갈데없는 민정이와
하루 종일 함께 지내야 하는 엄마의 이야기가 민정이를 울렸습니다.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담장엄마들 녹음할 때마다 모든 사연과 글이 참 마음이 아프지만,
오늘은 엄마의 심정을 듣고 울고 있는 민정이가 너무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한편으론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엄마와 아이(이제 민정이는 20살이니까 더 이상 아이가 아니죠...)가
서로가 힘들 것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짐작을 하고 있고,
그래서 더욱 힘들다는 표현을 서로에게 할 수 없는 조건이었을 겁니다.
서로가 힘들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
그건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정말 형벌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번 규영이의 경우는 힘든 과정을 겪었지만 그래도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저는 잘 몰랐습니다.
엄마들이 녹음을 하고 시디를 구워서 아이들과 함께 들을 때 그 심정이 어떤 건지
오늘에서야 짐작이 갔습니다...
그래서 민정이 어머니가 이 방송에 참여하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던 것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3. '담장 허물고 울타리 넓히고’ : 공동체의 확장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는 <담장 허무는 엄마들>이라는 프로그램을 ‘살아있게’ 만드는 가장 큰 자양분이다. 어떤 대안미디어 혹은 공동체 미디어에서도 이처럼 다양한 참여의 방식들을 만들어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장 허무는 엄마들은 중증지체장애가 아닌 다른 장애를 겪는 엄마들의 참여로 확대하고 있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한다.
[중증 장애아만을 위한 방송은 아니거든요]
양금자 : 좀 아쉬운 점은 <담장 허무는 엄마들>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우선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부터 하다보니까 지체장애 엄마들이 많아요. 거의 지체장애를 겪는 어머님들이신데... 좀더 다른 장애 겪는 어머님들이 참여하실 수 있었으면 좀 다른 이야기... 자폐를 가진 어머니도 참여하고, 정신지체 가진 어머니도 참여하고, 시각 장애, 청각 장애 가진 아이들 어머님들이 좀 참여하시면 좋겠는데 그거를 넓혀가는 게 지금 상황에서는 지금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벅차가지고... (웃음) 그걸 못 넓혀가 그게 안타까워요. 참여를 하려면 시간을 맞춰야 되니까 좀 어렵고...그런 부분들이 젤 아쉬워요. 장애가 지체장애만 있는 것도 아닌데...
담장 허무는 엄마들이 느끼는 안타까움은 이 방송이 지체장애아만을 위한 방송이라고 여겨질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장애를 가진 아이 엄마들의 목소리도 함께 담는 것이 필요하다는 고민에서 비롯된 것일 게다. 그러나 다른 장애를 가진 엄마들의 방송참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해서 이 사람들을 소외시키고 있는 것은 아니다. 더 넓은 틀에서 바라보면 “중증장애인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 오면, 그 보다 장애가 덜한 사람들은 더 살기 좋은 세상”일 것이므로 엄마들의 방송은 궁극적으로 모든 장애아동 엄마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광의의 참여 전략일 수 있다.
엄마들이 만들어낸 미디어공동체는 이제 현실의 공동체를 만드는 활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방송이라는 온라인에서의 참여가 지역이라는 오프라인에서의 참여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관계는 매우 긴밀하고 상호 작용적이다.

[담장 허무는 엄마들 ‘지회’를 만들자!]
양금자 : 12월 달에 학교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고민했던 용훈이 어머니가 계세요. 저희 집이 여기서 1시간 거리에 있는 경산지역이에요. 그러니까 완전 동쪽 끝에서 서쪽 끝으로 온 셈이거든. 근데 시지에 용훈이 어머니가 사시는데 경산 가깝고 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광수엄마, 이게 전국 곳곳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니까 내가 “전국까지 바라지 말고 시지 경산지역 담장 허무는 엄마들 지회를 만들자.” 해가지고, (웃음) 그래서 시지 경산지역 엄마들 모임을 따로 했어요. 시지 경산 지역 <담장 허무는 엄마들>! “대표는 용훈이 엄마가 하세요” 하니까 “내가 기꺼이 하겠다.” 해가지고, (웃음) 그 어머니가 대표 하시고. 그리고 얼마 전에 노는 토요일 날, 경산지역 어머니들이 8분이 모이셨어요. 구미에 계시는 어머니도 오시고... 그날은 통합교육에 참여하시는 어머님들 8분들만 모이셨는데, 통합교육을 안하고 특수학교 보내는 시지 경산에 사는 어머니들은 고 다음에 모이기로 했거든요. 그것만 해도 인원이 참 많아요. 그래가 지회를 한 군데 만들어 놨어요. (웃음) 그래가 우리 기획할 때 용훈이 어머니가 그 쪽 편 대표로 참여를 하시고... 그래서 우리 그런 지회를 여러 군데 만들자하고 있어요.
[전국에 담장 허무는 엄마들의 공동체를...]
양금자 : 담장 허무는 엄마들이 전국 방방곡곡에 울려퍼졌으면 정말 좋겠다. 그리되면 참말 좋은데... 성서지역민만이 아니고 이게 퍼져나갈 수 있다면 좀더 넓은 곳으로... 이 공동체의 목소리가 퍼져나가고... 우리가 지금은 대구에 거주하는 장애아를 키우는 엄마들, 가깝게는 저희 지체장애 엄마들이긴 하지만, 하여튼 장애아를 키우는 주변에 있는 엄마들의 공동체가 더 넓게 퍼져 나가가지고는 전국에 있는 장애아를 키우는 엄마들이 담장 허무는 엄마들로 같이 뭉쳐가 좀 더 큰 공동체가 되었음 좋겠어요.(웃음)
[우리가 담장을 허물어서 울타리도 넓히고 아름다운 세상도 만들어 가고...]
양금자 : 처음에는 성서라디오공동체라고 하는데 ‘공동체’가 뭔지 잘 모르고 시작했어요. (웃음) 근데 하다 보니까 재미가 있으니까 참여하고 있어요. 우리가 재밌어 보여야 다른 사람들도 나도 좀 해보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고. 그래서 점점 공동체가 커져 나가는 것 같아요. 진짜 울타리 넓히듯이... 담장만 허무는 게 아이고... (웃음) 그래가 우리가 담장을 허물어서 울타리도 넓히고 아름다운 세상도 만들어 가고 그래야 안되겠나 생각해요.(웃음)
공동체라디오방송이 엄마들을 모이게 하는 계기를 주고 엄마들의 목소리가 나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면서 <담장 허무는 엄마들>이라는 공동체가 만들어졌다. 처음엔 공동체가 무엇인지도 잘 몰랐던 엄마들은 방송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공동체가 무엇인지, 함께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하나씩 배워나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는 ‘자식보다 하루 더 살고 죽어야 한다는 자조적이며 비관적인 엄마로 머물지 않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힘겹지만 외롭지 않은 싸움을 진행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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