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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37호 공동체라디오] 부산지역 라디오 액세스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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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37호 / 2006년 12월 7일

 

 

부산지역 라디오 액세스 현황
 
정 순 영 (부산MBC 퍼블릭액세스 운영협의회 운영위원)
 
 
“라디오시민세상” 시작의 출발과정
 
지금 “라디오시민세상”은 부산지역에서는 유일한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이다. 기존 방송에서 소외된 목소리가 소통될 수 있는 소중한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시작은 다소 엉뚱하게(?)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방송위원회의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설립이 확정되고 부산지역은 ‘퍼블릭액세스’라는 의미가 비로소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 이전까지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부산민언련) 주최로 가진 관련 토론회와 시민영상제 등이 꾸준히 이어져 왔지만 전체 시민사회에서 화두로 떠오른 건 아무래도 방송위원회의 ‘시청자미디어센터’ 설립이 촉매제가 되었다.
부산민언련 내부에서는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가 지리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데다 대규모 미디어센터로 설립될 예정이었으므로 보다 지역민과 밀착될 수 있는 소규모의 미디어센터 설립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마침 MBC의 지역 미디어센터가 속속 들어서고 있을 때였기 때문에 부산MBC 관계자들과 접촉했다.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보고 접촉했으나 예상외로 당시 부산MBC 관계자들은 회의적이었다. 방송사 입장에선 방송위원회 시청자미디어센터와의 비교 혹은 경쟁을 우려했다. 아무래도 대규모 미디어센터에 사람들이 더 몰리지 않겠느냐 하는. 물론 예산부족도 거론되었으나 부산MBC의 규모로 볼 때 사실 이것이 결정적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논의는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 편성쪽으로 옮아갔다. 당장 미디어센터 설립은 불가능하지만 액세스 프로그램은 시행해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손쉬운 라디오 방송을 먼저 시작하고 일정 기간 이후 TV쪽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당위적 측면에서 지역 방송사들에게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의 편성을 요구하긴 했지만 이처럼 전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생각지 못했고 부산지역에서 액세스 프로그램이 활발히 제작되어 오던 형편도 아니었기 때문에 ‘과연 매주 방송을 할 수 있을 것인가’하는 상당한 부담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요구에 의한 출발은 아니었지만 부산지역에서 본격적인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이 처음으로 생겨났고 ‘미디어센터’라는 충격 이후 지역사회에 ‘시청자 제작 프로그램’이라는 두 번째 충격을 주었다. 실체가 없는 가운데 막연히 외치던 ‘퍼블릭 액세스’라는 의미가 이제 지역사회에서 보다 쉽게 다가서게 된 것이다.
 
“라디오시민세상” 제작 운영 방식
 
프로그램 제작에 앞서 부산MBC와 두 가지를 합의하였다. 우선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 운영에 관한 공적 기구로서 운영협의회를 만든다는 것과 제작실비를 부산MBC에서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운영협의회는 프로그램 접수, 선정, 제작비 지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권한과 책임을 갖도록 했고 방송사와 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구성방식으로 공공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부산MBC 퍼블릭액세스 운영협의회”가 구성되었고 이 기구 운영을 위한 규정도 만들었다. 만일 프로그램에 문제가 발생하면 방송사 등의 일방적인 의견에 따라 결정되지 않고 우선적으로 운영협의회를 열어 해결해 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지역의 여러 활동가들과 뜻있는 학자 등이 모여 프로그램 포맷을 정하고 “라디오시민세상”이라는 프로그램명도 정했다. 방송사와의 논의 끝에 단독 프로그램으로 방송하기로 하고 매주 30분씩 방송하고 있다. 제작을 지원할 제작지원팀도 구성했다. 경험이 전무한 상황에서 시민 혹은 시민단체들이 방송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관련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제작지원팀은 퍼블릭 액세스의 취지에 공감하는 영상활동가, 현직 방송작가, 영상제작 경험이 있는 대학생 등으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단순히 프로그램 제작을 돕는 데서 그치지 않고 퍼블릭 액세스의 의미와 프로그램의 성격에 대해 설명하고 제작 전 과정을 돕는다. 그러나 제작지원팀은 말그대로 ‘지원’까지만 한다. 충분히 의논하고 수정작업에도 참여하지만 대본은 해당 단체에서 직접 쓰도록 하고 취재, 인터뷰의 과정도 해당 단체에서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이런 과정을 통해 지역사회에 액세스 역량을 축적해 나가기 위해서다.
일반 시청자 혹은 시민단체에서 아이템 신청이 들어오면 간사단체를 맡고 있는 부산민언련에서 정리하여 운영협의회를 통해 정해진다. 그리고 제작지원팀이 해당 단체와 연계하여 제작에 들어간다. 대본과 관련 취재가 마무리되면 정해진 녹음시간에 라디오 스튜디오에 제작지원팀과 제작단체 그리고 출연자, 부산MBC의 담당 PD가 모여 최종 녹음과 편집 작업을 한다. 편집 과정에서도 필요한 부분을 잘라내는 작업은 해당 단체 담당자가 직접 하도록 하고 기술적인 지원은 담당PD가 맡아서 해주는 형식으로 제작은 진행된다. 아직은 기술 부분을 온전히 방송사에 의존하는 셈이다. 그러나 지난 2005년 10월 29일 첫 방송 이후 1년 넘게 “라디오시민세상”은 한 번의 방송사고 없이 안정적으로 방송되고 있다.
 
“라디오시민세상” 활동의 변화 과정과 의의
 
초기 방송제작에서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일반 시청자들에게도 개방되어 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는 시민단체 중심으로 제작되고 있다. 제작지원팀이 아무리 “퍼블릭 액세스”의 취지를 설명해도 항상 바쁜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만들어 주기를 원했고 그것을 당연시하기도 했다. 
방송 신청이 적어서 곤란할 때도 있었다. 프로그램이 많이 알려진 상태도 아니었고 초기 방송은 토요일 아침시간에 방송되어 방송시간대도 그리 좋지 못했기 때문에 자발적인 신청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제작지원팀 활동가들과 간사단체인 부산민언련 활동가들은 대체로 지역 시민사회에 두루 관련이 있었고 아이템을 만들어 내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프로그램의 참여도를 높여내기 위해 부산MBC와 운영협의회는 지역 시민단체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가지기도 했고 꾸준한 운영협의회의 요구로 방송시간대가 평일 저녁 퇴근 시간으로 옮기게 되었으며 방송도 회를 더해가면서 자발적인 신청이 점차 늘어났다. 특히 한번 방송을 경험해본 단체들은 해당단체의 유력한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때문에 2~3회 이상 제작하는 단체가 생겨날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전체 제작현황을 살펴보면 특정단체들이 중복 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매우 다양한 주제와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첨부자료 참조)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없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라디오시민세상”은 적어도 지역 시민사회가 기존 언론에서 소외된 다양한 주제를 방송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창구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라디오 액세스” 활동의 성과와 한계
 
방송 이후 올라오는 다양한 청취자들의 의견을 다시 방송에 적용하고 이런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는 열린 방송으로 지역사회 공론장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 “라디오시민세상”의 목표 중 하나였다. 그러나 첫방송 이후 청취자의 반응은 말그대로 썰렁했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까지 별 변화가 없다. 다소 예민한 주제를 방송해도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거의 의견이 올라오지 않았고 간혹 방송사로 걸려오는 항의성 전화가 전부였다. 이점은 운영협의회 회의 때마다 논란거리였으나 보다 듣기 좋고 세련되게 만들어보자는 의견과 보다 생활적인 지역사회 의제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의견들이 오고갈 뿐 진전은 없다. 물론 실명제 홈페이지의 한계도 있겠지만 지역사회에 의제를 제기하고 토론을 이끌어내기엔 뭔가 역부족인 면이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지난해 APEC은 부산의 모든 것이 아펙으로 통할 정도로 일방통행이었다. 적극적인 반대운동이 펼쳐지고 있었지만 신문과 방송은 아펙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과 홍보성 광고를 쏟아내고 있었던 때였다. 이런 가운데 11월 “APEC의 두 얼굴”이란 주제로 방송이 나갔을 당시 사실상 지역 언론에서 처음으로 아펙의 부정적인 이면을 방송을 통해 알려냈다. 긴급 운영협의회를 열고 방송 타당성을 검토할 만큼 당시로서는 예민한 주제였으나 이 또한 청취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가정이지만 아펙이라는 주제를 놓고 연속기획으로 다뤘다면 사정은 좀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특정내용으로 방송을 연속한다는 것이 구조상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말그대로 방송에서 소외된 목소리가 방송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낸 것, 굳이 성과를 논하자면 그 정도가 아닐까. 시민들과의 적극적인 소통 이것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한편, 이 라디오 액세스 활동은 지역의 퍼블릭 액세스 운동의 구심이 되고 있다. 구체적 행동으로 액세스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제작지원팀을 중심으로 모이고 있고 직접 제작지원팀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활동가들 사이에는 일정한 네트워크가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을 중심으로 앞으로 열릴 TV 액세스를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 TV 액세스를 위해서는 활동가들이 더 많아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활동가들이 갑자기 자기복제를 하지 않는 한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가 설립되고 각종 미디어교육이 활발해지면서 교육생들도 무수히 배출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활동가로 결합할 수 있는 사람이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는 자체 제작단을 구성할 계획이지만 이것이 활동가 재생산 방식이 되기에는 한계가 많다. 결국 기존 활동가를 재편하는 정도에 머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TV든 라디오든 액세스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람의 발굴이 관건이라고 보여진다. 노동, 여성, 인권 등 부문별 근거를 두고 TV 액세스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제작단이 여러팀 조직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교육도 필수다. 일반 시민들에 대한 교육은 기본으로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향후 전개되는 미디어센터나 단체별 교육의 내용은 구체적인 제작단의 구성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미디어센터는 이러한 활동가 혹은 제작팀의 근거지가 되고 원활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기존 활동가들을 센터로 불러모아 제작단으로 재구성하는 것은 단기적 영상물 제작에 성과물을 남길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활성화’는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제작 프로그램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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