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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35호 공동체라디오] 성서공동체 FM 개국 1년, 짧고도 긴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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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35호 / 2006년 10월 12일

 

 

성서공동체 FM 개국 1년, 짧고도 긴 세월
 
정수경 ( 성서공동체 FM 대표 )

1. ‘어! 벌써 1년이에요?’,  ‘1년 밖에 안 됐어요?
 
개국 1주년을 맞아 기념행사 몇 가지를 준비하고 성서 지역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대구지역 전역에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다.반응은 두 가지이다. ‘어! 벌써 1년 되었어요’ 와 ‘1년 밖에 안 됐어요?’‘어! 벌써 1년이에요?’는 1년이란 세월이 그다지 길지 않다는 일반적인 반응이었다면 ‘1년 밖에 안됐어요?’의 반응은 우리 방송국과 방송으로 혹은 사업으로 결합된 성서지역 단체들의 반응이었다. 부지런히 지역을 누비고 다닌 결과가 아닌가 자평해본다.성서공동체 FM 개국 1년은 짧고도 긴 세월이었다.
 
2. 적은 출력을 온몸으로 경험한 1년
 
개국 1년은 적은 출력을 온몸으로 경험한 1년이었다.반응이 즉각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힘 빠지는 진행자와 특히 MD를 들고 밖으로 취재를 나가는 제작진들을 가장 곤혹스럽게 하는 것 중 제일 큰 문제가 출력이다.‘성서공동체 FM을 들어봤어요?’‘아! 사거리에 있는 방송국요. 간판보고 주파수를 맞춰봤는데 안 잡히던데요’‘TV에서 봤어요. 우리는 안들리데요’‘....’
‘누나 우리 공장에 안들려’‘누나 부산에 왜 안들려’‘누나 해표사료까지 밖에 안들려’방송국인데 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들을 수 없는지, 왜 한국정부는 출력을 올려주지 않는지를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이주노동자들의 반응이다.담당 PD를 늘 곤혹스럽게 하는 반응이다.
1년 동안 방송국의 인지도는 높아져 있으나 들리지 않는 곳이 너무 많아 제작진을 힘 빠지게 한다. 아무리 소출력이라도 이 정도는 너무하다. 
우연히 동네 치킨집에 치킨을 배달시켰는데 치킨집 아저씨 ‘선거방송한다는 플래카드 보고 맞춰 보니 방송이 나와서 방송 들어 봤어요.’ 간혹 들어오는 이런 반응은 방송 하는 사람들을 긴장시킨다.
 
3. 엄마들이 주도하는 방송, 우리 방송국 보다 유명한 엄마들 
 
우리 방송국에는 2개의 엄마그룹이 있다.중증장애인을 키우는 엄마들이 방송하는 프로그램인 ‘담장허무는 엄마들’과 주민발언대 프로그램의 ‘좋은 도서관 만들기 성서지역 엄마모임’이 그것이다.이 두 프로그램의 공통의 특징은 평범한 엄마들이 방송의 주체들이자, 문제해결의 주체들이라는 점이다. 방송 소재의 특징상 평범한 엄마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강력한 그래서 진정성이 그대로 담겨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그리고 이 두개의 프로그램은 공동체 라디오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래서 공동체 라디오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주기도 하고 공동체 라디오가 걸어야 할 어떤 지향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간단히 소개 해보자.중증장애인을 키우는 엄마들의 방송인 ‘담장허무는 엄마들’은 한달에 한번 1시간씩 방송한다. 기획도 구성도 진행도 섭외도 모두 엄마들이 직접 한다. 십시일반 힘을 나누고 보태 방송을 한다. 방송한지 1년을 넘어서고 있다. 많은 변화를 경험한다. 엄마들이 스스로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여기서 삶의 희망을 본다. 장애인과 통합교육을 하는 일반학교에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가 없었는데 사건의 당사자인 용훈이 엄마의 노력과 담장허무는 엄마들이 뛰어 다녀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였다. 그리고 이 계기를 통해 성서지역과 정반대의 지역에 위치한 대구 시지라는 지역에 담장허무는 엄마들의 지역모임을 결성했다.이외에도 크고 작은 사건을 해결한 것이 많다.중증장애인을 키우는 엄마들이 방송한다는 일종의 호기심(?)으로 언론과 방송에 우리방송국 보다 많이 보도되었다. 엘리베이터 설치 사건으로 또 한 차례 방송과 언론에서 취재를 하기도 하는, 방송국과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우리 방송국의 또 다른 작은 방송국이다.
주민의 힘으로 성서를 바꾸는 프로젝트 ‘주민발언대’ 프로그램은 2006년부터 신설된 프로그램으로 성서지역의 현안을 발굴하고 주민의 힘으로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취재해 방송으로 내보내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4월부터 주민발언대에서 성서지역에 공공도서관 만들기를 방송소재로 정하고 현재까지 방송하고 있다.성서지역에 공공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결성된 모임이 ‘좋은 도서관 만들기 성서지역 엄마모임’이다. 이들 또한 평범한 주부들이며 엄마들이다. 그리고 성서지역주민들이다.펑범한 엄마들이 좋은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녔다.성서지역에 도서관이 필요함을 역설하기 위해 인근도서관의 실태조사, 5 ․ 31지방선거에 후보자들에게 질의응답, 3,000여명이 넘는 지역주민들의 서명 등 이 모든 과정을 30여명의 엄마들이 주체가 되고 이들이 이 내용을 방송으로 보낸다.그리고 최근에 대형사고(?)을 쳤다.‘성서지역 공공도서관 설립을 위한 주민토론회’를 ‘좋은 도서관 만들기 성서지역 엄마모임’과 ‘성서공동체 FM'이 공동 주체로 하여 만들었다. 구청장도 부르고, 구청관계자도 토론회 발제를 맡기고, 발제도 직접하고, 인천의 좋은 사례도 모으고 해서 100여명이 모여 토론회를 하였다.토론회를 마치고 엄마들이 평가회를 하였다.‘우리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니 신기하고 뿌듯했다’ 와 ‘성서지역 뿐만 아니라 대구지역 전체와 전국적으로 이목이 집중되어 책임감이 느껴져 어깨가 무겁다’ ‘지역주민들이 언제 구청에 이렇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전달한 적 있었냐. 기분 좋았다’ 등의 반응이었다.이런 활동을 시민사회단체도 아니고 도서관 운동을 하던 사람도 아닌 도서관이 필요한 직접적인 당사자인 평범한 엄마들이 움직이다 보니 언론과 방송에서도 반응이 적극적이었다.토론회 소개뿐만 아니라 도서관 설립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까지 대구 지역뿐만 아니라 중앙언론, 다른 지역 언론까지 관심을 보여 어느새 전국적으로 유명해져버렸다.이 엄마들 또한 방송국보다 유명하다.
두개의 프로그램과 엄마들을 보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경험한다. 2개의 프로그램 모두 주류방송에서는 꿈도 꾸지 못하는 방송이며 그래서 공동체 라디오만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다. 주류 방송에서 주목하지 않는 장애인을 키우는 엄마들, 그리고 그들이 방송의 주인공이 되는 것, 하나의 소재를 4개월에 걸쳐 취재하는 프로그램인 주민 발언대 그리고 평범한 주민들이 해결의 주체가 되는 것, 공동체 라디오만이 할 수 있는 방송이다. 방송과 방송 밖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역설적으로 표현하면 공동체라디오가 할 수 있는 혹은 해야 하는 그리고 하고 싶은 것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목소리 높이지 않고 낮게 말하면서도, 그리고 사람들과 천천히 사귀면서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 방송이기 때문에 가능하고 공동체 라디오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을 1년 동안 배우는 과정이다.
 
4. 우리 방송국의 또 다른 방송국 : 이주노동자 방송
 
개국 1주년 행사를 준비하면서 제일 감동적인 것은 이주노동자들이었다.한국 사람들이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건 그들이 1주년을 기념하는 방식이다. 그들에게 방송국 1주년은 그야말로 1살 생일에 버금가는 잔치날이다. 와룡공원에서 이주노동자 행사하는 날 ‘생일 축하합니다’ 라고 케잌에 불 밝히고 축하하는 장면이 영상에서 그리고 밴드에 맞춰 목청 높이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부른다. 그 장면을 보면서 ‘이들은 1주년이 정말 기쁘고 진심으로 축하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왜 한국 정부는 출력을 올려주지 않는지 묻고 또 묻는다. 많은 사람이 들었으면 좋겠는데 들을 수 없는 게 어느 누구보다 안타까운 이들은 그만큼 이 방송국이 절실하고 1주년이 감격스럽다. 내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말이다.
 
5. 1주년을 맞이하며
 
1주년을 맞이하여 우리 방송국에 1년 동안 출연한 동네주민들이 800여명 쯤 된다. 전화 인터뷰로 방송에 출연한 것이 아닌 직접 주민들을 찾아가서 탐방, 취재해서 방송 출연한 동네 주민들이다. 공동체 라디오는 이게 자산이다. 떠나고 채워지지만 성서공동체 FM에는 9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있다.이제는 호기심의 방송이 아니라 방송국 전체 운영에도 관심을 가지는 자원봉사자들, 공동체 라디오의 의미와 방송의 긴장과 재미를 적절히 즐길 줄 아는 자원봉사자들, 방송을 통해 사회활동에 관심을 가지는 자원봉사자들,이게 우리 방송국의 자산이다.1년은 세월의 길이로는 짧지만 세월의 무게로 측정하자면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었다.공동체 라디오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그리고 아직도 안개 속을 걷듯 미래가 불투명하지만 그래도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호기심 많은 매체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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