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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38호 해외단신] 10만원으로 만드는 라디오 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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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8. 1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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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38호 / 2007년 1월 9일

 

 

10만원으로 만드는 라디오 방송국
 
김 지 현 (ACT! 편집위원회) 
 
 
저렴한 비용을 들이고서도 충분히 라디오 방송국을 만들 수 있다. 지금 인도에서는 대학생 세 명이 모여 “서류가방 라디오(suitcase radio)”를 만들고 있다. 이 서류가방은 단지 12kg에 불과한 초경량 라디오 방송국으로서 제작비로 5,000 루피 즉, 우리나라 돈으로 \104,200원 정도를 들였을 뿐이다. 물론 물가의 차이를 고려해야겠지만 그래도 너무나 저렴한 비용임에는 틀림없다. 이 서류가방 라디오 방송국의 송출 반경은 약 15km이고 제작에 사용된 재료는 모두 지역시장에서 마련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라디오 방송국은 대학 기숙사에서 사용되어 학생들 사이에서 꽤 인기를 끌곤 했었다. 대학 외부에서까지 신청곡 요청이 들어올 정도였다고. 흥미로운 점은 교수들이 이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저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도에서는 1995년 인도 대법원이 정부 뿐 아니라 일반 대중도 라디오 송출에 관한 완전한 권리를 가진다는 판결을 통과시킨 사례가 있긴 하지만 아직도 일반인이 라디오 방송국을 운영하는 것은 불법이다. 다만 2002년 12월부터 시행된 공동체라디오 가이드라인 정책에 따라 교육기관도 라디오 방송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불과 한 달 전인 2006년 11월 16일에서야 시민사회 및 비영리 단체들에게도 공동체라디오를 개방하는 정책이 발표되었을 뿐이다. 

이 서류가방 라디오는 아날로그로 제작되지만 제작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약 20,000루피(한화 약 417,200원)이면 CD 플레이어, 카세트 플레이어, 4채널 믹서, 마이크 2개, 그리고 안테나 케이블로 이루어진 디지털 FM 라디오방송국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어느 곳이든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하나의 독자적인 라디오 방송국이 될 것이다.

제작자들은 그들이 사용한 기술이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으며 자신들은 단지 거액을 들이지 않고서도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종류의 실험과 혁신은 인도의 다른 지역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가령 인도 전역의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한 어떤 세미나에서는 4개의 언어로 세미나 내용을 생중계하기 위해 4개의 라디오 방송국을 운영한 적이 있다. 이 라디오방송국을 제작하는 데에는 각각 단돈 50루피(한화 약 1,000원)가 들었을 뿐이다.
뿐만 아니라 몇 년 전이기는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시장 현황을 조사한 닉 누겐트(Nick Nugent)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수치를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대학의 전문 지식과 다목적 전자제품 시장에서 산 부품을 이용하면 약 2만 6천원으로 5와트 라디오 송신기를 만들 수 있고, 주파수 탈선(frequency wander)을 방지하는 PLL locking 장치를 장착한 송신기는 약 20만원 정도면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또 간단한 안테나를 키 큰 대나무 막대기에 꽂아 세울 수도 있는데 이 경우 750원이면 충분하다. 기상조건 때문에 일년에 여러 번 교체해야 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일부 방송국들은 비싼 파이프나 철탑보다 대나무를 선호한다.
아울러 약 10만원이면 5천 원짜리 마이크와 4만5천 원짜리 믹서, 그리고 CD 플레이어로 음악과 대화를 라이브로 방송할 수 있는 라디오 방송국을 만들 수 있다. 한편 음악을 연주하고 저장하기 위한 컴퓨터도 모니터와 하드 디스크를 갖춘 기본적인 펜티엄 I은 10만원 미만, 40 기가바이트 하드 디스크를 갖춘 펜티엄 IV는 37만원에 살 수 있다. 좀더 세련된 장비를 갖춘 대학 라디오 방송국은 총제작비로 약 92만원을 들였고, 자바 지역의 한 방송국은 초기 투자비용으로 약 160만원을 들여 거의 '첨단'의 수준에 도달했다고 한다. 닉은 시장조사 결과 수백, 아니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도달하는 라디오 방송국을 만드는데 100만원도 채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저가 장비의 등장은 어떤 지역의 누구든지 라디오 방송국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즉 모든 시민이 이 미디어 혁명에 동참할 수 있는 것이다. 물가 및 시세 면에서 우리나라의 사정과 어느 정도 차이가 있겠지만 내년부터 비영리단체 및 공동체 집단에게 공동체라디오 방송국을 개방할 우리나라에서도 이들에게서 긍정적인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바란다. □

참고자료: 
1. Shubhranshu Choudhary, "Suitcase Radio in Rs 5000", 2006-12-09
http://www.cgnet.in/Med/suitcaseradio
2. Nick Nugent, "Radio station for Rs 5,000", 2006-12-06
http://www.cgnet.in/Med/crnugent

추천 기사: 
안병천, “믿거나 말거나 30만원으로 라디오 스튜디오 제작하기~?!”, <ACT!> 제34호, 2006년 8월
http://www.mediact.org/web/research/apply.php?mode=emailzine&flag=emailzine&subno=1708&subTitle=공동체라디오%20/%20TV&keyno=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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