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39호 / 2007년 3월 7일
사람이 있는 ‘만화경의 미디어역사’ | |
윤상길 (꿈꾸는 미디어史家, cyrus92@dreamwiz.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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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뒤척임 : 미디어 개념의 확장 ![]() 문제는 여기서부터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그 특정한 작용을 규정하기에는 너무도 다양하여, ‘감정을 전달하는 것’ 일수도 혹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일 수도 혹은 ‘상품을 전달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세심한 독자들이라면 문제가 그리 복잡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 ‘특정한 작용’을 어떤 것으로 상정하든지 간에, ‘양쪽 사이에 존재하는 사물’이라면 일정정도 그것은 미디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이해할 경우, 그 특정한 작용을 신의 뜻을 전달하는 것으로 상정하게 되면, 신과 사람 사이를 중재하는 목사나 점쟁이 또한 미디어라 할 수 있다. 물론 인간주체인 나와 외부세계 사이에 위치해 있으면서 세상의 소식을 전해주는 신문이나 방송이 미디어인 것은 더할 나위도 없다. 따라서 만약 미디어 개념을 엄격성을 요구하는 보수적인 학술 언어로 이해하려 들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미디어라고 생각지 않았던 것들이나 혹은 미디어란 말 대신 다른 말로 표현했던 것도 미디어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 두 번째 뒤척임 : 미디어의 역사? 역사 속의 미디어? 그러면 왜 미디어의 역사를 보려고 하는가? 아니 다시 질문하면, 왜 미디어 개념을 좀더 확장하여 이해해야만 하는가? “역사는 승자들의 역사이다”라는 혹자의 말처럼, 과거에 일어난 사건들에 대한 역사가들의 해석은 그 역사가가 몸담고 있는 현재시점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권력관계를 반영하게 된다. 쉽게 말하자면, 한 사회 내의 권력층을 대변하는 역사가는 그 권력층의 이해관계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역사에 대한 인식(흔히 줄여서 ‘역사인식’)은 비록 과거에 대한 인식이기는 하지만 역동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현재의 삶에 대한 인식이기도 하다. 따라서 역사적 작업은 (이미 지나가 사라져 버린 無化된 과거를 복원하는 작업이 아니라) 과거를 지나 현재 속에 와 있는 과거, 즉 현재의 본질을 이루고 있는 과거를 파악하는 작업인 것이다. 여기서 다시 질문을 해보자. 그러면 왜 우리는 여태까지 ‘미디어의 역사’라고 하면 주로 ‘신문의 역사’, ‘방송의 역사’만을 생각해 왔는가? 다소간의 단순화의 오류를 무릅쓰고 얘기하자면, 그 이유는 바로 이 미디어들이 주로 지배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미디어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지배층의 이해관계에 복무하는 미디어들의 과거만이 주로 선택되어 파악될 수밖에 없는 반면, 지배층의 이해관계에 반(反)하는 미디어들의 과거는 서술될 필요성조차 없게 되었던 것이다. ![]()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미디어’ 개념을 확장하여 그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단순히 과거에 간과되어왔던 미디어들을 살펴보는 것을 넘어서, 현재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올드미디어가 가졌던 혁명성을 복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행히도 (디지털문화의 등장이 아날로그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듯이) 인류사회 속에서 미디어의 역사는 완전한 대체의 방향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 축적의 방향으로 진행되었기에 이러한 작업은 충분히 가능하리라 믿는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미디어의 역사는 미디어 그 자체의 궤적을 살펴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인간사회의 역사 속에서 미디어가 어떻게 활용되었는가를 살펴보는 작업이다. 다시 말하면, 진정으로 의미 있는 미디어의 역사는 ‘미디어 그 자체의 역사’가 아니라, 사회 속에서 인간들이 그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하였는가의 역사인 것이다. 따라서 그 역사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생되는 일종의 변화무쌍한 만화경을 이룬다. 드디어 우리는 두 번의 뒤척임 끝에 ‘미디어의 역사’라는 잠에 빠져 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꿈 속에서 인류 최고(最古)의 미디어인 소문(rumor)을 접하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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