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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호 연재] 디지털 모바일, 테크놀로지에서 문화와 미디어로, 그리고 새로운 사회운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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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 acteditor 2016. 8. 1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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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미디어 활용 전략 1

 

디지털 모바일, 테크놀로지에서 문화와 미디어로, 
그리고 새로운 사회운동으로

 


조두영 (미디액트 정책연구위원, <ACT!> 편집위원회)

 

사례 1.


2002년 10월 26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당시 이라크에 대한 침략 전쟁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던 부시 행정부에 대해 반대하는 반전 평화 행진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반전과 평화를 목놓아 외쳤지만 뉴욕 타임즈 같은 주류 언론들을 통해서는 그런 목소리가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이러한 주류언론의 태도에 실망한 사람들 중의 하나가 <브라이트패스비디오(BrightPathVideo)>라는 정보통신-미디어운동 단체의 웹마스터인 존 파룰리스(John Parulis)였다. 2003년 1월 18일로 계획된 또 다른 반전 평화 행진을 앞두고, 주류언론을 믿을 수 없었던 파룰리스는 많은 사람들에게 평화 행진을 알리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인터넷을 통한 실시간 동영상 생중계를 생각해냈다. 그리고 실시간 중계를 위한 가장 저렴하고 간편한 방법으로 PC캠과 무선 인터넷 테크놀러지를 선택했다.

행진의 실시간 중계를 위해 먼저 파룰리스와 <브라이트패스비디오>의 스텝들은 소형 PC캠 카메라와 무선 랜카드가 설치된 노트북 컴퓨터로 무선 인터넷 중계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무선 인터넷 hotspot의 위치를 알려주는 802.11hotspots.com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샌프란시스코의 마켓가를 따라가는 평화 행진의 예정 루트 근방 7개 지역의 핫스팟 존을 선정하여 각 핫스팟존마다 PC캠과 노트북 컴퓨터로 만든 간이 무선 인터넷 중계시스템을 설치하여 행사 당일 <브라이트패스비디오> 사이트(http://www.brightpathvideo.com)와 샌프란시스코 IMC(http://sf.indymedia.org)를 통해 평화 행진을 생중계했다. 이날 파룰리스의 평화 행진 인터넷 생중계를 본 사람은 약 60만 3천명이나 되었다.



 

사례 2.


반전시위가 한창이던 2003년 3월 20일, 샌프란시스코 IMC를 비롯한 각종 반전사이트에서는 미 전역에서 열린 반전시위에 대한 최신 소식들이 다음과 같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오후 6시 47분, 프레몬트가로 향하는 진입로가 시위대에 의해서 차단되었다.’  

 

‘밤 8시, 6천명의 대오가 카스트로와 마켓가에 있다.’

 

‘밤 10시, 500명이 하워드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이러한 소식들은 반전활동가들 뿐만 아니라 시위에 참석한 일반 시민들에 의해서 웹사이트에 올려진 소식들이다. 시민들은 자신들의 핸드폰이나 무선 인터넷과 연결된 노트북 컴퓨터, PDA 등을 통해 현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을 직접 반전운동 사이트에 올릴 수 있었다. 또한 이렇게 웹사이트에 올려진 최신 소식들은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핸드폰 SMS(short message service) 서비스를 통해 시위 현장에서 동시에 받아볼 수 있었고, 시위 참가자들이 현장의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다. 따라서 시위대들은 집결장소의 즉각적인 변동을 알아내거나, 경찰들의 폭력을 피하거나하는 식으로 시위 투쟁에 있어서 유리한 지점을 선점할 수 있었다.

이렇게 휴대폰 SMS를 사회운동에 활용한 사례는 2003년의 샌프란시스코가 최초는 아니다. 휴대폰 SMS가 저렴하고 대중적인 연락수단이었던 필리핀에서는 이미 2001년 1월의 반 에스트라다 시위에서 휴대폰 SMS가 위력을 발휘한 예가 있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새로운 미디어, 새로운 사회운동의 등장을 위하여


위와 같은 최근의 사회운동 사례들을 보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특징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① 기존의 주류미디어가 아닌 대안적인 미디어를 통해서 사회운동 이슈에 대한 정보들을 접한다는 점. 특히 각종 인터넷 언론이나 대안 미디어 단체들을 통해서 많은 정보들이 교류되고 있다.

② 이슈파이팅에서 시작해서 실제적인 조직 행동 사이의 기간이 굉장히 짧아졌다는 점. 실제로 올 초 미국의 반전투쟁에서는 부시 미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있은 그 날 밤 온라인으로 논의가 이루어져 바로 다음날 아침에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③ 실시간 인터넷 생중계나 휴대폰 SMS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현실감 넘치는 투쟁 현장의 정보들이 현장 내외의 사람들에게 기동성 있게 전해진다는 점.

④ 이렇게 많은 정보들을 공급하는 주체가 바로 시위에 참가하는 활동가뿐만이 아닌 그 사회이슈에 동의하는 수많은 일반인들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새로운 경향을 이끄는 주동력은 바로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테크놀로지와 문화의 발전, 특히 무선 인터넷과 같은 모바일 네트워크와 디지털 캠이나 디지털 카메라와 같은 모바일 미디어의 발전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길거리에서도 디지털 카메라와 PDA,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을 발견하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들에게는 자신들이 촬영한 이미지 작업을 위해 어두컴컴한 암실로 갈 필요가 없다. 생생한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바로 카메라에 담아 바로 그 자리에서 노트북을 통해 이미지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선 인터넷의 도입은 이들에게 자신들의 작업을 바로 그 자리에서 전세계의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핸드폰을 중심으로 하는 모바일 네트워크의 발전이다. 이를 통해 전송되는 것은 단순히 음성 정보만은 아니다. 텍스트 정보부터 시작해서 화상정보, 동화상 정보까지도 전송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핸드폰에 소형 디지털 카메라가 장착되어 자신이 찍은 화상정보를 여러 사람들과 공유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디지털 미디어 기술의 발전은 대중들로 하여금 스스로 미디어의 제작, 소통에 참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기존의 소수만이 제작, 소통 체계에 접근할 수 있었던 주류미디어의 영향력을 조금씩 해체하고 있으며, 그 영향력은 지배계급 및 주류 미디어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회변혁운동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앞에서 열거한 미국의 반전투쟁 사례들처럼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기술과 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일상적인 디지털 미디어 활동을 어떻게 사회변혁운동에 접목시키게 할 수 있을까하는 점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은 이런 사람들이 상시적으로 다양한 사회적인 이슈에 접근할 수 있고, 자신들의 제작물들을 공유함으로써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맞는 제작, 소통 구조를 스스로 구축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이러한 공간의 구체적인 상이 진보적 인터넷 언론이든, 아니면 IMC와 같은 좀더 열린 공간 모델이든 간에 이렇게 ‘미디어를 가진 대중들’을 새롭게 조직하는 일은 대안 미디어, 혹은 대항 미디어의 진지 구축,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운동의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게 하는 하나의 중요한 발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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