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44호 / 2007년 8월 10일
“문화 방해(Culture Jamming)”와 문화 해방
by 메이와 Jeff Lazar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고속도로 옆에 있는 거대한 광고판과 텔레비전 광고에서 한 다국적기업은 우리에게 “Life's Good(인생은 즐거워)”이라고 이야기한다. 매혹적으로 들리는 이 문구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한다. 또한 누군가가 “인생은 즐거워” 혹은 “즐거운 인생”이라는 문구를 말할 때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LG 또는 LG가 만든 제품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Life's Good"이라는 문구를 접할 때 당신은 이것이 어떤 뜻인지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인생은 정말 즐거울까? 누구를 위해 즐거울까? “인생을 즐겁게” 한다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고용 불안정과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착취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삶이 즐겁단 말인가? LG는 “Life is Good”이라는 문구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으려고 하지만 현실은 어떤지 말하지 않는다.
현실은 “Life's Good”이라는 로고처럼 아름답지 않다. LG는 폴란드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기업이다. 올해 LG 공장에서 일하는 폴란드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하려 하고 있다. 낮은 임금, 장시간 노동,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이다. 많은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다가 쓰러졌고 심지어 근무 중 사망하는 사건들도 발생했다. 이에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노동조합을 결성한 노동자들을 해고할 뿐 그들의 요구는 들어주지 않고 있다.
http://libcom.org/news/death-industrial-action-and-firings-lg-electronics-poland-02052007
문구를 수정해보자
LG에서 일하는 폴란드 노동자들에게 사는 것은 즐겁지 않다 “Life is Not Good”. 이럴 때 우리는 “Life is Good”이라는 문구를 “착취하는 인생은 즐거워” (EXPLOITING Life is Good)나 “착취 받는 인생은 힘겨워” (Life is NOT Good for irregular workers)라고 바꿀 수 있다. LG 기업의 노동자 착취는 끊임없이 이윤을 추구하려는, 전세계 도처에 있는 모든 기업에서 일어나고 있다. 기업이 감추는 현실은 기업이 생산하는 이미지와 다르다는 것을 이 사례는 잘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이 기업의 문구나 이미지를 비꼬아 그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원래 의도에 정반대되는 내용을 창조하여, 기업의 이미지를 손상하거나 감춰진 현실을 폭로하는 것을 문화방해(culture jamming)라고 한다.
풍자로 다국적 기업의 어두운 면 부각
문화방해 “Culture jamming”라는 용어는 누군가가 자신들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라디오 전파를 방해하는 데서 생겨났다. 문화방해의 기본적인 개념은 기업의 선전 문구를 그 기업에 불리하도록 바꾸는 것이다. 즉 기업이 전달하려는 이미지를 부정하고, 기업의 부정적인 단면 또는 감춰진 현실을 들추어내는 창조적인 표현인 것이다. 문화방해자는 현 사회에 소비적이고 군사적인 문화가 넘쳐난다고 주장한다.
이는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자유를 빼앗고 사람들을 착취하며 환경을 파괴하기 때문에 문화방해자들은 현 사회체제에 저항해야 한다고 믿는다. 어떤 문화 방해자는 매스 미디어를 속여 미디어가 그/그녀의 문화방해 메시지를 전파하게 한다. 또 다른 이들은 그들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미디어 공간을 만든다.
전세계에 기업 광고는 우리가 이용하는 모든 공공장소에 넘쳐난다. 그래서 지하철 또는 버스를 타거나 길거리를 걸어 다니는 모든 일상 생활공간에서 우리는 광고를 접할 수밖에 없다. 보도, 건물, 학교와 같은 공공 영역에서 광고는 넘쳐나고, 상업적 메시지만을 허용하는 쇼핑몰과 대형 상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광고대행사 “영 앤 루비캠”에서 일하는 로고 만능주의자들은 “주류 브랜드는 이 사회를 움직이는 가장 거대한 힘”이며 “상표명은 새로운 종교다”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또한 “나이키 같은 상표들은 초기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가 가진 열정적인 자세로 ‘삶의 의미와 목표’를 전파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이에 대항하여 문화방해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주류 문화에 대한 공격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나오미 클라인 '노 로고') 문화방해는 기존에 굉장한 영향력을 가진 브랜드나 로고 같은 상징들을 이용하여 주류 문화를 공격한다. 그래서 문화방해가 갖는 효과는 기업의 브랜드 가치만큼 영향력이 크다. 킬러코카콜라가 하나의 예다. 콜롬비아에 있는 코카콜라의 한 공장에서 코카콜라는 노동조합간부들을 살해하는 만행을 저질렀는데, 이러한 사실을 안 문화방해자들은 www.killercoke.org (살인자 코카콜라) 웹사이트에 콜롬비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코카콜라의 부도덕한 행위들을 유포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코카콜라의 만행은 단숨에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고, 코카콜라와 코카콜라 상표명은 큰 타격을 입었다.
문화방해는 광고파괴(문화방해적 요소를 광고에 집어넣어 광고가 상징하는 의미를 변형시키는 행위), 게릴라 연극, 길거리 예술, 핵티비즘 (정치적, 사회적 목적을 위해 웹사이트에 들어가 해킹을 하거나 서버를 다운시키는 일련의 행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칼리 라슨과 빌 슈마즈는 1989년 캐나다 벤쿠버에서 소비 중심주의를 반대하기 위해 애드버스터 미디어 재단이란 비영리 단체를 설립했다. 그들은 스스로를 “정보화 시대에 새로운 사회 활동을 추구하는 예술가, 활동가, 작가, 풍자꾼, 학생, 교육자 그리고 기업가들의 전지구적 네트워크”라고 소개한다. 애드버스터는 소비 중심주의와 연관된 수많은 정치적, 사회적 문제점들을 다루고 있다. 전세계에 걸쳐 12만 부가 발행되고 있으며 운영은 전적으로 독자 후원으로 이뤄진다. 애드버스터는 또한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그리고 “일주일동안 텔레비전 시청하지 않기” 등의 다양한 캠페인을 국제적으로 진행한다. 애드버스터는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을 촉구하기 위해 기업이 생산해낸 상품화를 비꼬는 방식을 택한다.
(http://en.wikipedia.org/wiki/Buy_Nothing_day)
게릴라 연극- 폴리툴기
“예스맨”은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두 명의 정치 예술가이며 문화 방해를 하기 위해 WTO와 유사한 가짜 단체들을 만들었다. 그들은 다우 화학의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이라고 하는 “다우에식스” 라는 가짜 웹사이트를 만든 후 유포했다. 다우 화학은 당시 인도 보팔 지역에서 벌어진 끔찍한 화학 폭발 사고를 책임지고 있던 유니온 카비드를 인수한 상태였다. 영국 국영방송 BBC는 예스맨의 주장을 믿고서 다우 에식스 대표라고 자칭한 예스맨 중 한명인 주드 피니스테라를 인터뷰했다. 전세계로 방영되는 생방송에서 그녀는 보팔 지역에 있는 피해자들에게 120억 원을 보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날 생방송은 전세계로 퍼졌고 주식 폭락으로 다우 화학은 20억 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었다. 다우 화학은 주가를 회복하기 위해 보팔과 관련된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보상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자, 세계 각지에서 다우 화학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어 큰 곤욕을 치러야 했다. http://www.theyesmen.org/
지리 버블 프로젝트
뉴욕에 사는 지리는 공공장소를 독차지한 채 다른 이가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빼앗아, 광고로 도배하는 기업의 행태에 염증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누구라도 자신이 원하는 메시지를 넣을 수 있도록 포스터나 광고에 말풍선을 집어넣었다. 기업의 일방적인 메시지를 사회적 의미가 있는 대화로 바꾸는 것이다.
www.thebubbleproject.com
입 닥치고 물건이나 사!?- 이 문화 방해는 쇼핑하는 사람들을 아무 생각 없이 길게 줄지어 서 있는 로봇들에 비유하여 소비문화를 비판하고 있다.
광고판 해방 프로젝트는 다정다감한 광고의 겉모습 너머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 광고판의 “품격”을 높인다. 미국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 “단결”을 강조하는 광고 문구 “우리를 위대하게 하는 것? 미국 (성조기)”는 “우리를 위대하게 하는 것?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버는 것입니다.”로 바뀌었다.
http://www.billboardliberation.com/
바비 인형 해방 전선은 소비주의에 반항하는 단체다. 그들은 말하는 바비 인형과 G.I 군인인형을 구입하여 목소리 작동방법을 서로 바꾼 후 포장을 다시 해 장난감 가게에 재비치 한다. 장난감을 사러 온 아이들은 목소리가 바뀐 인형들로 “복수는 나의 것”이라고 외치는 바비 인형과 “꿈에 그리던 결혼식을 준비하자”라고 말하는 군인인형을 만날 수 있다.
전염성 있는 미디어 프로젝트 창시자, 조나 패리티는 “착취공장”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맞춤형 운동화를 나이키에 주문했다. 나이키 홍보부서는 그런 표현은 “비속어”라며 거절했다. 추측컨대, 그들이 메일로 주고받은 대화내용은 전세계에 알려졌다. 그러는 동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국제 정보 행동 센터는 아시아에 있는 착취공장에서 나이키가 자사 제품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며 나이키를 또 한 번 고소했다. 이제 사람들은 나이키하면 착취를 떠올리게 된다. 기업과 정부가 전달하려는 문구가 감정에 호소하고 윤리를 강조하는 멋들어진 광고일수록 문화 방해자는 그 힘과 영향력을 역이용하여 체제를 조롱하고 위협하는 작품을 만들어낸다. 사람들은 “마음대로 해 (Just do it)”라는 로고가 붙은 신발을 아직 구매하지만, 베트남에 있는 아동들을 나이키가 “마음대로 착취” 하도록 돕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다.
문화는 전세계에 걸쳐 놀라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가져오는 편리함을 받들어 문화는 사유화, 기계화 그리고 상품화되고 있다. 반면 이러한 체제에서 벗어나 있는 문화는 소외되거나 체제에 통합돼 결국 사라진다. 상업적 미디어와 대중오락 영역은 소비 충동을 억제하는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없앤 환경을 만들어낸 후 사람들을 그 안에 가두고 있다. 시민들은 감세정책, 퇴직연금 같은 소비 지향적 메시지 또는 특정 사회집단을 대상으로 한 정책들에만 수동적으로 반응한다. 문화방해는 공공의 삶을 자본이 소외시키는 것에 반발하는 정치적인 의사소통이다. 문화방해는 기업의 일방적인 메시지나 정부의 선전을 단순히 따르는 것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자신의 문화를 끊임없이 생산할 수 있는 전략이다. 우리를 수동적으로 만드는 쇼핑과 투표에서 벗어나자. 그리고 기업과 정부가 일방적으로 문화를 생산하는 기존의 구조를 엎어 우리 스스로를 표현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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