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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47호 현장] “장애인 별곡”이 끝날 때까지

이전호(78호 이전) 아카이브/길라잡이

by ACT! acteditor 2016. 8. 1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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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별곡”이 끝날 때까지


고수정(춘천영상공동체)

9월 13일, 그 날 상황은 전혀 예기치 못한 것이었다. 강원도 교육청 현관 앞에서 15일째 천막을 치고 농성 중이던 강원도의 장애인 부모들과 전국의 장애인 단체들이 낮12시 집회를 열었지만 물리적으로 충동할만한 아무런 일도 계획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교육청 정문에서 열린 집회는 현관 앞으로 이동해 마무리 되었다. 
연대를 위해 달려온 집회참가자들 다수가 자신의 공간으로 돌아갔고, 장애인 부모들은 새끼줄에 소망이 담긴 글이 적힌 색색의 리본을 묶고 있었다. 늦은 점심을 먹어야 했고, 그런저런 사소한 일상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 때, 한 여성 장애인이 휠체어를 탄 채 현관 앞으로 갔다. 
“화장실 가게 문 좀 열어주세요.” 
그러나 현관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유리문 안에 서 있던 노란점퍼 차림의 교육청 공무원 십 수 명은 그저 보고만 있을 뿐 아무도 문을 열지 않았다. 활동보조인과 강원도 장애인 부모 몇몇이 현관 앞으로 가서 문을 열어달라고 했다. 문을 흔들며 “이 분 화장실 가자는 건데, 문을 왜 안 열어?”라고 외쳤지만 묵묵부답이었다. 
모두 포기하는 듯 현관문에서 멀어졌다. 강원도 교육청 건물 안의 장애인화장실은 농성 15일간 단 한 번도 개방된 적이 없었다. 아니, 강원도장애인교육권연대가 출범식을 하던 6월 7일부터 교육청의 화장실 사용은 금지되어 있었다. 
부모 한 분이 현관문으로 다가가 ‘안 열어주면 우리가 열고 들어가겠다’며 칼을 구멍에 맞춰 돌려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건물 안 화장실을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누군가 ‘그래서 열리겠냐? 쇠톱으로 잘라야 할 것’이라고 말하자, 또 다른 누군가가 작은 쇠톱을 구해왔고, 활동보조인 한 분이 의자에 올라서서 잠금장치에 톱질을 하기 시작했다. 톱질로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 사이 현관문 안에는 경찰들이 배치되었고, 바깥에는 장애인부모들과 장애인들, 남아있던 집회 참가자들이 모여들었다.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한참의 대치상태가 계속되었다. 밀고 또 밀어 마침내 열린 문. 경찰들이 막아서자 부모들이 경찰들 머리 위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교육청 여직원들이 나와 부모들을 제지했다. 
마구잡이 연행 작전이 시작된 것은 그 때쯤이었다. 휠체어에 타고 있던 장애인이 출동하던 경찰들에 의해 넘어지고, 교육청 앞마당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한 편에서는 경찰에 의한 연행, 다른 한편에서는 교육청 직원들에 의한 천막 철거가 감행되었다. 부모들은 울분을 터뜨렸다. 눈물을 흘리면서 몇 남지 않은 천막 물품을 지키려 하던 부모들을 교육청 여직원들이 나서서 들어냈다. 여섯 명의 교육청 여직원들에 의해 팔다리가 들려나가면서 부모들은 몸부림쳤다. 그 날 밤, 부모들은 교육청 밖에 버려진 이불을 들여와 하늘을 천정삼아 현관 앞에서 잠을 청해야 했다.

‘화장실 별곡’은 그 날 상황을 담은 짧은 영상이다. 놓친 부분도 많지만 곳곳에서 벌어졌던 경악할만한 일들 중 일부가 카메라에 담겼다. ‘화장실 별곡’을 UCC로 올린 이유는 소박했다. 강원도 장애인 부모들이 만든 카페가 ‘다음’ 사이트에 있었고, 농성에 참가하지 못한 부모들에게 그 날 상황을 전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9월 16일이 되어서야 UCC로 공개된 ‘화장실 별곡’은 순식간에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갔다. 네티즌들의 분노가 2만이 넘는 조회 수와 700에 이른 와우 수, 수많은 댓글로 표현되었다. “댓글을 잘 안올리는 편인데 이건 너무하군요. 방금 강원도교육청에 가서 한마디 남겨놓구 왔습니다. 여러분들도 동참하시면 좋겠어요.(joy)” ?
교육청 홈페이지는 네티즌들의 항의글로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마침내 9월 19일, 강원도교육청은 장애인부모들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는 합의문에 서명했다.

물론 강원도교육청으로부터 합의를 이끌어낸 힘은 ‘화장실 별곡’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다. 장애인부모들의 흔들림 없는 의지와 행동이 강원도교육청을 움직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GTB(강원민방) 등 일부 언론은 누구보다 충실하게 교육청 상황을 전달해주기도 했다.

장애인부모들이 농성을 시작한 것은 누가 봐도 당연한 것이었다. 강원도 장애인들의 교육여건이 너무도 열악하기 때문이다.
춘천을 예로 들어보자. 춘천에는 특수학급이 있는 중학교가 단 1곳뿐이다. 유치원 역시 단 1곳뿐. 고등학교에는 특수학급이 없다. 장애유형별 특수학교가 춘천과 원주, 강릉, 속초, 태백에 모두 7개 있는데 2~3시간씩 통학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특수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들은 인근 학교에 특수학급을 설치해 줄 것을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장애학생들이 방과 후 갈 곳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농성에 참가했던 어떤 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를 수업이 끝나면 사무실로 데리고 가 근무를 하면서 아이를 돌보기도 했다. 
강원도장애인교육권연대는 6월 7일 출범 후 20개의 요구안을 교육청에 전달했다. 교육청의 답변서는 장애인부모들이 만족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특히 특수학급 신설에 관해 교육청은 3명 이상 수요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강원도에는 산간지방에 흩어져 있는 소규모 학교가 많다. 학교운영의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는 ‘학생 수’는 강원도의 교육환경을 취약하게 하고 있는데, 소규모 학교 통폐합 추진도 그 중 하나다. 강원도교육청은 특수학급 신설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장애학생 수가 적으니 다른 학교로 가라. 집에서 멀어도 할 수 없다.’ 장애인 부모들이 아이들을 집 근처 학교에 입학시키려 할 때 들었을 그 말들은 얼마나 큰 절망감을 주었을까? “장애인에게 교육은 생명이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의 어머니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장애인들에게 교육권은 생명권이라는 것이다. 하루라도 교육을 받지 않으면 퇴화되는 장애인들에게 특수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주려고 한 장애인 부모들의 노력은 농성으로 이어졌다.

농성장을 방문했을 때 부모들은 화가 나 있었다. 
“교육청 건물 안 장애인화장실을 못 쓰게 해서 항의했더니 차고지 안 화장실을 장애인화장실로 쓰라네요. 하도 기막혀 사진 찍어 두었습니다.” 
교육청 공무원들의 장애에 대한 인식은 무지에 가까운 것이었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좁은 화장실 안에 설치된 좌변기를 어떻게 사용하라고?

부모들이 사진을 찍고 항의하자, 교육청은 다시 좌변기를 차고지 안 남자 변기 사이에 설치했다. 차고지 화장실은 남녀 공용이지만 농성 시작 전까지는 남자들이 이용하던 곳이다. 그 곳을 드나드는 사람이 남자들인 탓에. 그리고 화장실 양쪽으로 난 바깥문은 대체로 열려 있었는데, 화장실 바깥에 남자들이 있어 문을 닫는다고 해도 아무렇지 않게 드나들기 힘든 곳이었다.

강원도교육청에는 특수교육을 전담하는 ‘과’가 없다. 유아?특수교육과에서 특수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장애아동을 돌봐야 하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농성을 시작하자, 부모들의 절망적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기적인 행동’으로 매도했다. 그리고 급기야는 결석하는 학생들 명단을 파악하기에 이른다. 
부모들은 그러한 상황에서도 교육청 안으로 들어가 농성을 한다든지 하는 적극적인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다. 협상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부모들은 17일부터 단식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던 것이다. 
‘왜 화장실조차 개방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강원도교육청은 ‘교육감실을 점거할 지도 몰라’ 그랬다고 한다. 천막농성이 진행되는 동안 농성장은 어머니들과 장애자녀들이 지키고 있었다. 저녁이 되면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교육청 현관문은 밤낮 가리지 않고 언제나 굳게 닫혀 있었다. 
집회가 있던 9월 13일도 그랬다. ‘점거 농성할까봐’ 교육청 공무원들은 현관문을 굳게 걸어 잠근 채 팔짱을 끼고 지켜보기만 했다. 장애인 화장실을 사용하자고 벌어진 시위를 빌미로 천막을 부수고, 부모들을 강제로 들어냈다. 
장애인 부모들이 15일간 농성을 하면서 느꼈을 고통과 절망감은 ‘화장실 별곡’에 담겨 있지 않다. 그러나 짧은 순간 교육청 공무원들이 보여준 태도는 그것을 짐작하게 한다. 
합의문이 작성된 지 두 달이 다 되었다. 강원도 교육청은 합의문을 통해 수요조사를 해서 특수학급을 늘이기로 했고, 장애학생과 보호자의 통학 편의를 위해 예산을 확보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전히 부모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강원도교육청이 약속을 지키고 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에서, 한국에서 ‘장애인 별곡’은 언제나 끝날까? 언제면 장애인들이 교육권과 이동권, 생존권을 획득할 수 있을까? 언제면 우리가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올 때까지 더 많은 카메라가 쉼 없이 그들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내기를 바란다. 그리고 더 자주 그런 작품을 만나기를 기대한다. 나 역시 그러기를…….

(장애인부모의 시)
사랑하는 아이야

이정희

아이야 
니가 잠들어야 내게 오는 평화는 
오늘은 이제 그만 쉬어도 좋다는 서글픈 안도감이란다. 
아이야 
니가 꿈꾸어야 내게 오는 평화는 
육신의 고됨과 정신의 지치움이 
잠시 마음을 놓는 초라한 휴식이란다.

의심치 않았던 환희로 내게 왔던 너 
그러나 이제는 
비명으로 통곡으로

피 토하는 울부짖음이 되어버린 너. 
이 세상 한켠에 
낮고 어두운 또 하나의 세상이 있다는 걸 알려 준 너.

너의 이름 첫 자만 떠올려도 눈물이 난다. 
한나절의 자유조차 허락 받지 못하고 
평범한 세끼의 행복조차 버거워해야지만 
그래도 엄마는 니가 너무 사랑스럽다.

이제는 니가 나보다 먼저 죽길 바라지 않을꺼야. 
나는 죽어도 
너는 살아야지. 
내가 없어도 니가 살 수 있게 
널위해 싸울꺼야.

아이야! 
내사랑하는 아이야! 
다음 세상에도 나는 너의 엄마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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