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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49호 미디어인터내셔널] 내가 있는 바로 그 곳에서 동시에 행동하자 : 2008.1.26 세계 행동의 날과 통신 기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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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49호 / 2008년 3월 11일

 

 

내가 있는 바로 그 곳에서 동시에 행동하자 
: 2008.1.26 세계 행동의 날과 통신 기술들
 
니컬라 루소와 급진적 언어교환 모임 Seoulidarity
 
2001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세계사회포럼(World Social Forum)이 열렸다. 이 포럼은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온 누리 사회운동가들에게 중요한 만남의 근거를 형성했다. 세계사회포럼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개최되었고, 이를 통해서 상당히 독립적이고 열린 공간이 만들어졌다. 2008년에는 일정한 장소에서 모이는 것 대신, 자신이 있는 어느 국가의 어떤 장소에서든 동시에 행동하자고 했다. 이 세계행동의 날에서 보도와 전달의 기술, 특히 전자적인 기술은 매우 큰 역할을 했다. 즉 세계사회포럼의 원칙과 독창적인 방식에서 국제 소통과 연대를 위한 새로운 생각을 얻을 수 있다. 기술 민주화, 기술 교육과 기술 연대의 중요성은 두드러졌다.

세계사회포럼의 맥락, 원칙 및 의미

세계사회포럼은 토론과 경험 공유와 관계 맺기를 위한 장이다. 세계사회포럼 원칙에 볼 수 있는 것처럼 이 포럼을 조직하는 사람들은 권력과 관련된 문제를 중시한다. 이를 테면, 어느 단체든지 단체로써 (공동)결정을 내리려고 할 때 권력의 장이 형성된다. 이 결정에 대해 내적인 경쟁과 갈등이 있을 것이다. 사회포럼과 같은 대모임에서 이는 더욱 복잡하다. 따라서 결정하는 장보다 자유롭게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장이 먼저 있어야 한다. 첫 회 사회포럼을 조직하는 위원회는 이 때문에 세계사회포럼이 단체로서 외적 정치행동을 지향하는 결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사회포럼의 이름으로 해야만 사회포럼 안에서 정치적 행동이 준비된다. 실제로, 이 모임은 상당한 규모와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이 모임의 참가자수는 첫 회 포럼 당시 약 만 명에서 십오만 명까지 늘었다. 사회포럼의 원칙을 따라 정치가는 정부나 정당, 또는 군사적 대표로서 참석하기가 불가능하지만 개인으로서는 참여할 수 있다. 

권력에 대한 방어책의 일환으로 세계사회포럼은 임원이나 상임 조직위원회가 없다. 그 이유는 임원이나 조직위원회가 있다면 정보 및 능력의 축적이나 또 다른 방법으로 그들이 권력을 갖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매년 조직위원회가 바뀐다. 그 뿐만 아니라 포럼의 장소나 형식도 바뀐다. 이를 테면 브라질의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몇 차례 열린 이후 세계사회포럼은 2004년 인도의 뭄바이로 옮겨갔다. 2006년에는 다중심의 포럼을 위해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 말리의 바마코와 파키스탄의 카라치에서 열렸다. 2007년에는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열렸다. 세계사회포럼이 "후진국"이라고 일컬어지는 지구 남반구의 나라들에서 열린 것은 우연이 아니라 이들이 대부분 세계 정치에서 대표성이 적게 주어지는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세계사회포럼이 설립된 이래 대륙, 나라, 지역별로 사회포럼이 형성되었다. 거기서 참가자들은 각 지역의 특정한 문제, 계획과 경험을 공유하고 관계를 맺으면서 세계적인 차원을 고려한다. 그러나 이와 달리 2008년에는 이런 지역적인 모임을 전 세계 각지에서 동시에 열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하나 혹은 몇 개의 나라에서 세계사회포럼을 조직하는 대신 1월26일 세계행동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나라 여러 장소에서 행사가 열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1월 26일뿐 아니라 26일을 포함하는 그 주간에 행사들이 마련되었다. 

각각의 행사들이 어느 정도나 공동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어느 정도나 공동행동의 힘을 가졌고 또 얼마나 국제 연대를 이루어냈을까? 이에 대해 알아보려면 조직과 전달 및 보도 방식, 그리고 여기에 활용된 통신 기술을 평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세계사회포럼이 권력에 대해 고민하듯, 이 소통이 다양하고 참여적이었는지의 여부가 평가의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2008년 세계행동의 날에서 통신과 관련된 활동

언론 및 창작품을 이끌어내려는 몇 가지 제안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세계행동의 날을 조직하는 사람에게 전기 통신 수단을 통한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세계사회포럼은 2008 세계행동의 날 이전에도 전자집(홈페이지)과 같은 통신 기술을 이용했다. 예전 세계사회포럼의 전자집들은 계속해서 남아있다. 그리고 WSFPROCESS(세계사회포럼과정)라는 전자집은 기구 및 단체들이 분야별로 관계를 맺고 공동행동을 기획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거기에 등록된 기구는 1000개 이상이고 세계사회포럼을 통해서 공동 기획하게 된 임시 집단(group)도 400개 이상이나 된다. 예를 들면 이중 20개 집단은 통신(communication) 분야에서 활동하고, 대회를 위한 상호작용의 통신(intercommunication/teleworkshop)에만 집중하는 집단도 있다. 

2008년에도 세계행동 주간과 특히 26일을 위해 새로운 전자집( www.wsf2008.net )이 마련되었다. 이 전자집에서 누구든지 행동 주간을 위해 조직하는 행동을 미리 알릴 수 있었다. 전자집에 마련된 세계 지도에서 이 기획된 행사들을 볼 수 있다. 이런 표시 방식으로 자신과 가까운 행사를 좀 더 쉽고 재미있게 검색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세계행동의 날을 위해 다양한 규모의 35개 이상의 단체들이 조직위원회를 형성했다. 한국만을 위해 간단한 게시판 형식으로 www.action126.net라는 전자집도 만들어졌다. 

물론 참여하는 나라에서 행동주간 이전에 여러 가지 방식으로 홍보하는 활동이 있었다. 여러 언어로 음성 홍보물이 창작되었고 벨기에에서는 홍보 영상도 만들어졌다. 한국에서는 얇은 신문을 인쇄했다. 시민사회와 언론단체를 연결하고 단체 간의 선전과 보도가 이루어졌다. 1월 22일, 이 행동주간을 개시하는 기자회견이 있었는데, 참세상과 민중의 소리 외에 한겨레, 경향, 서울신문에서도 간략하게 소식을 보도했다.

이 기자회견은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정오에 시작되었고 전자망(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각각을 연결하려고 했으나 20개 기자회견 중 첫 순서였던 서울 기자회견이 처음부터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대신 참세상은 영상과 기자회견문 영문번역본을 배포했다. 그리고 마닐라, 바르셀로나, 로마, 상파울로에서 생중계가 이루어졌다.

아래의 사례에 볼 수 있는 것처럼, 행동주간에 전 세계에서 수많은 행동이 이루어졌고 보도도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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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행동주간 특히 1.26일 여러 나라에서의 활동과 보도 사례

1. 한국:
-국제연대 운동의 전망과 평가 토론회
-신자유주의적 정부조직 개편 철회와 공공부문 사유화, 시장화 저지 및 사회공공성 강화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
-물산업 지원법 워크샵
-단속추방, 이주운동탄압 분쇄 집중 선전전
-주거권 위한 선전전 등 여러 가지 행동
-인천지역 집중실천 집회
-나주 시내에서 1인 시위
-세계행동의 날: "다른 세계를 향해 함께 투쟁하자! FTA, 빈곤, 전쟁, 차별 없는 세계를 위하여" 집회 후 청계천 광장까지 행진, 이랜드 뉴코아 투쟁승리 촛불문화제 참석
-행동주간 선포 기자회견에서 영어로 녹음된 이주노조의 영상, 1.26집회와 행진에서 미디어문화행동이 만든 영상 및 영문 기사를 배포함. 배포에 브라질 출신 Ciranda(www.ciranda.net)라는 다문화 시민언론 기관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2. 아프가니스탄:
평화 대회 사전 행사. 세계행동의 날 전자집에 설명과 결과를 보도하고 발표 문서를 첨부함.

3. 벨기에:
반자본주의 모임은 늦은 밤에 상업적 광고를 덧칠이나 낙서를 통해 변형했다. 또한 상업 중심지에서 시위하고 주식시장 건물 옥상에 그들의 기를 올림(www.youtube.com/watch?v=JBcPW50pK5U)

4. 감비아(Gambia):
아프리카 통일을 위한 토론회.

5.그리스:
망명자와 연대 집회. Patras(도시)의 Indymedia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립 언론의 사진보도 (http://patras.indymedia.org/front.php3?lang=el&article_id=593)

7. 뉴질랜드:
미군이나 동맹군에 대해, 방송신호를 잡고 전달하는 Waihopai 첩보기지 반대 시위.

8. 미국:
뉴올리언스 재건설 대책과 주거권, 콜롬비아와의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이라크전쟁 반대, 팔레스타인과의 연대 등의 주제로 10개 도시에서의 행사.

9. 일본:
유전자 변형 작물, 빈곤과 빈부격차 반대운동, 아시아평화연합(Asian Peace Alliance) 등에 대한 토론회와 문화제.

10. 전 세계
세계여성행진(World March of Women)과 수천 명의 여성, 남성, 어린이들은 부정을 탄핵하고 자기가 실천하고 있는 경제, 정치, 문화적인 대안을 표현하러 거리에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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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례에서 한국에 대한 정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정보를 세계행동의 날의 전자집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또 시민언론들의 전자집을 목록화하고 행동의 보도서와 연결한다. 발표와 같은 행동은 음성 부분과 영상 형식으로 기록되고 생방송되었다. 영상을 위한 전자집도 따로 있다.(wsftv.net) 때로 영상은 이런 시민단체의 전자집에서도 볼 수 있고 youtube와 같은 상업적인 서버에도 연결되어 있다.

행동이 집중하는 점은 지역의 문제와 해결법에서부터 좀 더 국제적인 문제와 해결법까지, 그리고 지역적으로 참가자끼리 소통하는 목적에서부터 먼 데에 있는 사람과 함께 소통하는 목적까지 다양했다. 그 중에 어떤 행동은 통신 기술로 국제적인 소통 자체에 집중했다. Skype이란 통신 도구로 이국간 (전자적으로 전달한) 대회 20개 이상이 진행됐다.

1.26행동의 날 직후, 세계행동의 날 전자집 목록에 추가해 열린 블로그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그 날과 관련된 영상을 공공장소에서 상영하는 상영회 조직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세계사회포럼과 행동의 날 평가와 앞으로의 활동방향 

세계사회포럼 및 행동의 날과 관련된 다양한 형식의 자료들이 여러 전자집에 흩어져있는 것이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할 수 없는 상황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참가자들 대부분은 주요 전자집(wsf2008.net)을 이용하거나 이 전자집에서 다른 곳으로 쉽게 연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것은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예컨대 나를 평균 한국 젊은이와 비교하면 통신 기술에 별로 능통하지 못하지만 세계 평균과 비교하면 통신 경험이 많은 편에 들 것이다. 그래서 내 생각에 세계사회포럼 및 행동의 날과 관련된 통신 기술이 조금만 복잡하면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참여하기가 어려울 수 있을 것이다. 

기술에 의존하면 할수록 접근에 대한 불평등이 야기될 수 있다. 연대가 있으려면 통신 기술에 접근하는 것에 대한 연대도 있어야 된다. 이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접근하기가 어려운 사람에게 장치와 도구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그를 위해 단순한 기술에서 복잡한 기술로 통역해주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종이에 썼던 글을 전자 형식으로 입력하는 작업이 그렇다. 이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다양한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양보로써 어떤 기술을 이용하지 않기로 해야 할 것이다. 기술에 대한 평등을 위한 또 다른 아주 중요한 대책은 기술 능력을 가르치는 것이다. 사회에서의 기술과 접근 문제는 기술 민주화(technological democratization)라는 표현으로 사회포럼에서 토론되었다. 사회포럼의 원칙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권력에 대한 고려가 있으니 기술 차원에서도 이런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래도 기술 민주화는 아주 대단한 목적이므로 계속해서 노력해야 하는 과제이다.

이번 세계행동의 날은 통신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는가? 세계행동의 날은 다양하고 "분권"화된 행동을 추구하므로 새로운 통신 능력을 개발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세계행동의 날에 자극받아서 한국사회의 문제와 운동에 대한 영상을 만들었다. 세계행동의 날 전자집에 그 날 많은 사람들이 접속할 것을 기대하며 배포하려고 했다. 나는 이런 영상제작의 경험들이 처음이었다. 이를 통해 세계행동의 날은 능력 개발을 이끄는 기회가 되었다. 하지만 이것을 단순히 세계행동의 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실은 분권화된 공동행동은 더 복잡한 것일 거다. 분권화되려고 하다가도 대규모로 어떻게든지 조직되고 함께하려는 행동은 역설적이며 불가사의한 일이다. 분권화 덕분에 참가자는 직접행동을 경험함으로써 스스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러나 흩어지지 않고 효과와 의미가 있는 공동행동을 하려면 협력해야 된다. 참가자의 자율성을 키우는 협력. 

세계행동의 날에서 통신 기술 차원에서 자율성을 키우는 협력이 있었는가? 주요 전자집에 영상 등을 올릴 수 있도록 상당히 자세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었다. 전자적으로 전달할 대회(teleworkshop)를 조직하려는 사람은 전자집에 명시된 연락처를 통해 쉽게 지원위원회에 연락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알다시피 통신 차원에서 참여 및 상호 작용의 한계는 통신 도구 자체 및 그에 대한 사용자의 지식에 있다. 행동의 날 전자집을 누구든지 금방 편집할 수 있는 형태는 아니었지만 전자집을 위한 또 다른 요소들을 쉽게 제안할 수 있었다. drupal.org/project/issues/wsf_action에 전자집 관리에 관한 신청, 대답 그리고 심의에 관여할 수 있다. 누구든지 원하는 사람이라면 개방형의 Drupal로 전자집을 창조, 편집과 유지하는 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이 위원회가 의사 결정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민주주의였는지는 모른다. 또한 도구에 대해 더 말하자면 youtube나 Skype와 같은 상업적인 도구에 의존하게 된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위대한 도구나 능력 없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통신 기술을 독창적으로 이용했는가? 세계행동의 날에 한국에서는 기술을 주로 개인적이고 단일 방향으로 이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예로 1.26 주요 집회에서는 통신 기술을 이용한 행동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집회에서 간단한 기술을 통해서라도 다른 나라의 집회 당시 참가자와 접속했더라면 세계적으로 같이 행동하고 있음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통신 기술이 희망적이면서도 때로는 기술이 문화를 단일화 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소수문화는 기술의 소수자이기도 하겠다. 그리고 통신 기술로 이뤄진 만남은 직접적인 만남처럼 완성된 형태가 아니므로 진정한 소통이 어려울지도 모른다. 타인과 진정하게 소통하려면 공통 기술과 언어뿐만 아니라 공동 행동을 통해 연대를 경험하기도 해야 된다. 세계행동의 날에 개발한 능력, 구성된 전자집과 맺은 관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계속되어야만 한다. 3.8 여성의 날 100주년, 3.16 국제반전공동행동, G8 정상회담 반대투쟁에도 시도해 볼 좋은 기회일 것이다. 2009년에 세계사회포럼은 아마존에서 열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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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1. Graeber, David. 2007. Infoshop News. "The Shock of Victory". http://www.infoshop.org/inews/article.php?story=2007graeber?victory
2. Whitaker, Francisco. 2004. World Social Forum. "World Social Forum: Origins and Aims" http://www.forumsocialmundial.org.br/main.php?id_menu=2_1&cd_languag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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