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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52호 이슈] 미디어융합 시대, 퍼블릭 액세스의 새로운 밑그림 그리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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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52호 / 2008년 6월 19일

 

 

* [편집자주] 이 글은 지난 4월 18일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한 《퍼블릭액세스 활성화 및 시민방송의 역할 확대 방안 모색》 세미나의 발제문 “미디어융합 시대, 퍼블릭 액세스의 재구성을 위한 제안”을 필자가 일부 수정한 것이며 두 번에 나누어 연재한다. 미디어 융합이라는 기술적 변화를 넘어 미디어와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을 둘러싼 제도, 정책 등의 총체적 변화를 포괄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퍼블릭 액세스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이 글은 개념적 재구성은 물론, 새로운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디어융합 시대, 퍼블릭 액세스의 새로운 밑그림 그리기 (2) 



김명준(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소장)
 
3. 융합시대, 퍼블릭 액세스 구조의 발전을 위한 대안적 프레임의 모색


지난 호 원고의 결론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자기표현과 소통을 강조하는 대안적인 공적 미디어 구조로서 선형적/비선형적 미디어를 모두 아우르는 퍼블릭 액세스 구조의 발전 프레임을 만들어가려면, 퍼블릭 액세스를 콘텐츠의 생산(=자기표현)과 소통의 과정으로 파악하고 그러한 생산과 소통을 강화할 수 있는 진흥과 규제의 프레임을 정리해낼 필요가 있다. 
이 때 주류 미디어의 현실에 기초한 관행적 사고에 빠지지 않기 위해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대의제적 미디어 시스템이 흔히 간과하는 민중의 자발적인 커뮤니케이션 과정의 여러 특징들에 주목하는 것으로서, 그러한 특징들은 퍼블릭 액세스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의 특수성을 드러내는 것이면서 (참여적, 자발적 미디어의 특수성) 동시에 주류 미디어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대한 반성의 근거를 발견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의제 미디어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참여적 성격을 포괄하는 것). 다시 말하자면, 새로운 프레임은 각각의 실천 혹은 정책 집행이 종합적 시야 속에서 진행되고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지닐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하며, 미디어 생산과 소통의 메커니즘이 변화하면서 그동안 당연시되었던 전제 혹은 가설들을 교정하는 것이어야 한다.



(1) 콘텐츠, 그리고 콘텐츠 생산의 주체 
무엇보다도 우선, 관행적으로 사용되어온 콘텐츠 개념을 다시 규정해야 한다. 우선 ‘콘텐츠'라는 용어는 미디어간의 기술적 차이와 장르적 차이를 넘어설 수 있는 효율적인 개념이나, 그동안 산업적 가치 혹은 상품 가치 측면에서만 해석됨으로써 시장 영역과 비시장 영역에 대한 종합적 이해라는

 문제의식에 걸맞지 않게 오용되어온 바 있다. 따라서 콘텐츠 생산 주체 및 콘텐츠의 사회적 문화적 성격을 동시에 반영하는 비영리적, 공공적 성격의(그동안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콘텐츠로 구분되지 않은) 콘텐츠를 포괄하는 새로운 개념 설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개념의 종합과 구분을 통해서 한편으로는 실험적, 비판적, 대안적 콘텐츠의 활성화를 꾀할 수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단기적 이윤 획득에 집중함으로서 결과적으로 시장의 실패를 낳게 되는 근시안적 산업 활성화 정책을 장기적 산업 발전 전략으로 변화시킬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1) 콘텐츠의 다층적 성격 = 보여주기 + 조직하기 + 교육하기 
콘텐츠 생산을 업으로 삼지 않는 비전업적 제작 주체의 자기표현, (뒤에서 보다 자세히 설명할) 공동체 내부의 재현 메커니즘의 확장 등의 특수한 성격을 지니고 있기에, 퍼블릭 액세스의 콘텐츠는 다음과 같은 3중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우선 그 첫 번째 성격은 보여주는 콘텐츠 이다. 주류 미디어에서 다루어지지 않는 혹은 다루어지기 힘든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서 퍼블릭 액세스에서 생산되는 콘텐츠는 ‘보여주기'라는 측면에서 내용과 생산의 주체, 그리고 말하기의 방식에서 차이를 함축한다. 보다 비판적이고 실험적인 내용들이 표현되고, 사회적 소수자를 중심으로 한 비전문적 주체와 대안적 독립제작 시스템에 기초하여 콘텐츠를 생산하는 전문적 주체가 모두 참여하여, 최대한의 시청자들에게 보편적 공감대를 갖고 접근하는 것에만 제한되지 않는 실험적 방식, 그리고 특정 주체의 적극적인 자기표현이 부각되는 방식 등이 채택되는 것이다. 
참고로, 만일 이러한 문제의식을 퍼블릭 액세스 구조가 아닌 여타 방송의 시스템에서 실현할 경우 - 실험적이고 논쟁적인 콘텐츠,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콘텐츠의 생산을 공영방송의 역할로 설정하는 영국 등의 경우와 달리 콘텐츠 및 그 생산주체의 다양성과 참여의 확대라는 문제의식이 배제된 한국은 아직 그러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한데 - 퍼블릭 액세스 구조와 비 퍼블릭 액세스 구조의 차이는 다른 방식으로 규정될 것이다. 아울러 실현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진다 해도 퍼블릭 액세스와 여타 구조의 차이 중 하나는 참여 주체의 최종 편집권 보장을 통한 표현의 자유 확대에 있다.



두 번째 성격은 조직하는 콘텐츠 이다. 주로 특정한 공동체나 계층의 소속원이 주체가 되며 그 주체가 동일한 주체를 재현 대상으로 삼아 자신의 이슈를 제기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양상이다. 말하자면, 퍼블릭 액세스를 통해서 콘텐츠 생산주체이자 수용주체로서의 공동체의 자연스러운 참여가 보장됨으로써 공동체 내부의 자율적 조직화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셋째, 교육하는 콘텐츠 이다. 콘텐츠의 생산과정이 생산에 참여한 주체들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퍼블릭 액세스의 콘텐츠는 미디어교육을 내포하는 콘텐츠이다. 이것은 미디어교육 과정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것으로부터 공동체가 협업에 의해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까지를 모두 포괄하는데, 특히 미디어 교육 과정의 경우 전문제작자와 비전문제작자간의 상호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종합하면, 퍼블릭 액세스의 콘텐츠는 다층적으로 소통을 확장하며 전통적인 콘텐츠 생산의 의미를 전환시키며 때로는 관행적인 콘텐츠의 내용과 형식에 새로운 긴장을 불어넣는다. 이러한 다층적 성격을 고려하는 실천과 정책을 시도하지 않을 경우 퍼블릭 액세스는 형식적 개방성의 보장으로 머무르거나, 비전문적 주체의 게토화된 게시판 보장 정도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2) 생산의 방식 = 직접 제작 혹은 최종편집권 부여 
공동체, 개인의 자유로운 표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한편으로는 ‘자기표현'이라는 개념에서도 드러나듯 독자적인 생산의 시스템과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나, 다른 한편으로 다양한 현실적 조건(제작 능력, 제작에 필요한 물적 인적 시간적 조건)을 고려해 볼 때, 모든 사람들이 콘텐츠를 기획부터 최종 완성까지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때로는 폭력적인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기존 저널리즘 영역에 존재하는 권한 및 권력관계의 변화를 통해서 주체의 실질적 참여가 역설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말하자면, 비전문적 주체와 전문적 제작주체의 결합과 권한의 분배 역시 퍼블릭 액세스 콘텐츠 생산의 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간접제작방식은 전문적 제작자와 비전문적 제작자의 유기적 결합을 전제로, (예를 들어 70년대 BBC의 [오픈 도어]처럼 아이템 선정 후 최종편집권을 대상에게 부여하거나 혹은 90년대 [비디오 네이션]처럼 방송사가 편집하되 액세스 주체 곧 촬영자가 최종편집본에 대해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방식이 기능하다) 비전문 제작자 곧 액세스 주체에게 최종결정권을 부여하는 것이 일반적 형식이다. 이러한 제작방식은 소극적으로는 주체의 한계를 고려한 것이기도 하고, 보다 적극적으로는 소통의 가능성을 확대하면서 양자에게 상호작용적 미디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의미를 지니며, 새로운 협업 제작 모델을 창출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때 직접제작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건들은 교육과 장비의 제공, 그리고 콘텐츠의 소통 공간의 확대, 제작 주체에 대한 재정 보조 등을 포함한다. 간접제작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건들은 제작에 있어서의 권한 배분 방식과 관련된 다양한 실험의 축적, 참여의 조직화 등을 포함한다. 이 두 가지 제작방식의 종합적 고려는 퍼블릭 액세스의 실현이 툴의 보급 확대와 등치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기초로 한다.



3) 생산의 주체 = 전문가 혹은 비전문가 
퍼블릭 액세스의 주체가 전문가인가 비전문가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흔히 나올만한 답변은 당연히 ‘비전문가'일 것이다. 주류 미디어로부터 배제되어온 주체들이 대부분 제작 역량에 있어서 비전문적 주체라는 점에서 이런 답변은 타당하다. 아울러, 공동체의 직접 제작일 경우,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콘텐츠 생산과정의 교육적 성격, 조직적 성격을 고려한다면 비전문적 주체가 주요한 고려 대상인 것은 당연한 전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일반화는 오류를 낳는다. 기술 발전 및 교육의 확대, 전반적인 노동시간의 단축에 따라 전업적이지 않으면서 전문적인 주체가 증가하고 있으며 (전문적 소비자-prosumer-개념은 그러한 과정이 낳은 신조어이기도 하다) 경계는 점점 불확실해진다. 다음으로, 주류 미디어로부터 배제되어왔고 지금도 배제되고 있는 주체 중에는 특히 한국의 경우 80년대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해오고 있는 비판적, 실험적 독립 제작 주체들 또한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퍼블릭 액세스 이외의 소통 구조가 표현의 내용과 형식을 심각하게 제한할 경우 독립적 전문제작자의 콘텐츠는 이곳에서 소통되어야 하며, 다른 한편 비전문적 주체에 대한 제작지원 및 교육을 위한 주체는 주류 미디어 영역의 전문 주체보다는 퍼블릭 액세스의 지향과 궤를 같이 하는 이러한 독립적인 전문적 주체가 적합하다. 종합해본다면, 퍼블릭 액세스의 종합적 발전 과정에서 전문가와 비전문가간의 역학관계, 협업의 모델 등은 계속해서 변화할 수밖에 없으며 그 상호 비중은 언제나 유동적이다.



4) 재현의 성격 
여기서 재현(Representation)은 주체-대상-관객의 상호 관계와 흐름의 차별성에 주목하기 위한 개념적 도구이다. 재현이라는 면에서 보자면, 전통적 저널리즘은 일반적으로 “전문적 주체 A - 전문적 주체와 분리된 타자로서의 재현의 대상 B - 무차별한 다수 관객 C” 의 관계를 지닌다. 그리고 이러한 재현의 관계와 흐름은 대의제적 미디어에서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구조로서, 대중 매체의 등장 이래 가장 지배적인 재현 구조로서 발전해왔다. 
퍼블릭 액세스를 통해서 생산되는 콘텐츠는 그러한 3자 관계에 있어서 매우 다층적일 가능성을 지닌다. 물론 그러한 다층성은 최근 주류 미디어의 콘텐츠에 있어서도 발견된다. 하지만 주류 미디어의 경우 방송에서 협송으로의 개념 전환이 이루어지고 이른바 틈새시장의 개척 과정에서 그러한 3자의 관계가 부분적으로 전환되지만 그것은 주로 C의 수준에서 발생하며 이윤 창출을 위한 다층적 수요에 대한 부응을 그리 넘어서지 않는다. (아울러 그러한 다층성은 주류 미디어보다는 독립적 전문 제작 주체의 콘텐츠에서 퍼블릭 액세스와 유사하게 발견된다.) 
그러나 퍼블릭 액세스의 콘텐츠는 재현의 구조가 훨씬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비디오 일기 (Video diary) 양식이 “비전문적 주체 A - 대상=주체 자신 A - 공동체 A' 혹은 다수 관객 C” 라는 구조를 지닌다면, 조직하는 콘텐츠로서의 공동체 미디어 콘텐츠는 “비전문적 주체 A - 주체가 속한 공동체 A' - 주체가 속한 공동체 A'' ” 의 구조를 지니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재현 양식의 다층화는 주체와 대상 및 수용자간의 다양한 생산적 긴장과 창조적 역동성을 불어넣는 것으로서, 커뮤니케이션의 민주화를 위해서 퍼블릭 액세스의 활성화가 왜 필요한가를 입증하는 또 다른 근거이다.



(2) 소통구조 
앞에서도 서술했듯이 한국의 경우 특수한 점은 케이블, 위성, 지상파 방송 등 다양한 소통구조가 정책적으로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정책 수준에서 한 번도 총괄적으로 기획되고 운영된 바 없으며 DMB, IPTV 등 신규 미디어의 경우에는 아예 고려조차 안 되고 있다는 것인데, 여기서는 융합시대 퍼블릭 액세스 구조의 소통구조를 종합적인 프레임으로 묶어보기로 한다.



1) 전국매체 혹은 지역매체 - 콘텐츠의 생산과 수용의 지리적 범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퍼블릭 액세스 혹은 공동체 미디어가 일반적으로 그렇듯 퍼블릭 액세스의 일차적 현장은 생활권이 동일한 지역이며, 따라서 퍼블릭 액세스의 기초적 미디어 범주는 지역매체이다. 이러한 지역 퍼블릭 액세스 미디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역 차원의 교육-네트워크-소통 영역의 메커니즘 형성, 미디어센터-플랫폼의 인프라 형성 등이 필요하다. 
우리의 경우 수도권과 그 이외 지역 간의 격차는 산업 영역에 있어서나 비영리적 미디어 활동에 있어서나 마찬가지로 발견되며, 관련된 물적 자원의 분배를 결정하는 정책적 결정이 지역 차원보다는 중앙 차원에 존재하기 때문에 그러한 취약성은 구조적으로 재생산된다. 그런 면에서, 미국의 퍼블릭 액세스의 경우 전화회사의 영상서비스 진출에 따라 프랜차이즈(지역 영상 서비스 사업허가권)가 지역(local) 기반에서 광역 혹은 주(regional or state level) 단위로 옮겨가면서 지역적 기반이 약화되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는 반면, 우리의 경우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 지역 기반의 물리적, 인적 구심을 형성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는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 미래의 모델이 무엇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현재로서는 미디어센터-지역 케이블-지역 지상파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콘텐츠 생산과 소통의 구조를 만들어가는 지역 운동의 주체를 형성하는 것, 다시 말하면 미래를 설계할 주체를 형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다른 한편으로, 퍼블릭 액세스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국 매체 역시 필수적이다. 전국 매체의 의의는 여러 가지 지점에서 포착된다. 우선 첫째, 콘텐츠가 담아내는 이슈 혹은 소구 대상이 전국적이라면 생산주체가 지역적 성격을 지닌다고 해도 전국적 소통이 보장될 필요가 있다. 이 때 소통의 방식은 전국적 소통이 가능한 플랫폼을 통한 노출 혹은 지역 플랫폼의 네트워킹과 콘텐츠 및 프로그램 슬롯 교류 등을 통해서 가능하다. 둘째, 멀티플랫폼을 통한 콘텐츠의 소통을 어렵게 하는 장벽 중 하나는 저작권의 문제이며 이는 공공적 콘텐츠 보급 주체가 별도로 있거나 혹은 이를 일괄적으로 해결하는 전국적 플랫폼이 그러한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해결 가능하다. 셋째, 위에서 언급한 퍼블릭 액세스 콘텐츠의 중층적 잠재력을 의식적으로 포착하면서 종합적으로 판단, 기획, 실험하기 위해서는 자원이 집중된 지역 미디어센터와 함께 전국적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시될 수밖에 없다. 넷째, 퍼블릭 액세스의 상황과 동향을 점검하고 소개하며 홍보하는 기지로서도 전국적 플랫폼은 필요하다.
전지구적 수준에서 본다면, 전국 매체를 통한 실험을 했던 대표적 사례인 BBC의 경우 파급력은 강력했으되 지속적인 동력을 지역 기반에서 가지지는 못했으며, 지역 매체의 대표적 사례인 미국의 PEG 액세스는 전국적 네트워크 및 사회적 파급력의 부족으로 위에서 언급했듯이 융합 상황에서 정책 프레임의 변화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 매체와 전국 매체는 반드시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해야 한다. 
특히 융합시대에 접어들면서 전국 매체의 역할 강화를 위해서는 공익성 채널 정책, 의무 전송, 새로운 CP의 설립 등 여러 가지 실천과 정책의 이슈가 보다 정교하게 정리되고 개선될 필요가 있다.



2) 선형 편성 매체 / 비선형 편성 매체 (개방형 혹은 폐쇄형) 
이 이슈는 미디어 융합상황이 낳은 새로운 조건에 의해 제기되는 골치 아픈 그러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두 개의 개념쌍이 포괄적으로 정리되어야 한다. 하나는 선형-비선형매체(Linear-Nonlinear)의 구분과 종합이며, 다른 하나는 개방형-폐쇄형(Open-Closed) 매체의 구분과 종합이다. 이런 프레임에서 바라보자면 매체의 역사는 비선형매체의 확장과 개방형-폐쇄형 매체의 복합적 발전과정을 밟아왔다고 할 수 있다. (아래 표 참조)





퍼블릭 액세스는 그 출발 자체가 선형적 매체의 채널 증가 시기와 일치하며, 그 과정에서 일정 시간 혹은 일정 채널을 할당하는 방식으로 정책 모델이 발전해왔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흔히 5% 전략으로 불리우는 이러한 할당 방식은 케이블 채널 할당에서 위성 채널을 경과하여 (비영리적 교육적 목적의 채널 사업자에 채널을 할당) 대역폭 (Bandwidth) 할당으로 정책의 초점이 변화해간 바 있다. 이러한 선형적 폐쇄적 매체에 기초한 퍼블릭 액세스의 정책 모델은 비선형 개방 매체를 포괄하여 재구성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선형성과 관련해서는, 비선형 매체의 경우 선형적 매체와 같은 채널 및 방영시간의 제한성은 없으나 메뉴 구성 및 하이퍼텍스트 구성에 의해 또 다른 위계가 발생하며 아울러 공간의 제한성은 여전하다는 점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선형 매체의 경우처럼 방영시간 및 채널의 일정한 비율이 아닌 다른 원칙의 설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EPG(프로그램 메뉴)의 일부 공간의 할당, 특정한 콘텐츠 및 채널의 상위 메뉴로의 배치 등을 통해서 구현될 수 있다.



3) 주류 플랫폼의 일부 공간 (슬롯 혹은 서브 메뉴) 혹은 독립적 플랫폼 
쉽게 예를 들자면 KBS의 [열린 채널]은 주류 플랫폼의 일부 슬롯이며, RTV는 독립적 플랫폼이다. 이 두 가지 형태의 플랫폼은 이미 전지구적으로 한국을 포함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되듯 그 기능과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면서도 상호보완적이다. 
주류 플랫폼은 콘텐츠의 대중적 노출이 가능하며, 다양한 주체의 참여 확장 역시 용이하며, 따라서 콘텐츠 보급 공간으로서의 의미 및 퍼블릭 액세스 모델의 아웃리치 공간으로서 강력한 잠재력을 지닌다. 반면에 독립적 플랫폼은 대중적 노출도 및 인지도는 떨어지나 다양한 실험과 역량의 집중 및 자발적 네트워크의 형성이 용이하다. 따라서 퍼블릭 액세스의 정책과 실천 모델은 당연히 이 두 가지 축을 상호보완적으로 배치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4) 오디오 콘텐츠 혹은 영상 콘텐츠(Audio-visual)와 플랫폼의 상호 관계 
그동안의 퍼블릭 액세스 논의는 주로 흔히 TV 및 비디오 등을 중심으로 한 영상 콘텐츠의 소통에 집중되어 있었다. 특히 한국의 경우 TV는 퍼블릭 액세스, 라디오는 공동체 라디오라는 구분이 최근 몇 년간 지속되면서 마치 퍼블릭 액세스가 영상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개념인 것과 같은 착시현상이 지속되어온 것이다. 

여기에서 고려되어야 할 점은 우선, 마산 MBC에서 시작된 라디오 액세스의 초기 실험, 그 후 진행된 공동체 라디오들의 확장 사례에서 보듯 오디오 콘텐츠가 융합시대에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매체임에도 불구하고 참여적 성격의 미디어로서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리고 미디어가 아무리 융합되어도 콘텐츠의 기호적 성격의 차이는 여전하며 오디오 콘텐츠와 영상 콘텐츠는 다양한 플랫폼을 넘나들면서도 서로 차별화된다는 점에서 퍼블릭 액세스의 실천 및 정책의 발전 전략은 두 가지 콘텐츠에 대한 공통적이면서도 구분된 내용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공통성의 측면에서는 예를 들어, 공동체 라디오와 같은 지역의 비영리적 주체에 의해 소유 운영되는 미디어는 영상 콘텐츠의 영역에서도 공동체 TV와 같은 방식으로 검토되어야 하며, 열린 채널과 같은 방식의 프로그램은 라디오 영역에도 일관되게 적용될 필요가 있다. 인터넷의 경우는 상황이 다른 것이, 이미 게시판 등과 같은 개방적 공간이 인터넷의 고유한 특성이라는 점에서 시청각매체에서 논의되는 퍼블릭 액세스의 일정한 영역이 이미 그 매체 자체에 내재해있으면서도 동시에 그것만으로는 퍼블릭 액세스의 확장이 온전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5) 운영의 주체, 모델, 그리고 역할
소통 구조 곧 플랫폼의 주체, 모델, 역할 또한 보다 폭넓게 검토될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지역 플랫폼과 전국 플랫폼이라는 구분에만 초점을 맞추어 보기로 하자. (이외에 공영 플랫폼, 민영 플랫폼, -아직 없지만 독일의 경우처럼-공공기관의 직접 운영 혹은 위탁 플랫폼 등의 구분과 역할 설정도 있을 수 있다) 
우선 퍼블릭 액세스의 지역적 기반 확충을 위해 지역 공동체 TV 혹은 지역 퍼블릭 액세스 플랫폼 혹은 지역 비영리 콘텐츠 플랫폼 등 그 이름이 무엇이든 지역 수준의 퍼블릭 액세스 플랫폼 혹은 인프라의 장기적 목표가 설정되어야 한다. 지역 케이블의 일부 채널을 기반으로 성장한 것이 미국의 모델이라면, 한국의 상황은 그와 유사하면서도 다르다. 현재의 상황은 케이블의 일정 시간이 개방되어 있지만 그 운영의 주체는 SO이며 그 결과 SO의 인식 수준 및 태도에 따라 그 활성화의 수준은 천차만별이며, 지역미디어센터는 안정적인 플랫폼을 확보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또한 전국 플랫폼의 경우는, 지금의 RTV가 어떤 위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역시 재설정되어야 한다. 전국 플랫폼의 역할을 생각해본다면 발전의 방향은 마치 공공 미디어센터 모델이 그랬던 것처럼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속적 지원 혹은 채널 위탁의 메커니즘으로 지속적 활동이 가능하도록 하되 그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되도록 하면서 아울러 그를 통해 소통되는 콘텐츠들이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서 플랫폼 전체로서 혹은 개별 콘텐츠나 패키지로서 효율적으로 소통될 수 있도록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3) 진흥과 규제 
위에서 거칠게나마 검토해본 각각의 쟁점은 한편으로는 그간의 실천과 정책 구현의 성과에 의해 부각될 수 있었고 또 어느 정도 해명될 수 있었던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간의 정책 및 정책집행 주체의 한계 때문에 그 해결이 지체되거나 내용의 심화가 불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그동안의 퍼블릭 액세스의 성과는 현장의 실천과 법제, 그리고 정책집행의 상호 작용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며 그 한계 역시 그 상호작용의 한계 때문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특히 융합 위원회가 출범한 현시점에서 퍼블릭 액세스에 대한 진흥과 규제의 총체적 프레임은 시급히 정비될 필요가 있으며 그에 기초하여 조직적 체계 및 시민사회 영역과의 소통 방식 또한 정비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 우선 주목해야 할 것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퍼블릭 액세스는 전통적 저널리즘의 콘텐츠 생산과 소통의 방식과는 많은 차이를 지닌다는 것이며, 아울러 퍼블릭 액세스는 미디어 교육, 미디어센터, 공동체 라디오 등 여타 참여적(Participatory) 미디어 영역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퍼블릭 액세스 구조에 대한 참여 주체의 실천과 확대 전략에 있어서나, 그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 규제의 내용과 형식에 있어서나 여타 참여적 미디어 영역을 포괄하면서도 그 내부의 특화된 분야로서 독립적인 정책 프레임이 요구된다. 
이 때, 현재의 융합 위원회가 구성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한계들을 고려해본다면 다음과 같은 지점이 정리될 필요가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미디액트 연구보고서 《미디어융합 시대, 어떤 미래를 그릴 것인가?》, 미디어융합 TF, 2007 참조) 
우선, 퍼블릭 액세스를 포괄하는, 다시 말하면 참여적 미디어 영역을 포괄하는 커뮤니케이션 발전 정책의 최고 의제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 최고 의제는 우리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구조가 지향해야 할 가치들과 그러한 지향을 통해서 보장되어야 할 권리들의 결합으로서 표현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최고 의제의 설정에 기초하여 공영 미디어, 민영 미디어와는 구분되는 새로운 공공적 미디어 영역에 대한 범주 설정이 필요하며 퍼블릭 액세스는 그러한 새로운 공공적 미디어 영역의 주요 정책 의제로 자리 잡아야 하는 것이다.





4, 형식적 개방에서 실질적 참여로

급박한 현실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그곳에서 잠재력을 포착하며 정책의 프레임 혹은 실천의 전략을 만들어가는 것은 언제나 힘겹다. 그러나 한국에서든 다른 어느 곳에서든 거칠지만 일관된 ‘변화를 위한 도전'이 있었기에 퍼블릭 액세스는 지난 40여 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해왔으며, 실천을 통해서 그리고 이론적 분석을 통해서 제기된 쟁점을 하나씩 해명하고 해결해가면서 성장의 한계는 극복되어왔다. 미디어융합 시대에도 그러한 시도는 계속될 것이며 계속되고 있다. 
“변화를 발전을 위한 필수적 요소로 보고, 살아남으며 필요성을 입증하고 (조금 힘겹고 골치 아파도) ; 우리를 인도하는 핵심적인 목적과 효용을 잊지 말아야 하며 ; 뉴미디어에 대해 최대한 학습하고 ; 그래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우리의 공동체가 우리에게 기대하는 바로 그것이다” (리처드 터너, 몽고메리 액세스 방송국 사무총장, “동일한 역할, 새로운 시대” / 20007년 봄 공동체미디어리뷰 Same role, new era / Spring 2007 Community media review) 
미디어융합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융합위원회가 실체로서 등장한 시점에서 전통적인 퍼블릭 액세스의 개념은 안팎으로 도전받을 수밖에 없지만, 커뮤니케이션 구조의 확장이 민주주의와 참여, 다양성의 확대로 이어지게 하기 위한 

실천의 주요축으로서 퍼블릭 액세스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될 필요가 있다. 아무쪼록 퍼블릭 액세스의 개념이 새롭게 재구성되며 그에 적합한 실천과 정책이 기획되고 실현될 수 있기를, 그리고 그러한 기획과 실현을 위해 실천 주체와 정책 기구간의 생산적인 소통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기를, 그래서 형식적 개방에 따라 게토화 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접근과 참여의 보장에 따라 민주적 공론장이 강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 □


지난 호 원고 링크
미디어융합 시대, 퍼블릭 액세스의 새로운 밑그림 그리기 (1)

http://www.mediact.org/web/media/act.php?mode
=emailzine&flag=emailzine&subno=2139&subTitle=미디어 이슈&keyno=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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