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52호 / 2008년 6월 19일
퍼블릭 액세스, 다시 묻고 답하기 - 방송통신위원회 업무중단 이후. 우리가 해야 할 것들 |
나비 (미디어로 여는 세상 PD) |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 이명박 정권 이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로의 이행은 많은 문제를 몰고 왔다. 방송위원회(이하 방송위)에서 방통위로의 이행은 미디어 (운동) 진영에서 지속되어 오고 있던 퍼블릭 액세스와 공동체 라디오를 비롯한 많은 참여적 미디어 활동과 미디어 교육 등의 지속성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그것은 현재 예산 지원의 중단이라는 극단적 형태로 외화 되고 있으며 이 와중에 RTV와 그 안의 정규지원 액세스 프로그램들의 상황 역시 포함되어 있다. RTV에는 정규지원 액세스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편성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노동자 노동자」, 「영화 날개를 달다」, 「시사프로젝트 피플파워」, 「행동하라 비디오로 액션 V」, 「이주노동자세상」, 「미디어로 여는 세상」등이 그것이다. RTV가 시민 제작자들과 함께 기획과 제작을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RTV에 지원된 방송기금이 시민 제작자들에게 제작비로 지급되면서 유지되어 오고 있다. 그렇지만 방송위에서 방통위로의 전환 이후 방통위에서 RTV로의 지원은 잠정 중단된 상태이고, 그 중단 상태는 5개월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 ‘잠정중단'이라는 말을 사용하기에도 적절하지 않은, 이미 지원 중단이라는 행위 자체에 의도가 들어있다고 짐작할만한 시간이다. - 이런 사태가 몇 개월째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대응은 조금 많이 늦었다. 얼마 전에야 처음으로 정규지원 액세스 프로그램의 제작자들이 모두 모여 이 사태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RTV측과 이 문제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자는 흐름이 만들어졌고 다른 영역의 미디어 활동가들과 함께 방통위로의 직접적인 문제제기 등을 고민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렇지만 제작 지원이 중단된 이후에도 「미디어로 여는 세상」을 비롯한 정규지원 액세스 프로그램들은 현재까지도 제작을 지속하고 있다. 제작 지원 중단이라는 중립적인 언어로 표현을 하니 실제 제작자들의 상황이 어떤지 생생히 전해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제작자들의 눈물 나는 생활쯤이야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 지면에서는 그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다른 이야기를 하도록 하자. 혹시나 술자리라도 함께 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 때라도 제작자들의 구구절절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어쨌든 네 달째 제작비가 나오지 않고 있으니 혹여라도 그런 술자리가 생긴다면 술은 꼭 사주실 것을 부탁드리는 바이다. 퍼블릭 액세스는 우리에게 무엇이었나?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제작자로서 내가 새삼스럽게 던지게 되는 질문은 대체 퍼블릭 액세스는 우리-여기에서는 각종 미디어 운동의 주체들과 제작자들을 지칭한다.-에게 무엇(이었나)인가? 라는 질문이다. 미디어 운동진영에서는 퍼블릭 액세스를 비롯한 참여적 미디어 활동에 대한 공적 지원이 필요할 것을 강조, 또 강조해 왔다. 그러나 정권의 이반은 그동안 미디어 운동 진영이 이루어왔다고 생각했던 조건들을 너무도 쉽게 깨트려 버렸다. 퍼블릭 액세스를 가능하게 해오던 구조는 역시 채널의 존재와 그에서 오는 물리적 안정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권과의 긴장이 조성되는 순간 그러한 물리적 안정감은 무참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권에 의해 조성된 공적기금에 운영의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는 RTV의 상황에서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문제는 남는다. 퍼블릭 액세스의 공공적 기조를 지향해왔고, 그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왔던 각 주체들이 이러한 불안정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는 여전히 우리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러한 선택의 지점에서 RTV측이 제작자들에게 보여주었던 태도라는 것은 다소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각 주체들에게 상황이 전달되는 방식은 각각 달랐겠지만 방송통신위원회와 직접적인 소통을 하고 있었던 RTV측은 발생하고 있던 문제에 대해서, 그리고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제작자들과의 공유나 성실한 소통을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제작자들은 상황 자체에 대한 감을 잡기 어려웠고 제작의 잠정 중단이라든지 여타의 상황에 대한 고려를 하지 못한 채 현재까지도 제작을 지속해오고 있다. -물론 제작자들의 직접적인 요구나 목소리가 좀 더 빠른 시기에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런 상황을 거쳐 오면서 RTV와 정규지원 액세스 프로그램의 제작자들이 맺어오던 파트너십이라는 것은 사실 그저 수사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물음도 필연적으로 따라왔다. 퍼블릭 액세스의 일주체로서 자리하고 있는 제작자들이 차지하는 위상이라는 것이 실은 소통의 대상도 되지 못할 정도였단 말인가? 라는 씁쓸함도 느껴야 했다. 그러한 씁쓸함을 뒤로하고 이제야 제작자들 간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 RTV, 나아가서는 방통위 측과 소통을 통해 공공지원을 안정화하라는 요구들을 만들어 가려고 하는 중이다. 지나온 것과, 앞에 남아있는 것들 물론 아직 문제는 정리되지 않았다. 제작자들은 아직도 방통위 측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며 그럼에도 제작을 지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결된 것은 없다. 그럼에도 이번 상황을 통해 우리는 몇 가지 지점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 수준에서 생각해 본 몇 가지의 지점들을 열거하고자 한다.(방통위에 대한 언급은 이 부분에서는 잠시 논외로 한다.) 1) 퍼블릭 액세스의 주체들 간의 상호소통의 구조 마련 채널의 존재만으로 퍼블릭 액세스의 조건이 충족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 채널의 확보 이후의 문제들,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그것을 가지고 누구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라는 큰 문제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렇다. 또 소통이 문제이다. 그렇다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퍼블릭 액세스의 주체들이-현실적으로는 RTV와 정규 액세스 프로그램을 비롯한 시민제작자들이-어떠한 소통을 통해 파트너십을 만들어 가느냐 하는 문제이다. 흔히 이야기 하는 일상적 (현재는 부재한) 소통의 구조를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키워 갈 것인가. 그것은 정례화된 회의나 포럼의 형태인가? 제작자들 간의 네트워크와 RTV등과의 직접적 소통을 위한 채널 마련인가? RTV쪽의 노력이 더 필요한 것인가? 제작자들 차원에서의 독립적인 논의가 더 필요한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들은 (물론) 점차 채워나가야 할 이야기들이다. 이런 소통의 과정이 퍼블릭 액세스란 무엇인가? 에 대한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일 것이며, 퍼블릭 액세스를 미디어 운동의 영역에서 끝없이 재정의 할 수 있는 방안일 것이다. 2) 방통위를 통한 지원 외에 퍼블릭 액세스의 자생적 구조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들 현재와 같은 정권의 이반과 방통위의 업무방기라는 것은 매우 예외적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어찌 보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던 일일지도 모른다. 공공적 가치에의 긴장을 놓지 않고 지켜가야 하는 것은 한국적 상황에서 국가나 정권이 아니라 운동세력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러한 시기에 우리가 방통위나 이명박 정부만 바라보고 앉아 있을 수는 없는 일. 퍼블릭 액세스의 운영이 독립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현실가능의 조건들을 상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에 화제가 되었던 자발적 시청료 등의 방안도 상상해 볼 수 있겠는데. 여기에서 한 가지 더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면 우리는 시청자를 직접 발굴! 해야 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쓰다 보니 왠지 산 너머 산이지만 쓰기 시작했으니까 끝까지 써야 되지 않을까 싶다. 아직 3번이 남았다.) 3) 공공성을 위해 싸우기 공공성에 대한 강조는 물론 이미 너무도 많은 장소에서 많은 말들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공공성을 들먹이는 것은 여전히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이 그것이기에 그렇다. 물론, 어떤 공공성이냐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고, 들어야 할 이야기도, 해야 할 이야기도 많다. 시기적으로 보자면 이명박 정부에 의해 시도되고 있는 공영방송의 민영화 등의 시도를 비롯해 적어도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를 거쳤다고 믿던 상식적 수준에서의 공공성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우리가 강조해야 할 것은 미디어에 대한 권리가 단순히 미디어가 보여주는 것들을 수용하는 것에서 비판하고 창조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으로의 확대라는 것. 그것에 의한 공공성이다.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여전히 싸울 거리들이 무궁무진하기만 하다. 마치며 방통위로부터 촉발된 지원 중단은 비단 방통위의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RTV와 RTV 정규지원 액세스 프로그램으로 대표되는 퍼블릭 액세스의 모델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어떤 질문들을 던지고, 어떤 싸움을 조직해야 하는지 더욱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 또한 퍼블릭 액세스에 대한 고민을 해오고 있는 제작자의 한 사람으로서 방통위를 넘어서는 퍼블릭 액세스 운동의 새판 짜기가 필요하지 않은가? 라고 절실히 생각하게 된다. 물론, 방통위를 상대로 싸움을 벌이는 것, 그리고 우리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일들이다. 방통위.. 자꾸 쓰다 보니 왠지 어감이 안 좋게 느껴지기도 하고, 기분이 불쾌해지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들이 안고 가야할 질문이다. 그저, 함께 즐겁게 싸우자고 이야기 하고 싶을 뿐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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