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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52호 현장] “미디어교육, 도약을 위한 반성과 성찰” .... 무엇을 반성하고 어떻게 성찰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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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52호 / 2008년 6월 19일

 

 

“미디어교육, 도약을 위한 반성과 성찰”
.... 무엇을 반성하고 어떻게 성찰했는가? 



한상희(경실련 미디어워치, 전국미디어교육네트워크 간사)
 


1. 미디어교육을 위한 작은 움직임


전국미디어교육네트워크에서는 2007년 11월 23일~24일 ‘미디어교육의 실천과 담론을 향하여'라는 부제로 “전국미디어교육페스티발 I”(이하 페스티발 I)을 진행하였다. 이 페스티발을 통해 전국 단위의 미디어교육 주체들이 미디어교육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내용들을 공유하는 장을 마련함으로서 미디어교육네트워크를 통한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2008년 4월 11일에 서울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에서 진행된 “전국미디어교육페스티발 II”(이하 페스티발 II)는 이미 페스티발 I의 기획 당시 함께 논의되었던 것으로 페스티발 I이 사례발표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교육을 공유하고 토론 및 포럼을 통해 미디어교육네트워크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와 지향점에 대한 논의들을 펼쳐 보이는 장이었다면 페스티발 II는 보다 세부적인 주제를 중심으로 논의의 장을 만들어보고자 기획하였다. 당시 페스티발 II의 내용은 청소년과 장애인 미디어교육의 영역에 한정시키는 것을 논의하였고 이에 2008년 4월에 사례발표와 토론을 중심으로 하는 “전국미디어교육페스티발 II”를 개최하였다. 부제인 ‘미디어교육, 도약을 위한 반성과 성찰'에서 보듯이 이 두 영역은 2007년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현재 가장 많이 하고 있고 (청소년 미디어교육) 앞으로 가장 하고 싶은 교육 (장애인 미디어교육)으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각 섹션들은 다음과 같은 구성으로 진행되었다.



[장애인 미디어교육]
특 강 : 장애인 미디어교육의 현황/목표/과제 (김이진희, 장애여성공감)
사례발표1 : 지체장애인 미디어교육 (미소, 장애문화공간)
사례발표2 : 지적장애인 미디어교육 (황선희, 장애인 미디어교육 교사)
사 회 : 허 경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종합토론 : 김기룡 (장애인권교육연대), 이규식 (장애와인권 발바닥행동),
          박규민 (장애인운동네트워크 활동가)



[청소년 미디어교육]
여는 발제 : 청소년 미디어교육 되돌아보기 (김기봉, 분당정자청소년수련관)
사례발표1 : 학교 밖에서 학교 안으로 (한상희, 경실련 미디어워치)
사례발표2 : 학교 밖에서 학교 밖으로 (이혜린, 노리울 공부방)
사 회 : 오정훈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종합토론 : 신상선 (성동청소년수련관), 홍완선 (파주 두일중학교), 
          박지희 (스스로넷 미디어스쿨 졸업생)



장애인 미디어교육의 경우 다른 영역의 활동가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는 있지만 그 내용에 대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 착안, 특강을 통해 장애인 미디어교육에 대한 현황과 과제를 살펴보고자 하였으며 사례발표1과 2는 각각 장애의 유형에 따라 어떻게 교육내용과 방식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보기 위해 각각 지적장애와 지체장애의 영역에 대한 사례로 구성하였다.
청소년 미디어교육은 이미 미디어교육의 시작에서부터 그 토대를 갖고 있었고 현재도 가장 많이 진행하고 있는 교육이라는 점에서 성과 위주의 사례발표보다는 지금까지의 내용을 되돌아보고 한계를 짚어보자는 기획의도가 강했다. 여는 발제에서는 그런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성찰해 보고자 하였으며 사례발표1과 2를 통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지만 각기 다른 영역(학교와 공부방)에서 진행되고 있는 교육들의 현황과 한계를 드러냄으로써 보다 발전적인 청소년 미디어교육의 상을 그려보고자 하였다.



전국 30여개 단체와 129명의 개인(단체소속인원 포함)이 가입, 활동하고 있는 전국미디어교육네트워크에서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총 70명이 참가, 두 영역에 대한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2. 무엇을 이야기 하였는가?
발제와 토론을 통해 논의된 내용들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았다.





(1) 운동에서 교육으로, 교육에서 운동으로 - 실천성이 강조된 장애인 미디어교육


① 장애인의 조건을 고려해야 하는 장비 및 편집 프로그램의 문제
주로 영상제작교육을 하고 있는 장애인 미디어교육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용이한 장비의 사용과 편집 프로그램의 접근성의 문제이다. 장비를 사용하고자 하는 장애인 사용자의 신체적 조건에 맞는 장비제작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서 한계가 크게 느껴지고 있으며 편집 프로그램(프리미어 등)은 모두 영어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장애인 미디어 활동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이런 부분에 대한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② 장애인 영상의 미학적 실험
장애인 제작 영상에 있어서의 떨림 현상과 같은 것들이 오히려 장점으로 혹은 미학적인 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다. 즉 비장애인이 경험하지 못한 다른 세상에 대한 경험과 통찰을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청각장애인이 제작한 사운드가 배제된 상태의 영상은 좀 더 다른 부분에 집중할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으며 ‘할머니와 야채'라는 실험영화는 카메라의 주기적인 떨림이 오히려 영화에 힘을 주고 있었다. 휠체어의 높이에 맞춘 아이레벨이나 부감샷 등도 미학적 실험으로서의 요소를 갖고 있었다.



③ 기술교육으로 잘못 초점이 맞추어지는 장애인 미디어교육
복지관 등에서 진행하고 있는 미디어교육은 대부분 정보화교육과 유사하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사운드를 편집하고 그것을 녹음하고 CD로 제작하는 정도의 교육인데 그것도 대부분 결과중심적으로 흘러간다. 미디어교육이 기술교육으로 잘못 이해되고 있는 부분이다.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도 사진을 찍고 영상을 만들면서 그들의 눈높이와 관점으로 미디어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사회와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미디어교육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④ 장애인 미디어교육의 접근방법
- ‘장애인문화공간'에서 진행한 지체장애인 미디어교육의 경우 장애인들의 권리를 알리고 그것들을 획득해 나가는 과정에서 미디어를 통한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너무 운동성이 강조되는 것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교육을 진행하는 단체나 활동가들이 장애인들이 기존에 보아왔던 미디어들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고 제반의 장애인과 관련된 문제들을 사회공동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 둔촌고등학고 특수학급 미디어교육 사례를 보면 그들은 학교 안에서 진행된 교육이기에 그것이 가능했다. 즉 참여자들의 자발적 참여가 아닌 다른 사람에 이끌려 하게 되는 교육이었다. 이런 경우에 많은 변화를 이끌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 않다. 개개인에 따라 다르게 목표를 설정하고 아주 조금씩이지만 자기 이야기를 하게끔 만들고 그들의 성장에 작은 영향을 준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교육의 지속성을 생각할 때도 바람직할 것이다.



⑤ 교육과정 안에서 어떻게 관점을 변화시키는 내용을 담을 수 있을 것인가?
관점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교육과정안에 그러한 것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녹여내고 있는지가 궁금한데 ‘장애인문화공간'의 16차시 교육 안에서 어떻게 그것들이 포함되어 있는지 발표 내용만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아무리 기존에 활동하던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다양한 관점들을 갖고 있을텐데 그러한 부분들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나 내용들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장애인 미디어교육 영역은 특강의 내용이 사례발표와 비슷했던 부분은 아쉬웠으나 미디어교육 안에서도 관심은 있으나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사례발표를 지적장애와 지체장애로 나누어 배치한 것은 각 장애유형에 따라 교육에 있어 접근방식이 어떻게 차이가 있고 내용생산과 이후 활동에서 어떤 차이를 보이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의도였는데 두 사례 간에 가장 큰 차이점은 운동적인 접근과 교육적인 접근으로 볼 수 있었다.
지체장애의 경우 장애인의 커뮤니케이션권리 확보와 함께 이들의 목소리를 사회 속에 알리고 반영하고자 하는 의도가 우선시되기 때문에 구체적인 커리큘럼의 생산이나 교육적인 접근보다는 투쟁하는 내용들을 빨리 알려내는 즉 운동적인 접근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적장애의 사례는 우선 학교 안에서 이루어진 교육이라는 점에서 교육에 초점을 두고 있었는데 장애유형과 이에 맞는 교육내용 생산에 많은 고민들을 담고 있었다.
지체장애인의 사례는 그 활동의 중심이 교육이 아닌 운동이었고 그 결과물들을 생산하기 위해 교육이 요구된 부분이었기 때문에 커리큘럼이나 교육내용에서의 섬세한 고민들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 장애인 미디어운동 영역이 그 지속성을 갖고 보다 많은 고민과 목소리를 풀어낼 수 있기 위해서는 조금 더 교육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이 고민되어야 할 것이다.





(2) 한계를 드러내는 속에 도약이 있다 - 청소년 미디어교육




① 미디어교육과 창업으로의 연결
스스로넷 대안학교인 미디어스쿨을 졸업한 이후 영상제작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토론자 박지희씨의 사례는 청소년 미디어교육이 이후 ‘삶'이란 부분에서 나타날 수 있는 하나의 사례를 제공하였다. 물론 직업 혹은 창업교육이 미디어교육의 목적은 아니지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하나의 사례로서 생각해 볼만한 문제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문제는 영상기업이나 창업동아리들이 교육과 기업의 이윤추구라는 다소 상충되는 가치 속에서 해답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일단 기업이 되고 난 후 미디어교사와의 연결고리가 느슨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여기에서 미디어교육 기획자나 교사들이 어떤 식으로든 그들에게 조력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② 놀이와 일상 속에서 미디어교육
놀이라는 것은 즐겁고 하면서 무언가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출발은 무뭘 하고싶지? 왜 하고 싶지? 어떻게 할까?인데 이 과정에서 교사와 참여자가 함께 풀어나가는 것일 것이다. 공부방 미디어교육을 하면서 봤을 때 평소에는 연예인이야기를 주로 하던 아이들이 영상을 제작할 때는 영어공교육에 관한 내용을 다루었다. 교사는 이것을 전혀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저소득층인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느껴 비록 논리는 빈약하지만 자신들의 언어로 만들어낸 것 같다.



③ 미디어교육에서의 커뮤니티
학교의 경우 사실 틀에 갇혀 있는 학교의 구조를 탓하며 교육을 하는 입장에서 더 새로운 혹은 열린 방식들을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1년의 교육이 끝난 후 무엇을 아이들에게 남겨주었는지 자문하게 되고 이 내용들이 자신들의 생활 속에서 어떤 문화의 한 부분을 이룰 수 있을지 문제의식이 생겼다. 교육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고 향유하는 움직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의 한 방법으로 커뮤니티의 구성을 고민하게 되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고민이 요구된다.



④ 청소년들의 자발적 참여와 동기부여
앞의 논의들과 맥을 같이 하는 내용인데 학교의 경우 무엇인지도 잘 모른 채 교육을 선택하는 아이들이 많다. 이들과 어떻게 소통하는 교육을 할 것인지가 가장 큰 관건이다. 대상에 대한 이해보다는 미디어라는 것만을 가지고 가르치려고 한 것이 잘못은 아니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공동체 미디어교육의 경우 시사회나 발표회 등을 갖고 평가를 하는 속에 아이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데 계속 겉도는 아이들이 있다. 대답은 그냥이라고 하지만 분명 그러는 데는 이유가 있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알아내고 그것들을 교육에 반영하는 것, 현재로서는 그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청소년 영역에서의 논의가 논쟁적이지 않았던 것이 많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여는 발제와 두 개의 사례발표들이 논쟁적인 지점에서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두 사례 모두 활동의 고민과 반성을 드러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이번 페스티발의 의도가 한계를 드러냄으로써 발전적인 지향점을 찾고자 하는 것이었는데 특히 청소년 영역의 경우 그동안 많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던 교육인 만큼 반성의 지점과 한계점들이 더 명확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도화선 정도의 역할은 한 것 같다.
그러나 이후의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미비했고 토론 가운데에서 문제점을 정면돌파해서 파고드는 일종의 폭탄(?)이 없어 한 발 더 나아가는 논점이 발견되지 않아 여운을 남기는 자리였다.
청소년 미디어교육은 앞서 이야기한 도화선들을 시작으로 앞으로 워크숍 등을 통해 더 발전시킨다면 활동가들이나 학교 교사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3. 반성과 성찰, 지금부터 시작하기


평가를 내리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도 ‘미디어교육, 도약을 위한 반성과 성찰'이라는 주제에 얼마만큼 접근했는지에 대해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것은 아마 반성과 성찰의 무한 지속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그 대상이 장애인이든 청소년이든 그 누구이든 자신이 함께 하고자 하는 이들과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 그리고 이들의 삶 속에서 작은 변화들을 이루어 낼 수 있는 힘들을 위해 미디어를 이야기하고 삶과 사회를 이야기하고 있다.
미디어를 이야기한다는 것 그리고 미디어교육을 한다는 것은 항상 의문을 갖고 스스로 질문하고 해답을 구하고 함께 고민하는 반성과 성찰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미디어는 변화하고 그 변화는 사람과 세상의 변화를 동반하기에 제자리에 앉아서 머무를 수 없기 때문이다.
반성과 성찰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비록 많은 논쟁거리를 생산하지는 못했지만 성과위주의 발표에 익숙해져버린 우리의 모습을 조금씩 털어내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던 자리였으리라 생각하며 더 많은 부족함들을 거침없이 쏟아낼 수 있는 ‘우리'를 기대한다. □



주 
1) 전국미디어교육페스티발II에 대한 본 평가의 글은 페스티발 준비위원회의 평가회의 결과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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