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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53호 특집] [공동체라디오] 방송발전기금, 누구를 위한 방송발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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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8. 1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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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53호 / 2008년 7월 30일

 

 

[공동체라디오]
방송발전기금, 누구를 위한 방송발전인가?


김창주(마포FM 전 기획재정팀장)
 
2005년 7월 국내 최초의 공동체라디오가 드디어 첫 주파수를 쏘아 올렸다. 시민의 미디어권리와 풀뿌리지역공동체의 강화발전을 위해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대단한 열정을 가진 공동체라디오 사업자와 방송활동가들의 각고의 노력에 의한 산물이었다. 불과 1년 전 방송위원회(현재 방송통신위회의 전신)의 소출력공동체라디오 사업자 공모에 전국 20여개 지역단체가 참여하여 치열한 경쟁 끝에 8개의 시범사업자가 선정된 이래로 약 8개월에 걸친 전광석화와 같은 쾌거였다.
당시 각 언론에서도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공중파 라디오방송국의 출현에 대해 시끌벅적 대단히 흥분하였다. 진정한 지역미디어의 새로운 전환기를 만들어 간다느니, 또는 동네마실방송과 같은 지역주민 누구나 문턱 없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퍼블릭액세스를 실현했다느니 하며 큰 관심을 보여주었다. 그에 따라 소출력방송장비 업체들마저 덩달아 호황을 누리게 되었다며 훈훈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소출력공동체라디오 시범사업운영의 주관자로서 방송위원회는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방송발전기금을 통해 지원하였다. 방송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이바지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한 이 기금의 사용처로서 그간 미디어에 소외되어 왔던 소수자 및 지역밀착형 콘텐츠를 개발하여 지역발전 및 공동체강화를 목적으로 두고 있는 공동체라디오는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공동체라디오는 시범사업 시행초기에서부터 참으로 별의별 난관에 맞부딪히게 된다.방송사업적 경험이 별로 없던 연유로 방송국설립과 프로그램 편성기획, 지역공동체와의 컨소시엄 구성 등 해야 할 일들이 태산처럼 많았지만, 가용주파수의 확인, 전파필드테스트, 재정지원에 대한 방식, 전파출력의 비현실성 등등 방송국의 존재의미마저 무색케 할 정도의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많은 어려움 중에서도 사람이 극도로 어려울 때 나 몰라라 했던 일을 두고두고 잊지 못한다고 했던가? 그래서 그런지 다음과 같은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 첫 시련으로 마음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시끌벅적한 생일잔치 뒤에 벌어진 최초의 성장통은 방송국의 존립근거인 주파수에 관한 논란이었다. 당시 전파통신에 대한 관할 정부부처인 정보통신부의 방송국허가를 받기위해 연주소와 송신탑을 건립하고, 정해져 있는 기존 기준에 맞추어 신청을 내었지만, 정보통신부 측에서는 가용주파수가 넉넉지 않다는 이유로 방송국허가를 미루게 되었다. 속설에 의하면 공동체라디오 방송국 정책의 주도권을 쥐고 방송위원회와 정통부의 벌이는 실갱이에 의해 애꿎은 공동체라디오 사업자만 속이 타들어 가게 된 현실이었다. 정식 방송국 허가가 나오지 않은 조건에서 방송위원회는 매월 정기적으로 지원하기로 하였던 방송발전기금의 방송제작지원금 지급을 미루게 되었고, 초기 설립자금으로 소요된 2억원 여의 자금(이중 1억여원은 방송위원회의 지원, 그것도 매칭방식-한도액을 정하고 사업자가 가용할 수 있는 출자금에 규모에 따라 50 대 50 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원을 하였음)을 끌어오느라 재정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사업자들에게는 깡마른 논바닥에 가랑비라도 기다리는 심정이 되었던 것이다.
결국 이러한 논란은 거의 연말에 가서야 종결이 지어졌고, 결국 공동체라디오 사업자는 사업을 준비, 시작한 이후로 1년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단비 같은 방송발전기금 지원을 얻게 되었던 것이다. 이 사이 각 공동체라디오 사업자들에게는 1년간 사무실 운영비, 인건비등을 지급할 수조차 없었던 고난의 행군 시절이었으며, 모든 긴급자금을 쏟아 부어 그럭저럭 운영을 해 왔던 공동체라디오 사업자에게는 이것이 훗날 자다가도 벌떡 깨게 하는 운영부채가 되어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시달림을 받고 있는 것이다.



현재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방송발전기금은 매달 500만원씩 지원이 되고 있다. 그것도 각종 행정 실무의 지연과 매번 까다로운 신청절차로 인해 몇 달씩 밀려서 지원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며, 이것이 공동체라디오를 진정으로 지원하기 위한 기금인지 아리송해 하는 끝에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지원을 받고 있다. 혹자는 이만한 액수이면 대단히 큰 액수가 아니냐는 오해를 가질 수도 있지만, 원래 공동체라디오의 설립취지에 따라 상업방송과 거리가 먼 운영방식이며, 사업초기의 어려움 등으로 기금모금 등의 여타 수입구조를 안정적으로 구축해 놓지 못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방송국 운영 초기에 대한 일정정도의 인큐베이팅이 절실한 상황이다. 공동체라디오의 한 사업자는 방송통신위원회 직원 1명의 임금정도로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다는 자조 섞인 한탄을 늘어놓기도 하였다.
공동체라디오는 운영 3년을 맞이하였지만, 사업주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방송발전기금 지원 외에 단 한 차례도 제대로 된 운영지원 및 업무협조를 받은 바가 없다. 순전히 사업자의 노력에 의해 황무지에 밭을 일구는 심정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다.



방송발전기금의 쓰임의 목적은 각종 미디어소외계층을 위한 접근권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 소수자들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한 사업, 각종 시청자단체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 등등의 사회공익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이런 소중한 기금에 대해 왜 공동체라디오에는 더욱 많은 지원을 실시하지 않느냐고 불평하기 위해 이 글을 적지 않았다.
대형 방송사와 권력형 언론기관들이 판을 치고 있는 가운데, 자칫 사라질 수 있는 다양한 목소리들과 건전하고 올바른 미디어 접근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인 방송발전기금이 그 목적에 따라 올바로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지적을 통해 이 기금의 진정성을 회복시켜 보고자 하는 것이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영어FM 사업추진은 누가 보더라도 공동체라디오 사업자들을 무시하는 처사이며 그간에 진행되었던 공동체라디오 사업을 스스로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이다. 현재 사업자들의 숙원이며 방송국 운영의 근간인 안정적인 주파수 출력에 대해서 가용주파수가 없어서 출력증강을 해 주지 못하겠다고 배짱을 튕기던 모습에서 이제는 방송발전기금의 기존 운용도 무리하게 변경하여 11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어FM의 주파수탐색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공동체라디오 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렵고 귀하게 사용하였던 그 방송발전기금이 주요 텔레비전 방송사로부터 조성되어 대부분이 다시 그 방송사에 사용이 되고 있고, 각종 시청자참여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중단 및 축소, 기금의 사용계획과 시행방법 등이 때에 따라서 고무줄 튕기듯이 뒤바뀌는 현실을 보면서 이 기금의 운용을 맡고 있는 주체에게 과연 공익적 기준을 갖고서 기금을 사용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갖고 있는 운용의 기준이 특권의식과 방송발전에 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문제라면 현재의 방송발전기금은 특권층과 권력을 가진 이들, 그들만의 방송발전을 위해 사용되는 기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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