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ACT! 55호 현장] 독립 인터넷언론의 꿈 : ‘대안담론' 다룬 인터넷언론네트워크 워크샵

본문

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55호 / 2008년 9월 30일

 

 

독립 인터넷언론의 꿈
: ‘대안담론' 다룬 인터넷언론네트워크 워크샵



유영주 (민중언론참세상 기자, 인터넷언론네트워크)
 
[편집자주] 지난 달 인터넷언론네트워크에서는 "표현의 자유, 진보담론, 대안미디어의 역할"이란 주제로 워크숍을 열고, 현재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앞으로 대안언론(운동)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특히 이 자리에선 올해 상반기에 있었던 촛불에서의 경험과 인터넷 통제정책의 강화, 그리고 미디어융합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의 도래라는 상황에서 지역의 진보 언론을 포함한 대안 언론이 앞으로 어떤 과제들을 준비해 나가야할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고 하는데 이번 워크숍에서 나왔던 문제의식들과 논의 내용에 대해 종합적으로 소개하고 가능하다면 여기서 나왔던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후속 활동 계획까지 담는 원고를 청탁 드려보았다.


인터넷언론네트워크는 년간 한두 차례 워크샵을 갖고 인터넷언론 공동의 실천 현안과 정책을 다뤄왔다. 이번 워크샵 기획은 워낙 5-6월 경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촛불 탓에 많이 늦춰졌다. 대선과 총선 시기 인터넷실명제를 거부해온 활동을 돌아보고, 이명박 정부 시기 인터넷언론이 다뤄야 할 대안담론을 고민해보는 자리였다.


질문은 그랬다. 지금 인터넷언론이 대안담론을 다뤄야 한다면 그 정의와 역할은 무엇일까. 독립 인터넷언론은 무슨 꿈을 먹고 살고 또 살아가야 하나.




민중언론참세상의 경우 “민주주의, 인권, 평화, 대안세계화, 사회화, 평등의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고, 민중의 삶과 투쟁과 문화를 소중히 여기고, 민중의 시각으로 깊이 있게 보도하는 민중의 미디어”라고 소개하고 있다.


언론이 ‘경향성'을 갖는다는 측면에서 특정한 가치 지향을 나무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가치를 지향하는 것과 가치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 인터넷언론 당사자에 있어 이 같은 지향과 생산ㆍ유통의 간극과 괴리는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다.


“민중의소리, 오마이뉴스, 민중언론참세상이 다 어려운데 민중언론참세상이 더 어려운 것은 민중언론참세상의 책임이 아닌 부분, 민중언론참세상의 세계관이 그만큼 절대적으로 소수이기 때문인 것도 있어서, 그런 것까지 감안한 방향들을 정립해야 할 것 같다.”(허경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활동가)


민중언론참세상의 세계관이 절대적으로 소수라는 이야기가 무슨 말일까. 민중언론참세상이 지향하는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이 소수라는 의미인지, 민중언론참세상이 지향하는 가치 자체가 소수 지향적이라는 의미인지. 이런 점을 감안한 활동방향 정립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인터넷 매체는 전통 매체(방송, 종이신문)와 달리 데이터 전송 외에 망 중간에서 제어나 차별 행위를 하지 않는 개방형 시스템을 갖고 있다. 쉽게 말해 데이터 전송이 자유롭고 직접적이다.


이런 특성 탓에 무한 경쟁과 같은 신자유주의의 가치가 구현되기도 하고, IT 산업을 통한 신자유주의의 재생산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도 한다. 동시에 신체, 계급,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아래로부터의 변혁의 지향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인터넷 기반이 이처럼 상호 모순적인 가치를 갖게 된 것은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고 또 광장을 지향하는 기술적, 철학적인 면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촛불 국면에서 ‘다음아고라'를 인터넷언론의 측면에서 본다면 인터넷 기반의 개방성, 쌍방향성이 화끈하게 확인된 사례라 할 수 있으며, 정부가 아이피 추적, 실명제 강화 등을 통해 인터넷을 통제하는 데 골몰하는 점도 그 양면성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인터넷언론으로서는 얼마든지 마음먹은 대로, 상상하는 대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의제에 개입하고 이슈를 확산할 수 있다. 독자와의 직접 소통을 통한 대의적 재생산 과정에 얼마든지 개입할 수 있다. 그렇다면 뭐, 실력의 문제?


“오히려 진보언론이 이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에 대해 엄격하게, 한겨레, 경향, 조중동보다 더 잘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 것도 없는 우리의 상태에서 여기까지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저널리스트로서의 자기 정립이 필요하다. 운동가가 아니라 정치적인 주장을 가진 프로파간다의 주체가 아니라 저널리스트라는 자기 정립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영주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부소장)


독립 인터넷언론 당사자들을 괴롭히는 문제 중 하나가 이거다. ‘장기적인 저널리스트로서의 자기 정립'이란 존재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지만 진보적으로 저널을 하는 능력에 답하는 일이다. 언론에 있어 대안담론 문제는 정책의 나열이 아닌 탓에 저널리즘적 구현이 필수적이다.


“첫째, 의제설정 능력. 의제설정 능력이 국가 기구를 직접 상대하거나 전문적일 필요는 없고 자기 대중과 커뮤니티 내에서 의제설정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의제설정 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이런 의제설정을 가지려면 기본적인 저널리즘 특성과 저널리즘이 작동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고 궁극적으로는 인터넷언론의 저널리즘이 굳이 주류미디어가 하는 정치적 공간이거나 계몽적인 저널리즘에 한정될 필요는 없다. 인터넷 언론은 1인칭적 시점이다.” (황규만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그렇다면 저널리즘 능력의 확장이 어떻게 가능할까. 대중과 커뮤니티 내에서 의제설정 역할을 한다는 것, 저널리즘이 작동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1인칭 시점의 컨텐츠를 생산한다는 것, 이 능력은 어디에서 축적되고 발휘될 수 있을까. 열심히 하다 보면 도달되는 그런 건 분명 아닐진데.


방송과 종이신문의 편방향의 위력을 깨고 오마이뉴스가 ‘개혁' 컨텐츠로 온라인 저널리즘을 구현했을 때, 정치적 격변과 함께 사회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힘이 되었다. 그것은 인터넷 망 기반을 바탕으로 한 시민 참여 저널리즘에서 나왔다. 형식에서 내용에서 저널리즘의 전통적 틀을 깨는 사건이자 과정으로 평가된다.


다소 시간이 흘렀다. 웹2.0으로 회자되는 기술적 변화와 포털의 막강한 위력, 인터넷 통제의 강화를 특징으로 하는 지금, 인터넷언론이 추구할 저널리즘 구현 방식이란 뭘까. 그리고 담아야 할 컨텐츠는 무얼까. 장기적인 저널리스트로서의 자기 정립이란, 장래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렇다면 도달 가능한 과정과 경로는 무엇일까.


아래는 민중언론참세상, 미디어충청, 울산노동뉴스, 참소리 등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역설적이게도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떨어져' 각개약진 하는 인터넷언론 당사자들의 목소리들.


“투쟁하는 대중이 직접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기는 한데 현실적으로 투쟁하는 대중이 직접 글을 쓰거나 혹은 글을 쓰도록 조직하는 것이 어렵다. 대안 언론을 고민하는 데에 있어서 일종의 전문 저널리즘적인 요소와 일종의 대안 언론적인 요소에 긴장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이종호 울산노동뉴스 편집국장)


“2000년대 초반에 독립 미디어를 한다고 하고 민중언론참세상도 스스로 독립 네트워크에 대한 지향이 있었다. 그런데 한축으로는 진보네트워크와 참세상이 망에서 왕따가 된 미디어가 되지 않았는가. 오늘 논의에서 대중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의 문제, 우리가 스스로 운동권 언론으로 자위하면서 언론활동을 해왔던 문제에 대해서 뒤집어 보고 네트워킹과 기술적인 문제들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것들이 생산력 향상, 결국 컨텐츠 문제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기자들이 온전하게 활동을 하고 남아서 자기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김용욱 민중언론참세상 편집국장)


“융합 미디어에 대해 헤쳐 나갈 길을 찾아야 한다지만, 커뮤니티 구축이나 소통과 관련해서 전혀 고민을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지방이라서 그런지 따라가야 할 모델을 보고 따라갈 수 있는 상태도 아니어서 마음이 무겁다.” (박재순 참소리 편집국장)


“충청권에 오마이뉴스 기자가 둘인데 이들이 생산해 내는 기사의 양과 질을 봤을 때 미디어충청보다 10배는 낫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취재 소스도 우리 기자들이 찾아가지 않아서 오마이뉴스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임두혁 미디어충청 발행인)


“대단히 어렵고 열악한 상황에서 할 만하면 기자들이 나간다. 실력이 쌓아질 만하면 나가거나 나가떨어진다. 예전에는 민중언론참세상의 내부 수준이 안 되니까 사람이 들어와도 안 되겠다는 실력의 문제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러면 이제는 어떤 실험을 해야 되느냐. 인터넷언론이 포화 상태이고 우리가 경쟁에서 이길 수는 없지만 다른 아이디어, 다른 상상력으로 돌파해 보자고 했을 때 손에 잡히는 것이 없는 상황에서 경향신문과 같은 영향력을 절대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김삼권 민중언론참세상 기자)


컨텐츠 생산 뿐 아니라 유통 방안 문제도 인터넷언론이 봉착하고 있는 문제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에 노출되는 기사를 제외하면 몇 백, 몇 천 정도의 조회에 그치는 기사가 태반. 현재로서는 홈페이지로 찾아오게 하는 묘책이 없는 한 이 수준을 깨는 건 쉽지 않다.


특종을 터트리면 된다? 그러나 특종은 요행이 아니라 대부분 구조적으로 이루어지는 결과이다. 자본과 권력의 유지 재생산 과정에서 빚어지는 크고 작은 해프닝에 미디어는 본능적으로 주목한다. 말하자면 기자들은 먹이를 찾는 짐승처럼 독점 정보 수집에 열중한다. 자본의 부패, 정치 분파간 헤게모니 싸움 등이 포착되고, 소스 당사자와 생산 당사자 간의 타협을 거쳐 컨텐츠로 유통된다. 언론은 이 타협에서 ‘경향성'을 정체성으로 삼아 영향력을 제고한다. 이 메커니즘을 움직이는 것은 권력관계와 자금인데, 아시다시피 독립 인터넷언론은 두 요소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익히 알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개방성, 광장, 쌍방향, 직접민주주의의 인터넷 망은 계속 호의적으로 또는 공평하게 작동해 줄까나? 아래로부터의 커뮤니케이션 권리 실현의 듬직한 기반이 되어 줄까나. 그렇지도 않다. 지금까지 인터넷은 플랫폼과 컨텐츠만 잘 만들면 일단 컷오프 되었지만, 기술시장이 통합된 상황에서는 독자 플랫폼만을 고집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3대 포탈이 과점한 인터넷 시장에서 3대 포탈에 네트워킹 되지 않는 플랫폼은 사실상 네트워크로부터 차단되는 실정이다. IPTV, 융합 환경은 이를 더 가속화 할 전망이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오늘 인터넷언론이 대안담론을 다뤄야 한다면 그 정의와 역할은 무엇일까. 독립 언론은 무슨 꿈을 먹고 사나. 살아야 하나. 아래 제안은 약간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민중의 자율적 커뮤니케이션을 핵심으로 삼는 민주적 커뮤니케이션의 총체적 발전이 필요하다. 아래로부터의 민중의 참여와 자기표현, 소통 혹은 자율적 커뮤니케이션과 직접 행동을 강화하고, 대의제적 시스템과 직접 참여 시스템의 유기적 결합에 기초한 생산적 발전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 운동의 발전 과정 속의 주체와 공적 영역의 확대 과정 속의 주체가 통일성을 확보하고 대안적 의제의 법제, 정책을 통해 구현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 (김명준 미디액트 소장)


오래된 제안, 흠 잡을 데 없지만 그래서 임팩트도 없다. ‘아래로부터'의 측면은 인터넷언론 당사자들의 고백에서 현실의 고달픔이 확인되고, ‘운동 과정 속의 주체와 공적 영역의 확대 과정 속의 주체의 통일성 확보'에 있어 독립 언론 당사자들이 갖는 이중적 정체성 고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컨텐츠 생산의 현실을 놓고 볼 때, 지금 독립 언론 당사자들이 필요로 하는 건, 좋은 열 방향보다 손에 잡히는 컨텐츠 하나 틀어잡는 방책이다.


“따라서 대중과 얼마나 잘 소통할 것인가 또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서 시장의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가 향후 인터넷언론의 주요 고민이 되어야 되지 않을까.” (황규만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쩝. 도로 제자리로 오고 말았다.


공영방송 낙하산 재편과 방송 장악, 자본의 진입장벽을 허물어놓을 방송법 시행령 개정, 코바코 해체와 민영 미디어렙 도입 등 미디어 사유화, 방송통신 발전을 위한 기본법 제정 추진, 신문법 대체입법 공식화, 인터넷실명제 등 통제 강화...


위로부터 강제되는 미디어 정책은 이미 사회 전반에 급격한 변화를 추동중이다. 양화든 악화든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자본의 부패와 권력의 헤게모니 다툼의 현장에 좀처럼 근접하지 못한 채 비껴 서 있는 진보적 독립 언론들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잘 소통', ‘잘 적응' 방책이란 무엇일까.


‘인터넷언론이 세상을 바꾼다'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슬로건, 더 이상 가슴 일렁이게 하지 않는다. 진보적 독립 언론이 이를 대체할 다음 슬로건을 창출할 수 있을까... 다들 그 꿈 하나 먹으며 살고는 있으나. □




주)
* 인용 문구는 지난 8월 14-15일 열린 인터넷언론네트워크 워크샵 참가자의 발표글 또는 발언에서 따왔습니다.




* 관련자료
인터넷언론, 가장 어려운 건 '기획과 전략' : 인터넷언론네트워크, '표현의자유. 진보담론' 주제로 워크샵, 유영주 기자, 2008년 08월 19일, 민중언론참세상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49227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