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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56호 현장]내년에는 활동을 매개로 만나요~ . - 한일미디어활동가캠프에 대한 지역미디어활동가의 짧은 후일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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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56호 / 2008년 11월 6일

 

 

내년에는 활동을 매개로 만나요~ .
- 한일미디어활동가캠프에 대한 지역미디어활동가의 짧은 후일담 - 



이진행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미디어연구소)



우리 지역에 일본 활동가들이 방문하다.


9월 30일 오후,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준비사무실이 떠들썩해졌다. 처음으로 외지에서 많은 손님들이 방문하여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의 준비 과정과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이기 때문이다. 손님맞이를 위해 어디선가 빌려온 책상과 의자에 쌓인 먼지를 닦아내느라 오전부터 분주했던 참이다. 이번에 오신 손님들은 더욱이 특별하다. 멀리 일본 각지에서 날아온 미디어활동가 여덟 분, 그리고 한국 미디어활동가 도영, 그리고 통역을 담당한 일본 연구자 하지메씨.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에서는 모든 스태프가 총출동하여 손님맞이에 나섰다. 말이 잘 통하지 않으면 어떠하리오. 서로 짧은 영어와 따뜻한 눈빛을 교환하며 쉽진 않지만 흥미로운 소통이 시작되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익산 센터의 운영 구조와 준비과정에 대한 짧은 브리핑을 한 후 이제까지 진행했던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를 이어나갔다. 손님들은 이틀 전부터 서울에서 시작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데다 익산까지 이동한 여독으로 녹초가 되어있는 것 같긴 했지만, 각자 관심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질문도 해가며 열의를 보여주었다. 특히 삿포로 지역에서 각자 미디어 활동을 하면서 지역 미디어센터를 준비하고 있는 활동가들은 지역 미디어센터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궁금해 했고 신축될 익산 센터의 설계도에 큰 관심을 보였다. 어린이 미디어교육을 준비하고 있는 비디오 활동가 야마카와씨는 지난 4~6월 진행했던 다문화어린이미디어교육의 커리큘럼과 교육 참여자들의 표현방식에 대해서 특히 흥미로워했다. (야마카와씨
는 우리가 드린 교육결과물 DVD를 캠프 기간에 다 보고는 소감을 이야기해주기도 했다.) 통역을 사이에 두고 열댓 명이 대화를 나누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후 캠프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익산을 떠나는 손님들의 발걸음이나 배웅하는 익산센터 스태프들의 마음은 당시 꽤나 가벼웠다. 그러나... 같은 전북지역 생태문화 활력소에서 진행된 나흘간의 캠프에서 처음 기대했던 만큼의 이야기들이 오고갔는지에 대해서는, 글쎄... ACT!에 후기 비슷한 원고를 쓰고 있는 지금 나의 마음이 그 때 만큼 가볍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지금 가지고 있는 느낌은 어떤 설렘 또는 책임감, 무언가가 시작되는 지점을 목격하고 만들어나갈 때 감지되곤 했던 어렴풋한 희망의 무게이다.




지역 미디어센터가 해외 지역 활동가들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일


처음 이번 캠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은 이번 캠프의 실무책임자(가 되어버린) 도영에게서였다. 일본 미디어운동 활동가들이 한국에 방문하고, 캠프 장소를 부안으로 잡았으니 함께 하자는 제안이었는데, 정확히 뭘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이지 않았던 것 같다. 다만 기존에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국제연대활동과는 다르게 지역 활동가들도 참여하고 지역 활동 거점도 방문했으면 한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일본에서 방문하는 활동가들도 지난 7월에 삿포로에서 있었던 G8 정상회담 반대 투쟁을 통해 네트워크된 일본 각 지역의 활동가들이라고 하니 정말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우리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두 가지 정도였다. 하나는 일본에서 우리 지역 (부안은 익산과 같은 전북 지역이다. 승용차로 달려 1시간 반 정도 걸려야 갈 수 있기는 하지만...)까지 손님이 오신다고 하니 잘 챙겨줘야지 하는 것(그래서 급하게 제안된 예산 지원 요청도 금방 수락하게 된 것이 아닐까.). 그리도 또 하나는 이번 캠프를 계기로 만나다 보면 내년쯤에는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을 구상할 수도 있겠다는 것.
특히, 참여적 미디어 활동에 대한 대중적 활동이 많지 않았던 익산 지역에서 미디어센터를 준비하면서 지역 미디어 운동을 고민하는 우리에게는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새로운 지역 사람들, 특히 젊은 층을 만나서 미디어 활동의 즐거움과 가능성을 소개하는 것이 주요한 과제 중 하나이다. 그래서 올해는 전북 지역 20대(대학생, 노동자, 일정한 직업이 없는 젊은이 등을 모두 포함하는)들과 함께 하는 미디어 캠프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런 활동을 일본 미디어운동 단위와 함께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일본에서도 참여적 미디어활동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가 낮으며 참여할 기회도 많지 않고, 특히 젊은 층들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것이 문제라는 이야기를 더러 들어왔기에,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다른 나라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더해지면 지역 젊은이들에게 한층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지 않겠는가. 막상 일본 활동가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삿포로 활동가들이 지역 미디어센터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어 더욱 반가웠다. 바야흐로 내년에는 익산-삿포로 지역의 20대가 교류하면서 미디어를 활용해보는 20대 미디어 캠프를 준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번에 부안 캠프에서 만난 한-일 미디어 활동가들이 강사나 운영 스태프로 참여하게 된다면 금상첨화일지도 모른다.
사실 이런 기획은 우리에게도 아직 아이디어 수준에 불과하며, 일본 활동가들에게 구체적으로 제안하지도 못했다. 캠프의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앞으로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에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로 언급된 정도이다. 하지만, 이렇게 만나 안면을 트고 서로의 활동을 이해하게 되었으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각자의 지역으로 돌아가 다시 지역 사람들을 만나고 미디어 활동을 해나가면서 구체적인 가능성을 만들어내면 될 일이다. G8 정상회담 반대투쟁을 계기로 공동 활동을 펼치면서 전국적으로 네트워킹 되어 사회운동과 결합하는 미디어운동, 참여적 미디어운동을 향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일본 미디어활동가들의 의지는 과거 어느 시점 우리가 그러했던 것처럼 충만해 보였다. 익산 센터 역시 내년 활동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짜면서 현실적인 방법들을 찾아보려 한다. 이번 캠프를 계기로 메일링리스트가 만들어졌으니 이후 벌어질 다양한 상황들에 대해 쉽게 공유하고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P.S. 부안 캠프에 대한 개인적 소회


지역에서의 고민 중심으로 서술을 하다 보니 막상 부안 캠프의 프로그램과 논의 내용은 별로 언급하지 못했다. 간단한 스케치는 미디액트 뉴스레터의 소식을 참고하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준비 과정에 결합하지 못한 채 함께했으나, 준비 과정의 빈구석들을 메우는 데에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밖에. 운송 계획이 거의 없었던 캠프에 먹을 것을 실어 나르느라 나의 늙은 마티즈가 한참 고생을 했고, 재정 계획이 거의 없었던 캠프에서 장을 보느라 내 신용카드로 상당한 금액을 카드깡 당했으며, 논의 내용 보다는 장보고 음식 만들고 치우고 예산 처리했던 기억이 더 많은 캠프였다. 그래도, 과히 깔끔하진 않지만 아름다웠던 부안생태활력소 공간의 자유로움, 조개 캐고 밥을 먹기 위해 두 시간 넘게 걸어 다니면서도 별다른 불평이 없었던 일본 활동가들의 다정함, 긴 자기 소개들을 들으며 엿보인 각자가 가진 고민과 열정의 흔적들, 그리고 혹자에게는 비효율적이라고 생각되기도 했겠지만 프로그램과 예산에 대한 것들을 모두 둘러않아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결정했던 소통 방식이 많이 기억에 남기도 한다.




지역에서 지역 활동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애초의 의도가 프로그램에서는 거의 반영되지 못했던 점은 상당히 아쉬웠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이번 캠프를 통해 시작된 소통의 실마리를 이후 확장해나가는 것은 모두의 몫이 아닐까. 다음 한일 활동가 캠프 혹은 만남의 자리에서는 활동가들 끼리 함께 할 수 있는 일들 뿐 아니라 각자의 활동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활동에 대해서도 활발하게 논의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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