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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56호 이슈] 미디어 통합법, 아래로부터의 정책이 될 것인가 . : 미디어융합 법제 개편에서 우리가 남겨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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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56호 / 2008년 11월 6일

 

 

미디어 통합법, 아래로부터의 정책이 될 것인가 .
: 미디어융합 법제 개편에서 우리가 남겨야 할 것 



김지현(미디액트 정책연구실, ACT! 편집위원회)



예기된 복병, 미디어 통합법이 다가온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국정 감사도 끝나고 이제 법안 제ㆍ개정 작업도 다시 속력을 얻게 되었다. 국회 상임위의 테이블을 장식할 수많은 법안 중 그 위상이나 중요성, 앞으로의 파급력에 있어 미디어 활동가들이 특별히 주목해야할 법안이 하나 있다. 바로 미디어 통합법이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듯이, 미디어융합 현상은 임박한 미래가 아니라 이미 다가온 현실이다. 그간 TV면 TV, 라디오면 라디오, 영화면 영화처럼 매체별로 독립적인 그 매체만의 영역 그리기가 가능하던 것이 디지털화를 통해 이제 점차 부분 및 전체가 호환 가능하고, 서로 하나의 테두리 안으로 통합되는 시대가 되었다. 비디오든 오디오든, 텍스트든 상관없이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하나의 매체에 담아내는 인터넷이 우리 생활에 자리 잡은 지 이미 10년이 넘었고(이것이 기존의 미디어 지형과 생산ㆍ수용 문화를 얼마나 획기적으로 바꿔놓았는지는 모두 잘 알 것이다.), 그 뒤를 이어 DMB, IPTV, CDMA 등 기존의 시장 경계를 무너뜨리는 신규 융합형 미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기술 발전에 따라 동일한 콘텐츠가 다양한 플랫폼으로 이동하거나 하나의 단말기가 다양한 기능과 소통 모델을 포괄하는 경우가 늘어났고, 서로 다른 단말기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경합 관계에 놓이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이렇듯 전통적 경계가 무너지고 새로운 통합적 환경이 도래함에 따라 법제 및 규제 기구의 수준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오랜 소모적 논쟁과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2007년 12월 28일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일명 IPTV법)이 국회를 통과하였고, 2008년 2월 29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됨에 따라 기존의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를 합쳐놓은 방송통신위원회도 출범하였다. 신성장 동력으로 각광 받던 신규 융합 서비스의 법적 인정과, 방송과 통신에 대한 진흥 및 규제를 관장할 융합 기구의 출범. 논리적으로 미디어융합에 따른 규제 체계 정비의 다음 수순은 그동안 매체별로 흩어져있던 미디어 관련법들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해내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카드, 근데 이게 뭥미?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는 2008년 8월 28일 보도 자료를 통해 통합법 제정에 관한 계획을 발표했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방송통신발전에 관한 기본법」(가칭) 이란 이름의 이 법은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방송법, 전기통신기본법, 정보화촉진기본법 등에 분산되어 있던 방송통신의 기본적 사항들을 통합ㆍ재구성”한다고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또한 방송과 통신을 단기간에 동일 규제체계로 융합하기는 곤란하기 때문에 단계별로 나누어서 접근할 것을 제안한다. 이에 따라 1단계로 기본법을 먼저 제정하고('08년 하반기), 2단계로 방송통신사업법을 제정하며('09년 하반기), 3단계로 방송통신 관련 별도의 개별법을 단일된 통합법으로 통합할지 여부를 결정('10년 이후)하겠다고 한다. 다음은 이들이 밝힌 통합법 추진 전략과 개념도이다.






(자세한 사항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보도 자료를 참조할 것.
http://www.kcc.go.kr/user.tdf?a=user.board.BoardApp&c=2002&board_id=KCC_02_02&seq=161&
ctx=&bad=&isSearch=&searchVal=&basic=&npp=10&cp=7&pg=1&mc=P_02_02




이 개념도에서 보면 방송통신발전에 관한 기본법은 방송통신사업법과 망법, 전파법 등을 그 하위에 두며 방송 및 통신에 관한 개별법들을 포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는 총칙, 방송통신의 발전, 방송통신기술 진흥 및 인력양성, 방송통신발전기금, 기술기준, 재난 관리, 보칙 등 총 본문 7장 54조, 부칙 10조로 구성된 기본법 제정안을 마련하면서, 그 주요내용으로 ① 방송과 통신을 아우르는 포괄적 개념 규정 및 동일서비스-동일규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수평적 규제 체계의 원칙 도입, ② (방송통신의 발전과 국민 복리의 증진이라는) 방송통신 정책의 기본 이념 및 국가의 책무 규정, ③ 신규 서비스의 신속한 시장 도입을 위한 근거 마련, ④ 기존 방송발전기금에 통신사업자의 출연금, 주파수 할당대가, 전파 사용료 등을 통합하여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확대, ⑤ 방송통신위원회에 방송통신망ㆍ서비스ㆍ콘텐츠ㆍ기반시설에 관한 진흥과 기금 관리에 이르는 종합적인 역할 부여 등을 포함시켰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이 법은 이미 부처 간의 협의를 거친 후 9월 중순에 입법 예고되어 온라인 및 필요시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한 의견수렴 과정을 마치고 11월, 정기국회 제출을 눈앞에 두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법안은 10월 31일에야 공개되어 현재 11월 19일까지 의견수렴을 받고 있는 중이다. (방통위의 입법 예고 공지 및 법안 보기 ) 벌써 10월도 다 지나가고 올해도 2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법안에 대해 언제 의견수렴하고 언제 국회에 상정하여 올해 말까지 제정을 마치겠다는 걸까? 사실 방송통신위원회가 애초에 잡아놓은 추진 일정 자체가 문제이다. 융합 상황이란 방송, 통신, 출판, 인터넷, 영화, 음반, 융합 서비스 등 사실상 거의 모든 미디어의 기술적 기반이 유무선의 전기통신 현상으로 변화해가며 통합되는 추세를 말한다. 그렇다면 이 법에서 다루어야 할 내용도 단순히 방송과 통신을 결합하는 수준에서 논의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디지털 기술이 포괄하게 될 다양한 미디어의 총체적 변화를 포착해가며 앞으로 우리 사회 커뮤니케이션 구조의 발전 방향과 주요 규제 및 진흥 원칙, 그리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체계를 제시하는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방송통신위원회는 모르는 걸까? (혹시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걸까?) 어떻게 이렇게 중요한 법안을 단지 20일에 걸친 온라인 의견 수렴과 “필요시”에 이해관계자들을 데려다 놓고 개최하겠다는 공청회를 거쳐 국회에 상정하고 올해 안에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걸까? 정말 이런 식으로 법안을 막 만들어도 되는 건가 묻고 싶다.


참고로 이러한 미디어융합 현상에 따라 통합법 및 통합기구 체계를 가지고 있는 영국에서는 1998년 방송과 통신 분야의 규제기구들에 대한 통합 논의가 국회에서 처음 제기된 이후, 지속적인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2000년 12월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미래(A New Future for Communication)라는 백서를 발간하고 이후, 문화매체스포츠부(Department for Culture, Media and Sport, DCMS)와 통상산업부(Department for Trade and Industry, DTI)가 공동으로 2002년 11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법안을 발표한 후, 이를 토대로 하여 2003년 7월 마침내 2003 커뮤니케이션법(Communication Act 2003)을 발효했다. 길게는 5년 짧게는 3년의 토론 및 조정 과정을 거쳤다는 얘기다.




우리가 미디어 기본법 제정 과정에서 남겨야 할 것


사실 이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그리고 정부 관료와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만 이루어지는 법안 제정과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법 제ㆍ개정 투쟁은 미디어 활동가들에게 많은 소모전과 절망감을 안겨주는 작업일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현 시기처럼 적대적인 정치 환경 속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미디어 정책의 발전 방향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주요 원칙 및 지형도를 그리는 것은 꼭 정책입안자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활동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이 어느 단계 및 위치에서 활동하고 있는지를 보다 큰 그림 속에서 볼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참여적,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 활동의 주요 목표 중 하나라고 할 때, 이번의 미디어 통합법처럼 총체적이고 대대적인 미디어 법/제도 정비 과정을 민주적인 미디어 법/제도를 만들어내는 기회로 삼는 것 또한 우리의 중요한 활동 영역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는 내용 및 절차 두 가지 층위가 다 포함된다. 하나는 우리가 현장에 기반 한 필요와 요구, 그리고 앞으로 그리는 사회상에 기초한 우리 사회 미디어 및 커뮤니케이션 구조의 내용을 정립해내는 것, 다른 하나는 이러한 법안 제정 과정 자체를 참여적이고 민주적인 소통 과정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실제로 법안 제정과정에서 우리의 내용이 얼마나 관철되는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운동의 목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법안에 우리의 내용을 포함시켜 내는 것이 향후 우리가 활동해 나감에 있어 상징적, 물질적 기반을 확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겠지만(따라서 당연히 우리는 우리의 내용을 관철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렇다고 법안에 관철되지 않는다고 해서 이러한 시도가 무의미하거나 실패적으로 평가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우리가 우리 사회의 미디어 발전상에 대한 명확한 그림을 그려낼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에 함께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것으로 우리는 이미 대단한 정책 및 운동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시민사회 진영의 대응


현재 미디어운동 진영에서는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통합법에 대한 대응 TFT가 꾸려져 9~10월 두 달간 6차례 정도의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보를 위한 사회행동”(줄여서 미디어행동)에 속한 이 TFT에는 공공미디어연구소, 언론노조, 시청자 운동 단체, 전미네 미디어융합 특별위원회(미디액트 및 장애인미디어운동네트워크 정책팀), 정보통신운동 단체 등이 결합하여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미디어 융합 시대의 민주적 미디어 시스템을 위한 체계적인 정책 내용을 생산하겠다는 장기적인 시야를 가져가면서, 단기적으로는 당장 11월 정기국회에서 제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정부 법안에 대응할 시민사회 진영의 대안 법안 제출을 목표로 조문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논의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기본법의 위상
: 하나의 통합적인 기본법과 그 하위에 매체별 특성에 따라 여러 사업법을 분리하여 두는 체계는 적절하다. 이 때 기본법은 기본적 정의 및 하위법을 규정할 수 있는 기본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으로, 커뮤니케이션 구조의 전체 발전 방향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나 원칙, 프레임을 제시해주는 위상을 갖는다. (헌법상의 추상적인 이념과 개별적인 실정법을 연결시켜내는 중간법으로서의 위상.)


2. 통합법의 목적
: 통합법은 미디어가 가지는 사회문화적 가치와 산업적 가치를 균형 있게 추구해야 한다. 특히 미디어융합을 민영화 및 규제완화와 동일시하는 경우에서처럼 이윤 창출과 산업 발전에만 치우친 시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3. 기본법의 전체적인 구조
이러한 위상과 목적에 따라 기본법은 총칙에서 공공복리의 증진과 산업발전을 목표로 제시하고 이후 공공복리의 증진과 산업발전에 관한 장을 분리하여 독립적으로 다루도록 한다. 또 융합 정책과 관련하여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방송통신위원회에 관한 사항도 이 법에 별도의 장으로 분리하여 정리하도록 한다.


4. 융합 시대에 부응할 통합적 미디어 개념 및 주체 개념의 도입
: ‘방통 융합'이란 말에서처럼 방송과 통신의 기계적인 결합을 의미하는 기존의 주류 프레임을 넘어 미디어융합이 포괄하게 될 다양한 미디어 영역을 지칭할 통합적 개념 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일단 가안으로 “전자 커뮤니케이션”이란 개념을 도입해보자.
: 기존 방송법에서의 시청자, 전기통신법에서의 이용자 등 매체별 특성에 한정된 개념을 넘어 미디어융합 시대에 우리가 주장할 통합적이면서도 적극적인 주체 개념으로 시민과 소비자, 이용자라는 개념을 법적으로 정의해줄 필요가 있다. 여기서 시민이란 국적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영토 내 거주하는 모든 공공의 구성원을 의미하고, 이용자란 단순히 제공되는 서비스를 제공받는 자만이 아니라 주체적인 표현 능력을 가지고 미디어를 활용하는 적극적인 개념을 포괄한다.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사안은 일차적으로 시민의 권익을 증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하고, 경쟁을 장려함이 적절한 경우에 한하여 소비자의 권익을 증대시키는 것으로 한다. 한편 기존의 방송법 및 전기통신 관련법에서 시청자 및 이용자로 표현되던 것은 이번 법에서 새로 규정한 이용자 개념에 근거하여 이용자란 용어로 통일시킨다.


5. 미디어 기본권에 대한 규정
: 기존의 방송 및 정보통신 관련법들은 정부와 사업자 사이의 관계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룰 뿐 시민들의 권리에 대한 고려는 매우 부족했다. 기본법에 시민들이 어떤 권리를 가지는지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명기해줄 필요가 있다.
: 이에 따라 대안법에서는 미디어 기본권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그 내용으로, ①경제적, 지리적, 신체적 차이에 관계없이 필요한 최소한의 전자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에 접근할 권리, ②전자 커뮤니케이션에 직접 참여하고 발언할 권리, ③다양한 시각과 문화, 정보를 추구하고 향유할 권리, ④프라이버시에 관한 권리, ⑤미디어 리터러시에 관한 권리, ⑥전자 커뮤니케이션으로부터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 계층(어린이, 장애인, 노인, 저소득층, 여성 등)이 소외되지 않을 권리, ⑦전자 커뮤니케이션 콘텐츠에 의한 부당한 인권 침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등을 명기하기로 한다.


6. 민주적인 정책 결정 절차에 대한 규정 강화
: 대통령 직속 기구로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의 횡포와 독주를 막기 위해서는 정책 수립 및 임무 수행 절차에 관한 규정을 법에서 구체적으로 정해놓을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 수립 및 임무 수행에 있어 다양한 의견 조사와 공표의 의무를 명시하고 그 조사 결과와 반영 여부도 공표하도록 한다.


7. 공공복리 증진을 위한 전자 커뮤니케이션의 영역 규정
: 총칙에서 제시된 이 법의 목적 중 하나인 공공복리 증진을 위하여 국가는 어떤 분야를 진흥해야하는가? 이는 서비스 사업자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망, 콘텐츠, 설비, 기자재, 기술, 인력, 연구, 기반 시설 등 전반적인 영역을 고려 대상으로 해야 한다. 이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는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다양한 층위에서의 진흥 계획을 수립, 시행해야한다는 의무를 밝혀두되, 논의 결과 국가가 진흥해야할 공공복리 증진을 위한 전자 커뮤니케이션 영역으로 일단 모든 시민이 접근 가능해야할 최소한의 서비스와 이러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필요한 망을 “보편적 전자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및 망”으로 지정하고 매년 평가를 통해 추가로 지정해나가도록 한다. 또 이 밖에 이용자 참여와 공동체 활성화 등 공익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전자 커뮤니케이션 서비스(ex. 공동체라디오 등) 및 기타 공공적인 목적으로 운영되는 전자 커뮤니케이션 서비스(ex. 공익채널), 또 다양하고 창조적인 비영리 이용자 참여 콘텐츠 및 비영리 독립제작 콘텐츠 등을 공공복리 증진을 위한 전자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및 콘텐츠로 규정하고 이를 활성화할 의무를 명시해두기로 한다. 한편 장애인ㆍ노령자ㆍ저소득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자유로운 정보접근을 위하여 요금, 기기의 사용 편의성 및 활용 능력의 계발 등 사회적 주체에 기초한 시책 강구에 대한 의무도 명기하도록 한다.


8. 미디어 리터러시의 진흥에 관한 명기
: 점점 증가하는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명확한 법적 규정 없이 쓰여 오던 미디어 리터러시의 개념 및 진흥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중요하게 명기할 필요가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의 개념에는 미디어의 특성 및 구조에 대한 이해와 함께 주체적 활용능력에 대한 내용도 포함시키도록 한다.
이밖에 콘텐츠 진흥 및 기금 운용에 관한 권한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일임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부처와 충분히 협의하고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는 규정 등이 논의되었다. 구체적인 조문 작업은 11월 중반에 마무리되어 이후 의원실과 접촉할 예정이다.




미디어 기본법, 아래로부터 만들어가자


사실 미디어융합이라고 해서 모든 나라가 통합 법제를 지향하지도 않고, 그 사회가 미디어 정책에서 추구하는 목표나 현실적 조건 등에 따라 융합 법제의 형태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방송의 사회문화적 가치를 보호하기 위하여 통합법제 대신 융합을 규율하는 기본법(전자커뮤니케이션과 시청각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에 관한 법)을 제정했으며, 독일 역시 융합서비스에 대한 부분만 관장하는 제3의 법(텔레미디어법)을 제정하고 기존의 방송과 통신 관련법은 수정해 존속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아직 통합법이 어떠한 형태로 정착될지 예상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 상기했듯이 방송통신위원회가 계획을 발표하긴 했지만, 정작 이번 기본법만 하더라도 방통위의 일정대로 추진되기에는 아직 그 내용이나 핵심 주체들 간의 이해도 및 합의 수준에 있어 너무나 미흡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통위의 기본법 제정 과정은 앞으로 매우 험난한 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의 정치적 조건에 따라 통합법의 구체적인 형태가 어떻게 정착되든지 간에(가령 하나의 법에 미디어 관련 모든 내용이 포함되는 경우도 있겠고, 또는 여러 법들이 존재하지만 이들이 논리적으로 유기적인 체계를 갖추는 경우도 있겠다.) 또 한 번의 기나긴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통합법 제정 과정에서 우리가 남겨야 할 것은 변화된 미디어 및 사회 환경에서 우리가 어떤 지향 가치 아래 어떤 미디어 시스템을 만들어낼 것인지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상과 함께 이러한 상이 보다 폭넓은 
대중들의 참여 속에서 이루어지는 논의 체계의 구축이 아닐까 한다. 아시다시피, 베네수엘라 같은 경우에는 정권 교체 후 커뮤니케이션 정책을 도출하는 논의 방식이 먼저 제출된 초안을 가지고 활동가들이 각 지역 공동체 속에 들어가서 토론을 조직하고 여기서 나온 현장의 요구와 내용들을 다시 종합해가는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이렇게 아래로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미션 커뮤니케이션이 만들어진 순간 굉장한 대중적 위력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이 자신의 요구라고 인정할 수 있었고, 또한 이 과정에서 훌륭한 대중 교육의 경험이 형성될 수 있었다. 현재 미디어행동 TFT에서 논의되고 있는 통합법 내용들은 단순히 몇몇 시민사회단체들의 대정부 정책 대응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앞으로 얼마나 대중 참여적인 논의 과정을 조직해낼 수 있는가의 차원에서 그 가치를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함께 만들어나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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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명준, “적응을 넘어서는 총체적 기획으로: 미디어융합 기구 개편의 원칙과 관련하여”, 진보적 미디어운동연구저널 ACT! 50호

http://www.mediact.org/web/media/act.php?mode=emailzine&flag=emailzine&subno=21
14&subTitle=%C6%AF%C1%FD&keyno=2124


2. 소개 김명준, 번역 및 정리 김성현, “미션 커뮤니케이션 : 민중 커뮤니케이션 권력 구축을 위하여”, 진보적 미디어운동연구저널 ACT! 39호

http://www.mediact.org/web/media/act.php?mode=emailzine&flag=emailzine&subno=18
61&subTitle=%BB%E7%C8%B8%BF%EE%B5%BF%B0%FA%B9%CC%B5%F0%BE%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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