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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55호 현장] 천안시영상미디어센터 비채의 세 가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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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55호 / 2008년 9월 30일

 

 

천안시영상미디어센터 비채의 세 가지 질문 



천안시영상미디어센터 비채어윤수 사무국장
 
첫 번째 질문, 비채가 잊지 말아야 할 소중한 선물?


“우리 아이들에게 디카와 캠코더는 사치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교육을 통해 그것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미디어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이러한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 노력해 주실거죠?”


이 이야기는 천안시영상미디어센터 비채(이하 비채)가 개관하기 전 발달장애 청소년들과 함께했던 미디어교육 이후에 장애청소년센터의 선생님께서 평가회에서 남긴 말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 선생님의 한마디가 어쩌면 비채를 만들어준 가장 큰 밑거름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짧을 수도 있지만 비채의 개관 이전 5년간 지역에서 미디어라는 이름으로 만났던 소외 아동과 청소년, 여성가장, 장애인, 어르신, 이주민 노동자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하고 있는 공동체의 실무자들은 세상의 차별과 편견에 대해 힘들어 했지만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열정으로 삶을 희망으로 바꾸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 대부분이 장애청소년센터의 선생님처럼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소통하며 작지만 소중한 바람들을 지역사회에 선물해 주었다. 이러한 바람들은 보다 실제적이며 체계적인 지역사회의 미디어 기반과 지원이 만들어져야할 필요성과 대안을 지역이 고민하게 해 주었으며 영상문화복지 활성화라는 목적으로 비채가 설립되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비채가 개관하기까지 만나왔던 수많은 사람 그리고 그 가운데 한사람 또 한사람의 바람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바람이 비채를 만들어갈 가장 소중한 선물임을 잊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두 번째 질문, 비채가 뭐하는 곳이에요?


일요일 오후, 아주 오랜만에 미용실에 갔다. 늘 그랬듯이 편안한 옷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넋 놓고 앉아 있는데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의 친구가 (사실 그 미용실은 아들 친구의 엄마가 운영하는 미용실임 ^^;;) 학교에서 내준 숙제라며 노트를 들고 진지하게 인터뷰를 시작했다.


아들 친구 : 영상미디어센터가 뭐하는 곳이에요?
친구아빠 : 음.. 영상미디어센터는 미디어에 대해 배우고, 영상도 만들고 또 다양한
           영화들을 감상하는 미디어도서관이란다.
아들친구 : 미디어가 뭔데요?
친구아빠 : (당황) 음.... 미디어는 TV, 라디오, 영화 등 .......... 이러한 것들을 미디어라고 하는데....
아들 친구 : 너무 어려워요. 그러니까 영상미디어센터에서 뭘 할 수 있는데요?
친구아빠 : (급당황) 캠코더로 촬영하는 것도 배울 수 있고, 카메라를 빌려가서 친구랑 엄마랑 재미있는
           영화도 만들고, 센터 상영관에서 같이 볼 수도 있지.
아들 친구 : 재미없을 것 같은데... 엄마! 나 다른 아저씨 인터뷰 하면 안돼요?


아들의 친구와 그렇게 짧은 대화가 끝나고 미디어센터가 궁금하면 꼭 센터에 놀러오라는 어색함을 벗어나기 위한 강요(?)를 아들의 친구에게 전하고 미용실을 빠져 나와야만 했다.


비채의 개관을 앞둔 지금 “영상미디어센터가 뭐하는 곳이에요?” 는 미용실 사건 이후에도 하루에도 몇 번씩 듣게 되는 질문이 되었다. 그때마다 그들에게 비채를 설명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아들 친구처럼 “뭐, 별로 재미없을 것 같은데...”라는 표정으로 뒤돌아서거나, 그나마 관심 있는 사람들은 오랜 시간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홍보 영상 하나 만들어 주세요”라고 말한다. 비채의 운영을 시작해야 할 시점에서 이러한 사람들과 어떻게 만나고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 것인가? 아직 뚜렷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그러나 분명한건 미용실에서 나눈 짧은 대화에서 나는 준비되지 않은 모습으로 나의 언어와 경험으로 이야기 했다는 것이다. 상대가 초등학교 2학년 아이라면 그의 언어와 그의 경험을 공유하여 이야기해야만 했다.
비채가 앞으로 다양한 프로그램과 사업들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에서 “비채가 뭐하는 곳이에요?” 라는 질문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비채는 미디어를 가르치는 학원이 아닌 미디어를 통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센터와 함께 하게 될 수많은 사람 즉 당사자들의 관점에서 그들의 언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삶 가운데서 미디어가 어떻게 의미 있게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준비하는 것이 비채가 수행할 모든 사업보다 우선되어야 함을 분명한 기준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미디어센터는 특히나 지역에서의 미디어센터는 아직까지 지역민의 삶속에서 너무나 동떨어진 의미이며 공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채가 지역주민과 공동체와 눈높이를 맞추고 미디어를 통해 그들의 삶을 함께 이야기하고자 하는 노력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닐까?


세 번째 질문, 지역에서 사람을 세우는 방법?


오늘도 당연한 야근으로 인해 비채 직원들과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에 앉았다. 한 친구가 밥상을 앞에 놓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어제도 그저께도 밤을 세운 그를 보며 차마 웃을 수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비채는 사무국장과 기획운영, 제작지원, 미디어교육 담당 각 1인씩 4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모두들 수십대 일의 경쟁을 뚫고 당당히 합격한 사람들이고, 누구보다 뒤지지 않는 열정과 따뜻한 가슴으로 비채의 역사적 설립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개관 초기에 진행되는 많은 사업과 4명의 인원으로 독립건물을 운영할 생각을 하면 앞으로 직원들이 감당해야할 엄청난 업무들과 타지역의 미디어센터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음을 몇몇 지인들을 통해 접할 때면 심히 걱정스럽기만 한 것이 사실이다.
비채의 개관을 앞두고 출발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걱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그리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모든 일은 사람 즉 현장의 실무자로 시작되고, 그들의 경험과 지혜를 통해 지역영상미디어센터의 미래가 더욱 풍성해 질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사업을 수행함에 있어서 함께 일하는 직원 아니 식구들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관심을 갖고 현재의 시점에서 고민을 나누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비채의 실무자, 우리의 식구들이 현장에서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쌓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실무자의 역량을 높이고, 다양한 지역과 국가의 활동가 네트워크를 통한 깊이 있는 사례를 공유하며 삶의 에너지를 제공하는 휴식 제공 등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러한 대안이 이루어지기에는 너무 먼 이야기일수밖에는 없을 듯하다.


사람은 아흔 아홉 가지를 잃어도 하나를 잃지 않으면 살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희망'이다. 사람에 대한 희망, 지역에 대한 희망, 미래에 대한 희망. 그리고 희망은 자기를 넘어서, 공동체의 희망이 될 때 더욱 힘을 갖는다. 저녁 들머리의 산들바람이 초가을을 체감케 하던 팔월의 끝날. 천안시 신방동 ○○○ 야외극장은 생김과 처지는 저마다 다르지만 하나의 희망을 공유한 사람들로 뜨거움을 분출했다


천안신문 윤평호 기자


2005년 막사이사이상 수상자인 윤혜란씨가 상금 전액을 종자돈으로 내어놓고 지역의 다양한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만들어낸 전국 최초의 지역재단인 풀뿌리희망재단에서는 너무 먼 이야기일수밖에는 없을 것 같은 대안을 시민단체의 실무자 해외연수, 가족여행지원, 재교육 등의 사업을 통해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있다(http://www.hopefund.or.kr). 무엇보다 공익활동의 지속가능한 지원을 위해 지역의 실무자를 세우고 그들이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핵심 사업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풀뿌리희망재단이 가능성을 구체적인 실천으로 바꾸어 내는 가장 큰 원동력일 것이다.
비채는 이러한 지역의 가치 있는 경험들을 함께 공유하고 비채의 식구들이 지역주민과 소통하며 지역의 사람으로 세워질 수 있도록 지역과 함께 고민할 것이다. 또한 직원이라는 이름으로 무언가 만들고 베풀어야만 하는 사람이 아닌 당사자로서 비채와 함께 스스로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전국의 미디어활동가들과 함께 긍정적인 대안들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희망은 자기를 넘어서, 공동체의 희망이 될 때 더욱 힘을 갖는다' 는 위의 인용글처럼 현장에서 열정과 따뜻한 가슴으로 비채를 만들어 가고 있는 식구들이 지역의 사람과 공동체를 통해 세워질 수 있도록 그리고 그 한사람이 지역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것이다.


지금까지 지역의 한 활동가가 지역영상미디어센터의 개관을 앞둔 시점에서 스스로에게 던지는 첫 번째 질문, 비채가 잊지 말아야 할 소중한 선물은?, 두 번째 질문, 비채가 뭐하는 곳이에요?, 세 번째 질문 지역에서 사람을 세우는 방법? 세 가지 질문을 함께 공유했다.
아직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은 것은 아니다. 아니 아직 찾을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만 세 가지 질문은 비채가 길을 잃지 않고 나아갈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방향을 통해 앞으로 비채는 미디어를 통한 소통과 참여 그리고 대안의 공간으로 지역주민과 공동체와 함께 삶을 이야기하며 질문의 현답을 찾기 위해 경험과 지혜들을 쌓아나갈 것이다.
2006년 6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영상미디어센터 사업에 천안시가 선정되어 2008년 9월 23일 개관을 앞두고 있다. 참으로 짧지 않은 시간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지원이 비채를 만들어 주었음을 잊지 않고, 그 기대를 가슴에 담아 영상문화복지의 가능성을 의미 있는 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공적미디어지원 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하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공동체와 그들의 삶을 공유하면서 그 안에서 의미 있는 이야기를 발견하고 영상미디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상상력과 실행력들이 풍부하게 생산되는 열린 공간으로서 “영상의 빛으로 지역을 비춘다”는 비채의 의미에 걸맞게 시민들의 삶이 보다 더 풍요롭고 행복해지는데 기여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개관준비에 여념이 없는 충남디지털문화산업진흥원과 비채의 식구들에게 가슴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리며, 지금까지 함께해준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할 전국의 미디어 활동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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