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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58호 특집] 이주노동자의 방송 MWTV 4주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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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8. 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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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58호 / 2008년 12월 30일

이주노동자의 방송 MWTV 4주년을 말한다. 




박수현 (이주노동자의방송 공동대표)
 
2008년 12월 18일, 이주노동자의방송 MWTV가 창립4주년을 맞았다. 이주노동자들과 한국인들이 모여 의지 하나로 만든 MWTV가 어느덧 창립 4주년을 맞는 의미 있는 날이면서 동시에 창립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이한 날이었다. 바로 전 날인 12월 17일, 2005년 4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3년 8개월 동안 계속된 MWTV의 대표적 시사교양프로그램 ‘이주노동자세상'이 45회 마지막 녹화를 마쳤다. 최근 시민방송 RTV가 공익채널에서 탈락되고 정부의 방송장악 의도에 따른 시민방송 중단의 위기로 MWTV는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MWTV의 탄생
이주노동자의방송 탄생은 2003년 11월부터 강제추방 중단과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를 위해 지속된 이주노동자들의 농성에서 유래한다. 381일간 지속된 명동성당의 농성과정 중 미디액트에서 실시한 미디어교육은 농성에 참여한 이주노동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이주노동자 미디어의 필요성을 절감한 이주노동자들과 한국인 활동가들이 모여 MWTV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게 된다. 이주노동자에게도 그들의 눈과 귀, 그리고 입이 되어줄 미디어의 필요성이 절실했고 마침내 간절한 소망이 모여 이주노동자의방송 MWTV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2004년 창립 이후 준비과정을 거쳐 마침내 2005년 4월 ‘이주노동자세상'이 시민방송을 통해 전파를 탔고 이어 같은 해 8월 ‘다국어이주노동자뉴스'가 방송됐다. 이 후 두 프로그램은 각각 한 달에 한 번 그리고 한 달에 두 번 격주로 시민방송RTV를 통해 쉼 없이 제작되어 이주노동자가 직접 만드는 방송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이는 이주노동자 정책 과정에서 양산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욕구와 함께 시민방송을 통한 주류방송에서 소외된 사회적 약자의 방송참여를 위한 퍼블릭액세스 제도가 맞물려 이뤄낸 성과였다.
이주노동자가 방송제작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우선 한국의 20년 이주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산업연수생제도라는 초기의 이주노동자 유입정책은 필연적으로 미등록이주노동자를 양산했고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익숙한 그들은 한국사회와의 소통을 위한 미디어 생산의 주체적 역량으로 성장했다. 이는 이주노동자 유입의 역사가 20여년에 불과하지만 그동안 이주노동자의 기본적인 노동과 삶의 권리가 외면된 열악한 사회적 조건이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비디오 캠코더의 보급으로 영상매체 제작의 대중적 확산과 함께 2001년 위성방송의 출범과 퍼블릭액세스 전문채널인 시민방송 RTV의 개국은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의 방송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객관적 조건을 제공했다. 이와 함께 서울을 시작으로 미디어 교육센터가 지역마다 건립되었고 이는 시청자의 미디어 참여가 확대되는 기반을 조성했다.
이런 주?객관적 여건과 함께 많은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활동가들의 자발적이고 현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이주노동자의방송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들은 생업을 접고 방송을 위해 미디어활동가로 거듭났다. 또한 초기에 RTV는 이들을 위해 사무실을 내주고 제작을 위해 필요한 교육을 마다하지 않았고 이를 기반으로 여러 나라의 뉴스앵커와 자원 활동가들이 합류했으며 비록 부족하고 서툴렀지만 이주노동자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방송으로 한 걸음씩 성장해 나갈 수 있었다.


이주노동자, 문화생산의 전면에 나서다.
MWTV는 여러 나라 출신의 다양한 이주노동자가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방송이라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다고 한다. 출신 국가는 다르지만 한국사회에서 느끼는 문제를 함께 공유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이주민, 이주노동자의 진정한 미디어로써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담보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MWTV는 국내 뿐 아니라 국외의 미디어 활동가들의 주목의 대상이 되어왔고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생각하는 단체와 사람들로부터 도움의 손길이 이어져왔다.
또한 MWTV는 초기부터 이주민과 한국인이 함께 활동을 하고 책임을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었다. 제작 과정에서는 이주노동자의 주체적인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교육의 기회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다수의 이주노동자 미디어 활동가가 배출될 수 있었다.
해가 가면서 MWTV의 활동은 방송에 국한하지 않고 이주노동자영화제와 미디어교육 등의 활동을 통해 이주노동자와 함께하는 문화의 확산과 활동 주체의 재생산을 위한 모색과 노력을 병행하면서 활동의 기반을 넓혀 나갔다.
결국 MWTV의 4년은 이주노동자의 문화와 미디어를 생산하고 보급하는 기지의 역할을 수행할 주체의 형성과정이었고 이주노동자들이 전면에 나서서 스스로의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바로 이점은 MWTV의 성과와 과제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위기를 넘어 기회로
이제 4주년을 맞은 MWTV는 그동안의 활동을 점검하고 새로운 모색을 해야만 할 내적, 외적 상황의 전환기를 맞았다.
우선 활동에 참여한 다양한 나라만큼이나 MWTV는 다양한 갈등을 겪고 있다. 이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시행착오의 결과라는 측면도 있지만 미숙한 활동가들의 경험 부족도 크게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아직도 MWTV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주노동자의 나라가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이주민 공동체의 형성과 발전단계의 연장선에서 봐야 하겠지만 여러 나라의 공동체와의 연대활동에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 점은 MWTV 방송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일 뿐 아니라 이주민 시청자의 양적인 증가를 확대하는 길이기도 하다. 각 나라의 공동체가 운영하고 있는 자국어 방송과의 연계 등의 내실 있는 활동을 모색해 나가는 노력은 앞으로 풀어나갈 과제다.
MWTV가 처한 외적인 상황 변화는 올 해 중반부터 시작됐다. 정권이 바뀌고 방송 환경의 변화에 따른 제작비 지급이 계속 지연되었고 결국 RTV의 위기로 본격화되었다. RTV의 위기는 제작 뿐 아니라 MWTV의 자체의 존립이 흔들리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RTV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었기에 MWTV는 이주노동자의 편에서 만들고자 하는 방송을 배워가면서 제작할 수 있었다. MWTV의 방향성과 방송내용 그리고 기술적인 경쟁력으로 PP공모제나 상업방송에서 제작비를 마련하는 일은 여러 가지로 힘들 뿐 아니라 그 필요성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해답은 역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4년 동안의 방송 제작을 통해 축적된 역량, 즉 MWTV 활동가들이 이 위기를 극복하고 이주노동자 미디어활동가로 거듭나야만 할 때다. 이것은 MWTV가 진정한 이주노동자의방송이 되는 길이며 이주노동자와 한국사회 각계각층의 지속적인 후원과 지지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창립 4년 만에 위기를 맞은 MWTV는 지금 갈림길에 서있다.
지금의 위기가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인지, 이대로 주저앉고 말 것인지, 이는 전적으로 MWTV를 만드는 우리들의 몫이고 과제다. 어렵다고 해서 이주노동자의 정확한 눈과 귀가 되고 바른 말을 하는 입이 되기 위한 MWTV 본래의 목표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이주노동자도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날을 위해 한국사회와의 진정한 소통을 위한 이주미디어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이주노동자의방송 MWTV는 거듭날 것이다. 밤이 어두울수록 별이 더욱 빛나듯이 암혹한 시대에 더욱 빛나는 이주노동자의 미디어가 되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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