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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58호 특집] 전미네 간사가 필요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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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8. 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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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58호 / 2008년 12월 30일

전미네 간사가 필요합니까? 




허 경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간사)
 
“니가 없으면 다른 사람이 하게 돼 있어!”
“니가 같이 해서 일이 된 거면 너 없었어도 돼는 일이었어!”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간사로 활동했던 지난 3년(전미네 사무국이 만들어지고 활동비를 받은 지 2년)동안 만났던 전국의 활동가로부터 들었던 것 중 가장 아픈 말들이다. 왜냐하면 내가 생각하는 전미네 간사의 존재론적 질문 두 가지가 바로, 1. ‘간사가 하는 활동이 네트워크의 자발성을 촉진시키는 것인가?'와 2. ‘간사가 꼭 필요한 곳에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이기 때문이다.


구성하고 있는 주체의 자발성을 통해 유지되고 발전해야 할 ‘네트워크'의 간사는 네트워크의 지향/목표에 대한 공감대 마련을 위한 논의, 목표달성을 위한 공동행동을 위한 논의를, 자발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촉진'시키는 것이 주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또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는 특정단체의 활동가가 아닌 네트워크를 끊임없이 부유하며 활동하는 유일한 네트워크 내부 상임활동가로서 간사는 적제적소에 투여되어 당시의 공백을 메우면서 공동행동을 촉진시키되 동시에 공백 없는 시스템을 지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네트워크 구성주체들의 자발성을 해치거나, 네트워크의 공동행동 촉발을 위한 공백과 무관한 곳에 있거나, 공백을 잠시 메우는 것에 그쳤을 때 간사로서 나는 제 역할을 못한 것이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난 전미네의 많은 활동가들과 다양한 이슈와 고민을 가지고 만나는 와중에 ‘전미네 간사가 필요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긍정적 답변을 확인하면서 끊임없이 내 활동의 근거를 확보해야만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간사는 단지 존재하기 위해 존재하면 안 된다. 궁극적으로 더 이상 간사가 필요 없는 전미네의 시스템을 지향하고 수많은 간사를 복제하면서 스스로의 존재를 희미하게 해야 하는 실존적 고독 속에서 활동해야만 한다.
그리고 어떤 결정적 판단의 순간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바로 애초에 네트워크의 시스템으로서 ‘간사'라는 상임활동가는 불필요한 것이었거나 부적절한 방법론적 선택이었다고 판단하는 순간이다.


2008년을 돌아보는 글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고, 이미 원고마감 기한을 넘겼음에도 원고를 완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내 고민의 끝이 결국 간사의 존재를 스스로 부정하게 될까봐 겁이 났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1월 제12회 전미네 워크샵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지역활동가들의 고민과 실천으로부터 논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는 자책감 (전미네 워크샵을 나 혼자 준비한 것도 아니고 아직 워크샵 준비팀의 평가가 마무리 된 것도 아니어서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이다. ) , 최근 RTV의 위기상황에서 느꼈던 무력감, 올해 하반기부터 미디어행동 반상근으로 결합하면서 상대적으로 줄어 버린 지역출장시간으로 인한 불안감 등은 ‘전미네 간사가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함'의 징후처럼 느껴졌고 이는 나를 무척이나 위축시켰다. 많은 고민을 했지만 어쨌든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올해 활동의 지극히 개인적 소회는 전미네 간사 4년차인 내년에는 ‘전미네 간사가 필요합니까?'라는 질문에 좀 더 매달려야겠다는 것]이다.


전미네 간사를 하고 있는 나-전미네 간사가 아닌 허경-은 제대로 된 운동을 하고 싶기 때문이고,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전미네 간사를 자임하면서 5년간 활동할 것임을 공공연하게 약속했던 만큼 남은 2년을 잘 마무리하기 위함이고, 활동을 잘 하지 못했을 때 그 상처는 열심히 한만큼 크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또한 전미네 간사가 아닌 허경이 ‘간사가 필요합니까?'라고 묻는 것이지만 이 질문은 허경이 아닌 전미네 간사에게도 중요한 질문이어서 개인적 일임과 동시에 공적인 활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미네 간사로서 지내느라 허경이 잃어버린 것들을 좀 챙기면서 활동하려고 하는 09년 “전미네 간사가 필요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에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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