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ACT! 97호 인터뷰] 릴레이 안부인사 (9) 운동과 영상은 계속된다 - 다큐인 인터뷰

전체 기사보기/릴레이 안부인사

by acteditor 2016. 2. 24. 12:22

본문

[ACT! 97호 인터뷰 2016.3.7]


릴레이 안부인사 (9) 운동과 영상은 계속된다

- '다큐인' 박종필, 부성필 감독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김주현, 양주연 (ACT!편집위원회)


 어느덧 9번째 릴레이 안부인사이다. 이번 안부인사에 응답해 줄 창작집단은 98년부터 이름을 지켜오고 있는 다큐인이다. 1998년 박종필 감독의 <IMF 한국, 그 1년의 기록-실직노숙자>부터 2015년 송윤혁 감독의 <쪽방>까지, 1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는 다큐인에게 안부를 물었다. 누군가의 삶을 기록하느라 정작 본인들의 삶을 되돌아볼 여유가 없었을 지도 모르는 그들을 만나러 계동으로 향했다. 인터뷰는 박종필, 부성필 두 사람과 함께 다큐인 작업실에서 진행되었다.


다큐인 정체를 밝혀라


다큐인 단체 소개

다큐인은 98년에 시작된 진실과 희망의 영상을 추구하는 독립다큐멘터리 제작 집단이다. 주로 인권, 사회, 노동,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왔다.

다큐인은 독자적인 다큐멘터리 제작과 더불어 시민사회단체와의 다양한 공동기획, 제작방식으로 영상을 통해 사회운동과 연대하고 있다.


다큐인의 작품 리스트(최근순)

쪽방│ 송윤혁, 2014

거리에서 │박종필, 2007

노들바람 │박종필, 2003

학교│ 남태제, 2003

스탑 크랙다운 │문성준, 2003

개방농정의 시대-2001 농촌 보고서 │권우정, 2003

꽃이 피어 꽃맞이며 잎이 피어 잎맞이라│ 남태제, 2003

장애인이동권투쟁보고서-버스를 타자! │박종필, 2002

끝없는 싸움-에바다 │박종필, 2000

엄마와 섬그늘│류수정, 2000 

꽃 파는 할머니│ 박성미 김성진, 1999

IMF 한국, 그 1년의 기록-실직노숙자 │박종필, 1998

입국금지│ 박성미, 1998




△ 왼쪽부터 다큐인 박종필 감독, 부성필 감독, 양주연 ACT!편집위원



ACT: 이름이 왜 '다큐인'인가?


종필: 이름 잘 지은 것 같다. 방송하던 사람들과 독립 다큐멘터리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정했다. 인디펜던트의 ‘인’, 사람‘인’. 복합적인 의미로 지었다. 


ACT: 초창기 구성원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종필: 초창기에는 한 10명 정도 됐다. 남태제, 박성미, 권우정 등. 독립 다큐멘터리 했던 친구가 먼저 제안을 해서 그 주변 지인들이 모였다. 각자 다큐멘터리를 만들다가 힘들어져서 뿔뿔이 흩어졌다.


ACT: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종필: 아무래도 경제적인 부분이 크다. 그때 다큐인이 빚이 많았다. 사람들이 점점 그만 두게 되었다. 뭐 그러다가 나갔던 친구들이 다시 들어오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기도 하고. 인원변동이 많았다.


ACT: 그럼 그 뒤로 다큐인은 어떻게 운영되었나?


종필: 시민단체 제안이 많이 들어왔다. 시민방송 RTV에서 장애인과 관련된 정규 방송을 하자는 제안이 있어서 사람들이 다시 모이게 됐다. 그렇게 2006년 9월부터 <나는 장애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1년 정도 진행했다. 장애인 당사자 3명이서 총 6명이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해가는 형식이었다. 그러다가 RTV가 지원을 못 받으면서 그만두게 됐다. 그 이후에 또 사람들이 흩어졌다가 2010년 즈음에 다시 들어오게 되었다. 나는 당시 홈리스 야학 교사활동을 했다. 


ACT: 그럼 그즈음에 지금의 다큐인 멤버가 구성되었나?


종필: 그때 밀가루(송윤혁 감독)는 학교에서 영상을 만들면서 홈리스 운동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 홈리스 운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다큐인도 함께 하게 되었다. 가장 최근에 부성필 씨가 들어오게 됐다. 


성필: 원래 장애인권 활동가였다. 서울 장애인 영화제 도와주러 왔다가 우연히 박종필 감독님을 만났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권 활동을 그만두고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전화 와서 함께 하게 되었다. 다큐인으로 작년 10월 15일에 첫 출근 했다. 이제 3개월 정도 됐다.


△ 다큐인 부성필 감독


98년 이후, 다큐인의 시간들


ACT: 지금은 각자 어떤 영상을 제작중인지 궁금하다.


종필: 신용불량자들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들의 삶과 금융피해가 어떻게 밀접해있는지를 보여주려고 한다. 촬영은 끝났고 편집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다른 기획으로는 장애인 시설에 들어가서 작업하는 것을 생각중이다. 이 기획은 법인에서 제작을 해달라고 요청이 들어왔다.


성필: 미디액트에서 주최하는 독립다큐멘터리 제작수업을 들으며 수료작을 만들고 있다. 소재는 랜덤 채팅 어플리케이션이다. 사람들이 그것을 왜 하는 것인지에서부터 출발된 작업이다.


종필: 오늘 못나온 밀가루는 ‘고난 함께’라는 단체에서 계속 활동을 해왔다. ‘고난 함께’에서 장기수 분들 구술사를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작년에는 쪽방을 기록했던 작업을 마무리하고 거리 노숙인 노동권 관련 작업도 하고 있다. 


ACT: 작품 기획에서 다큐인만의 특성이 있다면?


종필: 첫 작업이 노숙인과 관련된 작업이었고 두 번째 작업은 장애인과 관련된 작업이었다. 노동과 관련된 작업을 하겠다는 생각만 있었기에 두 번째 작업은 우연히 하게 된 것이다. 그 작업이 99년도에 만들었던 <끝없는 싸움-에바다>이었다. 만약 이 싸움이 금방 끝났으면 장애인과 관련된 작업을 계속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ACT: 송윤혁 감독님의 경우는 어떤가?


종필: 노숙인 작업을 했을 때 만났던 분들이 모두 돌아가셨다. 작업을 잘 해도 사회에 변화를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에 부채감이 컸고 그래서 홈리스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밀가루는 홈리스운동을 하면서 만났다. 구성원이 그래서 주로 홈리스와 장애인에 대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성필: 저 혼자 작업을 다른 걸로 해서 조금 고민이 된다(웃음).


△ 다큐인 박종필 감독


운동과 영상의 만남


ACT: 현장에서의 장기적인 관계 맺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종필: 밀가루 같은 경우에 홈리스 활동을 한지 10년이 되었다. 잠깐 왔다 가는 사람이 아니라 계속 있을 사람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나도 99년부터 장애인 작업을 해왔는데 지금까지도 관련 작업을 하고 있다. 다큐인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소속단체이기도 하다. 그렇게 함께 해온 역사와 기억이 있기에 노숙인 운동진영이나 장애인 운동진영이 우리를 외부인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ACT: 영상배급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


종필: 지금까지는 주로 단체가 요구하는 영상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배급도 단체가 했다. 단체의 대중사업의 일환으로 영상이 상영되었다. 자체적으로 기획을 해서 만들어진 작품은 영화제를 가기도 했다. 작년에 <쪽방>이 영화제에 갔다. 하지만 그런 작품이 많지는 않았다. 


ACT: 뉴스타파의 ‘목격자들’이라는 기획은 어떻게 함께 하게 되었는지?


종필: 뉴스타파 ‘목격자들’의 프로덕션이 ‘나누크’이다. 그 중에 두 명이 예전에 다큐인에서 함께 작업했던 친구다. 그쪽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함께 하게 되었다. <우리는 홀로 설 수 없나요?> 편의 경우에는 장애인 농성 1000일을 맞이하여 대중적으로 알리는 작업을 해야겠다는 자체 기획을 통해 만들어졌다.


ACT: 다큐인의 경제적인 부분은?


종필: 작년 9월부터 일괄적으로 활동비를 지급한다. 활동비는 한 달에 70만원이다. 그 전에는 각자 생활비를 버는 방식이었다. 활동비 지급으로 바뀐 이후로 계속 적자다(웃음). 가능하면 작업을 통해서 활동비를 마련하는 게 좋은데 쉽지 않다. 상반기가 힘들다. 하반기에는 제작의뢰가 많이 들어오는데... 요즘에는 펀딩을 받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ACT: 협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나? 


종필: 지금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작업을 같이 하고 있다. 가능하면 같이 작업을 하는 구조로 가야한다고 최근에 정리를 했다. 그리고 서로 겹쳐서 작업하지 말자는 것도 정했다. 


△ 인터뷰는 안국동에 있는 다큐인의 작업실에서 진행되었다


ACT: 다큐인의 장단기적인 목표는?


성필: 버티는 것. 이 판에서 오래 버티는 것이 지금 나에게 중요하다. 


종필: 경제적인 어려움을 잘 극복하면서 하고 싶은 작업을 잘 해내고 싶다. 활동비도 지속적으로 잘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계속 어려움들이 생길 텐데 그럴 때마다 잘 극복하는는게 고민이다. 


 마지막으로 박종필 감독에게 지금까지 영상을 만들면서 가장 좋았던 순간을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장애인 운동과 홈리스 운동이 성장했다는 걸 느꼈을 때라고 답했다. 문득 진실과 희망의 영상을 추구한다는 다큐인의 설립취지가 떠올랐다. 진실과 희망이라는 이 아득한 세계는 소박하지만 위대한 다큐인의 지난 시간들을 닮았다. 지난 18년 동안 이름을 지켜온 다큐인이 있었기에 우리는 오늘 한 번 더 진실과 희망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그 세계가 계속되기를 바란다. ☐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