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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5호 인터뷰] 릴레이 안부인사(8) 극장은 연대의 공간이다 - <연분홍치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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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 acteditor 2015. 10. 27.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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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5호 인터뷰 2015.11.15


릴레이 안부인사 (8) 극장은 연대의 공간이다

-  <연분홍치마> 김일란, 이혁상, 한영희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양주연 (ACT!객원필자)

 

 지난 2014년은 <연분홍치마>의 10주년이었다. 무언가를 나만의 선택으로 10년 동안 지속해온 경험이 내게는 있던가? 10년은 너무나 추상적이고 아찔한 시간이다. 바로 그 10년이라는 시간을 돌아 다시 새로운 1년을 보내고 있는 <연분홍치마>를 만났다. 10년 동안 한 길을 걸어온 사람들의 ‘표정’이, ‘생각’이, 그리고 ‘지금’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인터뷰는 김일란, 이혁상, 한영희 세 사람과 함께 작업실에서 진행되었다.



▲ 연분홍치마 활동가들 왼쪽부터 이혁상, 한영희, 김일란 감독



연분홍치마, 정체를 밝혀라


 연분홍치마는 2004년 시작된 여성주의 미디어 공동체이자 성적 소수 문화 환경을 위한 모임이다. 첫 작품으로는 <마마상>(2005년)에서 기지촌 성매매 여성이면서 “포주(중간알선업자)”가 된 사람들 이야기를 다루었다. 이후에는 '커밍아웃 3부작'으로 남/녀 이분법에 기반을 둔 이성애 중심 사회에서 배제된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2012년에는 용산 참사에 대한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으로 현재까지도 작품 활동을 활발히 이어오고 있다. 


이름이 왜 연분홍치마 인가?


혁상 우연히 나왔다. 출발은 대학원 여성주의 세미나였다. 그때 대학원에서 이론 공부했던 사람들이 각자 현실운동에서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던 시기라 함께 소수자 운동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운동을 상징할 만한 게 없을지 이야기를 하다가 누군가가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색이 연분홍이라고 말을 해줬다. 


일란 당시에는 ‘연분홍치마’라는 이름이 단체이름 같이 않다는 놀림도 받고... 여러 의견들을 받았다.



초창기 ‘연분홍치마’의 멤버는 5명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일란 그때는 5명으로 10년을 갔다. 지금은 논의 끝에 2명이 나갔고 3명이 남은 상황이다. ‘연분홍치마’ 조직 자체가 워낙 드나듦이 없었던 조직이었다. 활동과 일상이 일치되는 생활 공동체를 지향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지금은 조직 변화를 통해 새로운 활동가를 어떻게 만날지 고민 중이다.



어떻게 서로 협업 하는지 궁금하다,


혁상 다큐를 만들면서도 조직 운영이 가능했던 것은 다큐를 만들기 위해 시작했던 조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약 제작 단체였다면 각자 작업을 진행하고 작업실만 공유하는 상황이 됐을 수도 있다. 우리는 활동가 조직이었고,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다큐를 고민했다. 그 와중에서 5명의 공동 체제를 이끌어가는 실험을 한 것이다.


▲ <종로의 기적>(2011)을 연출한 이혁상 감독



작업과 연대의 경계에서 다큐멘터리를 외치다


연분홍치마가 작업 활동 외에 진행하는 다른 활동들이 궁금하다.


일란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위원회에서 미디어위원회 활동을 1년 넘게 맡고 있다. 그 외에 성소수자 이슈에서 필요한 활동이 있을 때마다 결합하고 있다. 각자 가지고 있는 재주가 많아서 한영희 감독의 경우에는 인권 실태조사를 주로 맡고 있다. 다른 인권 단체들이 하는 활동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영희 일상의 대부분은 인권활동가의 활동을 하는 것 같다.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나?


일란 모든 단체의 활동가들이 마찬가지인데, 연분홍 치마도 작품에 집중할 때가 있고 연대활동에 더 집중할 때가 있다. 연분홍 치마가 다큐를 한다고 해서 특별하기 보다는 다른 단체와 비슷한 것 같다. 질문을 받거나 강의를 나갈 때 연분홍치마의 방식을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이건 이미 굳어진 생활태도이기도 하고 각자 다큐를 어떻게 정의하는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결국 일상의 생활을 보자면 뭔가 다른 게 있다. 말로 설명하는 게 쉽지 않은데, 언어로 정리해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다른 인권 활동가들도 연분홍치마를 영상단체라기 보다는 인권단체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때때로 단체연명하거나 할 때, 연분홍치마를 인권단체로 포함한다.



- 연분홍치마는 회의를 하고 주도적으로 활동을 기획하는 포지션인가? 


일란 한마디로 정의되지는 않는 것 같다. 활동가가 뭐냐 등등에 따라서 역사적으로 정의되는 것도 달라서, 연분홍 치마의 방식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 난감한 부분도 있다.



창작자로서의 고민도 계속 있을 것 같다. 영화에 대한 고민을 듣고 싶다.


일란 현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을 좀 더 잘 정리해서 소통 가능한 이야기로 가공하는 작업이 있다. 예를 들어 <금요일에 돌아오라>나 <수신확인> 같은 작업들이 그렇다. 그런 작업들에서 이야기를 발견하는 과정이 있는데, 그 과정은 충분히 영화적 이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영화적인 방식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막연하게나마 그렇게 태도를 취하려고 한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러 오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로 운동을 한다는 것은 관객이 영화를 본다는 행위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쌍용차 정리해고에 관련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고 있는 한영희 감독님의 고민도 궁금하다. 현실에서 진행 중인 쌍용차이야기를 풀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영희 쌍용차 작업을 할 때 방향을 잡기가 힘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시기에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번 작품은 연대 활동이 이어져서 작품을 만든 것이 아니라 다큐 작업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된 것이다. 다른 화자로 전환한 이야기에 대해 고민 중이다. 노동 다큐지만 꼭 노동자가 직접 자기표현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하는 고민이 있다. 같은 쌍용차 정리해고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다른 시점과 다른 삶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 


▲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는 한영희 감독



여성주의적 다큐멘터리를 완성해나간다는 것의 고민들


연분홍치마만의 접근 방식이 있다면?


일란 누구의 시선으로 접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이 사건에 관련된 사람으로 호출할 것인지, 어떻게 다양한 프레임으로. 누군가가 연분홍 치마의 작업 방식이 새로운 주체를 호출해내는 것이라고 평론해주셨다. 그런 의미에서 경찰이나 아이도 사건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어떤 프레임으로 불러낼지가 중요한 것 같다.


혁상 창작가는 누구나 고민을 할 것 같다. 기존에 많이 나왔던 다큐에 대한 피로감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성공하는 지가 중요하다.


일란 그래도 이런 부분은 다른 것 같다. 혁상은 창작자로서 라고 얘기했지만, 같은 고민의 줄기인데 나는 활동가로서 보려고 한다. 눈에 띄는 주체가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어떤 위치에서 얘기할 것인가가 연분홍치마 안에서 공존하는 것 같다. 그것을 팽팽하게 가져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활동가의 욕망과 작업자의 욕망이 같아질 수 있나?


일란 극장이라는 공간 자체를 연대의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관객의 위치에 있는 연대의 공간을 어떻게 확장하고 늘려갈 것인가가 배급이다. 배급을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 같다. 작가적인 태도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중요한데, 그것 못지않게 관객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관객은 사회를 함께 변화하자고 모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민들에게 최대한 정중하게 예의를 갖춰서 이야기를 건네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자주 모여서 이야기를 할 때 연분홍 치마는 대중조직은 아니지만 대중운동 조직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모여서 함께 이야기하는 행위가 중요한 것 같다. 


▲ <두 개의 문>을 공동연출한 김일란 감독


<두 개의 문2>가 전작과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일란 이혁상이 전면에 나선 것?(웃음) 



<두 개의 문2>에 대한 각오가 있다면?


혁상 전작에서 못했던 말들을 해보고 싶다. 전작은 아무래도 촬영본이나 자료 등이 제한된 조건이라서 제작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좀 더 자유롭게 만들어보고 싶다. 


일란 <두 개의 문> 보다는 후속작이 훨씬 더 어렵다. 그때는 그게 제일 어려운 줄 알았는데 하고 나니 지금 작업이 더 어려운 것 같다. 전작은 마치 원작이 있는 영화를 만드는 느낌이었다. 재판과정 자체가 원작이었다. 이제는 수백만 가지 이야기 속에 내가 처음과 끝을 만들어야한다. 현실은 지속되고 있는데 영화는 끝을 만들어야 한다, 감독은 하나의 이야기로서 이야기를 정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혁상 불편한 다큐를 만들고 싶다,


일란 그 불편함이 예의 발라야하는 것 같다.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에 대해 존중감이 없는 것에 대한 불편함은 내가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민낯을 바라보면서 실컷 반성을 하자. 불편해도 얘기하자는 방식. 


혁상 그래서 조화롭게 나올 것 같다(웃음).



 10년이 지났지만 연분홍치마는 여전히 팽팽한 경계 위를 걷는다. 그들의 한 걸음 한 걸음을 한마디로 정의내리기는 아마 힘들 것 같다. 다만 연분홍치마를 이야기할 수 있는 단어 중에 ‘단단함’이라는 단어가 반드시 포함되리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겠다. 팽팽한 인터뷰를 마치며 어렴풋하게나마 지난 시간들이 느껴지는 것도 같았다. 연분홍치마의 새로운 10년 역시 단단하게 이어지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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