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97호 이슈와 현장 2016.3.7]
미디어자치 시대를 여는 마을미디어의 파워 네트워킹
- 제 4회 서울마을미디어축제 포럼
이수미(ACT!편집위원회)
우리의 일상에 ‘마을미디어’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추억 속에서나 찾을 수 있는 ‘마을’이라는 단어와 전문가의 영역에나 속할 것 같은 ‘미디어’라는 단어의 이질적 조합은 지금부터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서울시는 마을공동체의 복원을 목표로 ‘우리마을미디어 문화교실’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의 교육 지원을 통해 600여명의 서울 시민이 마을미디어를 경험했고 14개 마을에서 미디어공동체가 만들어졌다. ‘마을미디어’라는 단어가 일반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이다.(*주1)
그리고 3년이 흐른 2015년, 서울 전역에 총 26개 매체에서 한 해 동안 만들어낸 마을미디어 프로그램은 90여개, 배포한 콘텐츠만도 1,560회 분량에 이른다(*주2). 2012년 ‘우리마을미디어 문화교실’을 통해 처음 제작한 콘텐츠가 138회 분량이었던 것에 비하면 10배 이상 많아진 숫자다. 그러나 마을미디어의 성장은 양적 확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어린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참여자의 연령대가 폭넓어졌고, 신변잡기에서 사회적 이슈까지 담아내는 내용도 다양해졌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마을신문, 라디오, 영상, 팟캐스트 등으로 매체를 넓혀가며 이제 마을미디어는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 제4회 [서울마을미디어축제] 2015년 12월 11일~ 12일
마을미디어의 이러한 성장과 변화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한 해를 마감하는 지난해 12월의 중순, 홍대 근처 가톨릭청년회관 다리에서 열렸다.(*3)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가 주최한 제4회 <서울마을미디어축제>는 2015년 한 해 동안의 서울마을미디어 활동을 돌아보고 활동가들을 격려하기 위한 자리였다. 정책포럼, 영상제, 방송제, 시상식 등으로 나누어 진행된 축제 현장은 서울 전역에서 마을 별로 참가한 시민들이 뿜어내는 열기와 함성으로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뜨겁게 달아올랐다.
특히 첫날 열린 서울마을미디어 정책 포럼에는 80여 명에 이르는 마을미디어 활동가들과 전문가들이 참석해 마을미디어의 성장과 변화를 확인하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과 정책적 조건에 대해 논의했다. 가톨릭회관 다리 3층 바실리오홀에서 진행된 포럼은 ‘변화를 만드는 마을미디어’라는 이름 아래 6명의 발표와 3명의 패널이 더해진 종합토론으로 이어졌다. 그 날의 포럼 테이블로 당신을 초대한다.
△제4회 서울마을미디어축제 포럼 2015. 12. 11
keynote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의 이주훈 센터장이 ‘소통할 권리, 마을미디어’란 제목의 keynote로 포럼의 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4년간의 마을미디어의 성과를 누구나 미디어의 주체가 되는 경험, 개인의 욕망의 발현, 공동체 의식의 형성과 즐거움 등이라 말하고 마을미디어가 갖는 한계에 대해서는 제한적인 플랫폼, 공동체와의 연계, 지속가능성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정보 인권과 관련하여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권리로서 커뮤니케이션 권리의 중요성을 지적하며 마을공동체미디어 사업을 시 행정의 시혜적 사업이 아니라 시민들의 소통의 권리로 프레임을 혁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4세대 인권 개념으로서 정보와 소통의 자유가 굉장히 중요한 화두로 대두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커뮤니케이션 권리, 정보인권으로 표현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지금 21세기에 과거 20세기에 구성되었던 기본적인 권리 개념들을 넘어서는 권리 개념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 문제를 논의하는 새로운 실천들이, 사회적 기구들이 있어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시민적 권리를 시민들의 논의와 토론을 통해서 재구성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을 기본적 시민의 권리로 만들어 내는 사회적 구성, 협의틀이 존재해야 하구요. 이를 위한 정책과제로 제도적 변화, 프레임의 전환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고 봅니다.”
△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이주훈 센터장
이주훈 센터장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권리 확대를 위한 정책 과제에 대해 서울시민의 미디어기본권 선언, 서울시 마을미디어활성화 정책의 기본계획 수립, 행정시스템 재편과 지원 조례 제정, 서울시 마을미디어종합지원센터 및 권역별 마을미디어지원센터 조성, 플랫폼 구축 등을 제시했다(*주4).
Session1 변화를 만든 마을미디어
첫 번째 섹션은 ‘소통의 권리’를 화두로 던진 이주훈 센터장의 keynote를 마중물로 하여 수원, 동작, 부산 지역의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 제4회 서울마을미디어축제 포럼 2015. 12.11
수원, ‘마을, 미디어로 놀다’
2014년 3월에 개관한 수원영상미디어센터는 시민들의 요구에 의해 건립된 미디어센터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사례발표 첫 주자로 나선 <수원영상미디어센터>의 조윤영 커뮤니티지원팀 팀장대행은 지난 1년 반 동안 시민들과 함께 한 수원 마을미디어의 발자취를 소개했다.
“시민들이 ‘인구 120만 도시에 미디어센터가 없느냐? 미디어센터를 건립해보자!’는 의견을 냈고 이를 수원시에 좋은시정위원회가 반영해 실행계획을 수립하면서 전문가와 사회단체들이 결합해서 미디어센터의 건립을 이뤄냈어요. 시작의 결이 이렇다 보니 저희가 들어가 재원을 조사했을 때 산발적으로 많은 미디어 활동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처음 사업을 시작하며 마을미디어활동을 조금 쉽게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안도감도 있었지요.”
△ 조윤영 수원영상미디어센터 커뮤니티지원팀 팀장대행
그러나 막상 개관을 하고 마을미디어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보니 대다수 시민들에게 미디어는 여전히 너무 어렵거나 생소했다. 이후 센터는 주민들과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마을미디어의 지도를 그려나갔다. 5차례의 간담회를 거쳐 수원마을미디어의 밑그림을 그리고 9개 주민 모임이 참여한 가운데 라디오와 영상 제작 교육을 마쳤다. 그리고 다음 해인 2015년, ‘이웃이 함께 만드는 [우리 마을 미디어지도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이른다. 현재 수원에는 영상 8개, 라디오 4개의 마을미디어 팀이 활동 중이다.(*주5)
△ ‘수원맘의 아름다운 라디오, 수아라~’ 방송 모습
수원 주민들은 마을이라는 주제로 한데 모여 마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때론 아기 울음소리가 BGM이 되기도 하고, 때론 시장 귀퉁이나 거리를 스튜디오로 삼기도 한다.
조윤영 팀장대행은 이들과 함께한 지난 시간에 대해 “마을미디어가 무엇인지, 미디어라는 도구를 통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배우고 익히며 함께 한 시간 이었다”고 의미를 정리하며 앞으로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노력과 함께 “어깨에 힘을 빼고 장비에도 힘을 좀 빼고 마을활동가들이 좀 더 편하게 센터에 드나들면서 쉽게 만들고 쉽게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동작FM, 3년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비전 찾기
‘변화를 만드는 마을미디어’, 두 번째 사례 발표는 서울에 동작FM이 맡았다. 양승렬 방송국장은 동작FM의 지난 3년간의 활동을 “큰 변화를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 규정하고 앞으로의 큰 변화를 만들기 위해 지난 시간 동작FM이 기울인 노력과 시도들을 소개했다.
△ 동작FM 양승렬 방송국장
“2012년에 ‘우리마을미디어 문화교실’ 첫 선정에서 떨어졌어요. 이유는 동작구에 이 교육을 실시했을 때 지역네트워크가 부족해 보인다는 평가가 있었고, 그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탈락하고 나서 2기를 준비하며 동작구에 있는 작은 단체, 도서관 등을 돌아다니며 하려고 하는 상(마을미디어)에 대해 굉장히 많은 설득 과정이 있었고 협력을 구했습니다. 하게 된다면 많은 것을 협력해주겠다, 해보자, 좋은 거 같다, 이런 정도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동작FM은 2012년 가을 서울시의 우리마을미디어 문화교실 2기에 선정되어 15차시에 걸친 주민라디오 제작교실을 진행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의 수료생 10명이 주축이 되어 다음 해 1월에 대망의 첫 방송을 한다. 지역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지역 단체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기울인 노력은 개국과 그 이후에도 동작FM이 자리를 잡는데 큰 힘이 되었다고 양승렬 국정은 전한다.
△ 동작FM- 대중교통 캠페인 송 제작 장면 사진: 동작FM 제공
동작FM은 동작구와 협력하여 대중교통 캠페인송을 제작하여 배포하는 등 지역사회 참여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시도하고 있다.
“2013년 1월에 문을 열었는데 당연히 공간도 없었고... 그래서 지역에 있는 마을학교, 도서관, 야간에는 비어있으니까, 그런 곳에서 교육을 열었어요. 사전 작업이 있었기에 지역단체에서 이곳을 쓰라고 해서 가능했고 이것이 이후 과정에서도 큰 시너지가 있었습니다.”
개국 당시 10명이 7개의 방송을 만들어 다음TV팟으로 송출하던 것을 이제는 30여명의 주민DJ가 팟캐스트 방식으로 매주 10편의 다양한 방송을 제작하고 있다.(*주6) 또한 지자체와 협력하여 페스티벌, 음악회 등 지역문화제를 개최하고, 미디어오늘과 함께 글쓰기교실을 여는 등 지역 주민들이 방송 제작이 아니더라도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동작FM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양승렬 국장은 이러한 활동들이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동작FM이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했던 작업”이라 말하며 마을미디어가 자립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고, 지역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사전 작업이 키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발표를 마쳤다.
부산 지역 마을미디어의 오늘 그리고 다음
이어진 ‘변화를 만든 마을미디어’ 사례 발표의 세 번 째 바통은 부산으로 넘어갔다. 그간 부산 지역에서 꾸준히 미디어교육과 언론 감시 활동을 펼쳐온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부산민언련)은 몇 해 전부터 단체 안에 마을미디어연구소를 만들고 마을미디어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포럼 당일 KTX를 타고 올라왔다는 정수진 마을미디어연구소 소장은 상기된 얼굴로 “제가 오늘 선진지 탐방하는 마음으로 여기 왔습니다.”하고 운을 뗀 뒤 ‘부산 지역 마을미디어의 오늘, 그리고 다음’에 대해 차분히 이야기해 나갔다.
△ 정수진 마을미디어연구소 소장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체미디어교육을 하면서 마을 안에서 이런 이름으로 마을미디어교육을 같이 하고 싶다는 고민을 하다가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우리끼리는 그만하고 같이해보자 해서 처음으로 2014년 10월에 ‘마모이’라고, 경상도 사투리로 ‘마’라는 말이 있어요. ‘그냥’, ‘고마’라는 뜻이에요. ‘마모이’가 ‘마을미디어 모이자’이기도하지만 경상도 말로하면 ‘그냥 모이자’라는 뜻도 되요. 일단 한 번 모여보자. 우리가 가진 게 없다면 어느 정도인지 꺼내보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자 해서 모였더니 생각 밖에 굉장히 많은 분들이 오셨어요. 지역에서 마을미디어하시는 분들이 꽤 많이 모이셨고, 미디어교육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마을과 함께 무엇을 해보고 싶다는 분들이 많이 오셨어요.”
부산민언련 마을미디어연구소가 주축이 되어 부산지역에서 ‘마을미디어’라는 이름으로 첫 주민 모임을 한 것이 ‘마을미디어, 모이자, 이야기하자’의 머리글자를 딴 ‘마모이’(2014.10)였다. 이 행사를 통해 예상외의 큰 공감을 확인한 마을미디어연구소는 다음 해에 마을미디어강사 양성과정(2015)을 열고 14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그리고 다음 행보로 숙원사업이었던 마을미디어 조사에 착수하여 [부산마을미디어 가이드북](2015.9)을 펴냈다.(*주7)
△ [부산마을미디어 가이드북]책 발표회 장면
사진: 부산민언련 제공
‘부산마을미디어 가이드북’은 2015년 5월부터 7월까지 인터뷰 형식으로 조사한 부산 지역에 마을미디어 34곳을 소개하고 있다.
정수진 소장은 “부산 지역에 마을미디어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며 마을 안에서 각개 전투로 활동해온 34개의 마을미디어를 찾아낸 소감을 “감동이었다”고 표현했다. 각 지역에 흩어져 있던 마을미디어를 일일이 찾아가 만나본 후 그녀는 마을미디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를 저희가 정할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막상 꺼내놓고 보니까 그 안에서 답을 다 갖고 계셨어요... 마을미디어 한마당 축제를 했는데 그 때 모여서 서로 얘기들을 하시는 거예요. ‘우리는 이렇게 하니 사람들이 좋아하더라. 인쇄는 어디서 합니까? 돈은 얼마나 듭니까... 그래서 저희가 생각한 것은, 내년에는 따로 교육이나 다른 프로그램보다도 일단 네트워크를 먼저 만들어야겠다. 서울처럼 마을미디어를 하는 사람들이 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만 하면 그 안에서 서로 교류하고 스스로가 필요한 답을 서로 얻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 포럼의 사회를 맡든 김종휘 성북문화재단 상임이사
“네트워킹이 갖는 임펙트”
포럼의 사회을 맡은 김종휘 성북문화재단 상임이사는 마을미디어의 네트워킹에 주목했다. 이제 마을미디어는 “점점이 흩어져 있는 각각의 마을미디어가 다 연결되었을 때 어떤 것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전체적 사고를 하기 시작한 것 같다”며, “점을 찍고 선을 만든 다음 삼차원을 만들고 입방체를 만드는 발달 단계가 아니라, 무수한 점들을 동시에 이어 폴대가 동시에 올라가 버렸을 때 갑자기 큰 공간이 생겨버리는 그 연결의 힘이 미디어의 새로운 속성 내지는 새로운 가능성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각 마을미디어가 갖는 이펙트(effect) 보다 자발적으로, 자생적으로 생겨난 마을미디어들이 연결되어 “어떤 영향력을 함께 행사하는 네트워크가 되느냐” “각각의 마을미디어가 네트워킹 되었을 때 갖는 임펙트(impact)”가 중요하다고 정리했다.
Session2 도약을 꿈꾸는 마을미디어
두 번 째 섹션에선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의 김일웅 공동간사와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의 허경 사무국장이 차례로 나와 마을미디어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조건과 남겨진 과제를 점검했다.
△ 김일웅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 공동간사(강북FM)
“도약을 위한 과제, 마을미디어 조례 제정과 중간지원조직의 안정화”
김일웅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 공동간사(강북FM)는 마을미디어가 지금과 같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마을미디어활동가들의 열정과 노력이 밑바탕이 되었고 여기에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의 행정적 지원이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마을미디어의 지난 성과와 현장의 노력들에 대한 행정의 화답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일웅 공동간사는 마을미디어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장기적 과제로 마을미디어 조례 제정을 통한 법적 근거 마련과 중간지원조직의 안정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4년차에 접어들고 있는 마을미디어지원사업이 “여전히 프로젝트성 지원 사업 중심의 지원체계에 머물러” 있으며 “다양하게 산재해 있는 자원들을 개별 마을미디어들이 짜깁기해 끌어다 쓰고 있는 상황”이라며 “마을미디어에게 사회적 책임을 부여하고 최소한의 안정적 지원을 하기 위해 마을미디어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가 마을미디어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상당 부분 수행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년짜리 위탁 계약을 반복하고 있다”며 “지원 사업뿐만 아니라 정책적 연구 과제 등도 포괄할 수 있는 독립적 운영구조와 전문적 인력구조를 갖춘 종합지원센터를 신규로 설립”할 것을 촉구했다.
△ 허경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사무국장
미디어운동 연대기 위에 2016년 마을미디어의 좌표를 설명하고 있는 허경 사무국장
확산을 위한 과제, 공유와 협업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해 봅시다. 3년차에 접어든 **마을방송국은 열악한 재정과 누적된 활동가의 피로도, 아이템의 고갈, 지역주민의 외면, 도약을 위한 비전 마련의 어려움 등으로 방송을 중단하기로 합니다...”
마지막 발제를 맡은 허경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사무국장은 가상의 시나리오를, 그러나 최악의 시나리오를 꺼내들어 주위를 환기시켰다. 그는 현재 마을미디어의 상황이 그리 비관적이지는 않으나 여전히 산재한 문제와 남겨진 과제가 많다며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제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가 어떤 과정 속에 있었고 어떤 밑천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자원들을 만들어야 되는지를 고민하는 게 다음 단계를 위한 준비라고 말했다.
허경 사무국장은 연대에 따라 각 영역별 미디어운동을 나타낸 미디어운동 연대기 위에 현재 마을․공동체미디어의 좌표를 짚어 보고 전국에 산재한 마을․공동체미디어의 현황을 소개했다. 그는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건으로 특히 ‘공유’와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기존 공적 지원을 통해 확보된 자원의 공유, 그 외 다양한 물적, 인적 자원의 공유를 통해 마을미디어 활동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통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종합토론
Session3 종합토론
두 개 섹션에 걸친 긴 발표가 끝나고 토론 테이블에 패널들이 등장했다. 지정토론자로 송덕호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 운영위원장(마포FM),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학과 교수, 김수경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정책연구팀장이 착석했다.
△ 송덕호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 운영위원장, 마포FM
공동체스러움, 마을스러움
송덕호 마포FM(공동체라디오) 대표는 마을․공동체미디어의 활성화를 위해 좀 더 ‘마을’에 천착할 것을 제안했다. 진정 마을 주민들과 가까운 매체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콘텐츠도 기존 매체의 형식에서 벗어나 마을스러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현재 마을미디어의 매체 현황은 정책적인 영향이 크다며, 독립영화운동에서 출발한 영상미디어운동의 영향으로 많은 미디어센터들이 영상미디어센터이고 장비도 영상에 치중되어 있으나 마을미디어에서 영상미디어가 그리 활성화 되지 못한 것은 그 수준이 일반 시민들의 수준보다 높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산의 사례를 들어 주민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생겨난 마을미디어들의 대다수는 신문이었다며 시민들에게 다가가기 쉬운 매체, 정말 시민들이 원하는 마을미디어가 무엇일지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마을미디어는 아마추어, 시민들이 만드는 것인데 전문가를 베껴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마을미디어는 “시민들이, 아마추어들이 만드는 미디어콘텐츠여야 한다.”고 말했다.
△ 김수경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정책연구팀장
마을미디어, 존재의 증명
김수경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정책연구팀장은 그동안 마을미디어가 이룬 성과에 대한 객관적 데이터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녀는 현재 마을미디어의 성과는 마을공동체사업의 여러 층위, ‘개인-주민모임-마을-사회적 차원’ 중 두, 세 번째 레벨에 대다수 머물러 있고, 씨앗기에 속한다고 평가하며 “참여와 즐거움에 의미를 두고 그 과정에서 자기성장과 이웃을 만나게 되는 즐거움, 삶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이상의 의미들이 어떤 부분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고, 그것이 마을의 공익에 어떤 성과를 이루어내고 있는가에 대한 연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마을에 대한 기록, 아카이브, 마을 의제 발굴, 마을 의제 확산이 현재 마을미디어 사업의 핵심적 성과라고 본다며 이는 마을미디어사업의 소셜 임팩트를 측정할 때 핵심적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에 덧붙여 마을미디어 성과지표에 대한 연구를 전국 혹은 서울 단위에서 함께 해볼 것을 제안했다.
△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미디어운동의 지속과 마을 커뮤니케이션
이동연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는 “미디어운동은 영원하다. 그것의 형식과 방법이 바뀔 뿐이다”는 말로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미디어운동은 지속가능해야겠지만 마을미디어 사업은 정책의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고, 바뀔 수밖에 없다며 “지속해야 할 것과 전략적으로 기능 전환을 할 것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도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예를 들어 미디어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주8) 그는 “예술이, 문화가 도시 재생의 중요한 활성화 역할을 하다가 결과적으로 임대료가 올라가서 예술가가 도심에서 쫓겨나듯 미디어 젠트리피케이션도 그런 식의 결론이 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질문을 던졌다. 이동연 교수는 미디어운동가들이 미디어 자체의 커뮤니케이션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하고 “실제로 마을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은 테크놀로지라는 방법과 수단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마을미디어가 마을의 커뮤니케이션에 맞게 얼마나 깊게 고민하고 깊게 관여했는지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제4회 서울마을미디어축제 포럼 2015. 12.11
이어진 토론은 객석의 참석자들에게로 넘어갔다. 그리고 그 토론은 마을미디어 현장 곳곳에서 여전히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지면에선 여기까지다. 이제 테이블을 걷을 지점이다.
마을미디어의 파워 네트워킹
이번 포럼은 마을미디어의 성장을 진단하고 도약에 대한 그들의 열정과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또한 남겨진 과제와 미처 마주보지 못했던 문제를 인식하여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무엇보다도 각지에 흩어진 마을미디어들이 협력의 중요성을 재고하고 협업과 공유의 기반을 다지는 네트워킹의 자리였다.
여전히 산재해 있는 많은 과제들과 해결해야 할 문제들 앞에서 참석자들의 고민은 깊었고 논의는 진지했다. 그러나 3시간이 넘게 이어진 포럼의 고된 행보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함께한 이들의 표정은 여전히 상기되어 있었다. 도약을 꿈꾸는 그들에게 이 자리는 마을미디어의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이기 이전에 전력을 다해 달려온 지난 시간을 치하하고 서로에게 응원을 보내는 축제의 자리였던 것이다.
풀뿌리미디어의 이 소박한 출발이, 그 거칠지만 끈끈한 연대가 앞으로 어떤 대형사고(?)를 칠는지 아무도 모른다. 작고 여린 은방울새가 앉았다 날아간 자리에 설핏 인 작은 빗금이 비바람을 겪은 어느 날 벼락같은 고함을 지르며 거대한 바위를 쪼개버리는 어마어마한 장면이 기적은 아니다. 전국에 낱낱이 흩어져 자립과 지속의 역경을 이겨내고 있는 마을미디어가 각 지역의 작은 변화를 이루어내고, 그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이뤄낸 변화가 얼어붙은 사회에 온기를 더하고, 사람 간의 소통을 이끌어내는 어느 날, 마을의 재림도 미디어자치의 개벽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아니, 그런 거창한 깃발이 아니 여도 좋다. 저들의 저 흥겨움이, 저 뜨거움이, 그로인한 도약이 멋지지 않은가! □
*주1: 허경(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사무국장)은 ‘마을미디어’라는 용어가 만들어진 경위에 대해 “마을미디어(방송국)라는 용어는 2012년 서울시 우리마을미디어문화교실 사업을 추진하던 당시 만들어진 용어이다. ‘주류(상업)미디어-공공미디어-독립(공동체)미디어’, ‘전국(중앙)미디어-지역미디어’ 등 기존 미디어운동진영에서의 미디어시스템에 대한 분류체계에서 독립(공동체)미디어와 지역미디어의 영역에 포함되는 것으로, 당시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활성화 정책’과 연계하면서 선택된 용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제4회 서울마을미디어축제 포럼 자료집(2015)
*주2: 이 집계에는 마을미디어라는 개념이 알려지기 훨씬 이전인 2005년(시험방송)부터 방송을 해온 공동체라디오인 관약FM과 마포FM의 콘텐츠는 빠져있다.
*주3: [서울마을미디어축제- 포럼]은 김종희 성북문화재단 상임이사의 사회로 세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변화를 만든 마을미디어’란 주제의 첫 번째 섹션에서는 경기 수원(조윤영, 수원영상미디어센터), 서울 동작(양승렬, 동작FM), 경남 부산(정수진,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마을미디어연구소)의 사례 발표가 있었고, ‘도약을 꿈꾸는 마을미디어’란 주제의 두 번째 섹션에선 김일웅(강북FM)과 허경(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이 서울 지역과 전국의 마을미디어 현황 소개와 함께 마을미디어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조건들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선 송덕호(마포FM), 이동연(한국예술종합학교), 김수경(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이 참석해 앞서 발표한 과제와 쟁점에 대한 심층적 논의를 이어갔다.
*주4: [변화를 만드는 마을미디어] 포럼 자료집(2015.12) 중
*주5: 수원에는 현재 영상 매체를 기반으로 ‘오! 소리! 낭동자’, ‘다울마을’, ‘보라씨’ 등 8개 마을미디어가 활동 중이며, 라디오 매체로는 ‘매탄청소년 진로탐험대’, ‘수원맘들의 아름다운 라디오’, ‘다다마을’ 등 5개 마을미디어가 활동하고 있다. [변화를 만드는 마을미디어]포럼 자료집(2015.12) 중
*주6: 동작FM은 임차하여 사용하고 있는 10여 평 공간(사무실+스튜디오)을 2014년 6월 서울시 마을공동체 주민제안 사업의 지원을 받아 리모델링하였고, 현재는 상근활동가 2인(1명은 자체고용), 운영위원 8인, 주민DJ 35인, 후원회원 70인의 협력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월 평균 수입은 300만원(지출 300만원) 수준이다. [변화를 만드는 마을미디어]포럼 자료집(2015.12) 중
*주7: [부산마을미디어가이드북]에 소개된 마을미디어는 모두 34곳이다. 매체별로 보면 신문이 19개, 웹진이 3개, 잡지가 2개, 팟캐스트가 3개였다. 행정적 지원이 바탕이 되어 만들어진 마을미디어들과 비교하여 볼 때 자생적으로 생겨난 부산의 마을미디어들은 주민들이 비교적 접근하기 용이한 문자 매체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주8: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도시에서 비교적 빈곤 계층이 많이 사는 정체 지역(도심 부근의 주거 지역)에 저렴한 임대료를 찾는 예술가들이 몰리게 되고, 그에 따라 이 지역에 문화적/예술적 분위기가 생기게 되자 도심의 중상층/상류층들이 유입되는 인구 이동 현상이다. 따라서 빈곤 지역의 임대료 시세가 올라 지금까지 살고 있던 사람들(특히 예술가들)이 살 수 없게 되거나, 지금까지의 지역 특성이 손실되는 경우가 있다. -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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