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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6호 이슈] 교실 속의 영화감독을 꿈꾸며 - <순천만 아이들> 영화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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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5. 12. 2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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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6호 이슈 2015.12.26]


교실 속의 영화감독을 꿈꾸며

- <순천만 아이들> 영화 제작기


                                             전남영상미디어교사모임 대표 김민수 

(전남순천 별량초 교사)


[편집자주]

지난 10월 28일, 서울극장에서는 다양한 시민들이 제작한 영상물을 상영하는 행사 '한국영상문화제전 2015'가 열렸습니다. 그 중 '왁자지껄, 우리동네' 섹션은 전국미디어센터협회와 전국 각지의 영상미디어센터가 협력한 제작지원사업으로 제작된 작품들이 상영되었죠 상영작 하나하나가 모두 인상 깊었지만, 순천 지역의 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같이 힘을 합쳐 만든 <순천만 아이들>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과연 이 작품은 어떤 과정을 거쳐 제작되었을까요? 그리고 작품 제작에 참여한 선생님과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촬영에 임했을까요. <순천만 아이들>을 만든 순천 별량초등학교의 김민수 선생님과 이대희 학생에게 한 번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교사와 학생들이 만든 영화

우리는 2014년 7월 처음으로 단편영화 [개천의 용]을 함께 만들었다. 학교에서 틈틈이 아이들과 영상놀이를 하다가 뜻을 뭉쳐 교사들만의 단편영화를 만든 것이었다. 극장에도 개봉되지 않았고, 배급이 되지도 않았지만 행복했다. 영상으로 소통할 수 있고 학교와 우리 제자들의 이야기, 교육의 이야기를 세상으로 내보일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거칠고 투박했으나 우리의 영화 [개천의 용]은 지방이라는 개천에서 솟구쳐 올라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15년 8월, 우리는 다시한번 모였다. 전국영상미디어센터협의회의 사전제작 지원 공모에 신청하였다. 작년에 개천의 용에서 못한 이야기들, 깨우치게 된 영화제작의 방법을 좀더 세련되게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는 무더운 여름, 20명 정도의 선생님들과 15명정도의 초등학생들과 함께 영화를 제작하였다. 무더위도, 푹푹 빠지는 갯벌도, 한여름 밤의 따가운 모기도 우리가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열정을 막을 수 없었다. 그렇게 선생님들의 열정과 아이들의 순수한 연기가 하나로 모인 영화가 [순천만 아이들]이다. 





<죽은 짱뚱어를 묻어주는 모습>


가만히 있지 않는 아이들을 담은 영화

우리가 만든 단편영화 [순천만 아이들]은 갯벌 옆에서 살아가는 초등학생들이 갯벌생물들을 구해내는 이야기지만 생태환경 영화는 아니다. 학교에서 통제와 질서를 강요하는 선생님의 명령에 짱뚱어와 게의 생명을 구하고자 자유의지로 갯벌생물을 갯벌에 가져다 놓는 주제의 이야기이다. 시킨다고 해서 가만히 있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서 행동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영화이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고민되었던 부분은 선생님들은 모두 통제를 강요하고 질서를 위해 학생의 자유를 억압하는 존재인가? 라는 점이었다. 물론 그렇지 않다. 선생님은 학교를 바꿔내는 중요한 주체이다. 영화 속의 선생님 이야기는 허구의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영화는 현실의 본질을 정확하게 이야기하기 위해 사실을 재구성할 수 있지 않겠는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결국 영화 속의 이선생도  짱뚱어의 죽음을 보고 스스로 행동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자신의 마음을 열어간다.


우리 모두가 감독인 영화

우리가 단편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는 일이었다.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주역할이다보니 5-6년 정도 영상을 만들어 보며 배우기는 했어도 촬영기법, 장비의 운용, 조명과 사운드 녹음 등 부족한 점이 많다. 그런 부분은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에서 멘토를 지정해주어서 해결할 수 있었다. 기획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촬영과 편집 모든 단계에서 전문가 분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학교의 미디어교육은 학생들과 함께 교육을 하는 교사가 지도할 경우 미디어센터나 영상의 전문가로부터 컨설팅이나 교육을 받으면서 하게 되면 제작되어지는 영상의 내용이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순천만 아이들] 기획은 세 달 정도, 촬영은 일주일정도, 컷편집은 2주정도를 해서 만들어냈다. 모든 과정은 밴드를 통해서 진행상황과 고민점 들을 공유했다. 우리 모음 선생님들의 의견을 들어가며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제목을 정했다.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영화를 함께 만들고 싶은 아이들을 데려왔다. 일정을 맞추고 모든 장비를 대여하고 장소와 식당, 소품의 준비까지 모두 촬영일에 맞춰 집중시켰다. 영화의 제작은 그 일정을 짜고 모든 힘들과 시설, 장비등을 하나로 모아내는 것이 중요했다. 감독의 할 중요한 일은 그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영화는 감독이 만든 영화가 아니다. 우리 모임 선생님들 모두가 감독인 영화이다. 


개인의 능력보다 집단의 힘으로 만든 영화

우리 모임이 함께 시작한 영화는 편집단계에서도 힘을 발휘했다. 어제14일까지 촬영을 마쳤는데 내일 15일이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에서 1차 시사회를 하기로 한 날이었다. 전미협 측에서는 힘들면 나중에 따로 시시회를 하자고 했지만 다른 선정팀 4팀과 함께 하는데 우리만 빠질 수는 없었다. 우리는 또 힘을 모았다. 각 씬별로 담당자를 나눠 컷편집을 하고 그 프로젝트를 한 사람에게 모았다. 그렇게 했어도 컷편집이 덜 된 씬은 3개씬. 15일 시사회 당일 아침 새벽에 일어나서 씬 하나를 편집하고, 순천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ktx에서 한 씬을 더 편집하고, 서울에 도착해서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나머지 한 씬을 편집한 다음 시사회 순서를 제일 뒤로 조정해서 다른 팀 영화를 상영할 때 랜더링을 마쳤다. 다행히 [순천만 아이들] 상영순서 5분 전에 랜더링이 끝났다. 음악을 좋아하시는 선생님은 주제가와 배경음악을 만들었고, 촬영을 좋아하는 선생님은 카메라를 잡았고, 사운드와 조명 등 각각의 역할을 선생님들이 다 함께 나눠했다. 영상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되어 특별한 기능이 없으신 선생님은 각 장면마다 필요한 소품을 미리미리 준비해주었다. 우리는 그렇게 집단의 힘으로 만들어 시사회 시간에 맞춰 영화를 제출할 수 있었다. 우리 모두가 자랑스러웠다. 


<연기지도하며 본인 연기하는 이선생님> 


교사와 제자간 존중과 믿음이 만든 영화

연기를 해준 아이들, 선생님, 할머니 모두 전문가가 아니었다. 연기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아이들과 대학 때 연극 몇 번 해보았던 선생님, 그리고 마을 주민과 할머니. 아마추어도 아니고 쌩초보였지만 우리의 연기는 부자연스럽지 않다. 전문연기자보다는 어색하겠지만 그래서 우리의 영화가 더 생생하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자기들의 모습처럼 편하게 연기를 했고, 주인공 이선생 연기를 한 선생님은 아이들을 적절하게 연기 지도해가면서 본인의 연기를 했다. 마치 수업시간에 아이들을 지도하듯이. 서로 교사와 제자라는 관계성이 영화 속에서도 영향을 미처 아이들의 연기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 제일 걱정되는 할머니의 배역은 사전에 약속했던 분이 갑자기 연기를 안하겠다고 해버려 10분전에 섭외된 마을 분으로 바뀌었다. 학부모회 어머님의 소개로 연기를 하게 되었는데 대사를 하나하나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할머니의 경험에서 나오는 말씀으로 대사를 해주셨다. 미리 정해놓은 대사보다 더 사실적이었다. 그래서 그 대사를 그대로 살려 쓰기로 했다. 모든 것은 우연의 일치인지 노력의 결과인지 모르지만 잘 맞아떨어졌다. 열정은 운명도 만들어 갈 수 있는 것 같았다.



나에서 우리로, 전남영상미디어교사모임

우리 모임의 정식명칭은 전남영상미디어교사모임이다. 2005년 영화를 처음으로 만들면서 영상제작에 관심 있는 선생님 서너명이 만든 모임이었다. 처음에는 지방에서 영화제작에 대해 배울 수가 없어서 방학이면 배낭을 메고 서울로, 경기도 양수리로 영화연수를 쫓아다녔다. 배워온 것을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다시 공부하고 학교에서 영상으로 아이들과 만났다. 졸업식에 영상을 만들어 아이들의 삶을 보여주고, 수업시간에도 영화를 제작하며 함께 즐거웠다. 그렇게 시작했던 모임이 이제 어느덧 10여년이 지난 모임이 되었고 함께 영화를 공동창작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영화를 배우고 싶어하는 선생님들을 위해 방학마다 영화제작 연수를 개설하여 함께 영화를 만들어 보았던 것이 점점 노하우로 축적되었던 것 같다. 

  최근에는 독립영화감독과 함께 하는 영화제작연수를 개설하여 영화제작 기술을 전수 받고 있으며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만든 영화를 모아 스쿨영상제라는 작은 영화제를 개최하였다. 사람들에게 표현하는 것, 보여주는 것이 되어야 새로이 창작하는 열정이 생길 것이라 믿었다.   


<순천만 아이들 촬영을 마치고 기념촬영>


학교와 세상을 소통하게 하는 창을 만들 것

우리 모임에서 추구하는 영화는 학교와 세상을 연결해주는 창이 될 것이다. 영상으로 학교를 알리고, 학교 안 소외받는 아이들의 삶을 담을 것이다. 왜곡된 교육, 복종과 강요, 경쟁의 교육이 아니라 협력과 존중, 희망의 교육을 담아 세상에 보여줄 것이다. [개천의 용], [순천만 아이들]은 그 두 걸음을 걸었을 뿐이다. 이제 걸음마를 시작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부지런을 떨어야겠다. 




[필자 및 감독소개] 김민수(1972년생)


순천만에 위치한 별량초등학교의 교사. 선생님들과 함께 전남영상미디어교사모임을 운영하고 있고, 매년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창작하고 있다. 학교의 교육에 대한 내용을 영화로 만들어 학교밖 세상과 소통해가는 교실속의 영화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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