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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6호 이슈] 변화를 만드는 지속가능한 미디어운동을 꿈꾸며 - 비영리미디어컨퍼런스 ‘체인지온@공룡’ 참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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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5. 12. 2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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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96호 이슈 2015.12.26] 


변화를 만드는 지속가능한 미디어운동을 꿈꾸며

- 비영리미디어컨퍼런스 ‘체인지온@공룡’ 참가 후기


이은지 (원광대 해우소)


 처음 체인지온@공룡 미디어 컨퍼런스 포스터를 보았을 때, “당장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최근 학교에서 미디어와 관련한 동아리를 시작했는데, 지역에서는 통 이런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페이스 북을 찾아보니 이번 컨퍼런스의 중심 주제가 ‘사회변혁의 도구로서 미디어’, ‘비영리 미디어 활동의 지속가능성’이라고 적혀있었다. 구체적으로는 활동 사례를 보며 ‘사람과 사람’, ‘현장과 이슈’의 만남과 기록에 대해 고민해 보는 자리라고 한다. 아무리 봐도 직접 가서 들어봐야 알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청주로 향했다.


- 2015 ‘체인지온@공룡’ 행사의 각 부분 발표 내용 정리 


섹션 1) 일터와 삶터에서 움직이는 미디어


- 우리 이야기는 우리 손으로, 카메라를 든 노동자 - 금속노동자뉴스단 / 최병준 (충북 금속노조영상제작단) 



△ 충북금속노조영상제작단 - 최병준 (비영리미디어컨퍼런스 체인지온 at 공룡 페이스 북 페이지)



 금속노동자뉴스단은 공룡에서 편집교육을 받은 경험을 토대로 영상뉴스를 제작하고 계셨다. 공장소식과 인터뷰를 통해 노조원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기도 하고 세월호 같은 사회문제를 다룬 영상도 제작한다고 한다. 기존의 미디어 교육이 불특정 시민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공룡에서는 지역의 노동자들에게 꾸준히 교육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 같은 시대에 다양한 미디어 특히 영상같이 인터넷을 통해 공유가 가능한 것들은 엄청난 ‘힘’이 된다. 


 노동조합에 계신 분들은 인터넷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지식에서 소외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에게 그리고 시민들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알리고 연대를 이끌어내는 게 노동조합에 꼭 필요한 일인 만큼 이러한 교육이 앞으로 더 유의미 한 작업임은 틀림없다. 특히 많은 사람과 공유가 가능하지면서, 노동자 끼리 또 시민들과의 소통이 더욱 활발해 질 수 있다. 최근 이슈가 되었던 jtbc 드라마 ‘송곳’의 열풍을 보면, 노동조합에 가지고 있었던 인식이 노동자들의 일상을 드러내며 많이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 


 발표에서도 편집 프로그램 교육과 기술을 가진 활동가들이 부족한게 고민이라고 하셨다. 더 많은 지역에서 미디어 제작이라는 지식을 나누고 많은 사람들이 나의 일상을 담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도 내가 서있는 지역에서부터 어떻게 하면 함께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겠다.




- 연대를 위한 아카이브 - 일본 노동넷 / 야스다 유키히로 (일본 노동넷 공동대표)



△ 일본 노동넷 공동대표 - 야스다 유키히로 (비영리미디어컨퍼런스 체인지온 at 공룡 페이스북 페이지)



 일본 노동넷(레이버넷)은 주류 언론에서는 볼 수 없는 사회문제에 대한 정보가 올라오는 인터넷 사이트이다. 월 20만 명의 방문자(!)가 존재하고 상근자없이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기사를 올린다고 한다. 또 온라인 활동 이외에도 ‘레이버 패스타’, ‘레이버 영화제’ 등 오프라인 활동들도 있는데 주로 노래, 춤, 영화, 토크 등 다양한 문화들을 공유하는 축제 같은 느낌이다.


 일본은 현재 노동자의 투쟁보다 노사가 합의 하는 방식으로 노동현장이 돌아간다. 때문에 파업이 없고, 투쟁도 하지 않는 노동조합끼리의 분단과 고립의 심화 되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넷은 해외의 투쟁 사례를 소개하고 투쟁경험을 공유하여 노동자의 연대와 시민사회의 변화를 꿈꾼다. 


 이들이 얘기하는 변화의 방향은 신선하다. ‘단결하지 않는다. 연대할 뿐이다.’, ‘큰 중앙이 아니라 큰 네트워크를 위해 더 분열하고 싶다.’ 한국의 노동운동의 관점에서 보면 눈살이 찌푸려질 내용이다. 하지만 분명 배워할 지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그리스 구제금융 사태를 이끌었던 시리자(급진좌파연합)만 보더라도 환경, 여성, 장애인 등 수 많은 주체들과 함께 연대하고 고민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노동이라는 사회적으로 기본이 되는 ‘보편’까지 가기 위해서는 ‘내가 더 중요해!’라는 각개전투가 아니라 연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재미’나 ‘문화’라는 키워드들도 중요하다. 최근 2차 민중총궐기에서 ‘복면 퍼포먼스’를 통해 더 많은 시민들이 함께할 수 있었고, ‘민주주의도 재밌다!’라는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다. 쉽고 재밌는 투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재미’라는 것이 가볍게 소비되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렇지, 사실 재미를 느낀다는 것 또한 ‘어떠한 가치에 공감한다.’라는 표현 중 하나일 뿐이다. 한진중공업의 김진숙씨의 ‘웃으며 끝까지 투쟁’이라는 구호가 우리 마음속에 깊게 남아 있듯이, 투쟁의 가치 아래서 웃음과 눈물은 한끝차이 일지도 모르다. 


 일본은 한국의 10년 뒤라는 말도 있듯이, 우리와 많이 닮아 있다. 그리고 이번 발표를 보면서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우선 노동넷이 한국의 노동문제에 대해 일본에서 앞장서서 알리고 있듯이 우리도 일본 노동운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한국도 노동운동이 위기인 만큼 노동넷의 가치에 대해 지금부터라도 많은 토론이 필요하지 않을까.



섹션 2)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의기투합

- 현장 사진가들의 공동 프로젝트 <빛에 빚지다> / 정택용 (사진가)


 <빛에 빚지다>는 현장 사진가 들이 투쟁 기금 마련을 위해서 사진으로 달력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다. 사진가들한테는 돈 되는 일도 아니지만, 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고 한다. 


섹션 3) 혐오와 침묵에 대항하는 미디어 

- 세월호 미디어위원회 / 박종필 (다큐멘터리 감독)


 ‘기억이 투쟁이고 정치적 영역이자 실천’이라는 기조를 가지고 유가족과 시민들의 활동을 기록한다고 하는 세월호 미디어 위원회. 집회나 간담회 때 사용할 영상이나 자체 기획 영상을 제작한다고 한다.


섹션 4) 지속적인 미디어 공동행동을 위하여 

-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밀양 / 박배일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밀양 준비팀)


 미.행 in 밀양은 미디어 활동가들이 송전탑 반대 투쟁이 있는 밀양의 주민들을 직접 만나는 프로젝트이다. 영상, 잡지, 소리(라디오+음악), 배급 등 팀을 나누어 일주일 동안 현장에서 미디어 제작을 통해 사회에 알리는 것이다. 그리고 문화제를 통해 영화 상영, 편지 낭송, 길놀이, 노래 공연 등을 진행하여 밀양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알리는데 성과를 거뒀다. 


 미디어 매체와 유통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미디어 활동가들은 무엇을 해야하나’라는 질문이 나오고 있다. 미.행은 이런 고민을 현장에서 함께 행동하며 풀어 나가 보자는 방 하나의 방법이다. 실제로 따로 활동하던 활동가들의 외로움과 답답함을 확인하였고, 신진 활동가들에게 현장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미디어 활동가들을 묶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디어 활동가들이 함께 만나고, 무엇을 해야하나에 대해 고민할 수 있고, 심지어 현장에서 당사자들과 함께 행동까지 한다는 점에서 미.행은 짱인거 같다. 숙식이나 장비 때문에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불편하고 힘들지만,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많은 활동가들이 같이 준비하고 참여한다면 문제없지 않을까? 다음번엔 꼭 가야겠다!



- 2015 ’체인지온@공룡’ 행사의 의의 및 평가(혹은 소감)

  체인지온을 통해(특히 후기 글을 쓰면서 더욱더) 많은 고민을 할 수 있었다. 금속노동자뉴스단을 보며 미디어 교육의 방향성과 미디어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고민 할 수 있었고, 노동넷을 보며 지금의 운동이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또 빚에 빛지다와 세월호 미디어 위원회를 통해 현장을 담는 눈의 중요성에 대해 알 수 있었고, 미디어로 행동하다를 통해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것을 느꼈다.


 다만 비영리 미디어 활동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 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은 뒤풀이를 통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었다. 공룡은 사무실과 카페를 함께 운영하며 수익을 벌고 있었고, 활동가들이 함께 살며 반찬도 나누고 밥도 먹고 있었다. 미디어 교육은 물론 농사를 지으며 기본적인 식료품을 얻음과 동시에 판매도 하고 있었다. 심지어 같이 살고 있는 집도 엄청 괜찮은 전셋집에, 카페에서 해주는 음식도 수준급이다! 상근비가 얼마 되지 않더라도 몸을 뉘일 공간이 있고 먹을게 있고 함께 살 동지들까지 있다니, 지속 가능한 미디어 활동은 바로 이것이지 않을까!


뒤풀이 음식! (내 핸드폰 카메라)


   




[필자소개] 은지

원광대학교 대안언론 해우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청년 미디어 공동체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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