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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64호 Re:ACT!] 솔직히 고백하건데...성도현 (성공회대 대안미디어 동아리 청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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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1. 2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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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64호 / 2009년 8월 29일

 

 

솔직히 고백하건데...
 
 
성도현 (성공회대 대안미디어 동아리 청개구리)

 

 

 

 

솔직히 고백하건데, ACT!의 리뷰를 부탁 받으면서 내심 걱정도 하고 미안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ACT!를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읽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간간히 내가 필요한 꼭지만 읽어보는 경우가 나의 경우로선 대부분인데, 그냥 통밥으로 글을 쓰긴 미안해서 창간호부터 꼼꼼히 읽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일단 마음은 먹긴 했는데 막상 컴퓨터 앞에 앉아보니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컴퓨터 앞에 앉을 때마다 일정 시간을 ACT!를 읽어보는데 할애했다. 첫 창간호부터 읽어보니 이리저리 느낀 점, 알게 된 점도 많았고, 마치 ACT!가 선배 활동가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쭉 읽어오다가 드디어 63호의 마지막 Re:ACT!까지 읽었다. 읽다보니 63호의 Re:ACT!를 쓰신 분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한 것 같다. ACT!를 꼼꼼히 읽은 건 처음이라고 고백하신걸 보니 말이다.

 

 

나 또한 이번 ACT!를 꼼꼼히 읽었다. 특히 '미디어 꼼꼼보기 - 닫힌 나라로부터의 보고'를 읽고는 소름이 끼쳤다. 조만간 우리도 어디론가 '보고'를 하게 생겼다. 어찌나 비슷한지. 마치 오래된 미래를 보고 있는 듯 했다. 글을 읽으면서 지금의 우리 상황이 철저하게 투영되었다. 답답했다. 얼마 전에 다큐멘터리 작업을 위해 집회를 촬영하다가 어느 전의경 지휘관에게 촬영한 테이프를 빼앗긴 '아주 나쁜' 기억이 떠올랐다. 그 광경을 목격한 주변의 시민들과 내가 따졌으나, 그 지휘관은 매우 태연하게 카메라에서 테이프를 빼서 가져가버렸다. 어디 소속이냐고 외쳐도, 정말 그래도 되느냐고 화를 내도 무시한 체, 유유히 검정 개미 대가리들에게 둘러싸여 사라졌다. 도대체 말이 되는 상황인가.(아, MB시대에서는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란 것을 망각했다.) 나는 나쁜 기억을 떠올리면서 '닫힌 나라로부터의 보고', 우리의 미래를 읽었다.

 

 

'닫힌 나라로부터의 보고'를 읽고 급 침울해진 나에게 미디어이슈의 '2009년 대한민국, 그들만의 ‘멋진 신세계'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들에게' -"Good Night and Good Luck!"-은 일종의 격려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 깨진 경험에 대한 생생한 리뷰(?)인 듯 했지만, 나는 글을 읽으면서 묘한 승리감을 맛보았다. 글 속에서 꼬장꼬장함이 느껴져 왔다. 죽으면 죽었지 네 똥꼬는 절대로 핧지 않아!(??????)라는 느낌이랄까.

 

 

또 '멋진 신세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싸우라고, 몇 대 쳐 맞아도 '그까이꺼' 가지고 징징 되지 말라고…….

 

 

내가 쓰게 될 부분이라 Re:ACT! 또한 찬찬히 살펴보았다. 지난 ACT!를 살펴보니 리뷰란이 생긴 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확실히 독자와의 '소통'을 하기 위한 공간인 것 같은데, 지난 호 Re:ACT!에서 지적된 부분이 얼마나 반영되었는지도 살펴보았다. 63호에 실린 Re:ACT!에서는 '어렵다'라는 지적이 있었다. 특히 낯선 용어의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63호에서는 이런 지적을 받아들인 것 같다. '읽은 거리'의 <‘참여문화'로서의 대중문화 바라보기 -『팬, 블로거, 게이머 : 참여 문화에 대한 탐색』>에서는 낯선 용어에 대한 설명을 함께 실었다. 확실히 낯선 용어에 대한 설명이 있으니 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또 Re:ACT!를 읽다가 우연찮게 친구의 머릿속까지 들여다 볼 수 있었다. 63호 Re:ACT!를 쓴 나정민은 내 오랜 친구이다. 요즘 저 녀석이 많이 쓸쓸하구나하는 생각까지도…….

 

 

ACT!가 독자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리뷰란도 만들고, 거기서 이렇게 저렇게 했으면 좋겠다하면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ACT!에는 해소되기 힘든 '어렵고 생소한' 부분들이 많다. 특히나 현재 미디어운동 동향 등을 살펴보는 글은 웬만한 사람들이 아니라면 처음 읽어보았을 때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미디어 운동에 대한 글이 '어렵고 생소함'은 위의 글처럼 낯선 용어에 대해 설명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닐 것이다. ACT!는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더 고민해야할 필요가 있다.

 

 

글을 마무리 하면서 하나 더 고백하건데, 처음에 레아에서 채은 누나에게 ACT!의 리뷰를 부탁받고선 한 쪽으로는 다른 생각을 했다. 뭘 써야 될지도 모르겠고 이왕 A4용지 한 장 정도 부탁 받은 거, 내 이야기나 몽땅 써버리자고, 그동안 활동하면서 힘들었던 거, 서러웠던 거 푸념이나 하자고. 근데 ACT!를 읽다보니 이게 사실 다 활동가들 푸념이었다! 현장에서, 지역에서 느꼈던 생각들, 힘든 점, 서러웠던 점,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사실이게 다 푸념이었던 것이다. 나도 쓰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푸념'하는 글을 쓰고 있었다. 그래도 풀어놓고 나니 그 때 테이프 빼앗긴 게 조금 풀린 것 같기도 하다.(조금 풀렸다고 해서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것이다. 반드시 찾고 만다.)

 

 

아무튼 다들 조심하시라. 63호의 글에서 나온 것처럼, 요즘에는 진심으로 "Good Night and Good Luck!"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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