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ACT! 64호 Re:ACT!] 그 매력적인 발음만으로도!

이전호(78호 이전) 아카이브/Re:ACT!

by acteditor 2016. 1. 21. 17:56

본문

 

 

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64호 / 2009년 8월 29일

 

그 매력적인 발음만으로도!
 
손경화

 

 

 

 

 

로그인을 하고 받은 메일함을 클릭했다. ACT! 63호가 와 있다. 휘리릭 훑어보고 닫았다. 대충 봤다고 생각했는데, 그 후 몇 주 동안 길라잡이에 나온 두 마디가 귓가에 맴돌았다. “진짜야? 진짜?” 길라잡이의 글처럼 지난 몇 년 동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은 일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리고 지금은 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은 생략한 채 되묻고 있는지 가끔 생각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에스컬레이터에서 짝다리를 짚고 서 있다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슈]는 그 자체로 슬펐다. 다시 읽다가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 했다. 표현의 자유를 위한 문화행동이 이슈의 소재가 되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슬펐다. 글 속의 한 문장처럼 2008년 5월과 6월의 광장이 차라리 행복했다. 슬픈 현실 이야기가 이어졌다. [미디어 꼼꼼보기]의 버_마vj. 투쟁에서 미디어가 하는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더 인상적인 것은 버_마에선 스님들이 존경받는다는 소모뚜의 인터뷰였다. 우리 사회에서 그 사회적 위치만으로도 존경받는 사람들(집단)이 있었던 게 언제였는지 한참 생각해봤다. 절레절레. 내가 태어난 후로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금초딩의 그림일기]도 슬펐다. 처음엔 그림이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보았다. 하지만 media라는 글자로 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한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점점 슬퍼졌다. (;)

 

 

[읽을거리]의 목표가 그 책을 읽게 만드는 것이라면 젠킨스의 책을 소개한 이번 호는 매우 성공적인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조만간 그 책을 사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순전히 글의 첫 문장 때문이다. 서두에 제시한 어려운 질문들에 대한 답이 모두 이 책에 들어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안 읽어볼 수 있을까? [미디어 인터내셔널]은 그냥 어려웠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의 미디어 정책에 따라 앞으로의 6개월을 고무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미국의 상황이 부러웠다. 한국 미디어 정책도 변하고는 있는데 이건 뭐. 이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이런 어려운 글도 열심히 읽어야 하는 걸까 하면서 끝까지 읽긴 했지만 그래도 뭐... 나도 참석했던 미디어교육 교재 포럼을 다룬 [현장]은 그 실제 현장보다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역시 뭐든 정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 이번 ACT! 63호에서 무엇보다 크게 나의 마음을 울린 것은 [인터뷰]와 [현장]에 공통적으로 나온 이 말이다.

 

 

“긴 회의 끝에 인권영화제의 목표와 정신, 그리고 양보할 수 없는 원칙 을 생각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 (나영)

 

 

“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우리 운동의 원칙 은 중심에 두고, 서서히 스며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요즘 개인적인 숙제라고 생각한다.” (서정훈)

 

 

“진짜야? 진짜?”를 매일 물어야 하는 요즘, 두 단체의 활동가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그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은 무엇일까? 무엇이라고 합의했을까? 그 원칙은 얼마나 절대적일까? 지금까지 그 원칙을 양보하지 않기 위해 어떤 일을 겪었을까? 그러기 위해선 어떤 내공을 쌓아야 할까? 그리고 나의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은 무엇인가? 어느 순간부터 최소한의 상식이라고 믿었던 것들조차 우수수 무너지고 있다. 그 광경을 지치지 않고, 매번 새롭게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기 위해선, 양보할 수 없는 각자의 원칙이 되뇌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리뷰를 쓰기로 하고 ACT!를 보는데 뭐라고 써야 할지 난감했다. 한참동안 깜박이는 커서만 보고 있었다. 깜박 깜박 깜빡. 헉! 읽었던 내용이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있었다. 서둘러 남아있는 것들을 모았다. 모여진 생각들을 보니 나는 생각보다 ACT!를 좋아하고 있었나 보다. [액트]라는 발음이 매력적이기 때문인 것 같다. 지금은 'Act' 그 매력적인 발음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긍정하고 싶다. 아, 근데 ACT!의 양보할 수 원칙은 뭘까?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