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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64호 읽을거리] 미디어모노폴리와 기축옥사(己丑獄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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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1. 2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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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64호 / 2009년 8월 29일

 

 

미디어모노폴리와 기축옥사(己丑獄死)
 
 
도 형 래 (공공미디어연구소)

 

 

 

 

 

 

 

 

<미디어모노폴리>를 받아들고, 처음 생각난 것은 올 초 대학시절 은사님 말씀이다. 올 초 동기들과 함께 찾아간 대학시절 은사님을 자리에서 선생님은 ‘올해 큰 일이 있을 것 같다. 아무쪼록 다들 몸조심하라'고 말씀했다. 의아해 하는 나와 동기들에게 선생님은 ‘기축옥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기축옥사'는 1589년 선조 22년에 서인들이 자행한 대규모 정치적 숙청이다. 표면적으로 정여립의 난에 대한 토벌이 구실이었지만, 개혁적 성향의 동인들이 학살당하는 사건으로 끝을 맺었다. 정여립이 정말로 역성혁명을 획책했는지에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 최초의 정쟁으로 인한 대규모의 학살이 자행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무신정변과 같이 고려시대도 정치적 지형변화에 의한 권력의 급격한 이동은 있었다. 그러나 기축옥사와 같은 대규모의 숙청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기축옥사에서 대규모 숙청이 얼마나 크게 일어났는지는 여러 책을 통해서 전해진다. 이중 유성룡이 쓴 운암잡록에서는 “옥사가 계속해서 얽히고 뻗어가서 3년이 지나도 끝장이 나지 않아 죽은 자가 몇 천 명이었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당시 죽은 사람은 유성룡의 말처럼 몇 천 명인지 헤아릴 수 없다. 역모를 획책한 정여립과 친분가 있다는 이유로 당시 동인의 우두머리인 이발과, 정여립과 무관한 이발 가족들이 죽었다. 또 정여립으로부터 서신을 받았다는 이유로만 죽임을 당하는 등, 수많은 선비들과 그 가족들이 죽어야 했다. 이 때 죽은 선비들의 수가 천 명을 넘는다고 한다. 선비들은 당시 사회의 엘리트이고, 관료이고, 지식인이다. 이 수많은 엘리트들이 죽고, 3년 뒤 임진년이 되었을 때, 왜가 조선을 침략했다. 왜에 의해 철저히 유린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 기축년 옥사가 일어 난지 420년이 흘러 다시 기축년이 됐다. 2009년 기축년 옥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현재 정권이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복수를 하고 있는 모습은 또 다른 기축년 옥사다. 올 초 정권에 대한 비판적 시민단체를 폭력시위단체로 규정하고, 폭력시위단체에 대해서는 국가와 지자체 등의 지원을 배재하고, 불이익을 주도록 하는 모습은 기축년 옥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기축년의 옥사가 두드러지게 진행되고 있는 부분은 바로 미디어다. 미디어 분야에 대규모 옥사는 진행되었고, 아직도 진행되는 과정에 있다. 지난 7월, 국회에서 불법적으로 ‘미디어법'이 통과됐다. 여당이 한나라당에 의해 불법적으로 통과된 ‘미디어법'은 매체 간 교차소유에 대한 전면적인 확대, 여당지라고 할 수 있는 보수신문의 방송장악 허용, 재벌의 여론시장 장악 허용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방송법 시행령은 미디어법 분야 옥사의 결정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상파방송과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상호진입 지분비율을 33%까지 허용하고, 신문·방송 겸영 시 여론집중도 문제를 조사하는 미디어다양성위원회를 방송통신위원장이 임명해 구성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SO를 통한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의 우회 지분 확보가 가능해 진다. 미디어다양성위원회를 방송통신위원장의 사조직으로 만들어 버렸다.

 

 

정부와 여당이 불법적으로 통과시킨 미디어관련법과 방송법 시행령 등의 일련의 흐름은 대기업이 여론시장 진출을 허용, 신문 자본의 방송시장을 진출을 허용하면서 미국의 5개 미디어재벌과 같은 거대한 미디어복합기업을 허용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미국에 타임워너 그룹을 부회장을 만난 후, 기자회견에서 “디지털 시대를 앞둔 우리가 한국의 테드 터너가 나올 수 있는 토양을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한국의 타임워너을 획책하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 모노폴리(벤 다그키언, 2004; 정연구·송정은 역)>는 이러한 미디어복합기업의 구성과정과 허구성, 미디어복합기업의 여론의 독점과 장악이 잘 쓰여 있다. 이 책은 이미 국내·외 수 많은 논문에서 인용될 만큼 유명한 책이다.

 

 

이 책은 올더스 헉스리의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를 떠올리게 한다. 모두 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회. 그러나 ‘멋진 신세계'는 주입된 것이고, 강요된 것이었다. 이것이 지금 우편향적인 미국 5대 미디어그룹의 실체이고, 현재 우리나라의 미디어현실을 적나라하게 말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단지 멋진 신세계의 이방인 ‘존'과 같은 사람, 소수만이 모순과 혼란을 느낄 뿐이다.

 

 

미국 5대 미디어기업(타임워너, 디즈니, 뉴스코퍼레이션, 비아콤, 베텔스만)의 형성된 모습은 우리나라의 재벌의 무차별적인 문어발식 확장과 정치권력과 철저한 결탁을 생각하게 한다. 이들은 수많은 TV와 라디오, 인터넷 네트워크를 소유하고, 헐리우드와 TV 콘텐츠를 소유해 미국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의 미디어를 장악하고 있다.


 

타임워너는 타임지에서 시작된 신문재벌이 당시 새롭게 등장한 영화, 음악, 텔레비전, 기타 새롭게 등장하는 미디어와 관련 사업들의 집합체인 워너브라더스와 합병해 만들어진 기업이다. 합병에 의해서 만들어진 타임워너는 인터넷 기업인 AOL과 합병해 AOL-타임워너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과정은 매체환경변화에 발맞춰진 합병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 환경변화에 발맞춰 몸집을 늘려나가는 과정인 것이다. 뉴스코퍼레이션의 루퍼트 머독도 오스트레일리아 신문기업에서 발맞춰 나가는 과정에서 신문 매체에서 유료방송으로 진화하며, 그 무한 확장을 하고 있다. 이는 환경 변화를 새로운 기업의 양적 확대를 통해 해결해온 우리나라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또 이들은 암묵적이든, 혹은 서로의 논의에 의해서 인지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고, 합자해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과정 등을 통해 서로의 가지가 서로에게 맞물려 있다. 마치 전설 속에 나오는 연리지(連理枝)와 같은 모습이다. 그러면서 5대 미디어기업의 구조를 공고히 해 나가고 있다.

 

 

사실 이와 같은 모습은 현재의 우리나라의 미디어 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의 미디어 복합기업을 꼽는다면, 단연 중앙일보를 대표로 하는 신문재벌과 CJ 등을 대표로 하는 컨텐츠를 중심으로 케이블TV 재벌을 꼽을 수 있다.

 

 

홍석현 회장과 그 족벌이 소유, 지배하고 있는 중앙일보?보광그룹이 이번 언론악법 강행으로 종합편성채널이나 지상파 방송 등을 장악해 거대한 복합미디어그룹을 완성하면 어떻게 될까? 이미 중앙일보는 미국 최대의 복합미디어그룹인 타임워너(Time-Warner) 계열사와 합작을 시작했다. 이번 언론악법 강행 통과를 전제로 오래 전부터 준비해 온 것이다.


 

 

무려 100여개가 넘는 주식회사를 가진 중앙일보와 보광그룹은 언론사 가운데 가장 많은 페이지뷰(Paper view, 이용자가 사이트에 들어가서 개별 페이지를 열어본 횟수, 이를 기초로 인터넷 광고단가를 책정한다)를 기록하고 있는 joins.com를 비롯해 이미 9개의 방송 PP채널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자회사 ISPLUS를 내세워 방송시장 시장 진출을 위해 타임워너(Time-Warner)와 합작을 했다.

 

 

우리나라 최대의 MSO(Multiple System Operator, 복합유선방송사업자)인 CJ는 케이블TV의 SO의 40% 가까이를 독점하고 있고, tvn, 채널CGV 등의 10여개의 PP를 소유하고 있다. 또 전국에 직영 망을 두고 있는 멀티플렉스극장 CGV와 영화 배급망으로 CJ엔터테인먼트를 소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쟁 MPP인 온미디어를 인수하려고 협상 중이다.

 

 

이와 같이 미디어복합기업은 이미 형성되어 있지만, 이들이 지닌 여론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없다. 미국과 같이 선거와 선거결과를 좌우하는 것과 같은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 폐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한국판 미디어모노폴리의 완결판으로 이번 미디어법과 방송법 시행령은 이러한 미디어복합기업에게 여론의 형성요인인 보도 부분을 허용하고 있다. 미디어시장 독점 기업들에게 여론을 독점할 수 있는 무기를 준 것이다.

 

 

미국의 미디어 환경이 우리나라의 내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보다 무서운 것은, 우리나라의 나라 기업 형태와 미국의 미디어 환경이 결합한 형태이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CJ나, 중앙일보 그룹은 모두 나라 체제이다. 우리나라에서 나라과 독점자본의 결합은 재라의라는 무너지지 않는 성을 쌓았다. 이들 미디어 나라 재라의 자본의 독점뿐 만아니라, 여론 독점까지 이루고, 그것이 특정 나라로 귀속될 수 있다는 것은 미래를 암울하게 한다. 우리나라에서 이탈리아의 수상 베를루스코니가 대대손손 이어지는 것도 상상의 세계에만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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