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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66호 미디어꼼꼼보기] 88만원 세대의 청춘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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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66호 / 2009년 10월 29일

 

 

88만원 세대의 청춘을 열었다!
아마추어가 반란을 일으켜도 서울은 성나 있고 나는 프리타?!
 

 
김류미 (전 희망청 활동가)

 

 

 

[편집자 주]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의 일본다큐멘터리 특별전을 통해 소개되었던 영화 두 편이, “청춘불패”라는 이름으로 다시 관객들을 만났다. 반이다의 “개청춘”이 공동체 상영을 시작했고, 요즘 들어 부쩍 88만원 세대의 이름을 빌어 영화제에 출품되는 다큐와 극영화들이 많아지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 영화의 주제들 또한, 대학 등록금부터, 20대의 노동, 사랑에 이르기까지 점차 그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이번 원고에서는 그 간 소개되었던 몇 편의 영화와 책들을 통해, 수없이 언급되었던 소위 88만원세대의 이야기를 20대가 만들어낸 20대의 이야기로써 되짚어 보고자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였다. 알바사전을 쓰고 싶다고 반장난 반진심으로 외치고 다니던 나에게 ‘88만원 세대'와 관련된 일을 해보지 않겠냐는 아리까리한 말을 던진 사람들이 있었다. 그게 바로 한때 20대 당사자 조직을 외쳤던 희망청의 시작이었다. 생각만으로도 거창한 사업계획서를 만들며 매일 같이 기획만 해도 됐을 정도로 사업계획만 세우던 활동 초기. 뭔가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설레임에 재밌기는 했지만, 한편 무척이나 힘든 시간들이었다. 뭘 해도 된다는 건, 뭘 해야 될지 조차도 모른다는 거였다. 첫 월급을 받았을 때는 정말이지 판타스틱 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그게 사회 공익적 차원에서 의미가 있는 일인 데다가 최소한의 먹고 살 돈도 나왔던 것이다. (그땐 몰랐는데, 이건 정말 중요한 문제였다.)

 

 

 

 당시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파고들었던 문제가 <88만원 세대>로 대표되는 20대의 이야기였다. 20대 대반이 백수라는 ‘이태백' 이란 말이 나오던 시절의 책, 김형태의 <너, 외롭구나>는 무려 2004년 출간 도서였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던 청년실업의 원인이 오로지 20대의 눈높이나 20대의 열정의 문제라는 기성세대의 훈계는 <88만원 세대> 출간 이후, 양극으로 나뉘었다. 한 쪽에서는 20대를 동정하는 여론이 만들어 졌는데 이른바 ‘낙바생'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듯 취업에 성공했다는 뜻) ‘장미족' (장기간 미취업 졸업생), ‘토폐인' (말 그대로 토익폐인) 등 수 많은 신조어들이 20대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연일 기사를 장식했다. 명절이면 카메라는 도서실을 비추었고, 공무원 준비생에 대한 통계는 꾸준히 갱신되고 있었다. 아무리 현실을 보여준다지만 지긋지긋 했다. 20대 현실은 꼭 이런 식으로만 조망되어야 할까. 이걸 강조하는 쪽은 어쨌든 <88만원 세대> 담론을 업고 장사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88만원 세대>가 모두에게 20대 문제를 설득시킨 것은 아니었다. 소위 ‘요즘 젊은 애들은 고생을 안 해봐서' 등으로 시작되는 레파토리를 가진 사람들은 애시 당초 이 담론의 설득 대상이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 젊은 세대들은 자기만의 열정이나 방향성' 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지적은 상당히 예리했다. 지금 20대에게 자기만의 컨텐츠 생산능력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마치 우석훈 박사가 지금 시점에서 ‘장기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애매한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88만원 세대>책과 담론은 20대 논객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주었지만, 결과적으로 20대 논객은 ‘88만원 세대의 자기 컨텐츠'는 아니었다.

 

 

희망청과 비슷한 작업을 했던 곳으로는 20대 미디어를 만들겠다던 ‘ON20'나 자칭 여성 영상집단 ‘반이다' 가 있었다. 희망청이 ‘88만원 세대' 로 명명되는 20대 문제로 이슈파이팅을 하고자 했다면, ‘반이다'는 20대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반이다'가 제작한 지금의 <개청춘>의 인트로 버전은 오프닝파티에서 공개된 이후, 희망청 여러 행사에서 두고두고 상영을 해야 했을 정도로 분명한 20대의 자기 이야기였다. 스크린에는, 거리에서 지하철역에서 만난 이 세대가 ‘지금의 20대'를 말하고 있었고, 영상은 이렇게 끝났다. “이제 우리의 이야기를 하자.” 이 영상의 이름이 바로 ‘開청춘' 이었다.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거친 영상은 일본어 자막이 달린 채 2008년 한국을 사는 20대의 불안을 그대로 보여주었고, 이 때문에 영상을 틀고 나면 언제나 불이 켜지기까지 정적이 흘렀다.

 

희망청 1기의 활동이 끝났고, 한때 M25와 함께 지하철에서 배포되던 on20마저 자취도 없이 사라졌는데도, 반이다는 지난한 작업을 계속 해왔던 모양이다. 반이다의 <개청춘>상영. 블로그를 돌아다니며 확인한 것은 이것뿐이었다. 인트로 버전에서 어떻게 살을 붙였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상대로 시사회 자리는 전부 채워졌다. 놀라운 건 이전의 ‘88만원 세대 어쩌고.. '하는 자리에 잘 출몰하지 않는 20대 당사자들이 대거 객석을 채우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상상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3명의 영상제작자들은 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인 동시에 영화의 중요한 조연이기도 하다. 반이다는 주변에서 적절한 20대 3명을 찾았다. <개청춘>은 3명의 주인공과 3명의 ‘반이다'가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고졸인 인식은 호프집에서 늦게까지 일을 하는 알바생이다. 능숙하게 테이블을 치우고, 몸을 굽혀 화장실 바닥을 닦아낸다. 이따금 친구들과 소주 한잔을 하며 카메라 앞에서 어색한 정치적인 이야기도 해본다. 민희는 안정적인 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고졸 여사원'이라 느끼는 설움이 만만치 않다. 승희는 이따금 그림을 그리는 방송작가이다. 너무 바쁘지만 동네 친구들과 주말을 즐길 줄 알고, ‘마포청년회' 활동을 하기도 한다. 반이다는 카메라를 들고 그들의 삶을 따라간다. 그들의 일터, 그들의 활동, 그들의 휴일 일정에 말을 걸고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다. 세 명의 주인공의 각자의 고민과 현실의 벽이 갈등을 일으킬 즈음, 반이다도 계속되는 지난한 작업에 대해 고민한다.

 

 

 

 반이다가 월세로 얻은 작업실에서 인테리어를 하고 장비를 세팅하는 장면을 보는 흐뭇함은 집에서 가져온 찬밥을 밑반찬과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조금 슬퍼진다. 일본의 20대 프리터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낸 <조난 프리타>를 본 인석은 반이다를 향해서인지 자신을 향해서인지 알 수 없는 분노를 터뜨린다. “쟤는 노력하지 않잖아요.” 그렇게 말한 인석이 아르바이트를 새로 구하기가 신통치 않자 반이다와 연락을 끊는다. 더 이상 카메라 앞에 서기를 거부한 것이다. 승희는 선배들에 비해 지금의 막내 방송작가가 겪는 어려움이 크다는 것을 답답해 하다가 외주 업체의 면접을 보러 간다. 민희는 개인적인 문제 때문에 반이다를 찾아오고 고민 끝에 자신이 원래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야간대학 수업을 듣기 시작한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소소한 일상을 사는 그들의 일상 에피소드에서 관객은 웃지만, 사실 모두가 알고 있다. 이것이 얼마나 씁쓸한 웃음인지.

 

 

인석은 입대를 했고, 민희와 승희는 여전히 열심히 산다. 반이다는 작업실을 정리하고 더 싼 월세를 찾아 이사를 한다. 계절이 바뀌며 어떤 20대들은 그렇게 한 해를 살았다. 영화 <개청춘>은 본격적으로 ‘88만원 세대'를 다룬 그 어떤 작업보다 솔직하고 담담하다. 여기에 20대 특유의 에너지라는 묘한 분위기에 힘입어 영화는 발랄하고 즐겁다. GV때 나오는 질문처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20대들에게 이렇게 살아가면 된다고 말하는 듯하다. 반이다는 주인공으로 흔히 88만원 세대로 대표되는 취업준비생이 아니라 일하고 있는 20대들을 골랐다. 그건 ‘일을 하고 있으면 충분하냐' 라는 질문에 대한 대한 영상작업자들의 대답이었다. 그래서 <개청춘>은 같은 세대에게는 동감을, 다른 세대에게는 안타까움과 함께 이 세대에 대한 이해를 가능케 한다. 그게 바로 <개청춘>과 같은 이야기들이 더 많아져야 하는 이유이자 바로 이 영화의 제목이 <開청춘>인 까닭일 것이다.

 

 

그에 비하면 일본의 다큐멘터리 <조난 프리타>는 우울하기 짝이 없다. 주인공이자 감독인 이와부치 히로키는 비정규 생산직 노동자로 살고 있다. 파견업체에서 구해준 숙소에서 살며, 그의 인생을 구성하고 있는 것들은 거의 파견회사에서 제공해 준 것들이다. 세금을 떼고 들어오는 약간의 돈으로 살기 위해서는 ‘주말마다 도쿄에 가고 싶다.' 라는 꿈을 실행하기에도 벅차다. 어느 날, 히로키는 모자이크 처리되어 방송국 카메라에 대고 말한다. “이 정부는 우리에게 목표를 가지라고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에요.” 그런 일을 하려고 대학에 갔냐고 타박하는 부모님의 잔소리를 들으며, 어느 연휴엔 도쿄에 간다.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잘 곳이 없어 걷기 시작한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카메라는 도로와 인도를 비추고, 히로키는 계속해서 걷는다. 카메라가 바다 표지판을 비추자 히로키는 바다를 향해 걷다가 마침내 도착한 새벽 바다 앞의 막힌 길에서 걸음을 돌린다. 바다조차 가보지 못한 채로.

 

 

일본은 파견법을 제정한 이후 노동시장에 진입한 세대에게 더 가혹한 환경에서 노동할 것을 강요했다. 비정규직인 파견직 노동자는 존재 자체가 프리터였다. 일을 해도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워킹 푸어' 의 역할을 지금의 20대가 도맡게 된 것이다. 한국의 고용환경이 악화된다면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이고, 20대는 고용취약계급이 될 것이다. 그나마 히로키는 <개청춘>의 주인공들처럼 나름의 길을 찾은 것일지도 모른다. 카메라를 들고 혼자 티브이를 보며 초라한 덮밥을 먹는 자신의 모습을 찍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더 적극적인 대안을 다룬 영화는 <아마추어의 반란> 이다. 20대 문제에 관한한 독보적인 엄친아인 마쓰모토 하지메는 도쿄 코엔지에서 재활용 가게를 한다. ‘자신의 세대의 문제를 자신의 지역에서 풀겠다'는 모토로 운영되는 재활용 가게는 동네 커뮤니티이자, 담론의 거점이며, 아티스트들의 아지트이고, 라디오 방송국이다. 마쓰모토는 대학시절부터 똘끼 넘치는 일을 많이 벌였는데, 그건 마쓰모토 하지메의 책 <가난뱅이의 습격>에 잘 묘사되어 있다. 유쾌 발랄한 그의 행각은 길거리 시위에서도 빛을 발하는데 전경 몇 부대를 우습게 만들기는 기본이고, 마침내 지역구 의원으로 출마하면서 유세장을 끊임없이 공연장으로 만들어 버려 ‘선거법 위반'이라는 항의를 받기 일쑤였다. 결국 몇 표 얻지 못했지만, 재활용 가게는 어느덧 분점이 이어졌다. 덕분에 이 책이 국내에 소개되었을 때 많은 기성세대들은 ‘왜 한국의 20대는 주눅 들어 있느냐'를 지적하면서 ‘더 신나게 발랄한 혁명을 꿈꿀 것'을 주문하기도 했었다. 20대는 ‘바리케이트 치고 짱돌도 던지고, 유쾌한 상상도 하라'는 거였다.

 

 

당장 대졸 20대들은 안정된 직장에 진입하지 못하면, 극심한 격차 속에 살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구직자라는 처지로 백수 상태를 연장하더라도 취업의 안정권에 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모두가 (심지어 20대에게 짱돌을 들 것을 주문하는 기성세대들조차) 알고 있는데 20대들 또한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쉽사리 다른 대안을 상상할 수 없다. 극심한 경쟁에서 혼자 이탈하는 것은 낙오자가 된다는 불안으로 살겠다는 각오가 없지 않으면 안 된다.

 

 

아예 태생 자체가 아웃사이더라 더 용감한 사례도 있다. 일본의 <주간 금요일>의 편집위원이자 꽤 많은 책을 낸 활동가 아마미야 카린은 따돌림, 조기 탈학교, 자살시도, 가출 4종 세트에 더해 극우밴드 활동까지 했다. ‘유신적 성숙' (-_-;;)이라는 극우 펑크밴드는 공연장에서도 별로 인기가 없지만, 그녀는 군복을 입고, 일장기를 흔들며 메가폰을 들고 ‘천황폐하에게 충성'할 것을 거리에서 다짐했다. 북한을 다녀오고 극우밴드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무렵에 만난 좌파 영화감독 ‘츠지야 유타카' 는 그녀에게 카메라를 주었고, 그와 그녀의 토론이 이어질 즈음 그녀는 거리에서 메가폰을 잡고 외친다. ‘나 같은 여자가 이렇게 살기 힘들 정도로 세상이 잘못된 이유가 도대체 뭔지 알고 싶다'고. 아마미야 카린은 사운드데모를 조직하고 특유의 로리타 복장을 입고 메가폰을 들고 말한다. “프리터의 근무 환경을 보장하라!”고. 이 과정을 다룬 영화 <새로운 신>에서 낯간지럽게도 감독과 배우는 서로 사랑을 고백하지만, 어쨌든 이들은 커플로서 일본의 ‘불안정 노동'을 문제 삼는 운동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그녀는 개인으로 사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말한다. '나도 북한에 태어나 김일성주석을 위해 산다면 얼마나 행복 할까요' 셀프카메라에서 이렇게 말하던 그녀를 움직이게 한건 결국 사회였을까. 그녀가 본 한국의 모습이 바로 책<성난 서울>이다. 모든 자리에서 카린은 서슴없이 질문을 했고 거리를 누볐으며, 주간 금요일 기자는 모든 대화를 테이프로 녹음했다. 참 많은 사진과 사람들, 현장이 책에 담겼다. 그녀를 통해 거친 한국의 모습을 본다.

 

 

 

 그런데 이건 바다 건너의 사례이다. 과연 혁명이 조용히 시작될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88만원 세대'로 언급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방식처럼 게릴라적이고 즐거운 액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사실 ‘88만원 세대'가 제기했던 문제는 계급, 노동, 세대가 다 섞여 있는 2000년대 한국의 총체적 현실이었다. 일본만큼이나 세대론적인 문제제기를 유럽에서 일으킨 <1000유로 세대>는 사실 블로그에 연재한 소설이었다. 소위 젊다는 이유로 사람 취급을 덜 받는 세대가 본격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꺼내다보니 이게 사회적으로 문제라는 합의가 형성된 것이다. 사실 가장 이상적인건 이렇게 당사자가 당사자 이야기를 꺼내 그걸로 돈을 벌어먹고 사는 것이다. 문제제기를 하는 것과 동시에 담론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뜨는 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그에 비하면 ‘88만원 세대'는 처음부터 기성세대에서 시작된 담론이었다. 한국에서는 이 담론이 나오고 소비된 방식 자체가 당사자들과 거리가 멀었다. 호들갑스레 지적한 문제에 당사자들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들어갈 사람들이 들어가고 언급되어야 될 것들이 언급되지 못했다. 그래서 <개청춘>을 비롯한 더 많은 이야기들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 많은 취업서가 대졸 20대의 비애를 드러내고 있으니 <개청춘>이 ‘일을 하고 있어도 힘든 20대' 이야기 정도는 집중적으로 다뤄주어도 좋다. 예를 들면, 연극 <누가 대한민국 20대를 구원할 것인가?>는 20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오해를 풀기 위한 본격 안내서 같은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정말 재밌는데도) 관객과의 대화시간에는 언제나 ‘그래도 지금의 20대는 살만하다'고 묻는 어른들은 여전히 있는 것이다. 지금, 한국에는 이 세대에게 희망을 줄 만한 그 어떤 것들도 보이지 않기에, 오로지 ‘88만원 세대'의 이야기는 지금의 이 세대의 입으로 손으로 발로 나와야 한다. 그 작은 하나하나의 컨텐츠가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것이다.

 

 

얼마 전 ‘88만원 세대의 연애'라는 어느 주간지의 기획에는 공감한다는 댓글이 길게 달렸다. 아직은 더 많이 말해져야 한다. 말해지지 않아서가 아니라, 말을 해도 바뀌지 않기에 더 많이 말해야 하고, 더 많이 공감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의 20대의 선배인 X세대는 이른바 문화세대였다. 동거담론을 주도하고 결혼업체 붐을 일으켰고, 많은 여행에세이의 주범이자 비혼이나 저출산의 대표 세대이기도 했다. 소수자에 대한 관심의 한편에는 소비지향적인 문화를 함께 했고, IMF시대에 맞춰 스펙을 쌓기도 했다. 자칭 낀 세대라는 그 세대는 오히려 자기 세대의 이야기가 없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어쩌면 88만원세대는 말할 수 있기에 다행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덕분에 지금의 20대는 뭘 해도 문화를 주도하지 못하고, 그저 개인주의적이고 열정이 없는 세대라는 소리만 듣고 있다. 이미 많은 것들을 벌려놓은 세대와 곧 치고 나올 ‘기성세대가 사랑해 마지않는 자랑스러운 촛불세대'에 낀 세대는 오늘도 조용히, 별일 없이 ‘청춘이란 이름으로' 살아갈 뿐이다. 그러니까 마침내 20대가 떠들 때라면, 그건 바로 지금이다. 주목하라! 開청춘! 
  


 
 
[참고]

 

1. 우석훈 <88만원 세대> |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95995204

 

2. 김형태 <너 외롭구나>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88902929

 

3. 반이다 <개청춘> http://dogtalk.tistory.com

 

4. 이와부치 히로키 <조난 프리타> http://www.sounan.info/

 

5. 나카무라 유키 <아마추어의 반란> http://keita.trio4.nobody.jp/eiga/index.html

 

6. 마쓰모토 하지메 <가난뱅이의 역습> http://hajime.dotera.net/ ,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93111156

 

7. 츠치야 유타카 <새로운 신> http://www.indiespace.kr/plan/detail.htm?lid=326

 

8. 아마미야 카린, 우석훈 <성난서울>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96217534

 

9. 극단 드림플레이 <누가 대한민국 20대를 구원할 것인가?>
http://movie.daum.net/play/detail/main.do?playId=10832

 

10. 붕가붕가레코드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http://www.bgbg.co.kr/ ,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71848258

 

11. 안토니오&알렉산드로 <천유로세대> 위즈덤하우스, 2006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59131730

 

12. 한겨레 772호 <국가 경쟁력이 성욕까지 몰수했다>
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2549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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