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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67호 Re:ACT!] 내가 정녕 문화상품권에 눈이 멀었던 게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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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1. 2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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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67호 / 2009년 11월 30일


내가 정녕 문화상품권에 눈이 멀었던 게 아니라면
 
이혁래(미디액트 강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방송영상과 강사)

 

 

 

이 글을 쓰기 위해 지난 호에 실린 Re:ACT를 몇 꼭지 읽어 보았다.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내용이 있었다. 바로 Re:ACT를 쓰기 위해서 ACT!에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문화 상품권에 눈이 멀어 평소에는 잘 읽지 않던 매체의 독후감을 써도 되는 걸까, 하는 부끄러움을 나만 느낀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왜 나를 비롯한 Re:ACT의 필자들은 글을 쓰기 전에는 ACT!에 관심을 갖지 못했을까? Re:ACT를 쓰고 난 후에는 과연 매달 ACT! 발송을 손꼽아 기다리는 열혈독자가 되었을까? 내가 정녕 문화상품권에 눈이 멀었던 게 아니라면 이 질문에 먼저 답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가장 먼저 마우스가 갔던 ‘미누에게 자유를'이라는 꼭지를 보자. 아쉽게도 미누의 밴드 ‘스탑크랙다운'의 공연을 본 적은 없지만, 지난 몇 년간 한국 사회에서 가장 활동적인 인물 중의 하나였던 미누를 모를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가 연행되었다는 소식에 가슴 졸였고, 이곳에서 18년을 살아온 사람을 연행 보름 만에 강제로 쫓아내 버린 당국의 편협함에 분노했다. 기사 첫머리에는 당분간 볼 수 없는 그의 얼굴을 담은 사진 아래 다음과 같은 소개 글이 있다.

 


[편집자 주] 18년 전에 네팔에서 한국으로 건너와서 지금까지 공장 노동자로, 다국적 노동자 밴드 ‘스탑크랙다운'의 멤버로, MWTV의 미디어 활동가로 바쁘게 살아온 미누(미노드 목탄)가 지난 10월 8일에 불법 체류라는 이유로 연행되었다. (이하 생략)

 


가장 관심 있는 꼭지의 첫 문장을 읽자마자 나는 어렴풋이 나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18년간 한국에서의 미누의 활동을 요령 있게 요약해놓은 편집자 주는 안타깝게도 문턱이 높다. 미누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전혀 친절하지 못하다. 내 트집의 단서는 MWTV이다. 인터뷰에 응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MWTV를 통해 미누와 인연을 맺었다. MWTV는 기사 전체에서 10번이나 등장할 만큼 중요하다. 그런데 MWTV가 이주노동자방송국을 뜻하는 약자라는 정보는 전체 열 번 중 아홉 번째에 와서야 비로소 등장한다. 그때까지 미누를 잘 모르는 독자들은 MWTV를 무슨 이주노동자비밀결사처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뿐 아니다. 인터뷰에서 3번 등장하는 RTV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이 꼭지는 끝내 입을 열지 않는다. 답을 얻으려면 ACT! 66호 메인페이지에서 ‘공익 채널 또 절반 축소, 이번에는 종편 자리내주기?' 꼭지의 필자 이름 옆 ‘시민방송 RTV 기획실장'이라는 직함을 보고 유추해야 한다.

 


별 것 아닌 것 가지고 트집 잡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 문제는 ‘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저널 ACT!'가 지향하고 있는 ‘운동'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ACT!가 아는 사람들끼리 돌려보는 웹진이라면 나의 트집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미디어운동의 지평을 보다 넓히는데 ACT!의 목적이 있다면 보다 친절해지고, 문턱을 낮춰야 한다. 물론 오랫동안 강의를 하러, 그리고 가끔은 강의를 들으러 미디액트를 드나들었던 사람으로서, 이번에 지적한 ‘불친절함'은 단순한 실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ACT!의 내용이 생소한 독자들에게 이런 이해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 것이다. 땀 흘려 만든 꼭지들이 이런 사소한 실수 때문에 빛이 바랜다면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Re:ACT를 계기로 ACT! 다음호를 기다리는 독자가 되었다. 더 많은 독자들과 함께 ACT!를 기다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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