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ACT! 67호 길라잡이] 푸른 꿈

이전호(78호 이전) 아카이브/길라잡이

by acteditor 2016. 1. 21. 14:06

본문

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67호 / 2009년 11월 30일

 
 
 
 
푸른 꿈
 
최은정 (ACT!편집위원회)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선덕여왕의 미실(고현정)이 아들인 비담(김남길)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여리고 여린 사람의 마음으로 너무도 푸른 꿈을 꾸는구나."였다. 신분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여왕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한 미실. 그 삶의 면면이 켜켜이 그려지는 마지막 대사였다.

 


얼마 전 가수 정태춘, 박은옥씨가 데뷔 30주년 공연을 가졌다. 맞벌이 영세 서민 부부가 문을 잠그고 일을 나간 사이 지하 셋방에서 불이나 방 안에서 놀던 어린 아이들이 질식해 숨진 일을 담은 노래 '우리들의 죽음'을 부른 후, 정태춘씨가 물었다. "가슴 아파할 줄 아는 마음을 잊지는 않으셨죠?"

 


가슴 아파할 줄 아는, 여리고 여린 사람의 마음. 그 마음을 생각하면서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들의 모습을 떠올린 건 너무 억지일까? 돌이켜보면 모든 출발은 그 마음부터가 아니었을까? 지금 우리는 사람의 마음에서 출발한 푸른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미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응원하면서 여리고 여린 그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

 


『ACT! 67호』는 푸른 꿈을 머금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먼저 [현장]은 지역 여성, 노인, 장애인의 이야기다.

 

 

「지역여성미디어운동 활성화 프로젝트」는 지역여성옴니버스영화 '오이오감'의 기획, 제작, 배급 과정을 담백하고 상세하게 정리했다. 이 글을 통해 지역에서 '영화를 통한 여성주의 소통'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는 지를 엿볼 수 있다.

 

 

「영화감독이 된 어르신들!」은 노인미디어교육을 통해 어르신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남은 인생에 대한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강사였던 필자가 느낀 생생한 경험담이 곳곳에 녹아 있어 읽는 내내 웃게 되는 글이기도 하다.

 

 

「장애인미디어운동네트워크 상영회」는 장애인미디어교육 결과물을 '천천히 다시 보'면서 장애인미디어교육의 성장과 그 과정에서 필자가 배운 '타인에 대한 소통과 이해의 시작'을 차분하고 따뜻하게 말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실정에 반대하며 시작했던 문화예술인 퍼포먼스를 돌아본 「상상력에 자유를!」. 영화 '친구사이?'가 동성애가 소재라는 이유로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한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대한 비판을 그림으로 표현한 「선글라스」. 두 개의 글은 현 문화예술정책의 한계를 가늠하게 만든다. 하지만 '가둔다고 쉽게 가둬지지 않는 것이 문화예술의 힘'이라는 필자의 소신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며, '우리의 행동이 우리의 미래'라는 필자의 의지에 많은 사람들이 힘을 보탤 것이다. 상상력이 빛났던 문화예술인 퍼포먼스 '상상력에 자유를' 처럼 말이다.

 


[꼼꼼보기]와 [Re:ACT!]는 우리 사회 노동자의 현실을 직면하게 만든다.

 

 

「사람이 없었던 쌍용차 77일, 사진기록집을 내며」는 정리해고에 맞선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파업 과정과 파업 현장을 취재한 필자의 경험, 그리고 『쌍용자동차 노동자 파업 사진 기록 77일』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이 땅 민중, '없는 자'들의 역사'이기 때문에 충분히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는 필자의 마지막 말은 2009년 여름 쌍용차 파업을 기억하는 모든 이에게 오랜 울림이 될 것 같다.

 

 

「한국은 사랑할 줄 아는 나라가 될 수 있을까?」는 강제추방 당한 이주노동자방송국 미누의 이야기(ACT! 66호 「미누에게 자유를」)와 '미녀들의 수다'를 통해 지상파 방송의 문제점과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았다.

 

 

그리고 올해 최대 이슈인 미디어법. 『ACT! 67호』는 연일 계속되는 미디어법 보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미디어법을 보기로 했다. 「사소한 것에만 분노하는 얼간이들의 세상을 위한 안내서」는 미디어법 이후의 일상에 대한 상상을, 「아르헨 언론법 개정과 공동체 미디어」는 아르헨티나에서 거대 언론의 독점을 깨기 위한 민중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가까울 미래와 지구 반대편의 현재를 통해 미디어법을 다시 볼 수 있길 바란다.

 


초반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끝으로 갈수록 디지털 시대의 해커들에 대한 신나는 이야기로 넘어가게 되는 「놀면서 저항하는 해커들」과 새로 등장한 온라인 소통 공간에 대한 짧은 소개를 담은 「미투데이 사용설명서」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온라인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작은 발판이 될 것이다.


'알쏭달쏭한'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에 '맨땅에 헤딩하'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발을 들이민 신입 사무국원 2명에 대한 궁금증은 재치 있는 수다로 점철된 [인터뷰] 「알쏭달쏭한 곳에서 맨땅에 헤딩하기」를 통해 풀 수 있을 것이다. 젊은 패기로 전국의 미디어 운동에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Re:ACT!] 「내가 정녕 문화상품권에 눈이 멀었던 게 아니라면...」을 통해 『ACT!』에 대한 따끔한 충고를 해준 필자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유난히 원고가 많은 달이다. 『ACT!』를 읽는 게 한 달 숙제처럼 느껴진다는 누군가의 말이 머리를 스친다. 그 말에 빗대자면 유난히 숙제가 많은 달일지도 모르겠다. 미디어로 푸른 꿈을 꾸는 사람들의 이야기 하나하나를 모으다 보니 욕심이 커졌나 보다. 하지만 마음을 단단히 하기 위한 이곳저곳에 흩어진 꿈의 단서들을 찾고, 모으고, 나누고, 퍼뜨리는 것이 『ACT!』가 하는 푸른 꿈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 아닐까?

 


바람이 차다. 서로의 옷깃을 여며주며, 어깨를 내어주며, 여리고 여린 마음들이 단단해질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ACT!』가 힘이 될 수 있길 바란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