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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68호 미디어 인터내셔널] 일본의 정권 교체 - 시민미디어를 위한 기회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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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68호 / 2009년 12월 30일

 
 
글쓴이: 가브리엘 하들 (간세이가쿠인 대학)
정보 제공: 이케다 카요 (ComRights)
번역: 오재환 (ACT! 편집위원회)

 

 

 

 

 

50년이 넘게 지속된 일본 자민당의 집권이 올해 끝나게 되었다. 시민 미디어 진영 사람들은 지금껏 계속 미루어져 왔던 변화가 이제 가능해질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런 희망을 품어보고 있다. 

 

 


 
지난 정권 때는 어떤 어려움을 겪었나?

 

 

최근 몇 년간 자민당 정부는 문화적으로 상당히 보수적이었으며, 경제 정책에 대해서도 비슷한 정도로 신자유주의이었다. 정부의 일상 업무는 대부분 사회의 엘리트들로 구성된 관료들에 의해 운영되었다.

 


초강경 민족주의자 집단 및 정치가들이 (위안부 여성, 야스쿠니, 여성 문제 등에 관련하여) 주류 및 대안미디어 제작자와 공영방송을 위협하면서, 미디어 부분 전반은 ‘표현의 자유가 냉각되는' 분위기를 겪게 되었다. 또한 정부의 뉴스 미디어 산업 및 IT산업과의 유착 도 많은 비판을 받았으며, 그 가운데도 기자클럽 시스템 (*주1)은 뉴스 미디어 산업의 힘을 강화시키는 데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하였다. 여기에 더하여, 몇몇 힘 있는 광고 대행사 가 굉장한 권력을 거머쥐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독립된 규제기구가 없이 일본 총무성이 직접 방송을 규제하면서, 방송 미디어는 정부의 간섭 아래에 놓여 있었다.

 


특히 시민 및 독립 미디어 제작자들은 더욱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방송 시스템이 (민영과 공영이라는) 두 개의 층위로만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 퍼블릭 액세스 TV 나 비상업 비정부 공동체 라디오들은(그런 방송국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인정받거나 재정 지원을 받지 못했다. 저작권 시스템은 규제가 심하고 복잡했으며 , ‘공정이용'(*주2)의 개념이 결여되어 있었다. 그리고 비상업기구(NPO)에 대한 법 은 (2006년에 약간 개선이 되긴 했지만) 시민, 독립 미디어를 고려하지 않았다. 또한 비평적인 미디어 교육 이 부족했기 때문에, 일반 대중이 미디어의 수용자 및 제작자 역할을 하도록 하기가 어려웠다(2006년 8월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내용임).

 

 

주변화 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미디어 단체들은 특히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정보, 교육, 자기표현에 대한 소수자들의 권리가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주민들은 오랫동안 소수자로 인정받지도 못했다(아이누 족의 경우는 2008년에 소수자로 인정받았지만, 오키나와 현의 사람들은 아직 그러지 못했다). 또한, 청각 및 시각 장애인들은 방송의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그들의 요구가 수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책 개입 활동을 벌였지만, 기술 표준은 이러한 장애인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로 정해졌으며, 이들을 위한 방송 채널도 따로 할당되지 않았다. 사회 운동 기반 미디어는, 내부적인 문제와 주류 미디어와의 좋지 않은 관계로 인해 형성된 진보적 사회 운동에 대한 나쁜 이미지 와 싸워야 했다.

 

 

방송 허가에 대한 규제가 심하기 때문에, 많은 미디어 제작자들이 인쇄 미디어에 머무르거나 인터넷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최근까지 인터넷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빠르며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접근이 용이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주류 미디어가 인터넷에 대한공격에 참여하여, 온라인상에서 내용에 대한 규제 없이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것의 위험성을 과장하였다. 그 결과 중 하나로, 총무성, 경찰청을 비롯한 정부 기관과 자율적인 규제를 하는 산업체들에 의해 인터넷 검열 시스템이 개발되었고, 앞으로도 더욱 많은 개발이 계획되어 있다.

 

 

새 정권으로부터 어떤 기대를 할 수 있을까?

 

 

일본 민주당과 연립 여당은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의 주요 이슈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시 민 미디어에 대해서 어느 정도 좋은 의지 까지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전반적인 미디어 시스템의 관점에서 볼 때, 새 정부는 (이전에는 기자클럽 멤버들만 출입할 수 있었던) 몇몇 기자회견을 모두에게 개방했으며, 대안 미디어 단체와 국제 리포터들은 이를 널리 환영했다. 또한 선거 이전에 선언했던 내용에 따라, 민주당은 독립적인 방송 규제기구 의 설립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정부는 2010년에 새로운 미디어법(정보통신법)을 통과시키려고 계획하고 있었는데, 이 법은 (시민 미디어를 포함한) ‘열린 컨텐츠'를 심하게 규제하고, 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새 정부는 이 법의 통과를 연기시키고 , 법의 초안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이제 시민 미디어제작자들은 이 법의 개정 과정이 더욱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그들의 요구가 전달되기를 바라고 있다. 일본민주당 내에서 시민 미디어에 대한 의견이 통일된 것은 아니지만, 총무성의 부장관 중 한 명이 시민 미디어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또한, 선거 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다른 연립 여당들은 퍼블릭 액세스 채널과 시민 미디어 센터의 설립 및 비상업공동체 미디어에 대한 재정지원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시민 미디어 진영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새 정부가 이 문제를 적절히 다뤄줄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독립 규제기구(독립위원회)의 경우를 보면, 이것이 정부, 관료, 산업으로부터 얼마나 독립적일 수 있을지가 불분명하다. 규제 기구의구성원이 어떤 방식으로 선택될 것인가? 이 기구가 방송, 활자, 온라인과 같은 모든 미디어에 대한 권한을 가질 것인가? 방송허가에만 관여하게 될 것인가? 내용 규제에 대해서, 미디어 산업 부문에서는 현재 존재하는 산업 자율 규제 기구의 권한을 확장하기위해 압력을 가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총무성이 이 문제를 연구하기 위한 전문가 패널을 구성하였고, 이 중에는 시민미디어와 연결 고리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전반적인 시민미디어 진영을 대변할 수 있는 능력과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방송 기반 시민 미디어의 경우는 법적 지위를 인정받고 방송 허가를 얻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온라인 기반프로젝트들은 그냥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선호한다. 재정 지원에 있어서는, 방송 미디어와 시민 미디어 센터(그리고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비상업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들)는 공공 기금 지원을 필요로 하지만, 그러한 지원을 받는 대가로 충족시켜야 하는 부가적인 조건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하고 있다. 규제 문제와 마찬가지로 이 경우에도, 문제가 되는 것은 세부적인사항들이다.

 

 

이 밖에도 시민 미디어 진영의 사람들과 연구자들의 요구와 제안 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새로운 미디어 법에서 온라인 시민 미디어의 법적 지위를 인정해주어야 한다.

 

- 규제 기구 내에 시민 미디어 부서를 포함시켜야 한다.

 

- 규제 기구의 구성원이 투명하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정해져야 하며, 시민 미디어 쪽의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 시민 미디어에 대한 투명하고 공정한 기금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 디지털 전환으로 발생하는 주파수 공백을 시민 미디어를 위해 써야 한다.

 

- 일본어가 아닌 언어로 된 미디어 / 다문화 미디어를 지원해야 한다.

 

- 온라인에 대한 규제는 관료, 정부, 산업으로부터 독립되어 최소한의 범위에서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규제의 결정 사항에 이의를 제기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 새로운 미디어법에 대한 개방적이고 투명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 때 시민 사회 미디어(Civil Social Media, CSM)에 대한 최근의 연구가 반영되어야 한다.

 

 

하지만, 새 정부는 미디어 기구로부터의 압력, 경험 부족, 취약한 내부 결속과 같은 이유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 시민 미디어 진영에서는 정책에 관여하기 위하여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온갖 종류의 진보 단체들이 오랜 기다림 끝에 정권 교체라는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게 되면서, 새 정부는 이들에게 둘러싸여 시달리고 있다. 복지 및 비상업기구(NPO) 부문, 그리고 인권과 전쟁 책임 문제에 대한 일을 하는 단체들은 강한 조직력을 보이고 있으며, 이미 어느 정도의 성과를 얻어내고 있다. 미디어 분야의 경우, 기자클럽 시스템 문제와 같은 미디어 재편에 관한 이슈들이주목을 끌고 있긴 하지만, 시민 미디어 단체들은 아직 조직화의 초기 단계를 지나는 중이다 .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 최근까지 서로 다른 미디어 단체들, 예를 들면 정치적인 사회 운동 미디어와 비정치적인 취미 및 지역 미디어, 그 밖에 개인 인터넷 사용자, 미디어 예술가, 퍼블릭 액세스 채널을 지지하는 주류 미디어 개혁가들 사이에 대화가 거의 오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시민 미디어에 대한 연구도 별로 없었고 일본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정보도 제한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네트워크가 강화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여러 시민 미디어 제작자와 연구자 집단이 한국의 미디액트를 방문하여 영감과 정보를 얻어서 돌아왔다. 홋카이도에서 열린 G8 투쟁은 많은 해외 미디어 활동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였으며, 몇몇 시민 미디어 조직들을 급진적으로 변화시키는 데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비정치적 미디어 단체들의 핵심 조직이었던 시민미디어교류회(Japan Association of Community, Alternative and Citizens' Media, J-CAM)가 점점 성장하여 몇몇 활동가 미디어 집단과도 관계를 맺게 되었다. 이 협회는 교류를 위한 느슨한 네트워크일 뿐이고 정책 개입 단위로서의 기능은 하지 않지만, 공동의 관심사를 가진 단체들이 서로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 매년 J-CAM에 속한 지역 단체 중 하나가 컨퍼런스를 준비하고, 여기에대부분의 J-CAM 회원들이 참석한다. 선거 직후에 열렸던 2009년 도쿄 미디어 페스티발 조직 위원회에서는 정책 개입에 대한 내용이 의제에 포함되었고, 정책 문제에 관련된 여러 개의 세션이 조직되었다.

 


그 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미디어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일본 내각 의원이 패널로 초대된 것이다. 여러 가지 배경을 가진 시민 미디어 종사자들이 여기에서 미디어 정책에 대한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했고, 내각 의원이 보인 반응은 고무적이었다. 그는 공동체 미디어와 퍼블릭 액세스를 지원할 것과, 시민미디어 진영과 더 원활한 소통을 할 것을 약속했다. 이 패널의 구성에는 G8 미디어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형성된 미디어 활동가와연구자들의 네트워크인 ComRights가 참여하였다. ComRights는 이 밖에도, 여러 정당에게 공동체 미디어와 인터넷규제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패널과 심포지엄을 조직하는 등의 노력을 해 왔다. ComRights의 구성원들은 때때로 특정한 이슈에 관련하여 정치인에게 접근하려는 시도를 했다. ComRights의 메일링 리스트는 시민 미디어 정책에 대한 정보교환의 공간이 되었다. 하지만, ComRights 또한 의사 결정 구조가 없는 단순한 네트워크일 뿐이다. 이 밖에도, 예를 들면 일본 아막이나 인터넷 사용자 단체들의 간헐적인 정책 개입 활동이 있었다. 


 
시민 미디어에 대한 연구는 그 틀이 점점 단단해지고 있고, 정책에 대한 시민 미디어 진영의 요구를 명확히 정리한 출판물도 몇 개 나와 있다. 시민 사회의 미디어 정책과 비상업 방송 문제에 대한 몇몇 연구 단체도 조직되었다,

 

 

그러나 지속적인 정책 개입 활동을 위한 하부구조는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시민 미디어를 대표하는 대규모 회원제 조직도 없다. 최근의 기간 동안 시민 미디어 관련 네트워크들은 많은 수의 시민 미디어 단체들을 움직여서 성명을 발표하고 한시적인 캠페인을 벌이도록 만들었다. 이 정도의 성과로 충분할 것인지, 시민 미디어 진영이 역량을 끌어 모아서 정책에 성공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한다. 새로운 정권이 제공하는 기회를 이용하려면, 시민 미디어 진영은 서둘러야 할 것이다.

 

 

*자민당의 새로운 미디어법 초안에 대한 참고자료:

 

Hadl, Gabriele & Hamada, Tadahisa (2009) Policy Convergence and Online Civil Society Media (CSM) in Japan. International Journal of Media and Cultural Politics, Vol. 5.1 &2, Spring 2009, Intellect Books.

 

*주1 ? 기자클럽: 정부 부처나 경찰청, 기업 등의 출입처에 마련된 기자실에 출입하는 기자들이 만든 일본의 언론 단체. 클럽 멤버들이 취재 권한을 독점하는 것에 대한 많은 비판이 있었다.

 

*주2 ? 공정이용: 일정한 조건 하에서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을 저작권자의 허가를 받거나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이용하는 것. 
 


[필자소개] 가브리엘 하들 (Gabriele Hadl : 공동체 미디어 연구자/일본)


가브리엘(가비) 하들은 미디어연구자이자 활동가이다. 도쿄대학의 정보연구학 학제간 교류 프로그램에서 포스닥 과정을 마친 가비는 2009년 4월부터 간세이 가쿠인 대학의 부교수로 재직할 예정이다. 그녀는 시민사회 미디어정책연구 컨소시엄(Civil Society Media Policy Research Consortium-CSMPRC)을 공동으로 설립했다. 또한 그녀는 UN회의인 정보사회를 위한 세계정상회의(WSIS-World Summit on the Information Society)에 시민사회 그룹의 일원으로 참여했으며, 진보적 미디어 연구자 및 활동가의 네트워크인 아워 미디어 네트워크(OURmedia network), 커뮤니케이션권리 캠페인(the CRIS campaign), 국제미디어통신연구자협회(IAMCR-International Association of Media and Communication Research), 일본시민협의회(Japan Council for Citizens), 대안미디어커뮤니티 J-CAM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가비는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고, 텔레비전이 아닌 그녀의 부모들이 제작한 홈비디오를 보고 자란 것이 ‘자체 제작된 문화적 제작물들(DIY)'이 그녀의 일생에서 빠질 수 없는 영역으로 자리잡게 된 계기가 되었다. 가장 최근에는 자본주의 상품소비문화를 반대하는 네트워크인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Buy Nothing Day Japan)(이곳에서그녀는 산타클로스를 풍자한 젠타클로스라는 캐릭터를 창조했다)과 독립미디어센터인 IMC재팬(Indymedia Jp.)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녀가 지금의 지위에 있게 된 것은 그녀의 마지막 스승이며, 미디어교육자이자 커뮤니케이션권리에 관한 저명한 연구자인 고 미도리 스즈키 박사의 영향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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