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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70호 리뷰] 당신과 나의 전쟁 VS 외면 혹은 체념 - 나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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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1. 2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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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70호 / 2010년 7월 29일

 
 
당신과 나의 전쟁 VS 외면 혹은 체념 - 나의 선택은?
 
 
 
임안섭(ACT! 편집위원회)

 

 

들어가며


 

 

 

 

 

2009년 여름, 쌍용차 사태가 있었다. 쌍용자동차 노동조합(노조)이 사측의 구조조정 단행, 2646명의 정리해고에 반대해 평택공장 점거 투쟁을 벌인 사건이다. 그 기간에 6명의 노동자와 1명의 노조원 부인이 죽음으로 내몰렸다. 2009년 5월 22일부터 8월 6일까지 77일간 진행된 점거 투쟁이었다.


이 사태를 다룬 다큐멘터리 ‘당신과 나의 전쟁'이 2010년 3월부터 지금까지 상영이 되고 있다. 극장에서 상영이 되기도 했지만 주로 공동체 상영회로 관객을 찾아가고 있다. 극장 개봉 보다는 노동자와 시민이 함께 보는 영화로 생각하고 공동체 상영회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이 영화는 쌍용차 사태가 일어나게 된 배경부터 해서 당시 상황과 그 이후 상황까지 담아내고 있다.

 

 

 

 

 


 
쌍용자동차 위기

 

 

 

영화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해를 돕기 위해서 쌍용자동차의 역사와 특징을 살펴보면, 쌍용차의 전신은 1954년 설립된 하동환자동차 제작소였다. 그 이후 주인과 상호가 몇 번 바뀌다가 1986년에 쌍용그룹이 인수를 했고, 1988년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됐다. 1997년 쌍용차로 인해 생긴 부채로 신음하던 쌍용그룹은 견디다 못해 1997년 말에 대우그룹에 넘겼다. 부채의 상당 부분을 쌍용그룹이 떠안고, 일부는 탕감하고, 채권단은 협조융자 3천억 원까지 해주면서 대우그룹에 거저 넘겼다. 그래서 쌍용차는 1998년에는 대우그룹에 편입되었다. 그런데 대우그룹은 인수하자마자 갑자기 튀어나온 6천억 원이 넘는 우발채무에 비명을 질렀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 1999년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2000년에는 다시 계열 분리되어 채권단 관리 하에 있었다. 2001~2년 채권단과 GM이 대우자동차 매각협상을 할 때 처음에는 독자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하여 쌍용차를 끼워 팔려고 노력하였으나 GM이 한사코 거부하였다. 그런데 그 와중에 쌍용차가 의외로 잘 팔리자 채권단도 ‘웬 떡이냐' 하며 끼워 팔기를 포기하였다. 그러다가 2004년에 상하이차가 상용차를 인수하게 된 것이다.

 


쌍용차의 주력은 대부분 디젤(경유)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 디젤엔진은 주로 트럭, 버스 같은 상용차에 장착되었다. 정부는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 가솔린 보다 훨씬 낮은 세금을 매겼다. 그런데 세금 구조를 그렇게 가져간다면 유럽산 디젤 승용차가 한국 시장을 휩쓸어 버릴 수 밖에 없다. 유럽은 한국과 달리 경유와 가솔린의 가격차이가 거의 없다. 그런데 디젤엔진의 연비가 좋다 보니 유럽은 디젤 승용차가 절반이 넘는다. 한국이 유럽에 연간 수십만 대의 차를 수출하는 만큼 유럽 역시 한국에 자동차를 팔 권리가 있다. 그래서 경유에 붙는 세금을 가솔린과 같이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2002년 이후 경유 세금을 점진적으로 올리면서 2008~9년 시점에서는 경유 가격이 가솔린 보다 더 높아져 버린 것이다.

 

 

이는 쌍용차의 매력을 떨어뜨릴 수 밖에 없었다. 취득세, 등록세 등 자동차 세제 관련 유리한 점도 사라졌다. 게다가 이전에는 SUV(무쏘, 렉스턴, 액티온 등)차량을 출시하지 않았던 GM대우와 르노삼성도 SUV를 출시했다. 이 차들을 포함해서 현대, 기아차 역시 차체 구조상 쌍용차 보다 나은 SUV차량을 출시했다. 쌍용차는 차체가 프레임 타입인데 GM대우, 르노삼성, 현대, 기아는 모노코크 형이기 때문이다.(모노코크형은 프레임 타입에 비해 더 가볍고, 충격 흡수력이 뛰어나다) 쌍용차의 모노코크형 차체의 신형 SUV(C200)는 개발비가 정상적으로 집행되어도 2010년 경에야 나온다. 이 역시 쌍용차의 규모의 한계로 인해 차량 개발비가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출시가 늦어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엔진 역시 개발비의 한계로 인해 아무래도 구형 모델을 오래 쓸 수 밖에 없다. EURO 5 규제에 늦게 대응한 것도 역시 개발비의 한계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쌍용차 회사 규모가 너무 작다 보니 개발비의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쌍용차의 중장기적 생존은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그래서 대우자동차에 넘겼고, GM에 넘기려 했고, 2004년에는 여러모로 궁합이 꽤 잘 맞을 것 같은 상하이차에 넘겼던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적절한 임자를 찾는 노력은 계속 되어야 하고, 계속 될 수 밖에 없다. 그 임자가 다시 상하이차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위 내용은 사회디자인연구소에서 나온 글을 참고했다. 그나마 객관적으로 쌍용차의 정황을 파악할 수 있었던 글이었기에 참고했다. 영화를 통해서 쌍용차 사태가 일어나게 된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위 글을 참고하면서 쌍용차가 왜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는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훨씬 전부터 인수합병이 여러 차례 진행되면서 위태롭게 걸어온 쌍용차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신과 나의 전쟁

 


서론이 길었다. 쌍용차의 역사적 흐름을 읽으면서 쌍용차 사태와 이 영화를 이해하고 싶었다. 이제 영화 이야기를 해 보자. 당신과 나의 전쟁,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이 있다. 쌍용차 사태가 그들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부분이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정리해고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문제이다. 노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지 간에 노동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자신은 아닐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지 않는 이상 당신과 나의 문제인 것이다.

 


근데 이렇게 공감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투쟁 현장은 당사자들만의 전쟁터가 될 때가 많다. 당신과 나의 전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당사자들의 투쟁으로 그치고, 노조가 대중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투쟁하면서 사측과 협상을 진행하더라도 결국 사측과 연결된 용역과 공권력에 의해 무자비하게 짓밟히는 경우가 많다. 이 영화에서도 쌍용차 사태 당사자들이 공권력에 의해 무참히 깨지는 거짓말 같은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초반에 도장공장 점거 투쟁 노조원이었던 한 사람이 등장한다. 쌍용차 사태 이후 정육점 일을 하는 생활부터 시작해서 쌍용차 사태 당시 감정이 짙게 묻어나는 내래이션과 인터뷰를 통해 그 사태에 대해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노조라는 집단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것도 있겠지만, 노조원 한 개인의 삶을 보여주면서 보통 사람들의 자기 현실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내일은?

 

 

 

다시 쌍용차 이야기로 건너가고자 한다. 영화에서 ‘우리는 우리의 내일을 믿습니다'라는 문구가 많이 등장한다. 쌍용차가 내건 슬로건이다. 쌍용차 사태를 생각한다면 정말 허울 좋은 말로 들릴 뿐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대기업, 중소기업, 원청, 하청, 공공부문, 민간부문의 근로조건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한국은 현장직의 경우 대기업, 공기업을 나와서 비슷한 근로조건(GDP의 2~3배)으로 일할 곳이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쌍용차 도장공장을 점거하고 있는 정리해고 노동자들에 대해 협력업체 취업을 알선해 주겠다는 소리가 헛소리인 것이었다.

 


전세계적인 경제 ? 금융 위기로 인해 GM 등 유수의 자동차 회사가 공장 폐쇄, 정리 해고, 임금 삭감 등 구조조정을 하지만, 2000년~2001년의 대우자동차와 2009년의 쌍용자동차에서 목도하는 결사항전은 없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재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및 근로조건의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그렇지 않다. 이런 산업 구조에서 구조조정을 한다는 것은 노동자를 더 불안하게 만들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쌍용차 노조의 생존을 건 싸움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쌍용차 노조가 상하이차 철수 이후 전략적으로 강경하게 가지 말고 매우 합리적이고 유연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던 목소리가 있긴 했었다. 앞서 언급한 쌍용차의 인수합병 진행의 과정과 생존 위기 상황에 근거한 비판이었다. 공적 자금 지원이 불투명하고, 사측에서도 노조를 이번 기회에 완전히 정리하자는 식으로 나왔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유연하게 가길 바랬던 것이다. 그렇지만 정리해고를 당하는 입장에서 그러기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결국 쌍용차 사태로 이어졌던 것이다.

 


영화 마지막에 쌍용차 사태 이후 2009년 12월에 공장 앞에서 정리해고 특별위원회에서 출근길 시위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특별위원회 사람들이 공장 출입문 앞에서 출근하는 노동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태 이후 공장 출입문에 새로 생긴 출입체크 게이트로 노동자들이 하나 같이 카드를 찍으며 들어간다. 노동 강도도 더 세지고, 임금도 하향 조정된 환경에 놓이게 된 남은 자들, 그들을 바라보는 정리해고자들의 미묘한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투쟁했던 사람이든 남은 사람이든 그들 모두가 믿어왔던 내일은 없었다. 영화에 나온 문구대로 ‘사라져버린 내일'이 되었다. 
 
 

 


같이 살자는 싸움

 


영화는 사라져버린 내일, 자본의 몰염치, 성과 섬, 거짓말같은 현실, 당신과 나의 전쟁의 흐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쌍용차 사태를 다루면서 투쟁에 참여했던 노동자의 삶부터 사태의 원인과 과정, 가족대책위원회의 진솔한 투쟁 등을 묵묵히 바라보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영화가 중요하게 주목한 점이 있다면 쌍용차 노조의 싸움이 같이 살자는 싸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한 싸움이었다는 점이다.

 


쌍용차 사태 이야기가 자동차 회사에 국한된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노동자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같이 살자는 싸움은 어딜 가나 존재할 수 있는 싸움이다. 그게 노조와 함께 하는 싸움이든, 개개인이 하는 싸움이든 말이다. 영화가 이야기하는 당신과 나의 전쟁은 같이 공감하며 같이 살아보자는 싸움일 것이다. 더 불안정해지는 삶의 환경 속에서 같이 싸워나가야 할 것들이 많다. 젊은 층에게 요구되는 스펙 경쟁, 대다수가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현실, 청년 실업, 88만원 세대의 환경에서 우리는 어떤 대안을 찾아가고 있을까? 체념하며 살거나 아니면 대안을 적극적으로 찾아가거나 어떤 식으로는 선택하며 살고 있는데, 영화가 이야기하는 당신과 나의 전쟁, 함께 싸우며 좋은 방향을 선택해가고 대안을 만들어가는 것이 풀어갈 과제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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