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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호 리뷰]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에 대한 소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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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 acteditor 2016. 8. 1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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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에 대한 소감문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 독립 다큐멘터리 연구모임 지음, 예담, 2003

 

이선화 (영상미디어센터 MediACT 정책연구위원)

 

"역사와 진실, 그 어제와 오늘의 기록"이란 부제를 달고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에 대한 일종의 연구서가 최근 출판되었다. 2001년 3월에 모인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자와 연구자들의 손에 의해 완성된 이 책은 스스로 머리말에서도 밝혔듯이 "변화된 상황에서 독립 다큐멘터리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다시 시작해야"된다는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의 역사와 쟁점을 정리해보고자 하는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즉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의 여정'이란 제목의 1부에서는 8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독립 다큐멘터리의 역사적 궤적을 정리하고 있으며, 2부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의 쟁점들'은 그 역사적 전개 과정에서 제기된, 핵심적이라고 생각되는 몇몇 쟁점들을 짚어보는 글들로 짜여있다. 이 공동 작업이 갖는 최대의 의의는 현재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 내부의 구성원들, 즉 제작자들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가늠해보고 작업 현장의 안과 밖에서 느낄 수밖에 없었던 고민의 단편들을 엮어보기 위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모임을 결성하였고, 그러한 모색의 외연적 결과물로서 한 권의 집적물을 생산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독립) 다큐멘터리에 대한 어떤 이론적 연구 성과로서의 저서 혹은 번역서도 쉬이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의 주변 상황과 제한된 논의의 지평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에 대한 적지 않은 아쉬움은 이러한 시도의 의의를 온전히 기릴 수 없게 만든다. 문제는 무엇일까.

이 책의 정중앙을 관통하고 있는 논리 구조의 축을 지적하기 전에 이를 위해 다시 한 번 책의 전체 구성과 그 내용 전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른바 변화된 제반 환경이 요구하는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 (및 제작자)의 정체성을 규명하는 작업을 위해 그 지나온 역사를 서술하고 해석하는 1부에서는 80년대부터 90년대 초반, 90년대 그리고 디지털 시대로서의 현재로 그 시기를 범주화한다. 사회운동과의 긴밀한 관련 속에서 영상을 통한 변혁 운동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자리매김한 80년대의 독립 다큐멘터리가 과거의 그것이라면, 90년대의 독립 다큐멘터리는 전반적인 사회 운동의 퇴조와 변화 속에서 암중모색의 시기를 보낼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이전과는 달라진 현재의 다양한 다큐멘터리 영화들, 작품들이 등장하게 되었으며, 이제 그 모색을 넘어 새로운 활로를 찾아가고 있는 독립 다큐멘터리에 있어 주목해야 할 계기적 상황은 이른바 디지털 시대와의 대면이라는 것이 1부의 내용이 전개되는 흐름이다. 그리고 이렇게 달라진 시대에 독립 다큐멘터리가 맞닥뜨린 현재의 쟁점들 중 핵심적인 것들이 바로 2부에서 다큐멘터리에서의 진실 구축, 즉 리얼리즘의 문제, 제작 주체와 대상과의 문제, 여성주의 다큐멘터리 그리고 디지털의 가능성으로 인한 표현 영역의 확장이란 네 가지 토픽들로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구성과 내용의 전개는 일면 대단히 명쾌하고 단순 명료한 듯 보여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그 흐름을 쫓아가다 보면 독립 다큐멘터리의 과거와 현재를 적절하게 상황 정리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형세 파악 속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되며 글 전체의 전개를 이끌고 가는 논리 구조의 중심축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독립 다큐멘터리를 평가하는 잣대로서 들이밀어지는 이분법적 대당 구조이다. 즉 한편에는 '과거-운동-활동가-집단(집단적 자아, 공동제작 시스템)-선전, 교육, 계몽-목적론적 시각에 의한 거대담론-'무엇을 보여줄까'(내용)에 대한 고민'을, 다른 한편에는 '현재-작품(영화, 예술)-감독(작가)-개인(성찰적 자아, 1인 제작 시스템)-제작 주체와 대상의 상호작용 및 관계맺기-일상과 사람-'어떻게 보여줄까'(형식, 미학)에 대한 고민'을 배치하는 구분 틀을 상정한 뒤, 전자에서 후자로의 이동, 흐름이 곧 독립 다큐멘터리의 발전이며 변화된 정체성의 구성 과정 속에서 성취해낸 새로운 진보성의 덕목들로 제시되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전체를 지배하는 이 양자의 대립 구도가 글 전체에서 과거 다큐멘터리의 경향을 평가하는 데 있어 비판적 관점으로 지적하고 있는 이분법적 도식을 거울처럼 되비쳐내고 있다는 점이다. 90년대 이후의 사회 변화 상이라는 상황을 스스로 전제한 뒤 현재에 대한 더 이상의 엄밀한 입체적 분석이나 역사적 맥락에 의한 성찰 없이, 사실들로 보이는 개개 현상들의 의미를 해석하고 규정짓는 작업은 무리한 논리적 비약과 모순을 껴안기 쉬우며 의도치 않은 오해의 가능성 또한 품게 된다.

이를테면, '집단/ 개인'의 대비 구도에 의해 기술되고 있는 구체적인 내용들은, 조직이나 단체의 공동 제작 방식이 다큐멘터리의 예술적 자율성을 허용하지 않으며, 개인 차원의 창작이야말로 예술적 자율성 및 이른바 작품의 완성도를 담보해낼 수 있는 결정 인자 중의 하나라는 기계론적 결론에 도달할 오류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오히려 이보다는 공동 제작 시스템이 가동되는 제작 집단 내부 또는 사회단체와 연계된 제작 작업 과정에 존재하는 복합적인 기제들의 구체적인 작동 양상에 대해 따져보고 이 과정에서 현실적인 어려움과 갈등을 겪고 있는 제작자들이 어떠한 틀로 이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나가는 것이 현재의 독립 다큐멘터리를 한정된 내부로 고립시키지 않는 방식인지를 고민하는 게 필요할 수 있다. 또한 한국사회 여성운동의 역사와 현재 상황 그리고 그것이 이루어낸 성과와 한계에 대한 지적 없이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전업 주부, 중산층의 여성들의 이야기는 여성운동을 하는 그룹에서도 소외되어 왔다"며 여성주의 다큐멘터리에서는 "'정치적'이란 말이 개인적이고 사적인 것과 구분 불가능하다"고 얘기하는 것은 글을 읽는 이의 동의를 얻기에는 그 논거가 충분치 않은, 곤란한 주장으로 비친다.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에 실린 글들을 읽다보면 유독 작은 따옴표로 묶여있는 단어들이 빈번하게 등장함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그 단어가 지닌 본래적 의미의 강조나 인용이라기보다는 그 개념의 쓰임에 이미 통용되고 있는, 합의된 전제로서의 공동의 함의들이 존재한다는 제스처와 같다. 과연 그 개념들이 무엇을 상정하고 있는지, 즉 그러한 쓰임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로 자연스레 설정되어 있는 현재의 문제틀을 엄밀히 재점검해보고 그것의 개념적 재구성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고민해보아야 하는 게 아닐까.

마찬가지로 2부에서 전개되는 개개의 문제들, 즉 독립 다큐멘터리의 핵심적인 쟁점이라 제기된 사안들에 대한 논의가 기반하고 있는 다큐멘터리의 담론의 지형에 대해 검토해보고, 현재의 지배적인 담론이 작동하는 기제와 그에 의한 영향 등을 짚어보는 작업이 이루어질 때, 과거의 독립 다큐멘터리뿐만 아니라 현재의 독립 다큐멘터리 작품들에 대한 적확한 평가 및 분석이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물론 이는 이 책의 필자들뿐만 아니라 (책의 앞머리에 실린 추천사에서 김동원 감독이 지적한 대로) 앞으로 비평가 및 이론가들의 연구 작업으로 성취되어야 할 숙제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보다 논리적이고 구체적인 언어로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나름의 소견을 제시하지 못하는 이 리뷰 글에 대한 변명을,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그리고 그에 대한 문제제기 형식의 이 글이 독립 다큐멘터리의 제작 및 개개 작품들을 둘러싼 담론의 지형을 점검하고 그것이 작동하는 배경 및 효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계기로 작용하여, 앞으로는 더 확장된 인식의 영역 속에서 과거와 현재의 의미를 파악하고 앞으로의 전망을 고민하는 비평적인 작업들이 열악한 상황의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의 창작 활동에 구체적인 도움과 자극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바램으로 갈음하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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