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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73호 리뷰] 2011년 당신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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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1. 20.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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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73호 / 2011년 3월 31일


 
 
 
 
2011년 당신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추천인: 권효, 박영길, 이희랑, 주현숙, 한낱
원고 수집 및 정리: 박규민, 김지현(ACT! 편집위원회)

 

 

 

 

함께 읽고 싶고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책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내가 읽으려 하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잘 떠오르지도 않고 찾기가 쉽진 않습니다. 이런 부족함을 채우고자 이번 ACT! 73호 리뷰 원고는 책 한 권을 소개가 아닌 미디어 교육, 독립다큐멘터리 감독, 인권교육, 공동체미디어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5명에게 읽었던 책 중 활동가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 한 권을 선정하여 선정 이유와 책에 대한 간단한 내용을 실었습니다. 
 
 

[책 추천 1]
인간의 조건
한나 아렌트 지음, 이진우, 태정호 옮김 | 한길사 | 2002년 12월

 

이희랑 (미디어교육 활동가)


 
 

나는 ‘미디어교육 활동가'라고 나를 종종 소개한다. 그러면서 머뭇거릴 때가 있기도 하다. 그 머뭇거림의 순간에는 짧은 반성도 일어난다. 나 지금 미디어교육 잘 하고 있는 건가? 그리고 나는 활동가가 맞는가?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은 인간이 살아 있기 위한 조건이 바로 ‘활동적인 삶'이라고 선언한다. 자신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노동으로부터 세계를 지속시키는 제작활동, 그리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나'를 드러냄으로써 소통하고 실천하는 행위, 즉 정치까지 통합적으로 어우러져 있는 삶, 그런 ‘활동'이 인간 실존에 필수적인 조건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노동이 절대화된 현대사회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으로 시작해 인간의 정치적 본성을 일깨워야 할 당위성을 인간존재론으로부터 찾아내고 있다.
『인간의 조건』은 수많은 철학자들의 레퍼런스를 지나치며 어렵게 어렵게 책을 독해해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하고, 마르크스의 노동론에 정면으로 맞서서 사유를 펼치는 만큼 꼼꼼하게 읽어내야 하는 까다로움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노동자 정치, 시민의 정치, 문화예술의 정치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혹은 노동하지 않는 정치가를 더 이상 믿지 않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부딪혀 봐도 후회 없을 만한 그런 책이기도 하다.
내가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연구하는 미디어교육 활동가'가 되어야 한다는 그 말에 결정적으로 빠져있는 삶이 무엇인지 반성한다. 노동하며 교육하고 실천하며 소통하고 정치함으로써 공론영역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미디어 활동가들의 삶을 다시 배우게 된다. ‘활동가'로서의 나의 삶에 대한 답은 ‘책' 너머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책 추천 2]
反자본 발전사전 - 자본주의의 세계화 흐름을

뒤집는19가지 개념

볼프강 작스 외 지음, 이희재 옮김 | 아카이브 | 2010년 12월

박영길 (생활교육공동체 공룡)
공룡 생활도서관 모르페우스
http://blog.jinbo.net/morpheus


 
 

누군가에게 최근에 읽은 책 중 한 권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단연코 추천하고 싶었던 책이 바로 『反자본 발전사전』이다. 이 책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또는 흔히 사용하는 몇 개의 단어들을 ‘발전'이라는 담론 안에서 해석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제시하는 일종의 사전류의 책이다. 사회과학서적을 읽을 때 참고하기 위해 들게 되는 철학 소사전류의 단어 설명 위주의 사전은 아니고 오히려 전달하고자 하는 주장이 명확하게 담겨 있는 담론의 사전이라고 할까.

 


『反자본 발전사전』은 우리가 습관처럼 사용하는 단어들이 가진 역사성과 그 오래된 용법들에서 배어나오는 독성들을 이야기하면서 그 평범하거나 익숙한 단어들에 숨어있는, 하지만 숨길 수 없는 발전담론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준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제는 우리들 스스로, 우리들만의 말 쓰임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책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어렵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 명쾌한 주장들을 보여주는 게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이다. 책의 부피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지 않아도 좋다. 놀이처럼 중간 중간 손에 잡히는 대로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다는 점도 바쁜 활동가들에게 매력적인 요소가 아닐까 싶다. 
 
 
 

 

 

 


[책 추천 3]
당신이 역사를 만나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
래리 고닉 지음, 이희재 옮김 | 궁리 | 2006-2010

권효 (독립다큐멘터리 감독)

 
  
 


재미있는 역사서술은 모든 역사가가 바라는 능력이자 얻고자 하는 기술이지만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지루하지 않은 역사책을 만나는 것 역시, 역사를 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소원이지만 매번 이루어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흔히들 우리가 역사를 지루하고 복잡하며 답답한 학문으로 여기게끔 만드는 것이 역사 자체가 지니고 있는 성격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사람들의 고루함 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가? 아직 모르고 있었다면 이 5권의 세계사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래리 고닉이 쓰고 그린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 The Cartoon History of The Universe 』는 그 제목만큼이나 정말 재미있는 책이다. 단순히 만화이기 때문이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입장과 사건을 선택하는 방식 그리고 수많은 ‘세계사 책'에서 여태껏 대단한 권위를 누리고 있던 ‘위인'들의 후광을 걷어내어 버리는 저자의 표현들만으로도 이 책은 읽는 이에게 기쁨을 전해준다.

 

 

인류의 역사부터가 아닌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는 이 책은 이라크 전쟁으로 끝을 맺고 있다. 물론 이 5권의 책만으로 거대하고도 미세한 과거 사실들의 향연을 만끽한다는 것이 터무니없는 일이긴 하지만 항상 당신이 고대해왔던 ‘세계사의 일관성 있는 정리'의 순간을 맞이하는 것으로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또 하나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그리고 그것이 이 책을 빛나게 하는 것이기도 한데, 바로 자연스러운 관심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어떤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 전개되는 방식과 인물들의 등장이 어떠한 당위적인 바탕 위에서 표현되지 않게끔 하고 있다. 그러한 서술은 읽는 이로 하여금 보다 자세한 사실 확인을 위한 동기를 부여해준다. (예를 들어 한 사건을 다룬 전공 서적이나, 한 인물을 다룬 평전 같은 것들) 이것은 매우 중요한데, 왜냐하면 이러한 자발적인 궁금증의 유발은 바로 모든 역사책들이 독자에게 바라는 가장 중요한 욕망이고, 사건들의 앞뒤와 인물들 간의 이해가 어떠한 관계들 속에서 이루어졌는지 탐구하도록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여태까지 마치 그 사건이 일어났어야만 하고 그 인물이 등장했어야만 했던 것처럼 만드는 역사책들을 만나왔었는지 모른다. 수많은 역사책들이 시중에 나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역사책을 고르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렇다면 래리 고닉의 세계사 책을 먼저 읽어보고 그 이후에 자신이 가장 알고 싶고 연구하고 싶은 어떤 순간과 인물의 역사를 다룬 책을 선택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위트 있고 익살스러운 만화 캐릭터들을 만나는 것은 덤이다. 
 


 
  
 

[책 추천 4]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불편해도 괜찮아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0

한낱 (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


 
 

 

미디어 혹은 매체. 단어 그 자체로는 ‘나는 내용이 아닌 수단에 불과해요.' 냄새가 폴폴 난다. 그러나 그릇의 쓸모는 그릇에 담겨있는 내용물에 따라 결정된다. 그럴싸하게 포장된 선물이 주인공에게 배달되는데, 뜯고 보니 그것이 폭탄이었더라. 액션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이 클리셰는 관객과 영화에 대한 비유로도 적절하게 쓸 수 있는 것 같다.
언뜻 보면 좋은 작품 같지만 알고 보면 뒤통수 때리는 작품이 얼마나 많은지. 『불편해도 괜찮아』에서 저자 김두식은 대놓고 무식한 영화보다 은근히 감동을 주지만 그 안에서 차별적 편견을 담고 있는 영화가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는 영화 속에서 괴팍한 인물이나 철저히 대상화되어 자기만의 캐릭터를 갖추지 못한 존재로 등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잘 만든' 영화는 곱씹을수록 관객들에게 ‘불편함'을 남긴다. 매끈하게 포장된 세상을 비웃고, 세상 밖으로 등장해서는 안 될 존재들의 서사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청소년,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노동자, 양심적 병역거부, 표현의 자유, 인종차별 등을 키워드로 영화 속 인권이야기를 엮어낸다.
자기만의 그릇에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 고민하는 미디어 활동가들에게 추천할 만한 인권 입문서. 강연하는 어투로 쓴 책이어서 술술 읽힌다는 장점도 있다. 
 
 

 

 

 

 

[책 추천 5]
제7의 인간
존 버거(소설가) 저 | 차미례 역 | 눈빛 | 2004년 11월

주현숙(독립다큐멘터리 감독)


 
 

『제7의 인간』은 70년대 초반에 나온 책으로 터키에서 독일로 향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다. 글과 사진으로 이주노동자의 내면과 외면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제7의 인간』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이야기지만 존 버거의 글쓰기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준다.

 

 

존 버거는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우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겨우 얻어낼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 사람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조건들, 심지어 별자리까지도 가져와 그 중심에 나를 넣어 모든 것을 내 것으로 재구성하고 난 후에야 겨우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이미지를 통해서 내가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하는 영상 활동가에게 중요한 일이다. 누군가를 이해하지 않고 우린 누군가의 이미지를 가져다 쓸 수 있을까? 그 이해가 늘 그러할 수는 없다고 해서 우린 어느 순간 그 노력을 게을리 해도 괜찮을까?

 

 

주제와 소재에 맞는 이야기 방식이란 어떤 것일까? 존 버거는 이주노동 현상을 신식민지 현상이라고 봤다. 본토의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본토의 노동자들을 데려와 착취하는 구조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그 현상 한 가운데 있는 이주노동자에 대해 기록했다. 사회과학적 수치들과 함께 시적 언어를 사용하면서 그가 선택한 방식은 우리를 한 인간의 경험으로 이끄는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자본주의 소외의 한 가운데 있는 이주노동자의 가슴에 다가갈 수 있다. 그러면서 그가 아주 특수한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이 아닌 내가 혹은 우리 누구라도 겪고 있는 소외를 공유하고 있는 우리와 같은 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전달 방식은 진정한 프로파간다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들어 준다. 
 
  
 

[책 추천 6]
빼앗긴 대지의 꿈
장 지글러 저 | 양영란 역 | 갈라파고스 | 2010년 3월

주현숙(독립다큐멘터리 감독)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의 글은 많다. 그 중 장 지글러의 글이 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현장감 때문이다. 유엔의 인권위원회와 인권이사회에서 식량특별조사관으로 일했던 그의 전력 때문에 우린 볼리비아의 최초 인디언 대통령인 에보 모랄레스의 연설을 남미의 바람과 함께 실려 온 옥수수 볶는 냄새를 맡으며 들을 수 있다. 전 세계를 누비며 생생한 현장을 전달하는 그의 글은 금융자본주의와 다국적기업의 병폐를 그 어떤 글 보다 더 구체적으로 전달한다. 그리고 신자유주의로 인해 잃어버렸던 인간 존엄성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인간이란 존재가 어떠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느끼게 해준다.

 

 

『 빼앗긴 대지의 꿈 』 은 남미에 대한 책이다. 최근 남미에서 진행되고 있는 혁명의 순간을 가장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책의 많은 부분은 남미의 오랜 억압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가 잘 몰랐던 남미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는 좀 낯설다. 하지만 이내 오랜 억압의 과거가 현재와 만나면서 어떻게 혁명의 순간을 만들어 냈는지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최근에 유투브에서 ‘활동가의 하루'란 영상을 봤다. 하루하루 일정을 제대로 소화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활동 외의 글을 읽는다는 것도 힘들다. 하지만 멀리 남미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다 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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