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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75호 인터뷰] 패러디? 할 수 있다. 유쾌하게, 즐겁게! - [총장실 프리덤] 제작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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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1. 1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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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75호 / 2011년 7월 25일


 
 
 
패러디? 할 수 있다. 유쾌하게, 즐겁게!
- [총장실 프리덤] 제작진 -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미르 (ACT! 편집위원회)
인터뷰이 : 엄태연([총장실 프리덤] 안무), 김정현([총장실 프리덤] 촬영)

 

 

 

지난 5월 30일, 서울대 학생들이 행정관 본부를 점거했다. 왜? 수많은 학생, 교수, 교내 노동자의 계속되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키고 설립준비위원회 등을 꾸리며 서울대 법인화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였다. 법인화 이후 기초학문의 고사나 등록금 폭등 등 우려되는 지점들이 많았기에 법인화 찬반 학생 총투표에서 반대 입장이 절대 다수였다. 학생 2000여명이 모인 비상총회에서도 본부 점거가 압도적인 득표율로 결정되었다. 이렇게 점거에는 민주적인 정당성이 존재했다. (*주1) 그러나 여러 언론에서는 "기습점거"와 같은 왜곡된 표현으로 사건을 호도하려고 했다. 학교 측은 본부가 점거되었다는 것을 핑계로 근로장학생이나 시간강사의 월급을 주지 않겠다고 획책하기도 했다. 오연천 총장은 대화하려고 하기보다 "경륜 있는 교수들에게 맡기"라며 학생들을 계도하려고 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학생들은 본부의 안과 밖에서 영민하고 재치 있게 싸움을 이어나갔다. 직접 만든 패러디물이나 손수 쓴 자보들로 삭막한 본부 내부를 다시 '인테리어' 하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며 점거 자체를 즐거운 일상으로 만들어 갔다. 중요한 사안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 하면서도 유쾌한 풍자를 잊지 않았다.
(본부 점거는 밤샘 토론 끝에 6월 26일자로 일단락되고 지금은 국회투쟁 중이다.)

 

 [총장실 프리덤] 보기
 
 

 

[총장실 프리덤]은 위와 같은 조건 속에서 탄생하였다. 서울대 학생들이 그룹 UV의 [이태원 프리덤]이라는 노래의 가사를 바꾸고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한 작품인데, 인터넷 언론 메인에 등장하고 각 포탈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보여주었다. 유투브에 올라간 버전만 하더라도 조회수가 40만 건이 넘는다. 서울대 법인화에 대해 이슈화 하는데도 큰 역할을 한 셈이다.(*주2) 이번 호 [ACT!]에서는 총장실 프리덤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그 영향력은 어디에서 온 것인지, 그리고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제작진 두 분을 만나 보았다.(*주3)

 

미르 : 안녕하세요. 본부 점거 이후에 잘 살고 계시나요?

 

태연 : 저는 별거 안 하고 있다가 이번에 총장실 프리덤 만드셨던 분들이 노래 앨범('반지성 2집')을 만든다고 하셔서 관심 갖고 있어요. 제가 원래 총장실 프리덤 만들 때 도움 드렸던 부분은 안무부분이라 어떻게 함께 할지 생각 중이에요.

 

정현 : 전 본부 점거 끝나고 대학원생 법인화 뜯어보기 세미나가 있어서 한번 가봤어요. 법인화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구요. 이번에 오마이뉴스에서 모집한 대학생 기자단도 하고 있어요. 그런데 기자단 이름이 오마이 프리덤이에요. 그래서 우리 뮤직비디오 보고 생각한 거 아니냐고 물어봤는데... 맞다고... (일동 웃음)

 

 

미르 : 점거 당시에 영상이 막 따끈따끈하게 만들어졌을 때, 보셨잖아요. 링크 엄청나게 되고, 유튜브에 올라간 것만 봐도 40만 명 이상이던데... 영향력을 실감하셨을 것 같아요.

 

태연 : 제일 영향력을 느꼈던 부분은 5년간 연락 없던 고등학교 친구에게도 문자가 온다던가. (웃음) 편의점 그냥 지나갈 때 이전엔 "어, 안녕" 하고 지나갔던 애가 "어, 근데 혹시..."라고 아는 척 하고...

 

정현 : 저는 얼굴은 안 나오니까. 그런 일은 별로 없었고 만들 때는 힘들었어요. 촬영이라는 게 지루한 작업이잖아요. 편집되어 나온 영상은 멋있는데 이것을 위해 찍었던 것을 다시 계속해서 찍어야 하고. 제가 찍을 거 다 찍어주고, 편집하신 분에게 맡겼죠. 그리고 편집된 것을 보고 충격 받았어요. 너무 잘 만들어가지고.

 

태연 : 상기된 얼굴로 저한테 오셨어요. 되게 잘 만들었는데 보시라고. (일동 웃음)

 

미르 : 편집은 어떤 분이 하셨어요?

 

정현, 태연 : 음... 그 분이... (고민)

 

태연 : 얄라셩(서울대 영화연구회) 소속이라는 얘기도 얼핏 들은 것 같아요.

 

정현 : 제가 직접 듣기로는 물리천문학부 원자(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사람)라고... 그분이 10학번인가, 11학번인가... 잘 모르겠네요.

 

태연 : 본부점거의 요정일지도 몰라요... (웃음)

 

미르 : 다들 서로 알고 계셨던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럼 어떻게 제작하게 된 건가요?

 

태연 : 2층에 동아리 공간이 있어서 본부 점거 중엔 저는 거기에 쭉 있었는데 길(사범대 노래패) 사람들이 막 노래를 부르다가 갑자기 저희한테 오더라고요. 그쪽에서 말하기를, 저희가 밥만 먹고 있기 죄송해서 밥 값하는 차원으로 곡을 하나 써볼까 하는데 안무 만들어주세요, 하는 거예요. 새벽 한 시 정도에... 이태원 프리덤을 개사할 거래요. 처음엔 뮤직비디오 만들 생각은 없었어요. 근데 그 다음날 본부 앞 촛불 문화제에서 길이 공연을 했는데 대박이 난거에요! 그래서 뮤직비디오까지 만들자는 이야기가 있었고, 저한테도 하실 거죠, 하더라고요. 저는 안무 감독 같이 춤을 가르쳐달라는 줄 알고... 설마 내가 나오진 않겠지 했는데... 갔더니 (촬영을) 준비하라고... (웃음) 가서 보니까 세 명이 필요한데 저랑 정봉권씨 밖에 없는 거예요. 그래서 나머지 한 사람, 도희씨도 그 자리에서 같이 하자고 해서 한 거예요. 
 
 


 
미르 : 정현씨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어요?

 

정현 : 저는 원래 영상에 관심 많았는데, 찍을 일은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 본부 점거 기간에 아무도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좀 찍어야겠다. 그래서 이것저것 찍고 있었죠. 그런데 노래패 길에 교육학과 후배가 있었어요. 그 친구가 이번에 뮤직비디오 찍을 건데 카메라 촬영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 그래? 그러면... 내가... 할... 게... 그렇게 하게 됐어요. 사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참가했어요. 이게 될까? 하긴 해야 하는데~ 이러다가 잘 된 느낌이 들어요. 길의 동아리 회장인 조영진씨가 열성적으로 기획을 하시고 녹음도 하시고 많이 노력하신 부분도 있지만, 하여튼 역할 분담이 즉흥적으로 됐어요. 사람 모으는 것도 그때그때 필요한 인력 충원하는 방식으로 했었죠.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본부에 모여 있으니까.

 

미르 : 촬영하고 편집하는 제작과정이 그렇게 길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태연 : 집중적으로 했어요. (촬영할 당시) 제가 다음날 시험이었는데, 새벽 두시까지 촬영하고... 시험 끝나자마자 또 찍고... 이틀 반 정도는 찍었어요.

 

정현 : 편집도 하루 반에서 이틀 꼬박 걸린 것 같아요.

 

미르 : 그럼 조영진씨가 콘티 같은 거 짜 오시면 맞춰서 하고 그렇게 된 건가요?
 
 
정현 : 딱히 콘티라는 것도 없었어요. 기본적으로는 패러디였어요. 전체적인 얼개는 이태원 프리덤이었죠. 각자 생각나는 게 있으면 이것저것 자유롭게 제안하고, 그러면 그렇게 찍고. 찍은 것들을 남김없이 썼어요. 버린 장면이 많지 않아요. 전문가들은 이것도 찍고 저것도 찍고 할 수 있는데 우리는 그럴 시간도 없고... 능력도 안 되니까... 그래서 오히려 컴팩트 하게 잘 나온 것 같아요. 블루스크린 장면도 있잖아요. 사실 그게 텐트에 있는 푸른 천에 대고 그냥 찍은 거예요. 영화를 보려고 잠깐 터널 막아놓는다고 썼던 건데, 그게 마침 파란 색이라서... (웃음)

 

미르 : 제작이 끝나고 나서 유통이 됐잖아요. 만드셨던 분 입장에서도 "생각보다 떴다"고 느꼈다는데 어떤 부분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정현 : 기본적으로 퀄리티가 좋았던 것 같고... 그런데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퍼져나갈 통로가 없으면 안 되는데, 인터넷이 가장 좋은 통로였던 것 같아요. 타겟팅이 우리 또래 사람들이라 아무래도 보기 좋은 면도 있었죠. 또 그런 사람들이 주로 인터넷을 쓰니까. 처음엔 유투브, 비메오에 다 올렸고, 스누라이프(서울대학교 학생 포털 사이트)에도 올리고, 그 다음엔 트위터에 뿌렸어요. 근데 그게 어떻게 퍼졌냐면요... 조회수를 보자면 기울기가 갑자기 확 가팔라져요. 몇 명의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 트위터에서 알티를 하고 언급을 하기 시작하면서 확 퍼지고, 그게 연쇄적으로 인터넷 언론에서도 다뤄주고, 그다음에 순위에도 오르고, 그러면 아직 못 본 사람들이 눌러서 많이 보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태연 : 유투브 주간 베스트 영상에 오르기도 했더라구요. 근데 사실 저는 좀 무서웠어요. 알려진다는 그런 것 보다... 뭐랄까... 나중에는 신문 칼럼에 대학생 저항정신의 상징처럼 됐잖아요. 사실 저희가 의도를 어떻게 했건 각자의 맥락에 있는 건데, 그런 것들은 삭제가 되고 언론들이 얘기하고 싶은 그것만 뽑아내는 것이 무서운 것 같아요.

 

미르 : 총장실 프리덤이 성공했냐 아니냐를 가지고 이야기를 할 때, 패러디 영상이다 보니까 법인화에 대한 메시지를 꼼꼼하게 담고 있지는 않다는 비판이 있기도 하거든요.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현 : 아쉬운 게, 사람들이 많이 보긴 봤는데 법인화 문제의 핵심에 대해서는 사람들은 잘... 물론 우리 작품이 그걸 담고 있지는 않으니까...

 

태연 : 저는 애초에 뮤직비디오 만들려던 것은 아니었어요. 사실 본부점거가 좀 더 길어질 줄 알았고... 점거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지쳐간다는 게 걱정되는데 그런 점에서 우선 재미가 있어야 덜 지치고 더 오래 할 수 있고, 다른 알려내는 활동들도 할 수 있는 거니까... 그런 측면에서 접근을 해서, 일단은 성공했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아까 말했듯이 언론이나 사람들이 과도하게 그것을 끌어가려고 하는 점이 부담스럽고 그렇게 끌어가기만 해버리면 실패라고 생각도 하거든요. 애초에 뮤직비디오, 그 짧은 영상에 이미지 패러디 위주의 영상으로 그런 논리적인 전달을 얼마나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고, 그런 저항적 이미지를 덧씌우는 것 자체가... 그런 점에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것 같아요.

 

미르 : 사실 무슨 일이든 긍정적인 부분도 있는 것이고, 하고 나면 후회도 있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도 각자가 생각하는 의미가 있다면 어떤 것인지 궁금해요.

 

정현 : 보통 어떤 일을 한다고 하는 거면, 준비가 착착 되어야 하고 사전에 기획도 잘 되어야 하잖아요. 그런 식의 작업방식에 익숙하고... 우리 사는 게 그렇잖아요. 직장도 그렇고 대학생도 그렇고. 근데 그게 아니라, 어떤 공간이 있고 상황이 마련됐을 때 준비된 개인들이 즉흥적으로 재밌게 뭔가를 할 수 있었던 것. 그건 제게 대단히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저는 대학이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태연 : 저는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사실 우리들은 소비하는 데 익숙하잖아요. 고품질의 문화들을 소비하다보니까 눈이 높아져서, 만들어 보는 것에 겁을 내고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사실 저희가 만든 것들도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허접하잖아요. (웃음) 그런데 그런 것들이 만들어지고, 그런 것들이 호응을 얻고, 계속해서 생산이 된다면 대학 자체가 문화적인 역량들을 많이 키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미르 :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멋진 활동들 함께 기획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 주


1) 김명환, “서울대 법인화는 귀신이 하는 짓!”, 프레시안, 2011.6.8.

2) 박용하, “서울대생들이 만든 패러디 뮤비 ‘총장실 프리덤' 화제”, 경향신문, 2011.6.9.

3) 총장실 프리덤 제작진 소개
- 조영진 : 총장실 프리덤 노래를 녹음, 뮤직비디오를 전반적으로 기획함.
- 엄태연, 정봉권, 조도희 : 총장실 프리덤 뮤직비디오에 출연, 안무.
- 김정현 : 뮤직비디오 촬영.
- 남궁준 : 뮤직비디오 편집.
- 사범대 노래패 ‘길', 관악 중앙 몸짓패 ‘골패', 그리고 여러 서울대 학우들이 노래를 개사하고, 안무를 짜고, 춤을 추며, 함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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