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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74호 인터뷰]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 당신과 나의 전쟁 배급 과정과 이상욱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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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16. 1. 2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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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ACT!> 제74호 / 2011년 5월 30일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
당신과 나의 전쟁 배급 과정과 이상욱 PD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김지현 (ACT! 편집위원회)

 

 

2009년 5월 22일부터 8월 6일까지 976명의 쌍용자동차 조합원들은 회사가 2,646명의 정리해고 방침을 통보한 데 반발해 77일간의 평택공장 점거 투쟁에 들어간다. 그 기간 동안 6명의 노동자와 1명의 조합원 부인이 죽음으로 내몰렸다. 당시 노사는 해고 전면 철회를 요구하며 공장을 사수했던 970여명의 조합원 신분을 놓고 마지막까지 협상을 벌여 48%는 1년 무급 휴직 뒤 복직을, 나머지 52%는 정리해고라는 '대타협'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대타협 이후의 삶은 참혹했다. 노동자가 공장에서 밀려난 자리에는 '기업노조'가 새로 들어섰고, 노동 강도는 파업 이전보다 훨씬 세졌지만 반발하긴 어려워졌다. 한편 회사 측의 복직 약속은 2년째 공허한 메아리인 가운데, 쫓겨난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은 강성노조 출신이라는 낙인이 찍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자 그야말로 살 길을 잃어갔다. 이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내리기까지는 일 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쌍용자동차 파업을 전후해서 숨진 조합원과 가족의 수는 현재까지 모두 16명에 이른다. 그리고 죽음의 그림자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쌍용차 옥쇄 파업 투쟁을 다룬 다큐멘터리 [당신과 나의 전쟁]이 2010년 3월 완성되어 현재까지 공동체 상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얼마 전 그 이후의 삶을 다룬 20분짜리 단편 [낙인]도 완성되어 함께 상영되고 있다. 그동안 [ACT!]에서는 쌍용자동차 노동자 파업 사진기록 『77일』(2009)과 [당신과 나의 전쟁] 작품 리뷰(2010)를 차례로 소개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도 끝나지 않은 (당신과 나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 호 [ACT!]에서는 쌍용차 투쟁의 현재성과 함께 미디어운동의 결합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당신과 나의 전쟁'의 제작과정과 배급과정을 총괄한 이상욱 PD를 만나 보았다.

 

 

* * *

 

 

ACT!: 먼저 어떤 일을 하시다가 쌍용자동차 활동에 결합하게 됐는지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이상욱 PD(이하 이): 영화일 시작한지는 한 12년쯤 된 것 같다. 2001년부터 시작해서 드디어 올해 개봉하는 [소중한 나의 꿈] 이나 미로비전에서 상업영화도 이것저것 했었다. 포지션은 계속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그러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영화 기획하고 있을 땐데, 2008년도에 마침 쓰고 있던 시나리오 주인공이 고등학생들이라서 요즘 촛불시위에 고딩들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나갔다가 그때부터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게 되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랬지 않나. 우연찮게 기륭도 알게 되었다. 당시 내가 카페 운영자였는데 회원 중 한 분이 첫 책을 내서 수익금으로 후원할 곳을 찾다가 누군가 “그럼 기륭을 주자” 그래서 기륭을 찾아갔다가 공대위 공동집행위원장도 맡게 되었다. 
 
 


2009년 쌍용 투쟁이 시작되고 영상제작단을 꾸리기까지
 
 

 

이: 2009년도에 쌍용 투쟁이 시작되고 현장에 붙박이로 있었다. 당시 범대위 집행위원을 하고 있었는데 안에서는 박살이 나고 있는데 언론에서는 난리고, 진보매체마저도 논조가 이상해지고 그래서 "안 되겠다. 현장에서 영상팀을 꾸리자" 해서 당시 현장에 와 있던 다큐멘터리 감독들, 독립영화인들, 인터넷 저널리스트들 이런 사람들 모아서 현장에서 영상팀을 꾸렸다. 당시 이런저런 계획을 많이 세웠다. 생방 하자, 이런저런 영상 시위도 만들고, 다큐도 2~30분짜리 하나 만들자. 그래서 다큐 연출자를 찾다가 누군가 태준식 감독에게 제안을 하자고 해서 제안을 했더니 오케이 하셨다. 이렇게 영상팀을 꾸린 다음 쌍용 안에 있던 동지들에게 공유했더니 이틀 뒤에 파업이 끝나버렸다.(웃음)

 

 

 


ACT!: 영상팀이 꽤 늦게 꾸려졌다!


이: 그렇다. 워낙 현장 상황이 뭘 체계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 생각을 왜 이렇게 늦게 하게 됐는지…. 쌍용자동차 투쟁이 끝나고 개인적으로 가장 그랬던 것이 당시 있었던 사람들 다 그랬겠지만, 이 운동진영과 시민사회의 무능력함과 무기력함에 넌덜머리가 났다. 이후 한 달 정도 고민하다가 그냥 하기로 했던 거 추진하기로 했다. 칼라TV는 소스 다 제공해주기로 했고, 태준식 감독도 작업을 시작했고, 그래서 제작위원회도 바로 꾸려졌다.(애초 계획과 완전히 동일한 멤버는 아니지만.) 제작비는 수익나면 주기로 하고 최소 진행비용만 갖고 그렇게 제작에 들어가서 2010년 3월 제작이 완료되고 공식 시사회를 가졌다.

 


 
ACT!: 제작위원회의 구성원은 어떻게 되나?

 

이: 관련해서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으려 했고 개인이 아니라 단체로 모였다. 금속노조, 쌍용차 노조(당시에 지도부가 다 붕괴되어서 남아있던 정리해고 특별위원회 분들), 그리고 영상제작자들을 모아서 꾸렸다. 그리고 영화를 만들게 된 거다.

 

 


ACT!: 그럼 이 제작위원회가 꾸려져서 만든 게 [당신과 나의 전쟁]과 [낙인] 두 작품인가?

 

이: [낙인]은 태준식 감독과 손경화 조감독이 독자적으로 만든 거라고 봐야 한다. 제작위원회에서는 진행비 대드린 거 밖에 없다. 태 감독이 욕봤다. 반면 [당신과 나의 전쟁]은 초반에 기획 작업에서 이게 누구에게 보여줄 것이고 어떻게 쓰일 것인가에 대해서 분명한 계획과 논의가 있었다. [낙인] 같은 경우는 감독이 고민했던 부분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푼 거다. 원래는 서플먼트 개념으로 시작했던 건데 자꾸 뭔 일이 생기니까, 열네 번째 분 돌아가시니까 이거 더 이상 끌면 안 되겠다 그래서 끝낸 거다.

 
 
 

 

 

 


 

[당신과 나의 전쟁] : 노동자와 시민이 함께 보는 영화여야 한다
 
 
ACT!: [당신과 나의 전쟁] 얘기부터 해보자. 기존에 파업이 진행되고 있던 당시에 그걸 외부에 알려내는 작업들이 부족하다고 느껴져서 제대로 알려내는 영화를 만들려고 했던 건가?

 

이: 당시의 고민은 “시민과 노동자가 함께 보는 영화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노동자들이 노동자 네트워크 안에서 보는 걸로는 안 되고, 노동자가 교감할 수 없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생각을 했던 거다. 그런 고민들이 녹아있었다.

 

 


ACT!: 작품에 쓰이는 소스들은 얼마나 확보할 수 있었나?

 

이: 칼라TV에서 안에 한 명 들어가 있었고, 이름을 공개할 수 없는 분들도 소스를 제공해주었다. 또 밖에 있던 친구들이 찍은 그림들, 그리고 쌍용자동차 노조 지부가 찍어온 영상과 노동자뉴스제작단의 영상들, 이런 게 모였다. 파업을 얘기하기 위해서는 파업 기간의 영상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2005년도 영상도 있다. 족구 하는 영상들은 노동자뉴스제작단이 준비해 준 거다.

 

 

 

ACT!: 그렇다면 거의 공동 작업으로 볼 수 있겠다.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같이 들어간.

 

이: 그렇다.

 

 


ACT!: 쌍용자동차 노조에는 내부 영상단이 없었나?

 

이: 그런 건 없고 촬영하는 분이 계셨다.

 

 

 

ACT!: 촬영하는 조합원이 한 분이 아니라 여러분이어야 할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현장을 기록해내고 그걸 증거로 나중에 싸워야 하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에...

 

이: 항상 그래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어쨌든 카메라 한 대가 돌아갔고 그 소스가 많이 활용됐다. 근데 좀 그런 게 있다. 집회용처럼 기록이 되는 부분도 있어서, 영화라기보다는 공식촬영물처럼 촬영되는 면이 있다. [당신과 나의 전쟁] 기획할 때도 그런 게 문제가 됐었다. 이걸 누구에게 보여줄 건가. 어차피 영화라는 것이 누군가와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데 시민과 노동자가 함께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배급사업의 기조도 그거였고, 태준식 감독이 잡아낸 제목도 참 절묘하게 그런 부분들을 잘 잡아냈다. [당신과 나의 전쟁]이란 제목은 '당신과 내가 함께 싸워야할 전쟁'이란 의미다. 
 
 

 

 


쌍용 자동차가 우리 시대에 던지는 질문 : 사회적 합의의 붕괴 
 


ACT!: 쌍용자동차 사태의 경과를 최근의 상황까지 담아서 얘기해 달라.

 

이: 우리나라는 수출 대기업, 수출 대자본을 중심으로 한 산업체계이고 몇몇 급진적인 좌파의 문제제기를 제외하면 어쨌든 산업은 발전해야하고 규모의 경제는, 분배가 먼저란 논의는 있을지언정, 추구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 그런 합의 안에서 자동차 산업과 쌍용 자동차가 있었던 거다. 그런데 역으로 자본 안에서 “쌍용 자동차를 유지시켜야 하나?”라는 질문이 나왔고, “유지는 시키되 외국 자본으로 하자. 규모의 경제의 극대화를 위해 개방하자. 우리가 외국에 팔려면 우리도 열어줘야 돼.”라는 논리에 의해서 상하이 자동차에게 넘겨졌다. 그 과정도 참 웃겼다. 신디케이트로 산업은행이 돈 꿔줘서 산 것이기 때문이다. 상하이 자동차는 기실 백 몇 십억 정도밖에 안 냈다. 모든 게 다 중첩된 문제인데. 이런 상황에서 쌍용 노조의 상황은 별로 안 좋았다. 자동차 노조 중에서도 별로 전투적이거나 조직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노동조합이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회사와 나라가 시키는 대로 잘 따르면서 살아왔던 사람들인데, 그 사회적 합의 안에 있었던 사람들이 그 합의에 마지막으로 배반을 당한 거다. 영화 속에 나오는 주인공은 이전까지 집회 한 번 안 가봤다고 한다. 시사회에 와서 하는 얘기가 “저는 노동조합이 동호회나 친목회인줄 알았다”고 한다. 정말 그렇게 살아왔던 거다. 이게 뭐 운동권이나 활동가들이 싸운 게 아니라 자기가 믿었던 국가와 회사에 배신을 당하고 나서 노동자들이“아니 내가 왜?” 정말 그 상식적인 질문에서, 자기를 지키기 위해 싸운 거라서 그 싸움이 그렇게 무식하게 진행될 수 있었던 거다. 타협의 여지가 없는 싸움이었다. 왜냐하면 조합원들 눈이 벌건데 간부들이 타협을 할 수가 있어야지…. 지도부도 그럴 생각이 없는 상황이었고 기본적으로 회사도 협상의 여지를 안 만들었다. 국가도 마찬가지였고.
 


 
돈이 문제가 아니라 자본의 힘을 보여주자는 것!
 
ACT!: [당신과 나의 전쟁], [낙인]과 같은 작품들이 담으려고 했던 것은 무엇인가?

 

이: 당시 회사의 회생자금이 3천억 정도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노조에서는 본인들 퇴직금 모아서 1천억 출연하고, 한 달 쉬고 한 달 일하는 순환보직도 받아들일 테니 살려만 달라고 했다. 실제로 이들의 각종 실업수당과 고용촉진비 등을 합하면 3천억이 넘는다. 그러니까 돈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자본과 권력 그리고 노동자 계급간의 투쟁이었던 거고 거기에는 '파업'과 '대기업 노조'에 대한 사회적 인식들, 그리고 우리가 살아왔던 시대의 어떤 합의들이 있었던 거다. 그 합의가 역으로 날라 와서 노동자들을 날린 거고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지금의 우리 사회를 만든 거다. [당신과 나의 전쟁을 만들 때 우리가 질문하고 싶었던 것은 그런 거다. "그러면 도대체 노동자는 뭐고 시민은 누구냐? 당신, 노동자들의 전쟁이 정말 그들만의 전쟁이라고 생각해?" 거기에 핵심이 있는 거다. 우리사회처럼 공공복지가 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 일자리란 모든 것을 의미한다. 그걸 한순간에 해고하고 날리면 그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되는가?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시민들에게 쌍용 투쟁의 실상을 알리는 것만이 아니라 사실 더욱 중요한 것은 '당신은 다른가?'라는 질문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만들어놓은 결과물에 대해서 책임을 개개인에게 다 떠넘기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질문들이 강하게 있는 거다. 
 
 

 

 


파업 이후 조합원들의 삶
 
 

ACT!: 지금 조합원들의 상황은 어떤가? 안타깝게도 계속 자살 소식이 들려온다. 이 싸움이 패배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너무 거창한 이야기인 것 같고 어쨌든 조합원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나?

 

 

이: 사실상 지도부가 붕괴하고 나머지는 어용화되고 사람들은 다 잡혀가 있다. 조직되고 경험이 있는 조합원들이라면 상대적으로 이후 상황들에 대해 대응이 용이할 텐데 지금 쌍용차 조합원들은 그냥 분노한 아저씨들이다. 이후에 취직도 안 되고 정말 많이 어렵고 힘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조합원들이 자꾸 죽는 거다.

 
 


ACT!: 이런 현상이 쌍용차 투쟁 전에도 자주 나타나는 현상인가, 아니면 이번이 유난히 그런 건가?

 

이: 쌍용차이 더 심한 거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니까. 그만한 싸움을 했는데 누구도 슬퍼하지 않고 지역 공동체에서도 이들과 같이 못 산다 그런다. 지역사회에서 이제 이들은 패자가 됐다. 수십 년을 형님 아우하며 살던 사람들이 서로 적이 되었다. 학교가면 선생님들이 애들한테 파업한 사람들 빨갱이야 이러고 있다. 이러니 얼마나 힘들겠나. 먹고는 살아야 되고 그런데 취업은 안 시켜주고. 그런 상황들이 더 많은 죽음을 불러왔다. 회사 측도 복직 약속을 2년째 전혀 안 지키고 있다. 국가도 책임지지 않는 거고. 고용촉진제도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아무 것도 해준 게 없다. 그 와중에 감옥 갔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돌아오고 있고 금속노조에서도 이 문제를 책임지려고 특별 결의하고 그래서 일 년 정도는 생계비라도 지원하려 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당신과 나의 전쟁]이 그런 부분에서 도움이 됐던 면이 있다. 어쨌든 간에 상영회 하는 자리가 대화의 시간이었고 후원금 걷어서 노동자분들에게 다만 얼마라도 지원을 하고. 이런 일련의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어쨌든 뭔가 하려고 애를 썼고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기 시작하면서 이대로 그냥 못 있겠다 해서 서울에 거점 만들어서 문화집회하기 시작하고 이런 과정이 쭉 진행되면서 상황이 변하고 있다.
 
 

 

 


공동체상영 배급과정 : 노동영화배급네트워크를 위한 실험
 
 
ACT!: 공동체 상영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이: 공동체상영은 약 300회에 3만명 정도 들었다. 실제는 더 될 거 같다. (2010년 3월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는데) 집계가 안돼서 포기했다.

 

 


ACT!: 공동체 상영은 수월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나?

 

이: 한 3~40회 하고 끝날 줄 알고 했다가 생각보다 일이 훨씬 많았다. 시네마달 등 인디배급사들이 배급해주겠다고 했을 때 우리도 상업 배급망을 안 타겠다는 고민도 있었고, 인디 배급사에게 드릴 비용도 없어서 그냥 배급위원회를 꾸려서 서로 재능 기부하는 방식으로 하기로 했다. 지역 배급위원회를 꾸리기 위해 두 달 정도 전국을 돌아다닌 거 같다. 그렇게 해서 14개 지역의 배급위원회가 꾸려졌고 그런 다음 각 지역의 배급을 알아서 담당하는 것으로 역할분담을 했다. 그렇게 해서 상영회를 300회까지 할 수 있었던 거다. 요즘도 꾸준히 상영이 이루어지고 있고 전국배급위원회는 특별 상영만 담당한다.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투쟁 사업장이나 언론 매체 기자 상영회, 그리고 사찰 상영도 하기로 했다. 이제는 배급위원회의 통제권을 벗어나서 이루어지는 활동들도 있고 DVD 판매도 하고 있으니 그걸로 향후 자율적인 상영회들을 대체하기로 하고, 7월 정도에 마지막 공식 상영회를 한 다음 배급위원회를 해체하고 그동안의 활동을 평가하려고 한다. 독립영화계에도 이 배급 사례가 참고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배급위원회 제안서에 보면 이 배급 활동의 목표가 나와 있다. "노동영화배급네트워크를 만들자." 그런 문제를 현실적으로 우리가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회적으로 이런 문제의식을 던져놓으려고 한다.

 

 

 

ACT!: 진보언론들의 논조가 어떤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이제는 경향이나 한겨레도 복지 담론 이야기를 하지만 그 때는 왜 안 했냐는 거다. 이게 단순히 단위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그 당시에는 몰랐는가? 그리고 정리해고법이 이제는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런 사건이 생기면 구조에 대해서 얘기를 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 진보 매체마저도 회사 주장 반, 노조 주장 반. 그렇게 기사를 쓰고 있다. 노조 뿐 아니라 진보매체도 포섭당해 있는 거다. 
 
 

 


작년과 달라진 시민들의 반응
 
ACT!: 공동체 상영회에서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이: 관객과의 대화(GV)를 해보면 반응이 많이 달라졌다. 작년만 해도 GV하면 정리해고는 필요한 거 아니냐 이런 얘기가 나왔었는데 올해는 그런 얘기가 절대 안 나온다.

 

 

 

ACT!: 그게 쌍용자동차 때문인가?

 

이: 많은 것들이 돌아오고 있는 것 같다. 한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변하고 있는 거다. 이것이 근본적 변화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나는 [당신과 나의 전쟁] 영화의 효용성은 끝나가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때 당시는 "이게 남의 문제야?"라는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그럼 이렇게'를 제시해줄 타이밍이 온 거 같다. 그런 변화들을 보면서 이것이 쌍용차 동지들이 전보다 더 어렵지만 싸우게 만드는 에너지와 배경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당신과 나의 전쟁] 배급 요청이 많아져서 귀찮아 죽겠다.(웃음)

 

 

 

ACT!: 그렇다면 질문을 던지는 것만이 아니라 대안 제시는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여전히 성장은 동의하지만 복지의 필요성에 대한 동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자 그렇다면 국가는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가? 사양산업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가 어디까지, 어떻게 책임져야 하나? 개별 기업이 망했을 때 그것은 사적인 일처럼 보이지만 거기에 다녔던 노동자들은 어쨌든 사회구성원인 거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회의 총합을 이루는데 개별적 삶의 어려움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정리해고가 정말 옳은가? 한때 우리 사회를 먹여 살렸던 섬유산업, 화학 산업 노동자들이 아직도 저렇게 싸우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봐야하나? 영화 산업도 마찬가지다. 사회구성원들이 최소한의 존엄성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해당 산업이 사양산업이 되면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 재교육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최근 복지 얘기가 많아졌는데 그렇다면 어떤 복지? 시혜로서의 복지? 아니면 계급의 존재를 인정하는 복지? 분단과 이념, 그리고 성장에 대한 합의, 수출주도와 계급 이동에 대한 합의, 그리고 이와 연관된 경쟁 논리가 지금 우리 사회의 지배적 논리인데 우리 사회가 사회를 구성하고 작동시키는 방식에 대해서 재고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지금의 방식은 틀렸다. 이런 것들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는가? 이게 바로 쌍용의 질문이다. 왜 그들에게서 16명의 희생자가 나왔는가? 이게 개인의 문제인가를 묻는….


  


 
노동운동과 독립영화의 만남은 어떻게 다시?
 

 

ACT!: 노동영화배급네트워크는 잘 만들어질 것 같은가? 노동 관련 영상들이 배급되는데 있어 현재의 배급 시스템에서 가장 개선되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가장 기본적으로는 영상산업의 독과점 문제가 있다. 이건 다들 아는 문제일 테고, 노동 문제의 경우 독립영화계는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갖고, 노조는 독립영화 좀 보자. 아주 간단하다. 이게 출발점인 거 같다. 사회적 문제에 대해 고민하자라고 말하는 주체들 자신도 영화라는 문화콘텐츠를 소비하는 영역에 가면 똑같이 행동한다. 자신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ACT!: 그럼 이번 활동에서 노동자들에게 독립영화를 많이 알려내셨는지?


이: 많은 변화들이 있는 것 같다. 이제는 교육시간에 강의 대신에 영화도 본다. [당신과 나의 전쟁]이 그 역할을 좀 했던 거 같다. 영화를 보고 대화 나누는 과정이 강의와는 뭔가 다른 게 있는 거다. 다른 사람들에게 감흥을 주고 고민을 하게 만들고 집에 가서 할리우드 액션 영화에 대해 다시 보게 만드는 것…. 그걸 더 시스템화 하고 싶은데 그러면 당사자들이 힘들어지게 된다. 이 제안을 논의 체계에 붙이는 과정만 해도 한 6개월 정도 걸릴 텐데 그래도 어쨌든 거기까지 가면 좋고 안 가더라도 문제제기는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ACT!: 예전의 독립영화도 노동자 계급과 결합해서 많이 활동을 해왔었다. 그게 요즘 와서 단절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영화와 노동운동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 것 같은가?

 

이: 노조 쪽을 보면 너무나 공식적인 영상들, 격렬한 투쟁의 장면들만 찍으라고 요구하는 편향이 있는 것 같다. 영화인들이 느끼기엔 다소 도구적으로 만드는 지점이 있는 거 같고 독립영화 쪽을 보면 (제가 독립영화계를 잘 몰라서 함부로 말할 수는 없는데) 노동을 이야기하는 것을 좀 촌스러워하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그건 영화를 만드는 영화인들이 고민해야할 지점인데, 사실은 노동이라는 의제, 사회적 문제들이 가지고 있는 느낌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노동 문제를 말하는 것이 한물갔다는 인식이라든지…. 어쨌든 이런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이번에 돌아다니면서 보니까 지역의 영상 활동가들이 다 깨져있다. 영화를 본다는 것의 의미도 점점 더 오락적이고 개인적인 소비로 이루어지고 있고, 점점 더 유통과 플랫폼의 힘이 엄청 강해지는 상황에서 이게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본다는 것이 그런 방식밖에 없는가를 돌아보았으면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공동체 상영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함께 영화를 보고 얘기를 나누고 거기에 모인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룬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다시 되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게 가능하기 위해선 뭐가 필요한가? 지역의 영상 활동가에겐 뭘 해줘야 하나? 노동배급네트워크는 지역 노조들에게 지역 영상활동가의 활동을 지원하고 시민들과 만나는 노력을 하도록 만들려는 거다. 예전에 있었던 시도들에 이어서 계속해서 이 화두를 던지는 것은 공동체상영이라는 것이 여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화두: 독립을 넘어 자립으로
 


ACT!: 결국 독립성과 예산 한계의 딜레마로 귀결되는데.

 

이: 지역의 상영공간들이 지역 미디어센터 덕분에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당신과 나의 전쟁]은 반정부 영화라고 해서 딱 두 번 틀 수 있었다. 미디어 활동가들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는 것이 전혀 아니라 지자체가 그렇게 나온다는 거다. 지자체의 돈을 받으면서 독립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는 방식으로 상황이 돌아가고 있다. 내가 이번에 느낀 것은 지역 활동가들이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역 거점을 어디로 할 건지, 그리고 그 지역 거점에서는 정말 독립성의 문제가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이번에 영진위의 독립영화전용관이나 영상미디어센터 문제와도 연관이 되는 거고 [뉴타운컬쳐파티] 프로젝트와도 연관이 되는 거다.(*주1) 그러니까 독립을 넘어서 자립을 하지 않으면 정말 힘들어졌다. 그걸 말로만 하지 말고 직접 사례와 평가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개별 영화를 넘어서 사회적 합의와 시스템, 사례가 축적이 되어야 한다. [뉴타운컬쳐파티]가 인디 음악의 물적 기반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우리가 우리의 의지로서 물적 기반을 만들어내야 국가와 자본과도 할 얘기가 있게 되었다.

 

 

ACT!: 그런 의미에서 [뉴타운컬쳐파티]가 정말 잘돼야겠다.

 

이: 지금 260명 정도에 천만 원 정도 모았다. 이 프로젝트는 10월까지 갈 예정이다. 초기에는 우리도 개념을 못 잡아서 많이 헤맸는데 차차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얘기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ACT!: 오늘 인터뷰 감사하다.

 


* 주1. [뉴타운컬쳐파티]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이번 호 ACT!(74호) 이슈와 현장 원고를 참조하세요.

 

 


* 관련기사


- 정재은, 사람이 없었던 쌍용차 77일, 사진기록집을 내며, ACT! 67호 리뷰, 2009.11.30


- 임안섭, 당신과 나의 전쟁 vs 외면 혹은 체념 - 나의 선택은?, ACT! 70호 리뷰, 2010.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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