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12월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열린 정책포럼에서는 국내외 OTT 현황을 살펴보고, 독립영화의 관점에서 어떻게 OTT를 바라보고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독립영화의 도전과 가능성을 만들어가기 위해 포럼 현장에서 나온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서울독립영화제는 매년 독립영화 관련 다양한 담론과 이슈들을 이야기하는 정책 포럼을 개최해 오고 있다. 올해의 정책 포럼은 ‘OTT 시대, 독립영화의 도전과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12월 6일 16시 아이러브센터에서 진행됐다. 장은경(미디액트 사무국장)이 사회를 맡았으며 김지현(독립미디어연구소 공동대표), 이경진(인디그라운드), 박근범(영화감독), 최용준(전북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참석하여 현재 국내의 OTT 관련 이슈와 해외 사례, 독립영화의 관점에서 어떻게 OTT를 바라보고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포럼은 김지현 독립미디어연구소 공동대표의 “OTT와 독립영화의 생산적 관계 논의를 위한 이슈 점검”이라는 제목의 발제로 시작되었다. "이 포럼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목소리를 내보자는 취지로 참여하게 되었다"며 최근 원주아카데미 극장 철거의 절차적 문제, 한국 독립영화 전문 플랫폼 온피프엔 서비스 종료를 예시로 들며 글로벌 OTT로 인한 극장 소멸과 민간 플랫폼 소멸이 당연한 현상인지에 대한 의문으로 발제의 문을 열었다.
“OTT는 다량의 콘텐츠를 보유하여 이용자들에게 선택권의 폭을 늘리게 해준 서비스다. 그러나 ‘콘텐츠 생태계의 다양성은 보장받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우리는 독립영화계의 관점에서 현재 OTT 플랫폼을 바라볼 할 필요가 있다.”
- 김지현 독립미디어연구소 공동대표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망 사용료 문제’, ‘법인세 회피 문제’, ‘OTT와 IPTV의 영화 또는 방송통신발전기금 부담금 징수 문제’, ‘토종 OTT의 불공정 계약 논란’, ‘OTT 콘텐츠 제작 플랫폼의 갑질 문제’ 등 국내에서 OTT 플랫폼과 관련한 이슈가 지난 몇 년 간 여러 차례 제기되어 왔다. 또, 극장이나 영화제, 지역 언론, 지역문화예술, 영화 다양성이나 창작 지원 관련 예산 등 기존 미디어 문화에 대한 지원은 점점 축소되는데 레거시 미디어로부터 가져오던 기금의 공백은 채워지지 않은 채 OTT에 대한 지원은 대폭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발제는 OTT에 관한 독립영화계의 핵심 이슈로 3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공적 기금의 조성 및 운영에 관한 문제이다. 현재 한국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미국 다음으로 많은 영화를 제작투자하는 국가다. 그런 기업들과 영화 제작자들 사이에 생산적 관계를 맺으려면, 특히 독립영화의 관점에서 공적 기금 조성과 운용이 필요하다. 기존 영화진흥위원회나 콘텐츠진흥원이 맡고 있는 지원 사업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미디어 영역의 지원을 담당하는 독립 콘텐츠 진흥원을 만드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새롭게 부상하는 미디어 분야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하고 지금이 적기다.
창작자, 제작자의 노동 및 작업 환경도 매우 중요하다. 최근에는 노동 환경과 추가 수익 분배 문제에 대해 해외에서 작가노조와 배우노조 파업이 있었다. 해외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OTT와의 협상에서 창작자들이 교섭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독립영화/독립제작 콘텐츠의 유통 환경 지원 문제이다. 독립영화 제작은 단순한 이윤 창출이 목적이 아니다. 독립영화와 관객의 소통과 교감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의미는 창작의 지속 가능성과 연결되어 있고 그를 위해서는 하나의 창구에만 매달리는 것은 위험하다. 그 때문에 독립영화, 독립 제작 콘텐츠의 유통 환경 지원과 관련해 OTT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통 창구 확보가 필요하다. 상업적 플랫폼 뿐 아니라 비상업적, 공공적 OTT 플랫폼, 유통망 활성화도 지속적으로 이뤄내 OTT 서비스 그 자체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인디그라운드에서 운영하려고 하는 공공 플랫폼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지, 교육 시장처럼 중요한 공공 시장 영역을 앞으로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에 관한 전략 또한 필요하다. 이는 콘텐츠의 공공적 활용에 관한 사회적 환원과도 연결되는 문제이다.
이상 OTT 기업이 가져오는 국내 콘텐츠계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보았고, 흔히 생각하는 추가 수익 분배 또는 IP 독점 뿐 아니라 여러 이슈와 함께 노동, 기금 지원, OTT의 가능성까지 살펴볼 수 있는 발제였다.
두 번째 발제에서는 인디그라운드에서 국내외 네트워크를 담당하고 있는 이경진 활동가가 “영화계의 글로벌 OTT 협상 사례와 시사점”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였다. “해외 사례가 정답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프로젝트는 없는지, OTT의 기금 징수 현황이나 정책 개입 노력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것 같다”는 진행자(장은경 미디액트 사무국장)의 소개에 이어 이경진 발제자는 현재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정확한 로드맵 제시가 없는 문제점을 짚는 것으로 시작해 앞선 발제에 이어 국고 적자라며 모든 예산이 반토막 나는 상황이기에 재원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원 기금 상황도 전했다.
발제에 따르면 자율 규제적 차원에서 넷플릭스는 현재 각국 현지 조직들과의 협력을 위해 '형평성을 위한 창작발전기금'을 조성해서 지난 2년간 35개국에서 80여개 조직, 100여개 프로그램에 지원하고 있고 특히 여성과 유색인종에 관련한 지원을 많이 추진하고 있다. 미국, 인도, 동남아 지역에서는 영화제들과도 협력하고 있고 이외에도 각국에서 협력한 사례가 잇따른다.
한편, EU에서는 지난 2021부터 글로벌 OTT에 대한 본격적인 규제 적용을 통해, 유럽 콘텐츠와의 상생을 꾀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해오고 있다. EU의 AVMSD(audiovisual media services directive = 시청각미디어 서비스 지침) 개정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OTT도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와 비슷한 적용을 받도록 규정하고 유럽 내 제작 콘텐츠 30% 할당제 및 재정적 기여 의무 부과 등이 있다. 유럽에서 OTT 규제가 가장 먼저 적용된 국가는 프랑스이다. 프랑스에서 국내법 개정 후 OTT 사업자들과 각각 협상을 마친 상태이고 2022년부터 실제로 프랑스 콘텐츠에 의무 규정이 실행되었다.
“한 논문에 따르면 프랑스의 제도적 담론을 형성하는 데는 정부나 공공기관보다 창작자 조합의 힘이 매우 컸다고 한다. 언론 보도나 입장문을 보면 창작자 조합이 적극적으로 넷플릭스 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거나, 넷플릭스가 협상 중에 망설이는 태도를 보이면 바로 규탄 성명을 내는 등, 다방면으로 창작자들이 활동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당사자가 요구하지 않으면 정부는 절대 자발적으로 해주지 않는다.”
- 이경진 (독립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센터 인디그라운드 네트워크팀)
정부 외에도 현장에 있는 창작자들 움직임의 중요성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새로운 조직을 구성하고, 논의를 만들어가는 움직임은 당장 산업에 포함되어 있는 제작자들에 의해서 가능하다. 실제로 EU의 OTT 관련 법 개정에서도 창작자와 제작자조합, 조직들이 큰 역할을 했다. 더불어 프랑스에서는 넷플릭스가 3년간 2억 유로씩 투자를 약속했지만,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에 할당하는 비율이 낮아 관련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OTT와의 협상에서 프랑스처럼 어떤 카드를 낼 수 있을까, 한국 독립영화가 얼마나 OTT의 협상력을 가질 수 있을까, 이런 고민으로 위축될 법도 하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중요한 건 한국 영화가 국내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영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산업도 미래가 없다는 사실이다. 한국 영화의 근간에는 그 시대의 독창적인 시선을 담은 독립영화가 있고, 독립영화가 살아남지 못하면 한국 영화 전체가 위험에 처할 것이다. 우리는 이를 잊지 않고 상기해야 한다.”
- 이경진 (독립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센터 인디그라운드 네트워크팀)
발제가 끝난 후 패널들(박근범 감독, 최용준 전북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과 함께하는 토의 시간이 이루어졌다. 박근범 감독은 “우리나라는 제작자가 OTT에 납품하는 형식이다. 제작사 내부의 기준에 맞춰 OTT가 돈을 지불하고 영화사는 정해진 기간 내 납품하면 모든 거래 제작 과정이 종료된다. 이후에 제작자들에게는 명예만 남는다”며 독립영화 제작자이자 최근 OTT 플랫폼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통해 IP가 플랫폼에 넘어가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전했다.
최용준 교수는 플랫폼을 통해 영화 콘텐츠와 방송 콘텐츠가 만나게 되었는데 어째서 지금까지 OTT 플랫폼 관련 규제나 법안이 만들어지지 않았는지에 대해 말하며 토의를 시작했다. OTT는 워낙 큰 사업이라 관할조차 나누어지지 못한 것이 문제였고 그렇기 때문에 규제 방법, 세금을 받고 이용할 방법 등이 전혀 논의되지 못한 것이었다. 이외에도 방송법과 OTT 관련 법 관련 이슈들과 문제들을 짚으며 현재 상황에 대해 알렸다.
긴 발제와 토론 끝에 짧은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그런데도 30분 넘게 예정 시간보다 지연이 있었다. 포럼 참여자로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워낙 짧았기에 아쉬움이 컸다. 포럼에 참여하며 유럽의 방식이 과연 한국에 적용 가능한지, 한국독립영화협회의 협상 의지는 있는지, 창작자 조합 또는 집단이 없는 것의 이유는 무엇인지, 창작자들은 OTT 플랫폼과 관련된 규제를 인지하고 있거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지, 관련해서 해외 조직에 참여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는지 등 궁금한 점들이 피어났기 때문에 앞으로도 관련 의제들에 초점을 맞추어 공부해 볼 의지가 생겼다. 또한 영상물등급위원회나 방송통신위원회에서 OTT 플랫폼에 자체 심의권을 주었을 때 그 조건으로 영화발전기금이나 방송발전기금 납부라는 조건을 달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등의 현재까지 진행된 관련 사항 중에서 아쉬운 대목도 있었다.
콘텐츠 생태계와 발전을 위해 창작자들의 움직임도 중요하지만 결국 창작자와 기업 모두를 움직이는 건 이용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용자들에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OTT 플랫폼의 독립영화 “큐레이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OTT 플랫폼 웨이브에서 인디그라운드 라이브러리의 작품들을 메인에 노출하고 제공하는 일종의 협업을 진행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해당 기간 최다 시청 10순위에 독립영화가 평균적으로 2~3편 들어갈 정도로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이후에 다시 협업이 진행되지는 못하였다. 결과적으로 아쉬울지는 몰라도 큐레이션을 통한 대안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법제화 진행 시 고려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처럼 OTT 플랫폼 기업과의 협상을 통해 그 서비스 자체를 이용할 수 있는 고민해 봐야 한다.
“OTT 시대, 독립영화의 도전과 가능성” 처음 이 제목을 보며 이제라도 OTT 플랫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반가움과 이제서야 나눈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티빙, 웨이브, 왓챠, 퍼플레이 등 수많은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그 콘텐츠들이 플랫폼들과 콘텐츠들, 제작자 등이 어떤 계약을 맺고 어떤 관계로 얽혀 있는지 알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전 세계에서 히트하던 < 오징어 게임 >을 통해 넷플릭스가 약 1조 원 이상을 벌어들였지만, 황동혁 감독 및 제작자 측은 추가 수익이 없었다는 보도가 나오며 OTT에는 콘텐츠 IP(지식재산권 자산)이 완전히 넘어가게 된다는 정도만 겨우 사람들에게 논쟁거리가 될 뿐이었다.
포럼에 참여했던 패널들은 한국 콘텐츠의 무한한 가능성을 언급하며 아쉬운 이야기들을 많이 나눴지만 그만큼 희망적일 수 있다며 지치지 말고 힘내자는 응원의 말로 마무리 지었다. 많은 사람들의 환영 속에서 OTT가 들어오고 어느 새 5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절대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늦은 만큼 더 철저히 준비해 플랫폼 사업자들로부터 확실한 기금 마련과 지원을 받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사랑하는 OTT 플랫폼 이용자로서, 한국의 독립영화/독립제작 콘텐츠들이 더 많은 곳에 당당히 일어설 수 있도록, 한국의 콘텐츠 다양성이 보장되는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힘을 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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