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최근 할리우드 영화 및 방송 작가들이 속한 미국작가조합(WGA)과 배우·방송인조합(SAG-AFTRA)의 파업으로 할리우드와 영화 산업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9월 27일, WGA와 영화·TV 제작자연맹(AMPTP)이 도출한 잠정합의안으로 공식적인 파업은 종료되었는데요. 그러나 아직 SAG-AFTRA와 AMPTP 간 협상은 끝나지 않은 상황이며 생성형 AI와 일자리, OTT 산업 정책 등이 얽혀 촉발된 문제는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후에는 보다 첨예한 대립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건 아닐까요. ACT! 미디어인터내셔널 코너에서는 이번 137호와 다음 138호, 두 호에 걸쳐 WGA와 SAG-AFTRA 파업의 내용과 쟁점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 ACT! 편집위원 김서율
지난 9월 27일 WGA(Writers Guild of America)는 공식적으로 파업을 철회했다. 5월 2일 파업을 시작한 지 148일 만이다. 9월 25일 WGA와 AMPTP(Alliance of Motion Picture and Television Producers)의 잠정 합의안이 도출되었고, 27일 WGA 회원의 99% 지지로 WGA의 공식적인 파업은 종료(*주1)되었다. 이번 파업은 헐리우드 역사상 두 번째로 긴 파업이었으며, 7월 14일 SAG-AFTRA(Screen Actors Guild – American Federation of Television and Radio Artists)의 파업 합류로 헐리우드 내 두 번째 더블 파업으로 기록되었다.
이번 파업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AI의 활용이었다. WGA는 OTT 기업들이 수익 창출을 이유로 착취와 불공정거래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그 주장의 세부 항목에는 생성형 AI의 도입도 포함되어 있었다. WGA는 파업을 통해 제작사가 생성형 AI를 사용하여 스토리를 구성하거나 기존 작가의 작품을 재작성하지 않는 데 동의할 것을 요구(*주2)했었다. 이는 생성형 AI가 기존의 여러 작품을 학습한 후 이를 토대로 스토리의 초안과 구성을 만들어낸 이후, 전문 작가들이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을 적용할 경우 작가들의 입지는 줄어들고 작가들이 받을 수 있는 보수도 적어진다는 WGA 회원들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었다.
WGA는 이번 파업을 통해 작가의 동의 없이 AI를 활용할 수 없다는 잠정 합의안을 도출되며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성과들 덕분에 2023 WGA 파업은 성공한 파업으로 평가받는 듯하다. 〈미디어오늘〉의 박재령 기자는 「할리우드 파업 종료에 “환상적인 승리” 평가 나오는 이유」(2023.10.05.)라는 제목의 기사를 송출하며 “WGA는 이번 합의안에 연간 약 2억 3300만 달러 가치의 개선 사항이 포함돼 있다고 추산했다”고 전했다. 더불어 “작가가 받는 크레딧, 보상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연구 도구로 AI를 사용할 수 있어 매우 똑똑한 결과가 나왔다. 이번 합의로 더 나은 결과물이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에 스튜디오 측도 손해가 아니다”라는 MIT 경제학자 사이먼 존슨의 인터뷰도 인용했다.
이 외에도 이번 WGA 파업의 잠정합의안에는 3.5% 이상의 임금 인상과 재상영분배금(Residual) 인상, Netflix를 비롯한 OTT 플랫폼의 시청률에 대한 투명성 강화 등이 포함되었다. 특히 한 프로젝트에 고용해야 하는 최소 인력 수를 명시하며 사실상 ‘미니룸’ 시스템에 대한 견제도 합의안을 통해 마련되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와 같은 합의안을 되돌아 본다면 WGA는 분명 파업을 통해 승리를 쟁취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공허한 영광’으로 남겨질 수도 있는 WGA의 승리
그러나 일각에서는 WGA의 승리가 WGA의 전체 회원에게 공정하게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Bloomberg의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팀 리더인 Lucas Shaw는 분석고를 통해 이번 WGA의 잠정 합의안이 “크리에이티브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컨센선스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트리밍 서비스 산업군 전반이 콘텐츠 생산을 위한 투자 지출에 신중해질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더불어 Disney와 Charter Communications이 케이블 채널 요임에 대한 분쟁에 들어갔음을 지적하며,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업계가 코드 커팅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코드커팅의 심화는 ‘프라임타임’ 등에 기대고 있는 TV 산업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작업량 자체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Hollywood Reporter 역시 코로나 이후 콘텐츠 재고량에 허덕이고 있는 대형 스튜디오들이 그동안 미뤄오던 대규모 축소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관측했다. Alex Weprin는 Hollywood Reporter에서 미국 노동 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파업 기간에만 영화 및 TV 분야에서 4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지적했으며, SAG-AFTRA의 협상 결과가 일자리 회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주3)이라고 내다봤다. CNN의 Brian Lowry 또한 Hollywood Reporter와 같은 관점에서 WGA 파업으로 인한 스튜디오들의 인력감축이 파업이 끝난 이후에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주4)했다.
특히 Brian Lowry는 “스트리밍으로 인한 변화를 포함하여 조합이 파업에 나서게 만든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번 잠정 합의안으로는 OTT로 인해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산업의 지형도를 정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바라보았다. 그는 “재능 있는 사람들은 개선된 보상을 받는 것에 만족할 수 있지만, 기회가 더 적어질 수 있다”며 “서비스 제공자가 더 큰 선택권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잠정 합의안을 평가(*주5)했다.
결국, 이번 파업의 잠정 합의안으로 인해 헐리우드 작가들의 빈부격차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번 파업으로 OTT 업계가 실질적인 피해를 본 상황도 아니다. Gizmodo의 Kyle Barr는 작년 말 Netflix가 런칭한 광고가 포함된 구독 모델 Basic이 Netflix에서 두 번째로 인기있는 서비스가 되었음을 지적하며 Netflix가 앞으로 본격적인 구독 비용 상승과 광고수익 확장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더불어 Amazon Prime Video는 연간 139달러의 Prime 구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며 앞으로 더 많은 OTT 서비스 제공자들이 소비자에게 고가의 서비스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주6)했다.
아래부터 올라오는 AI의 습격
이러한 상황이라면 아직 궤도로 올라오지 못한 수많은 전업 작가는 AI로 몰리게 될 가능성이 있다. 올해 6월 글로벌 컨설팅 기업 McKinsey는 생성형 AI의 경제적 파급을 진단한 리포트 「The economic potential of generative AI: The next productivity frontier」라는 보고서를 출판했다. 이 보고서에서 McKinsey는 AI 활용은 기업 주도 등과 같이 ‘위로부터 시작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McKinsey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생성형 AI가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생성형 AI 기술력 자체보다는 AI 응용력에 따른 잠재적 가치에 기댄 바가 크다. 따라서 업무 간 통합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산업 전반의 체계와 특성상, AI의 기능을 규정하지 못하면 조직 내에서 전문화된 역할을 맡기 힘들다.
이는 곧 AI의 활용은 늘어날 테지만, 개인이 스스로 업무 효율을 위해 AI를 활용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이야기와 같다. 즉, AI는 뚜렷한 적을 두지 못한 프리랜서들이 사용하는 전반적인 기술이 될 가능성이 높다. McKinsey는 위와 같은 상황이 AI의 일상화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고 평가하며 글로벌 경제지표에서 나타나는 생산성 성장의 둔화와 고용 감소 및 근로자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규모 감소에 대한 부분적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동시에 생성형 AI가 전에 없던 중대한 과제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하며, 산업계는 이미 몇 가지 중대한 과제에 당면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노동력을 재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영화・드라마・광고와 같은 크리에이티브 산업 전반에서도 마찬가지다. 결국, WGA가 도출한 잠정 합의안은 WGA에 속한 대다수 작가보다 브랜딩에 성공한 특정한 고임금 작가에게 유리하게 작동할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보조작가와 프리랜서 전업 작가는 그나마 줄어든 일감 덕분에 특정한 전문성 없이 빠르게 일을 쳐내기 위해 AI 서비스를 구독할 것이며, 공산품이 아닌 크리에이티브는 소수를 위한 고가의 서비스로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이번 WGA의 잠정 합의안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CNN의 Brian Lowry는 기사의 끝자락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작가와 배우의 단결이 성취한 성과를 축소해서는 안 되며, 향후 3~6년 안에 이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스트리밍과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믿음에 동참해야 한다”.□
*주
1) KiMi Robinson, “Hollywood writers officially ratify new contract with studios that ended 5-month strike”, USA Today, 2023.10.09.
2) 한국저작권위원회, “헐리우드 파업 여파와 본격화되는 기업들의 AI 활용”, 저작권 이슈 트렌드, 2023.08.
3) Alex Weprin, “Film and TV Business Has Lost 45K Jobs Since Labor Strikes Began, U.S. Labor Report Says”, Hollywood Reporter, 2023.10.06.
4) Brian Lowry “The WGA strike might be ending, but Hollywood’s bigger problems aren’t”, CNN, 2023.09.25.
5) 위의 글.
6) Kyle Barr, “Netflix Reportedly Plans Another Price Hike When This Strike Business Is Over”, GIZMODO, 2023.10.03.
글쓴이. 이현재
경희대학교 K컬쳐・스토리콘텐츠연구소, 리서치앤컨설팅그룹 STRABASE 연구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시네마 크리티크」 정기평론가.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한국콘텐츠진흥원) 「저작권 기술 산업 동향 조사 분석」(한국저작권위원회) 등에 참여했다. 2020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부문, 2021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만화평론부문 신인평론상, 2023 게임문화재단 게임제네레이션 비평상에 당선되어 다양한 분야에서 평론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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