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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카데미 극장을 지키는 이유 - 원주 ‘아카데미의 친구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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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3. 7. 1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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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36호 이슈와 현장 2023.08.03.]

 

우리가 아카데미 극장을 지키는 이유 - 원주 ‘아카데미의 친구들’ 인터뷰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이세린, 김세영(ACT! 편집위원회)

 

▲ 원주 아카데미극장 모습 (출처 : 아카데미의 친구들)

 

 언젠가부터 소식이 들려왔다. 강원도 원주에 오래 된 극장이 있는데, 거길 지키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비오는 날의 거리 행진 사진, 몇 번의 다급한 서명 요청이 전해진 이후에 이번에는 이런 사람들이, 이번에는 저런 사람들이 극장 앞 농성 중인 노란 텐트를 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이렇게 아카데미 극장의 소식을 접하게 된 것이 정확히는 벌써 몇 개월이나 되었다고 한다. 

 궁금했다. 전국 곳곳에 사라져버린 극장은 이미 많을텐데, 이 극장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아보일까.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절실해보일까. ‘원형이 보존된 유일한 단관극장’이라는 아카데미 극장을 설명하는 문장이 이 사람들에게 가지는 의미는 뭘까. 철거되는 곳이라고 해서 늘 모두의 마음과 발길이 향하지는 않는 것을 알고 있다. 문득 이렇게 전해지는 소식들이 끝내 극장이 철거되었다는 뉴스로 바뀌어버릴까봐 두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이들이 품고 있는 마음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아카데미 극장 앞 텐트의 모습과 그 곳에 오가는 철거되지 않을 마음을 전하고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 인터뷰는 지난 2023.7.18. 신동화, 이주성 님과의 비대면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린다.
신동화 : 강원도 원주에서 ‘로컬 플리커’라는 단체를 운영한다. 원래 책방을 운영했다가 지금은 멈췄고, 주로 기획 쪽으로 일을 하고 있다. 마을 아카이브와 문화예술 프로그램들 위주로 진행 중이다.

 

이주성 : 저는 15년째 기타를 가르치고 있는 기타 강사다. 원주에 와서 산지는 7년째 됐다. 원주가 한동안 ‘그림책 도시’라는 슬로건을 밀었고, 원주 창의문화도시가 생기면서 관련 행사도 많았는데, 이를 계기로 그림책을 접하고 관련한 사업들에 스탭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지금은 원주영상미디어센터 ‘모두’에서 어르신들과 라디오 극을 만드는 <라디오 청춘극장>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에 다양하게 관심 가지고 활동하던 중 코로나19 당시 ‘하루만 여는 책방’을 시작해 지금 2년째 2년 넘게 진행하고 있다. 책방을 준비하면서 동화님이랑 알게 됐었다. 처음에 막 말리시다가 열심히 한번 해보라며 선배로서 도와주시기도 했고, 그러면서 인연을 가지고 오게 됐다. 

 

- ‘아카데미와 친구들’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신동화 : 2020년 당시, 극장 개방 행사를 통해 원주에 산 지 10년만에 처음 극장 내부를 들여다보게 됐다. 당시 이 극장은 보존돼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고, 그 계기로 지역 창작자들과 함께 인터뷰를 통해 <아카데미극장>이라는 아카이브집을 만들었다. 이후 계속 극장 보존 활동에 참여를 하다가, 2023년부터 ‘아카데미의 친구들’이라는 모임이 만들어지게 됐고 지금 ‘수호대장’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주성 : 아카데미가 진짜 상영관일 때 극장을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뒤늦게 극장 개방 행사에 가서 영화 상영, 전시 프로그램, 공연 등에 참여하면서 이것은 정말 원주에 되게 큰 보물 같다, 잘 보존되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전 시장님 계실 때 보존이 결정되었고, 시에서 32억이라는 큰 돈을 들여서 부지까지 다 매입을 한 상태여서, 모두가 극장이 보존되고 여기서 더 재미있는 행사들 많이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근데 지난 선거 때 시장님이 바뀌게 되면서 인수위원회에서 철거 쪽으로 다시 말이 나온다라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래서 작년 12월 아카데미 극장에 대한 시의회 질의 응답을 저와 동화님을 포함한 4명이 방청을 갔었다. 그 자리에서 시장님이 아카데미 극장이 별 가치가 없다라고 말씀하시는 데 분노했고, 우리가 다시 아카데미 극장을 보존하는 데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자고 해서 ‘아카데미의 친구들’이 결성되었다. 함께 방문했던 박지혜 대표, 오현택 대표를 포함하여 4명이 ‘수호대장’ 역할을 맡고 있다. 지금은 원주의 원로 분들을 포함해 조금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아카데미의 친구들 범시민연대’까지 커지게 되었다.

 

▲ 지난 2023.4.10. 원주시장과의 첫 면담 당시 현장 (출처 : 아카데미의 친구들)

 

- 최근 비 소식으로 천막 활동이 걱정된다. 텐트에서의 활동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신동화 : 텐트는 매일 10시에 열어서 저녁 8시에 닫는다. 텐트가 크고 무거워서 오픈, 클로즈할 때 최소 4명이 필요하다. 수호대장들이 텐트를 열면 범시민연대의 단체나 개인분들이 오셔서 지킴이를 해주신다. 범시민연대에는 원주권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을 포함해 전국의 약 100여개의 단체가 포함돼 있다. 로테이션으로 텐트를 지키거나 지지 방문을 해주고 계신다.

이주성 : 처음에는 텐트를 24시간 운영하려고 했다. 아카데미 극장이 보존이 되든 철거가 되든, 끝을 볼 때까지 텐트는 접을 수 없다는 각오까지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텐트를 치려던 날이 6월 7일이었는데, 어떻게 정보가 샜는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텐트를 칠 수 없게끔 6월 6일에 아카데미 극장 앞이 펜스로 막혀있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그 건너편에 텐트를 치게 됐고, 시에서 바로 계고장을 붙였다. 벌금을 물어야 할 위기까지 되니, 원로분들께서 “우리가 우리의 정신을 이어나가는 게 중요한 거지 텐트에 이렇게까지 에너지를 소비하고 불법을 감수할 필요는 없지 않겠냐,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매일 폈다 접었다를 해보는 건 어떻겠냐”라고 조언해 주셨고, 현재의 시스템이 됐다.
 저희 텐트 앞이 풍물장이다. 5일장이 열리는 날 저녁에는 원로분들과 수호대장들의 보이는 라디오로 강연이 진행된다. 금요일마다 원주의 감독님들이 만드신 영화들도 상영하고, 지난주에는 원주의 뮤지션들이 함께하는 버스킹 파티를 하기도 했다. 우린 지금 안에 들어갈 수 없으니 원주 아카데미 극장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바깥에서 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라는 취지로 프로그램들을 진행 중이다.

 

▲ ‘텐트 밖 아카데미’ 활동 모습 (출처 : 아카데미의 친구들)

- 관련해서 지역 주민분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신동화 : 매일 아침 체크를 하러 오시는 할아버지가 계신다. 매일 아침 오셔가지고 “그래서 이거 어떻게 한대?” 맨날 체크하고 가신다. (웃음) 어르신들은 이 사안을 잘 모르셔서 오시면 설명해 드리기도 한다. 

인상 깊었던 일은, 제가 학성동이라는 원주 원도심 외곽의 성매매 집결지가 있는 오래된 동네에서 올해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어르신을 만나서 마을을 걷고 마을에 관한 그림을 그리는데, 어르신이 아카데미 극장 이야기를 하시더라. 그래서 극장 철거 소식과 보존 활동을 알려드렸더니, 극장을 너무 잘 알고 있고 2020년 개방 행사에도 손주와 참여를 하셨다고 한다. 연세가 70대이신데도 당시를 너무 명확하게 기억하고 계셨고, 돕지 못하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하셨다. 알고 보니 그 분은 주성 님이 영상미디어센터에서 시니어 어르신과 진행했던 음악 프로그램에도 참여를 하셨던 분이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었다. 

 사실 저희랑 대립하는 분들 중에서도 어르신 분들이 많다. 예컨대 풍물시장 상인 분들. 그래서 어르신들은 다 경제적 논리를 우선하고 돈이 안 되는 문화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위축됐던 부분이 있었는데,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는구나 알게 됐다.

 

- 현재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원주의 문화예술인과 지역 원로들의 참여 동기는 무엇일까. 최근에는 전국으로 연대가 확장된 모습도 보인다.

신동화 : 2016년에 방치된 극장의 잠재적 가치를 발견하고 극장을 보존해야 한다고 문화기획자, 예술가, 건축가가 모여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다양한 층위의 시민이 모여 극장을 지키고자 하는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 이후 2020년 개방 행사인 <안녕 아카데미>를 통해 극장의 곳곳을 다니며 연극, 공연, 그림책 워크숍, 북토크, 강연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아카데미극장이 그동안 우리 지역에서 만나지 못했던 새로운 문화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맛보게 되었다. 원주의 역사성을 담은 지역의 문화 자산이 지역의 문화예술을 꿈꿀 수 있는 플랫폼으로 사용될 수 있겠다는 미래를 엿본 것이다.

 

▲ 아카데미 극장 개방 행사 당시 진행된 ‘아카데미 책방’, 연극 ‘붉은 분노’ (극단 노뜰) (출처 : 아카데미의 친구들)

신동화 :  ‘아카데미의 친구들’을 처음 시작할 때는 문화예술인 특성상 청년 단위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다 거리 행진을 한번 했었는데, 그날 비가 엄청 많이 오고 되게 애를 썼는데도 불구하고 극장에 대한 시의 확고함이 흔들리지가 않더라. 그래서 되게 좌절했는데, 그 때 우리의 이 인적 자원 가지고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수의 젊은 문화예술인들만 극장 보존을 원한다’라는 프레임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 더 묵직한 말씀을 해 주실 분들이 필요했는데, 마침 그런 자리가 만들어졌고, 거기 참석해주신 원로분들이 마음이 동하셨던 것 같다. 민주화 운동하셨던, 사회적 경제 활동을 하셨던 지역의 선배 시민분들, 교수님들, 지역 대학의 사학 비리에 맞서 싸워주신 분들이 오셔서 저희를 지지해 주시고 응원한다고 하셨고, 그런 계기로 원로 공동대표님들도 모셨고 그러면서 더 큰 조직으로 커질 수 있었다.

이주성 : 동화 님이 만들었던 아카이브 책에 자세히 나와 있는데, 지금 아카데미 극장이 있는 곳은 원주의 C도로라고 불리는 곳이다. 큰 대로변이 3개라 ‘abc 도로’라고도 불렸다. 원래 이 곳에는 아카데미 극장 외에도 4개의 극장이 더 있었다. 만약에 이 극장들이 다 남아 있었다면 정말 전국의 어떤 영화제보다도 성황했을 거라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곤 했다. 그런데 멀티플렉스에 밀리면서 영화관들이 하나하나 폐가를 하게 됐고, 정말 딱 아카데미 극장 하나만 남게 됐다. 그래서 시민들이 ‘이것만은 정말 지켜야 된다’는 공감대를 많이 가져주시는 것 같다.

처음에 아카데미 극장을 지키기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곳에서 ‘띠잇기’를 한번 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우리가 손과 손을 맞잡아서 아카데미 극장을 빙 둘러 우리 마음속에 먼저 아카데미를 품을 수 있다면 그것부터 한번 진행해 보자는 취지였다. 첫 번째 행사 때는 스무 명이 채 안 오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 거기서 포기하지 않고 두 번째 세 번째 계속 나가게 되면서 마지막 행진 때에는 한 150명 이상 오셨었다. 사람이 늘어나고 많이 알려지게 되니 전국적으로도 관심 가져주신 것 같다. 온라인 서명을 받을 땐 우리에게 이름이 익숙한 배우들이 자기 이름을 밝히고서 응원의 메시지를 써주기도 했다. 영화인들도 함께 아카데미 극장을 지키는 데에 동참하고 있구나 해서 또 힘을 많이 받았었다.

 

 

▲ 다섯번째 띠잇기 행사 당시 현장 영상 (출처 : 안녕 아카데미 유튜브)

 

- 지금까지 활동을 보면, 힘든 상황이지만 ‘힘겹게’ 해내지 않으려는 의지가 느껴지는데 맞나. 

이주성 : 맞다. 함께해 주시는 분들이 정말 다 같은 마음으로 즐겁게 참여해 주고 계시고, 저희도 어떻게 해서든지 무겁기보다는 조금 더 재미있게, 그리고 우리가 잘하는 게 문화예술이니까 문화예술을 최대한 활용해서 그런 것들로 우리의 강점을 살려서 집회에 이용해보자라고 생각을 해서 진행했던 것들을 많은 분들이 또 좋게 봐주셨다.

신동화 : 저희도 다 생업을 하면서 해야 되기 때문에, 저 같은 경우에 특히 아이도 키우면서 하다 보니 진짜 반년 동안 정신 없이 살고 있다. 너무 몰두하다 보면 삶의 패턴이 무너지고 균형이 무너지고 힘들어지기도 했다. 그럼 안 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우리가 사랑하고 우리가 바라는 ‘문화’라는 것은 그런 게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아카데미 극장 지키는 방법도 그냥 우리가 사랑하는 그 방식대로 즐기면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그 문화 예술을 떠올렸을 때 아카데미가 같이 떠오른다면 좋겠다.

▲ 텐트에서 참여할 수 있는 컬러링 및 종이접기 활동 (출처 : 아카데미의 친구들)

이주성 : 저도 여태까지 평생 살면서 뭐 하나에 이렇게 몰입해본적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동료들과 “나는 요즘 아카데미 극장 보존 활동하는 데 90% 이상을 쓰고 있는 것 같아”라고 얘기를 했었다. 기타를 가르치고 있는 그 시간에도, 같은 시간대에 아카데미 극장 회의가 열리고 있으면 온통 신경이 다 거기 가 있기도 했다. 최근 감기로 너무 아파서 이 밸런스를 잘 맞춰야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제가 감당해야 될 부분들을 하지 못하는 것에 너무나도 동료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나를 위해서보다 우리를 위해서, 우리 아카데미 극장을 위해서라는 마음이 더 커져 버린, 함께하는 분들이 그런 마음이라는 걸 서로 알고 있기 때문에 더 끈끈하게 이어갈 수 있지 않나 싶다. 힘들어도 버틸 수 있는 힘이 동료인 것 같다.


- 원주시의 입장 중에 꼭 반박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주성 : 얼마 전에 시장님께서 “일단 극장을 밀고 극장 터에서 영화를 틀겠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 지나가는 많은 시민들이 그 영화를 즐길 수 있지 않겠냐 라고 말씀하셨는데, 문화에 대한 감수성이 많이 부족하시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활동을 하다보면 도대체 여기에 뭐가 있길래, 어떠한 이권이 개입되어 있길래 이렇게까지 논리에 안 맞게 행정적으로 무리수를 둬가면서 철거를 강행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에 대해선 끝까지 모를 수도 있겠지만, 문화예술이라는 게 돈의 논리로, 힘의 논리로 좌지우지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신동화 : 문화에 대한 감수성이 차이가 난다고 보는 건, 행정은 결국에는 돈을 어디에다 쓰느냐일텐데, 시장님 공약을 보면 향후 문화예술 관련된 예산들을 다 복지나 개발 쪽으로 사용하게 되어 있다. 가장 많은 비율로 줄어드는 것이 문화예술 관련 예산이다.
‘꿈이룸 사업’이라고 해서 초등학생 1학년부터 6학년을 대상으로 월 10만 원씩 예체능 학원비를 지원해주는 사업이 있다. 그러니까 김연아나 손흥민이나 손열음 같은 유명인사를 목표로 삼아서 학원비를 지원해주는 그런 정책인데, 이게 바로 시장님이 생각하는 문화예술인 것 같다. 그러니까 그런 일들이 사교육으로 될 것 같다는 생각, 문화예술이 자생했던 씬들은 다 짓밟고 사교육을 들이부으면 문화예술 도시가 될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계신 시장님과 싸우고 있어 무력하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하다.

 

▲ 아카데미 극장에 걸린 현수막과 연대인들의 ‘시민 한마디’ 참여 모습 (출처 : 아카데미의의 친구들)

 

-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게 내다보고 계신가. 극장이 끝내 철거가 될수도 있을텐데.

신동화 : 다들 체감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어쨌든 철거안과 철거 예산안은 시의회에서 의결되었고, 행정적으로는 8월 초에 철거 절차가 진행된다고 한다. 지금도 알게 모르게 진행은 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예컨대 내부에 있는 물건들 옮기려고 리스트업을 다 해놓은 상태고, 옮겨질 공간도 확보가 된 상태다. 철거가 끝내 진행된다면, 그렇다면 우리의 이 다음 싸움은 어떤 것일까를 개인적으로 고민하게 된다. 
 철거 이후의 것도 고민을 해보고 있지만, 먼저 철거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일단 극장 앞에 텐트를 치고 50일 째(*2023.7.25 기준) 극장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법적대응이나 전국 차원의 공론화를 위해 다양한 트랙에서 애를 쓰고 있다. 그럼에도 만약에 철거가 된다면 저희들이 다치지 않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같이 힘썼던 사람들이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그래서 뭔가 주저앉아 버리지 않도록, 그걸 제일 신경 써야 될 것 같다.

 그 이후에는 뭘 해야 할까? 공론화를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저희도 법적 자문 구하려고 서울에 갔다가, 전국에 이런 쫓겨나는 공간 사례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서울 마포구 사례도 마찬가지다. 이런 자산들은 사실 ‘커먼즈’라고 얘기한다. 시민이 시에 신탁으로 맡긴 것이지, 그 소유는 시민에게 있음에도 이런 일들이 자행되고 있다. 전국에서 연대해보면 어떨까. 하지만 우선은 철거가 되지 않도록 여기저기 알리는 게 먼저일 것이다. 그래서 열심히 하고 있다. 

이주성 : 야구의 가장 재밌는 시점은 ‘9회 말 2아웃 시점’이다. 그때까지도 끝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 기울었다 하더라도 그때서부터 점수를 내서 역전되는 경기들이 너무 많다. 분명히 우리가 더 열심히 노력한다면 만루 홈런을 쳐서 역전할 거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다. 처음에는 여기까지 올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시의 계획대로 되었다면 진작 철거되고도 남았을 시간이 다 지나갔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간다면 아카데미 극장이 내년에도 그 자리에 서 있을 거고 내후년에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저희들이 정성적으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정량적으로도 사람이 많이 늘어났지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과정을 겪으면서 굉장히 많이 배웠다. 이 연대와 끈끈함을 가지고 앞으로 무언가를 한다면 또 다른 것들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일이 어떻게 보면 원주의 위기이지만, 또 얻어낸 것들이 있고 그것들이 저는 굉장히 크다고 본다. 그럼에도 어쨌든 저는 우리가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다. □


더 찾아보면 좋은 자료들
- 아카데미극장 시민활동 아카이브 https://readmore.do/HSTh
아카데미 극장 철거에 관련한 이슈와 자료를 시간 순서대로 살펴볼 수 있다.
- 아카데미의 친구들 인스타그램 @wonjuacademy1963
- 아카데미의 친구들 페이스북 '안녕 아카데미'
- 아카데미의 친구들 유튜브 '안녕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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