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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에서 영화의 확장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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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3. 10. 13.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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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8월 21일 미디액트에서는 대만에서 개최된 문화연구학회 주요 참가자들을 초청해 '뉴내러티브: 기술과 공동체를 매개로 한 영화의 확장'이란 제목의 국제 포럼을 진행했습니다. 새로운 영화 창작 기술이 기존의 영화 창작자에게 제기하는 가능성과 어려움에서부터 교육, 공동체와의 연계, 거버넌스와 지원구조를 포괄하는 안정적인 생태계 구축을 위한 과제까지 대만 문화연구학회와 미디액트 포럼 현장에서 나온 다양한 얘기들을 김수지 독립연구자가 갈무리하여 정리한 원고를 준비했습니다. 사회적 참여와 결부해 새로운 영화 창작 기술의 가능성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본 원고는 인디앤임팩트 뉴스레터에도 공동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ACT! 137호 이슈와 현장 2023.11.08.]

 

지금 여기에서 영화의 확장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 탈식민지적 실천으로서의 XR 매체를 고민해본 대만 ACS Re-siting Cinema 라운드테이블 참가기와 미디액트 ‘임팩트 시네마 포럼’에 대한 보고

 

김수지

 


공동체와 창작자들, 학계의 연계 속에서, 사회적 참여와 결부해 새로운 기술, 새로운 미디어를 어떻게 논의할 수 있을까? 2023년 8월 10일부터 15일까지 대만 신주시에 위치한 국립 양밍차오퉁 대학에서는 ‘21세기 탈식민지화’를 주제로 ACS(Association for Cultural Studies) 학회가 열렸고 여기서 ‘사회 참여와 예술적 개입’이라는 모듈에 필자는 아티스트 리서처이기도 한 Tammy Ko Robinson 교수, 캐나다 릴아시아 영화제 아티스틱 디렉터이자 영화감독인 Aram Siu Wai Collier, 인도네시아 미니키노 단편영화제 프로그램 디렉터인 Fransiska Prihadi, 김경묵 감독과 함께 참여했다. 그리고 8월 21일 미디액트에서 ‘뉴내러티브: 새로운 기술과 공동체를 매개로 확장되는 영화들’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포럼에서 대만에서의 논의들을 공유하기도 했다. 본고는 이 자리들에서 정리된 물음들을 갈무리하기 위한 것이다. 본고의 제목을 통해 제기된 질문은 어떠한 하위 질문들을 통해 좀 더 구체적이고 생산적인 현실적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지를 두 자리들은 확인시켜 주었다. 하위 질문들에 대한 답은 장기간에 걸쳐 공동의 노력에 의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대만 국립양밍차오퉁 대학에서 열린 2023 ACS 

‘21세기 탈식민화’를 주제로 열린 2023 ACS Institute에는 17개국에서 온 100여명의 참여자가 참석했다. ‘탈식민화’라는 주제와 관련해 인식론적, 학제적, 제도적, 사법적 예술적 접근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졌고 ACS와 긴밀히 연결된 TARN(Transit Asia Research Network)이라는, 아시아 연구 학제적 네트워크의 출범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여기서 도입부에 소개한 모듈 참여자들과 함께 ‘영화 재배치시키기(Re-Siting Cinema)’라고 명명된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XR 기술들을 위시한 신기술들이 아시아 영화창작자 및 영화제 프로그래머, 학자들에게 탈식민주의적 실천으로서의 영화 지원과 제작상의 변화를 야기하고 새로운 조건들을 생성하는지, 어떠한 거버넌스를 구체화할 수 있을지 점검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 미디액트 스탭으로서 필자는 여기에서 공동체 및 영화 교육과 연계한 미디액트의 전력 및 현재의 활동을 소개했다.

이 라운드테이블이 열린 8월 14일 이전, 12일에는 ‘사회 참여와 예술적 개입’ 모듈 참가자들에 의한 ‘VR 상영 및 시연 워크숍’이 이루어졌다. 여기서 김경묵 감독은 자신의 VR 작품 <5.25m²>의 구현 과정에 대해, Aram Siu Wai Collier와 Fransiska Prihadi는 각각 릴아시안 영화제와 미니키노 단편 영화제를 통해 XR영화에 대한 지원과 상영을 어떠한 기획 하에서 진행했는지에 대해 밝혔다.

△ 2023 ACS Institute 입간판



김경묵 감독은 자신의 VR 작품 <5.25m²> 제작 과정을 선보였다. 헤드셋을 쓰면 VR영화는 물리적으로 창작자가 구현한 크기의 공간에 보는 사람을 처하게 한다는 점을 논하며 김경묵 감독은 이야기를 열었다. 양심적 병역거부로 2015년 수감된 후 언론을 통해 김경묵 감독의 이야기가 다루어지게 되면서 독방에 수감되고, 이 때 절감했던 고립감과 무력함을 동반한 트라우마를 남긴 경험이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현존함을 절감하면서 이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던 배경, 배우와 카메라를 활용한 ‘전통적’ 영화 제작 방식에서 탈피해 3D 카메라로 수감복을 제작해 입고 본인의 몸을 스캐닝하면서 독방에 기거하는 ‘유령적 존재’를 구현하고, 감독에게는 새로운 언어에 해당하는 유니티와 같은 게임엔진의 제어 및 활용 방법을 습득하고 작품화에 이르기까지 마주했던 구현 과정에서의 고민이 공유되었다.

 

△ 워크숍에서 <5.25m>의 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하는 김경묵 감독



△ 김경묵 감독의 <5.25m>을 헤드셋을 착용해 체험하는 참여자들



Aram Siu Wai Collier는 1997년 시작된 릴아시안 영화제에서 2017년부터 VR 영화제를 선보이면서 직면한 기술적 어려움들을 토로하는 동시에 일본계 캐나다인 감독 Randall Okita의 VR 게임과 작품들이 어떻게 흥미롭게 캐나다계 아시아인의 역사 및 아젠다와 새로운 기술의 결합을 구체화했는지를 보여주며 새로운 미학과 담론화가 확인 가능한 지점들을 설명했다. 

 

 

△ Randall Okita의 단편영화 <Portrait as an Act of Violence>



인도네시아의 미니키노 단편영화제 프로그램 디렉터인 Fransiska Prihadi 역시 소규모 영화제에서 VR영화의 상영이 얼마나 난제임을 설명했다. 미니키노 단편영화제에는 시각장애인, 어린이와 노인, 발리 외 영화 관람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 이들이 영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기획을 시도해왔다. 또한 교육의 공간으로서 영화제가 지니는 힘, 여기서 강력한 미디엄으로 작용할 수 있는 단편영화의 유용함도 확인해왔다. 이렇게 다양한 공동체와 연계해 다양성, 포용성을 영화라는 매체를 매개로 다방면의 구체적인 실천으로 실현하고자 노력해온 영화제의 지향성 아래서 활동하는 가운데 Jonathan Hagar의 VR 애니메이션 <Replacements>와 같은 작품은 VR 영화 상영의 기술적 난점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콘텐츠와 관객이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해야한다는 신념을 불어넣었고, XR 영화 상영 및 지원에 대한 방편을 고민하게 했다고 밝혔다. Jonathan Hagar의 Replacements (Penggantian) 는 인도네시아 자바인 가족의 가정집이 위치한 골목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이후 40년간의 변화를 한정된 공간을 통해 보여주는 이 애니메이션은 인도네시아의 정치·종교·사회적 변화가 이 공간을 어떻게 변모시키는지 보여준다. 20여 분의 짧은 시간 동안 VR 매체가 얼마나 압축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이 변화를 재현하는지 이 작품은 증명해낸다.

 

 

△ <리플레이스먼트> fReplacements (Penggantian) 티저 영상

 


14일 라운드테이블에서는 XR영화를 ‘확장영화’라 명명하는 게 온당할지, 그렇게 칭할 수 있다면 어떠한 면에서 그러한지, XR영화가 이를 체험하는 이의 몸, 감각, 경험의 방식에 어떠한 변화를 야기하는지, 인식론적으로 성찰을 야기하는 부분은 어떠한 지점인지를 논의했다. 제한된 시간 내 다양한 백그라운드의 사람들이 소통하는 자리에서 이에 대한 명료한 답이 바로 도출될 리 만무했다. 이와 같은 세부 질문들을 다시금 공유함으로써, XR과 연동해 어떠한 물음들을 제기하고 어떠한 실재와 연관지어 사고할 수 있을지 가늠하고 이를 수면 위로 드러내는 자리였다고 할 수 있다. 실로 새로운 기술과 연동해 현장의 영화제 기획자 및 실무자, 창작자, 미디어센터 실무자, 지원 주체 및 산업 단위의 경험과 고민들을 하나의 맥락 위에서 유기적인 경험으로 통합하고, 다양한 단위의 새로운 파트너쉽이 건강한 영화 문화를 존속시키는 탈식민적 영화 수행으로 어떻게 개발해낼 수 있을 것인지 광활한 영역에 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의제화하는 같은 모듈의 수장 역할을 한 Tammy Ko Robinson 교수의 지향과 디렉팅이 이러한 논의의 흐름에서 큰 역할을 했다.

2023 ACS Institute에 참가자들이 각자 어떠한 학술적인 의제와 방법론을 고민해왔는지 공유하는 ‘Participant Project-Sharing’ 시간이 주제에 따라 다른 모듈로 범주화되어 주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영화에서의 아시아인 피부 재현을 위한 조명에 대한 연구에 집중해온 Yun-Lun Sung, 차이밍량 영화에서 드러나는 성정치 및 다큐멘터리 상의 성노동에 대한 연구를 근래에 진행하고 있는 Nicholas de Villiers를 비롯한 ‘사회 참여와 예술적 개입’ 모듈에 배정된 다양한 문화연구, 미디어 연구자 및 학자, 예술가, 활동가들이 각자의 연구 주제 및 진척 정도와 고민을 공유하는 자리에 함께 했다.

 

△ 대만에서 개최된 ACS 영화 재배치하기(Re-Siting Cinema) 라운드 테이블 현장

 


XR 매체의 가능성과 관객 개발의 바람직한 모델을 제시한 가오슝 VR LAB

2023 ACS Institute 기간 동안 양밍차오퉁 대학에 재직 중인 Liwei Chan(詹教授) 교수의 랩에 방문하여 그의 랩에서 개발해온 VR을 위한 햅틱 디자인, 경험자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착석한 상태에서 VR을 가능하게 하는 디자인을 위한 기술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실제로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공학자의 입장에서 주안점을 두는 체험자의 몸의 경험, 기술의 진보를 위해 주안점을 두는 지점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ACS Institute의 프로그램들이 종료된 8월 15일에는 같은 모듈의 참여자인 Aram Siu Wai Collier, Fransiska Prihadi, 김경묵 감독과 함께 XR 영화 지원 및 개발, 상영 관련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가오슝 필름 아카이브(KFA) 및 가오슝 VR 필름랩과 네트워킹을 성사시키고자 하는 Tammy Ko Robinson 교수의 노력에 힘입어 신주시에서 기차로 두어 시간 걸려 갈 수 있는 가오슝으로 향했다. 2002년 설립된 가오슝 필름 아카이브는 한국영상자료원과 같이 필름으로 촬영된 영화의 복원 및 영화 아카이빙, 상영 영화 교육을 수행할 뿐 아니라 가을에 열리는 가오슝 영화제를 주최하는 단위로서, VR 영화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단위로서도 기능하고 있었다.

2017년 시작된 가오슝 필름 아카이브의 VR Film Lab Project는 예산 지원 및 기술 교육 및 엔지니어들에 의한 지원, 쇼케이스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지원 프로젝트다. 올해로 프로젝트가 개설된 지 6년째인 현재까지 35편의 VR작품들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 배출되었다. 멘토링과 교육 제공하는 VR Film Lab Talent Workshop에서는 36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으며 이 프로젝트들을 통해 나온 60편 이상의 영화가 가오슝 필름 아카이브에서 도보로 20여분 소요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한 VR Film Lab에서 선보여졌다. 이렇게 가오슝 필름 아카이브는 가오슝 VR Film Lab Originals과 XR Residency, VR Film Lab Talent Workshop을 함께 운영하고 여기서 나온 작품들을 VR Film Lab에서 상영할 수 있게 함으로써 VR 영화 창작 지원에만 그치지 않고 관객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활로까지 탄탄하게 마련해둔 상황이었으며 기존 영화와 다른 방식으로 VR 작품을 향유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고안해 시도하는 노력까지 행하며 VR 관객 개발을 해내고 있었다.

VR Film Lab은 대만 최초의 VR 극장으로 2018년 개관했으며 현재 360 Cinema관과 2개의 Interactive zone으로 구성되어 있다. 매년 시즌별로 주제별 큐레이션이 이루어지는데 앞서 논한 바와 같이 가오슝 필름 아카이브의 VR Film Lab Originals와 XR Residency를 통해 배출된 작품들이 여기서 상영되는 작품 가운데 다수를 이루게 된다. 즉 가오슝 필름 아카이브의 VR 관련 교육/ 창작 프로그램에서 나온 작품들의 배급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28,000명 이상의 관객들이 다녀갔으며 단순히 VR 작품들을 상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VR영화의 관객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대만에서의 XR 영화 창작 및 배급 생태계를 구축해나가는 데 몫을 하는 지향 아래 운영되고 있다. 2020년에는 팬데믹으로 오프라인 영화제 개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XR 섹션 작품들의 상영 공간으로 몫을 하기도 했다. 이후 트라이베카 영화제, 뉴이미지 페스피벌과 연계하여 작품 상영을 해오고 있다. 여기서 방문한 이들이 함께 관람한 대만 인권위원회 지원작 <The Man Who Couldn’t Live>(2022)는 백색테러 시기를 배경으로 정치범의 서사를 담고 있는 VR 영화로 관람자들을 동시에 눈물바다에 빠뜨린, 강력한 몰입 경험을 선사하는 VR 내러티브와 양식의 힘을 체감시키는 영화였다. 또한 헤드셋을 착용함으로써 VR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VR콘텐츠는 개인적인 매체로 간주되곤 했으나 잘 설계된 VR콘텐츠를 ‘동시에’ 경험하게 될 때 몰입과 감정적 관여의 정도가 증폭된다는 점을, 이 영화의 동시 체험은 확인시켜 주었다.

△ Liwei Chan(詹教授) 교수의 랩에서의 VR 체험

 

△ 가오슝 VR 필름랩 건물 전경
△ 가오슝 필름아카이브에서 VR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Kuan-jen Wang과 VR 필름랩의 큐레이터 Charlotte
△ 가오슝 VR 필름랩 360 상영관

 


임팩트시네마포럼 ‘뉴내러티브: 새로운 기술과 공동체를 매개로 확장하는영화들’

이렇게 대만에서 구체화되어 공유되었던 고민들은 미디액트에서 8월 21일 열린 임팩트 시네마 포럼 ‘뉴 내러티브: 새로운 기술과 공동체를 매개로 확장하는 영화들’ 자리에서 다시 한 차례 갈무리되었다.

김경묵 감독은 사실주의적 재현에 국한된 영화 작업들을 해오다 어떻게 최근의 뉴미디어 기술 활용 작품들을 창작하게 되었는지 설명하며 포럼의 화두에 대한 실례를 제시했다. 이미지의 지표성, 이에 대해 회의 없는 신뢰성을 기반으로한 사실주의적 재현을 행할 때에는 배우와 카메라를 어떻게 디렉팅하는지에 힘을 쏟아야 했다면 마야와 같은 3D 소프트웨어를 통해 새로운 시점의 구현, 가상 이미지 구현의 가능성에 흥미를 가지게 되며 행한 작업들이 선보여졌고 게임 엔진을 통해 작업을 하게 되면서 경험하는 이의 에이전시가 작동하게 됨으로써 야기되는 변화를 직시하게 된 점 역시 논했다.

자신이 수감되었던 독방과 같은 물리적 공간을 3D 프로그램으로 모델링하고 그 안 유령과 같은 이미지가 기거하게 만드는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린 기술적 분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역시 설명됐다. 감독에게 고통스런 감정을 오늘날까지도 강력하게 환기시키는 독방이라는 공간을 다시금 생생하게 구현해내는 가상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있어 VR매체의 선택은 필연적이었음을 설명한다.

Aram Siu Wai Collier는 릴아시안 영화제를 아시안계 사람들과 아시아인의 디아스포라에 관한 영화를 다루는  캐나다에서 가장 큰 쇼케이스로 소개하며 아시아계 영화제작자 및 아티스트 지원에 힘을 쏟고 아시아계의 ‘재현’-여기서 북미 아시아인이 특정 유형으로 가시화되는 양상 뿐 아니라 재현에서 아예 배제되는 현상까지를 포괄하며 아시아계가 특정 담화에 능하다거나 특정 내러티브를 주조한다는 선입관 역시 포함한다-을 화두로 삼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렇게 커뮤니티와 연계된 담화의 혁신 및 유통의 장으로서 영화제를 논한 Aram은 대만 ACS Institute에서 소개한 바 있는 Randall Okita를 다시 소환했다. 일본계 캐나다인의 강제수용소 경험을 인터랙티브 게임으로 구현한 <The Book of Distance> 은 역사적 자료가 상상력 및 새로운 내러티브와 어떻게 만나 구상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로 제시된다. 2020년부터 팬데믹으로 인해 2년간 릴아시안 영화제는 온라인으로 개최되었고 이에 따라 VR 상영을 영화제에서 개최함에 있어서 선행되어야 하는 기술적 선결 조건들, 인력, 후원자 및 기금을 제공하는 단위와 기존 영화 산업 관계자들, 관객들, 창작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를 어떻게 고민하고 위치시키고 현실화시킬 것인가의 문제를 심화시켜 전유하는 과정이 아쉽게도 중단되었다. 그렇지만 Randall Okita의 작품은 상영 환경 조성을 위해 영화제가 기존의 방식과 다르게 노력해야 하는 부분, 창작자에 대한 고려 및 의미 부여, 지원금 외 XR 매체 창작에 있어 필요한 지원 방법, 영화제의 다른 프로젝트들과의 연계성 등과 연관해 중요한 질문들을 제기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수년 간에 걸쳐 XR과 같은 신생 기술 분야의 아시아계 캐나다인 창작자들에 대한 교육 및 지원을 행하는 연구 프로젝트 ‘Sari Sari Xchange’가 소개되기도 했다. ‘Sari Sari Xchange’는 새로운 미디어의 스토리텔링 도구에 대한 접근권에 있어서 평등권을 확보하기 위해 York University, McMaster University의 미디어랩들을 비롯해 여러 예술센터와 연계하여 Reel Asian 영화제가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기존의 영화 제작 방식을 학습했고, 그 방식에 따라 영화를 창작해온 이들에게 뉴미디어의 기술들이 어떠한 가능성 혹은 어려움을 지니고 다가오는지, 이 기술들을 전유함으로써 어떠한 윤리적 실질적 함의가 발생하는지, 상영 면에서 최적화된 방식이 무엇일지 묻고 답하는 이 프로젝트는 새로운 기술과 연동된 고민이 공동의 노력에 의해 이루어질 때 더욱 생산적이고 지속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대만에서, 한국에서 발전되며 공유된 질문들은 이전에 인디앤임팩트 기사를 통해 소개된 VR 프로젝트의 사례들과도 엮어 다시 사유될 수 있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독립/공동체 미디어를 위한 노력의 양상은 실질적인 성과를 거둔 전례들의 학습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로 직결될 수 있을 것이다.




1. Liwei Chan(詹教授) 교수의 랩에서 진행되는 연구들은 여기서 확인 가능하다.

 


글쓴이. 김수지

전 미디액트 스탭으로, 인류학과 박사과정에서 수학중이며 아티스틱 리서치 작업을 준비중이다. 영상민족지, 감각민족지, 물질문화의 영상 기록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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