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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 시네마 포럼] 기후 위기 시대, 영화 계속 해도 될까?'- 기후 위기와 영화(1) 실천 과제를 중심으로' 포럼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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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3. 12. 2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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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38호 이슈와 현장 2024.01.04.]

 

[임팩트 시네마 포럼] 기후 위기 시대, 영화 계속 해도 될까?

'기후 위기와 영화(1) 실천 과제를 중심으로' 포럼 공유

 

주현숙

 

 

지난 1115일 미디액트에서 열린 포럼을 소개, 요약하려고 합니다.

 

본격적인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제가 몇 년 전에 받았던 제안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몇 년 전, 제가 만드는 다큐멘터리에 대해 별 관심이 없던 아이가 하루는 제게 기후위기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아마도 기후위기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고민이 많았나 봅니다. 익히 기후변화의 우려는 알고 있었지만(알고 있다고 생각한 거로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하겠지만) 그걸 다큐멘터리로 만들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던 터라, 관련 내용들을 찾아보며 논의들이 어느 정도까지 진행됐는지 확인하던 중에 멈춰 섰습니다. 묘한 무기력감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확인한 것은 기후위기 시기에서 기후적응으로 넘어가고 있었고 기후변화는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이고 여전히 불평등이 문제라는 생각에 다다르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오랜 시간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려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는데 과연 얼마나 나아졌는가 라는 질문의 답이 따라왔기 때문입니다.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기후위기에 대한 생각은 회의적인 체로 멈춰 있었습니다.

그러다 기후위기와 영화 관련 논의를 시작하는 포럼에 다큐멘터리 감독이 없다는 이유로(또 많은 다른 이유가 있었겠지만) 포럼에서 나눴던 내용을 정리 소개하는 역할을 떠맡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감사한 마음입니다. 덕분에 기후위기와 관련한 영화계의 과제와 논의의 정도와 실천 사례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멈춰 있던 마음에도 훈풍이 불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회의적인 마음을 품었었던 다큐멘터리 감독이 포럼의 내용을 소개하겠습니다.

 

영화 분야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실천은 두 가지로 모아질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영화제작 방식을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게 바꿀 것인가 이고 두 번째는 기후 위기 문제를 다룬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고 확산하고 이를 통해 변화를 도모할 것인가입니다. 이번 포럼은 첫 번째에 포커스 맞춰 진행되었습니다. 발제자인 이송희일 감독은 두 번째 이야기까지 준비해오셨지만 시간 관계상 이번 포럼에서는 영화제작 방식과 현장을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게 바꿀 것인가에 더 집중된 포럼이 진행됐습니다.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두 번째 논의를 다루는 자리가 이후에 마련되길 기대합니다.

 

포럼은 강은주 연구기획실장(생태지평연구소)영화 분야 환경 가이드라인 현황과 제안’, 이송희일 감독(영화<제비>)기후정의와 영화’, 김화범 제작 이사(인디스토리)독립영화 제작과 기후 위기의 순서로 발제가 진행됐고 이후 포럼에 참석하신 분들의 질문으로 토론이 진행됐습니다.

 

 

▲ 기후위기와 영화(1): 실천과제를 중심으로 포럼 현장 모습 (출처: 미디액트)

 

 

영화 분야 환경 가이드라인 현황과 제안

 

첫 번째 발제에서는 환경문제와 환경정책, 영화산업과 환경문제, 주요 해외 사례, 그리고 향후 과제 및 정책 제언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중 환경문제의 특수성 중, 환경문제가 모든 것과 연관되어있는 문제임과 동시에 환경이 공공재라는 언급에서 옅은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실천이 가끔은 소용없게 느껴졌던 이유를 알 거 같았습니다. 애초에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던 거죠. 너무 많은 다른 문제들과 연결이 되어 있으면서도 긴급해서 빨리 해결해야 하는 문제, 환경문제는 사악한 문제’('Wicked Problem', 정책학쪽에서 쓰는 표현이라고 합니다. 가슴에 팍 꽂히는 표현이죠.)이기 때문이니까요.

 

공공재이기에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하고 한번 훼손된 환경은 다시 되돌리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거나 혹은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는 비가역성, 불가역성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반드시 사전 예방의 원칙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공공재이기에 정의의 문제 또한 핵심적인 문제라고 합니다. (두번째 발제를 맡은 이송희일 감독이 환경문제를 정의의 관점으로 더 자세히 풀어내고 있으니 뒷부분에 자세히 소개하겠습니다.)

 

▲ 모든 것은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캐나다 만평

 

 

지구상 어떤 나라도 자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소멸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상당량을 개발도상국으로 보내거나, 국가 간 이동 규제가 거세진 이후로는 자국의 도시 외곽 어딘가에 쌓아두고 있는 상황에서 쓰레기의 문제는 환경 정의와 연결됩니다.

 

기후에 따라 경작지가 줄어들고 달라지면 먹고 사는 문제인 생계권에도 영향을 줍니다. 이런 사회적 재화나 환경 영향으로 개인 또는 집단 간 폭력도 증가될 수 있고요.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런 환경 변화는 더 치명적이죠. 이런 갈등으로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까지 붕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_ 발제문 중

 

우리가 생산하고 우리가 버린 어떤 것들은 누군가에게 고통이 되고 그 삶을 위협할 수도 있어요. 이건 종간 정의이기도 하고 집단 간 정의이기도 하고 국가 간 정의이기도 합니다.

 

강은주 연구기획실장은 위와 같이 말하며 기후의 문제가 자연뿐만 아니라 그동안 인류가 만들어 놓은 문명,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체제마저도 흔들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에 울리히 벡이라는 학자가 정리한 환경문제의 특수성을 소개합니다. 환경문제에 우리가 겪고 있는 세 가지 새로운 위험’, 첫 번째는 공간적 경계의 소멸, 한 국가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너무 어려워졌다는 겁니다. 두 번째 시간적 경계의 소멸, 원인과 영향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적 차이가 증가한다는 겁니다. 문제의 원인이 너무 오래전 이거나 저 멀리 몇 대 이후에 그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세 번째 사회적 경계의 소멸, 위험의 소재가 불명확하고 경로를 추적하기 쉽지 않다는 겁니다. 고로 지금 내가 아픈 것이 몇 대전 사람들이 사용한 다이옥신 때문이라면 우린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그 문제를 찾는 것도 책임을 묻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되겠죠. 결국 우리 모두가 원인이자 결과가 되는 일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환경문제의 특수성에 대해 정리해주셨는데요, 덕분에 그 동안 느꼈던 개인적 막막함이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되었습니다. 시공간을 초월해 연결되어있는 환경문제 앞에 누구나 작아질 수밖에 없겠죠. 이런 막막함이 이후 소개되는 해외 사례와 영화 제작현장 환경 가이드를 통해 옅어지는 듯합니다.

 

▲ CJ ENM, 넷플릭스의 ESG 보고서

 

 

이미 기업들은 ESG 보고서를 해마다 내고 있습니다. 영화 산업 관련 기업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게다가 영화를 촬영하는데 친환경적 요소들은 좋은 홍보거리가 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제작 전반에 대한 점검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 '그린 스파크 그룹'의 영화 산업의 환경적 영향 (출처:&nbsp;강은주 실장 발표 자료 중)

 

 

이 표는 캐나다의 그린 스파크 그룹이라는 컨설팅 회사가 프리 프로덕션부터 제작 단계별로 영화 산업이 어떤 환경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정리한 내용입니다. 제일 많이 사용하는 건 전기 에너지와 화석 연료 사용으로 조명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세트 및 메이크업 등 원자재 소비가 많고 이 부분에서 폐기물이 가장 많이 나옵니다. 그리고 충격적인 부분은 촬영 현장에서 인위적인 생태 개입이 일어나는 일이 많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눈 오는 장면을 찍기 위해 환경보호구역인 산에 소금을 뿌려 촬영 이후 생태계가 망가진 사건은 너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 왼쪽부터 영화 <캣츠>,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포스터

 

 

두 개의 영화는 EMA Green Seal Award를 수상했는데, 촬영 때 에너지 효율이 높은 LED 조명 사용하고 재생가능한 연료 사용하고 플라스틱 물병을 사용하지 않고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등 제작 과정 중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했습니다. 이런 부분은 관객들의 가치 소비에도 영향을 줍니다. 또한 지난 10EU에서 도입한 탄소국경세는 제작 과정에서 환경을 고려한 활동들이 수출과도 연결되어 경제적인 측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미래가 온다는 것도 알려줍니다. 지속가능한 환경을 염두에 두는 제작이 관객과 경제적인 측면까지 영향을 주게 되고 결국 이익을 내야 하는 산업 입장에서도 환경을 지키는 일은 중요한 일이 된 것입니다.

 

위와 같은 활동들의 바탕에는 영화산업의 환경적 연구가 있었습니다. 영국은 이미 2007년에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영국 영화를 위한 환경 전략 기반보고서에서 우리는 2020년 까지 탄소발자국을 30퍼센트까지 감축하겠다.’ 라고 했습니다. 이후 환경컨설팅 단체에 외주를 줘 영화제작 과정에서 환경적 문제를 고려할 수 있는 가이드와 항목들을 확인할 수 있는 Tool kit을 개발합니다. 사무실에서 할 수 있는 일, 스튜디오에서 할 수 있는 일, 이동 숙소, 로케이션, 폐기물,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이 모든 과정에 툴킷에 입력하면 영화를 만드는 동안 얼마나 많은 탄소발자국을 찍었는지 계산해 줍니다. 알버트 포인트 제도가 있어서 포인트를 받으면 등급 인증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 영국 알버트 툴킷 (출처:&nbsp; wearealbert.org/production-handbook/production-tools/ )

 

 

이러한 알버트 툴킷은 BFI가 제작 지원하는 모든 영화는 물론 BBC, 영국에서 제작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에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강제됩니다.

 

알버트 툴킷 보다 더 많이 쓰고 있고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건, 미국의 프로듀서 조합인 PGA(Producer's Guild of America)와 헐리우드 스튜디오가 함께 제작한 Green Production Guide입니다. 이 가이드는 2010년에 만들어졌는데요, 세 가지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첫 째는 탄소발자국을 계산할 수 있는 것, 두 번째는 각 부서별, 단계별로 친환경적인 것을 활용하고 있는 지 체크하는 것, 세 번째로는 목재의 출처와 사용처를 추적할 수 있는 전표입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누구나 엑셀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 미국 그린 프로덕션 가이드 (출처:&nbsp; greenproductionguide.com )

 

 

이외에도 다양한 해외 사례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뉴질랜드는 환경부하고 국토연구원 그리고 영화제작개발협회가 같이 사우스 퍼시픽 픽쳐스보고서를 만듭니다. 이 보고서는 제작 과정 뿐만 아니라 DVD 판매할 때까지 모든 과정을 아주 꼼꼼하게 기록해놨습니다. 제가 이 보고서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영화 속 행위가 친환경적이지 않은 것이 있는지 시나리오 단계에서 검토하라는 가이드가 있다는 겁니다. 내용에 대한 것은 논쟁이 있을 수 있는데, 전 영화를 볼 때 그 안의 철학이 동의가 안 되면 불편해질 때가 있습니다. 이런 내용이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고려된다면 영화를 편히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다양한 사례를 더 이야기하셨는데요, (특이한 부분만 정리하겠습니다. 분량의 압박이 서서히 오네요) 유럽에서는 펀드를 중심으로 이런 활동이 있고요, 프랑스에도 친환경 활동 가이드가 있는데 특이할 부분은 스태프 등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이 있고 현장 안내문 샘플까지 제공한다고 합니다. 이런 가이드가 있다면 현장에서 바로 사용하는데 매우 용이할 듯합니다.

 

실제 영화 현장에서 이런 다양한 가이드가 사용되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들도 있겠지요, 개인의 인식 변화에서 부터 사회적 지원까지 사악한 문제를 위한 다방면의 활동이 필요할 듯 합니다. 그 부분은 이송희일 감독의 발제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겠습니다.

 

 

기후 정의와 영화

 

이송희일 감독의 발제는 앞부분에는 스토리 속 기후 위기를 다룬 영화들이 어떤 배경과 쟁점을 기반으로 시작됐는지 소개합니다. 후반부는 기후 정의라는 문제인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방면으로 액션을 제안하는데, 내용이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명료해 지금 당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싶어집니다.

 

▲ 남반구와 북반구의 탄소배출량 (출처: 기후정의와 영화 이송희일 감독 발표 자료 중)

 

 

이 발제의 주요한 문제인식의 기반인 기후 정의부터 정리하겠습니다. 기후 정의의 개념은 남반구와 북반구의 개념에서 시작된다고 합니다. 위 그림의 첫 번째 지도는 색이 빨갈수록 탄소 배출량이 많습니다. 자본주의가 발전한 북반구는 탄소의 대부분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남반구는 그에 비해 절대적으로 탄소배출량이 적습니다. 그럼 두 번째 지도를 보겠습니다. 두 번째 지도는 기후 위기 취약 지역일수록 빨갛습니다. 취약 지구는 남반구에 모여 있고 특히 적도 근처에 모여 있습니다. 배출량이 많은 곳은 북반구인데 기후 위기 취약 지역은 전부 남반구에 모여 있습니다. 마치 반전을 시킨 듯이 역전되어 있습니다.

 

2000년대 중반에 남반구에 살고있는 원주민들, 노동자들, 진보진영, 특히 볼리비아 좌파 정권에서 문제제기가 시작됐습니다. ‘왜 탄소 배출량이 적은데 왜 먼저 고통를 받아야 하느냐라고요. 정의의 문제가 드러나는 지점입니다.

 

▲ 탄소 불평등 1%와 10% (출처: 기후정의와 영화 - 이송희일 감독 발표 자료 중)

 

 

이 표를 통해 계급별 배출량에 대한 추이를 볼 수 있습니다. 10% 인구의 탄소 배출량이 전체 탄소 배출량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위의 지도와 함께 생각하면, 왜 탄소 배출량이 적고 환경오염이 적은 계층이 더 고통을 받아야 되는 지 질문하게 됩니다. 이 문제가 남반구와 북반구의 문제만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북반구에 살고있는 저소득층 농민들, 청소년들, 노동자들도 훨씬 배출량이 적은데 역시 기후 취약층이 됩니다. 작년 130년만의 서울 폭우에 반지하방에서 희생된 건 공교롭게도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였습니다. 기후 위기 관련한 협상 테이블이 만들어져야 하고 대응책 마련을 위해 최전선의 주체들이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된다는 것이 기후정의의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임을 이송희일 감독은 소개하고 있습니다.

 

기후정의 관점에서 질문들을 시작합니다. 앞 발제에서도 언급된 ESG 보고서를 만든 넷플릭스는 1년에 3억 톤의 탄소를 배출합니다. 3억 톤은 스페인이 1년 동안 공장을 가동하고 자동차를 굴려서 배출하는 양입니다. 어마어마한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선택한 탄소 중립 방법은 배출한 만큼 나무를 심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포스코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무 심기는 가능한 방법이 아님이 점점 증명되고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화가 대안이 될 수 있는 지 질문합니다. 디지털화에서 제일 중요한 데이터 센터, 거기에서 배출하는 탄소는 팬데믹을 경유하며 전체의 2페선트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산업별로 보면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고 있는 항공산업을 육박합니다. PGA의 그린씰을 받은 영화인 <바비> 는 미국에서 큰 흥행을 합니다. 영화는 그린씰을 받았지만 영화의 흥행으로 인해 플라스틱의 생산량은 30퍼센트 이상 뛰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 투자하여 돈을 많이 번 투자자들은 상당 부분 화석연료의 투자자이기도 합니다. 이송희일 감독은 환경가이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기후정의의 관점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언급합니다. 그리고 환경영화제에 후원사가 화력발전소의 1대 주주인 농협은행이거나 탄소배출량이 많은 포스코인 것은 ESG로 그린 워싱을 하며 문제의 해결에서 빠져나가게 하는 면죄부를 준다고 지적합니다. 관련해 영화 제작에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벌어질 수 있다고 언급하며 환경가이드와 더불어 투자 관련해서도 어떤 입장을 가질 것인 지 미리 정해두지 않는다면 그린 워싱의 우려를 씻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극장 산업에 대한 우려를 언급했습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팬데믹 이후 승승장구하며 떼돈을 벌어드린 넷플릭스 등에 횡재세를 도입하려고 했는데요, 팬데믹은 기후 위기의 산물 중 하나입니다. 기후 위기 때문에 많은 바이러스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네이처의 논문은 앞으로 팬데믹과 같은 상황이 계속 올 거라는 예고합니다. 이는 극장 사업이 계속해서 위기 속에 놓일 것을 말해줍니다.

 

 

몇 가지 제안, 흥미롭고 실현 가능한 시도들

 

이송희일 감독은 기후 정의에 대한 입장과 현실 인식 속에서 중요한 제안을 합니다. 거칠게 정리하면 첫 번째 제안은 공유지 운동입니다. 영화제작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세트, 의상, 다양한 비품들을 공유하는 겁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시작하면 좋을 사업입니다. 사실 독립영화는 세트를 만들 수 없습니다. 저도 이번에 제작 중인 다큐멘터리에서 인터뷰를 세트를 제작해서 하면 어떨까 상상했지만 아주 빠르게 접었습니다. 영화 제작비가 너무 적기 때문에 독립영화 제작 환경에서 세트는 상상의 영역에서도 빠르게 지워집니다. 하지만 영화 공유지를 만든다면 버려지는 세트 쓰레기를 재사용할 수 있으니 여러 면에서 의미 있고 실현 가능한 시도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당연히 필요한 영화 환경가이드라인입니다. 특히 유럽이나 미국처럼 코디네이터를 둬서 제작 과정에서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를 막을 수 있습니다. 최근 종영된 <무인도의 디바>라는 드라마에서 제주도의 돌들을 모아 놓고 촬영이 끝나고 그대로 놓고 가서 물의를 일으켰다고 합니다. 미국과 유럽처럼 제작 환경 코디네이터가 있다면 이런 부분에 대해 적절한 코치를 해줬을 겁니다. 세 번째 제안은 제작진에 대한 환경 교육들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성평등교육을 하는 것처럼 영화진흥위원회나 영상위원회가 환경교육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런 교육이 진행된다면 기후위기에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이 주변 눈치를 보지 않고 여러 제안을 현장에서 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네 번째는 환경인증서 발급이 있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강제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해외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가치 소비 경향과 더불어 홍보 지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점으로 작용하며 환경을 지키는 활동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섯 번째 영화제 환경가이드 라인이 필요합니다. 영화제 중에 발생하는 쓰레기도 많습니다. 여섯 번째 화석연료 및 환경오염 기업 퇴출, 앞서 언급한 화석 연료 그리고 오염 기업과의 연계성을 끊고 어떻게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투자를 받고 제작할 것 인지,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곱 번째 탄소 상쇄가 아니라 기후정의 조세입니다. 기후위기 속에서 오히려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OTT 기업들이 일정 수익을 지속가능한 영화제작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세금을 부과해야 합니다. 여덟 번째 영화 투자에 대한 환경 예산 책정, 환경 예산과 관련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투자 환경에 관련돼서 문제제기를 하고 20퍼센트가 됐든 10 퍼센트가 됐든 환경을 위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홉 번째 기후-생태 위기 및 감염병 증가에 따른 피해와 배상 원칙의 제고,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팬데믹 시대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런 대책 없이 다음 팬데믹을 만나게 된다면 극장 산업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고 요청할 것인 지 실제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송희일 감독이 정리한 제안들은 몇 가지는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이고 몇 가지는 영화 관계자들이 목소리를 내어 현실을 바꿔 가야 할 제안들입니다. 기후 정의의 관점에서 영화산업 속 다양한 주체들이 목소리를 내고 테이블을 만들 때 개인이 느끼는 무기력함은 현실을 바꾸는 힘 앞에 사라질 것입니다.

 

이 포럼을 제안하고 기후위기에 대한 논의에 관심을 가지며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낸 김화범 이사님의 발제는 이전 뉴스레터의 글로 대신합니다. 꼼꼼히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현장의 목소리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찾게 되니까요.

 

너무 길게 포럼을 정리해서 읽으시는 분들에게 분량의 압박을 드려 송구합니다. 하지만 긴급한 문제를 제가 한동안 너무 등한시 했단 깨달음을 준 포럼이어서 꼼꼼히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이런 논의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길 기대하며 소개를 마칩니다.

 


글쓴이. 주현숙

 

세상의 모서리가 궁금한 다큐멘터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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