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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건강하게 작업하기 - 독립 애니메이션 콜렉티브 하운즈투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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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3. 10. 13.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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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37호 인터뷰 2023.11.08.]

 

오랫동안 건강하게 작업하기

- 독립 애니메이션 콜렉티브 하운즈투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김세영, 박동수 (ACT! 편집위원)

 

지난 7월 서울산업진흥원은 애니메이션 지원사업 삭감을 발표했고, 8월에는 KAFA에서 애니메이션 과정을 제외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KAFA의 경우 현행 유지로 결론이 났다.) 영화진흥위원회를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과 여러 지차체의 2024년 예산안에서 독립영화, 영화제, 지역영화 관련 예산이 대거 삭감 및 삭제되는 상황 속에서, 가장 먼저 잘려나간 것은 독립 애니메이션과 연관된 사업들이었다. 영진위의 2024년 예산안에서 애니메이션 관련 예산은 전액 삭감 예정이다. 그동안 한국 애니메이션은 아동 애니메이션 중심의 산업으로 재편되었다. 애니메이션 관련 인력은 무수한 학교에서 생산되고 있지만, 이들이 졸업작품 이후에도 개인적인 작품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는 요원하다. 한국계 감독이 연출한 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이 예상 밖의 흥행을 기록하고, 픽사, 디즈니, 드림웍스 등 해외 유수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한국인 애니메이터들에 대하 선망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국내 애니메이션의 토대가 되는 독립 애니메이션 생태계는 거대한 위기에 봉착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독립 애니메이션 콜렉티브를 표방하며 결성된 ‘하운즈투스’를 만났다. 열두명의 애니메이션 감독과 한 명의 기획자가 모인 하운즈투스는 어떻게 활동하고,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 그 고민을 함께 나누어보았다. 

 

▲ 하운즈투스 로고와 배경 (배경 템플릿 제작 : 백미영 감독님 / 로고 제작 : 박현지 감독님)

 

ACT! 안녕하세요. 각자 간단하게 본인 소개와 함께 하운즈투스가 어떤 곳인지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김승희 저는 김승희라고 합니다. 2014년부터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시작해 주로 영화제에서 상영하며 활동했고요. <심경>이라는 작품으로 시작해서 <심심>, 그리고 <호랑이와 소>라는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지금은 다른 단편이랑 장편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노경무 노경무라고 합니다. 2021년에 처음으로 <파란 거인>이라는 작품을 발표했고, 올해 <안할 이유 없는 임신>이라는 애니메이션 발표했습니다.  

 

우진 안녕하세요. 저도 2012년도부터  단편 만들고 있는 우진이라고 합니다. 단편 애니메이션 작업이랑 뮤직비디오 작업하고 있고요. 공연으로 라이브 VJing도 같이 하고 있고 한국이랑 폴란드랑 왔다 갔다 하면서 살고 있어요.

 

김재현 안녕하세요. 저는 김재현입니다.. 저는 2021년 <블랙 리플렉션>과 작년 <당신의 사과나무>라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했고, 현재 한예종 대학원에서 애니메이션 배우고 있습니다.


배진선 안녕하세요. 배진선입니다.. 지금은 독립 기획을 하면서 애니메이션에 대한 글을 쓰고 그리고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 잠깐 쉬고 있긴 하지만, 하운즈투스에서는 감독님들 애니메이션 작품에 대해서 글을 쓰거나 지원 사업이 있으면 문서 정리와 기획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ACT! 오랫동안 건강하게 작업하기 위해 함께 연대하는 모임 ‘하운즈투스’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김승희 매달 진행하는 팟캐스트 첫 인터뷰어로 참여하신, ‘휘린’이라는 이름으로도 활동하시는 강희진 감독님이 만든 멘트에요. 되게 잘 설명을 해 주신 것 같고요. 연대하는 모임 맞습니다. 

 

우진 일단은 12명 애니메이션 단편 만드는 감독들이 모여서 시작을 했고  작가님까지 13명이 모여서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가고 지치지 않고 열심히 그냥 끝까지 가보자. 길고 얇게 오랫동안 같이 작업하자라는 취지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ACT! 하운즈투스 구성원이 꽤 많은데요. 어떤 과정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콜렉티브로 모이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김재현 저는 승희 감독님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재현 씨 이런 거를 해보려고 생각을 하는데 혹시 관심이 있으신가요?” 하고 먼저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서 정말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참여를 하게 되었고 많은 분들이 그때 이미 계셨었어요.

 

ACT!  처음 하운즈투스라는 콜렉티브를 만들자는 생각은 김승희 감독님이 하셨던 건가요?

 

김승희 하운즈투스의 시작은 저랑 우진 감독님이에요. 아마 2020년였던 것 같아요. 지금은 계정을 없애버렸는데 한창 트위터를 열심히 하던 때가 있었었어요. 애니메이션 작업이 다른 영화 작업이랑 다르게, 특히 단편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감독님이 혼자서 작업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혼자서 동화, 작화, 애니메이팅, 편집, 마무리까지, 게다가 음악까지 직접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제가 원래 네트워킹 하는 걸 안 좋아하던 사람이었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사람들하고 같이 작업하면서 연락하는 모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거예요. 그래서 트위터에 같이 작업 시작할 때 인증샷 남기고, 작업 끝나고 인증샷 남기는 것을 시작했어요.

 

노경무 저는 김승희 감독님 트위터를 팬심으로 팔로우하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애니메이션 해외 제작에 대한 작은 수다를 떠는 모임을 여셨어요. 들어가보니 감독님이 PPT 발표 자료까지 준비하셔서, 해외 제작을 하면 이런 장점이 있고 이런 단점이 있고 배급할 때는 이런 점에 주의해야 되고 이런 루트도 있다, 이런 식으로 설명을 잘 해주셨거든요.  그래서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또 감독님께서 새로 모임을 하니까 하고 싶은 분은 지원하라고 트위터에 올리셨어요. 그 당시에는 두 번째 작품을 후반 작업하고 있어서, “나는 거의 다 만들어가니까 여기 들어가는 건 좀 민폐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안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감독님 하실래요?” 여쭤보셔서 합류하게 됐어요. 그때도 10명 넘게 감독님들이 있었고, 다큐멘터리 하시는 분도 있었고, 지금은 제작을 활발히 하시지 않지만 학교에서 강의하시는 분도 계셨고. 타임스탬프 앱으로 매일매일 우리가 일하고 있다는 것을 서로 생존 신고를 하는 느낌으로 기록했어요. 스터디 모임처럼 하면서도 한 달에서 두 달에 한 번씩 구글 미트로 서로 안부 묻고 하는 과정을 1년 가까이 했어요.


우진 승희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저희가 다 개인적으로 작업을 하고, 특히나 애니메이션 감독님들이 영화 찍으시는 분들에 비해서 밖으로 안 나오세요. 항상 집 안에만 계시고, 그러다보니 만나는 일도 드물고. 그래서 네트워킹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했어요. 모르는 정보도 공유하고, 작업도 꾸준히 하고, 또 국내에서 단편 애니메이션 산업이 그렇게 크지 않다 보니 지치는 경우도 많잖아요. 지원금이 없거나 뭔가 특별한 프로젝트가 없는 한은 “내가 이걸 하는 게 맞나?”하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는데, 혼자 고민하지 말고 같이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러면 감독님들을 많이 모으면 재미있겠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승희 감독님이 연락하고 계셨던 분들이랑 네트워크가 있으셨어요. 그렇게 승희 감독님도 주변에 물어보시고, 저도 작은 네트워크지만 같이 하면 좋겠다 싶은 분들께 연락드려서 12명의 감독님들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김승희 12명이란 숫자가 또 모이게 된 이유는요. 저희가 처음부터  거대한 프로젝트를 할 수는 없잖아요. 저희가 서로 작업하면서 스트레스받지 않고 뭔가 재밌는 걸 해볼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는데, 무난하게 할 수 있었던 게 디지털 달력 프로젝트였어요. 디지털 달력을 만들면서 해당 작가를 인터뷰하는 식으로 올해를 워밍업 하면서 보내보자라고 이야기하다보니, 한 해가 12달이어서 12명을 모으게 됐습니다. 저랑 우진 감독님이랑 얘기했을 때는, 미래를 생각했을 때 규모가 커질 수 있다면 음악하시는 분, 글 쓰시는 분들도 들어왔으면 좋겠고, 또 네트워킹이 활발해져서 이 안에서 뭔가 만들 수도 있고, 그런 재밌는 어떤 모임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던 와중에 저희가 연초에 배진선 작가님과 같이 전시할 기회가 있었어요. 진선 작가님을 모실 때는 조금 죄송했던 게, 사실  글이 메인이 아니어서 리뷰 같은 걸 써주실 때 원고료를 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돈을 드릴 수 있을 시기가 되면 모시고 싶었었는데, 입이 가벼워 가지고 진선 작가님한테 그냥 해보실래요? 그랬는데요.

 

배진선 저는 시각 예술계에서 독립적으로 기획하거나, 아니면 기관에 소속돼서 전시를 코디네이팅 하는 일을 하다 보니까 항상 예술 경계에 관심이 많았어요. 원래 단편 애니메이션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너무 좋은 작업이 많아서 제 기획에 끌어오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던 와중에 승희 감독님이랑 기회가 닿아서 우진 감독님, 김보영 감독님과 전시를 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리고 애니메이션 지원 사업 축소 등에 대해서 작년부터 이야기가 나왔는데, 다양한 방향으로 우리가 살아남아야 되는데, 제도적인 지원사업 폐지를 반대하는 것 이외로 또 다른 대안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하운즈투스 콜렉티브 활동을 통해서 어떤 식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지원받을 수 있는 영역들을 넓혀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시작하게 됐어요.


▲ 하운즈투스 인터뷰 줌 화면 캡쳐.&nbsp; 팀명을 정한 과정을 설명하며, 구성원들의 의견이 담긴 팀명을 보여주었다.

 

ACT! 하운즈투스를 검색하면 패션에서 사용되는 패턴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이 패턴을 하운즈투스라고 부르는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콜렉티브 이름을 ‘하운즈투스'로 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노경무 각자가 생각한 모임 이름과 그 이름을 지은 의미에 대해서 하나씩 후보를 냈고 투표를 통해서 김승희 감독님의 ‘하운즈투스’가 1위로 뽑혔습니다. 설명해 주시죠.

 

김승희 보이시나요? 저희 그때  이렇게 해서 각자 팀명을 다 냈어요. 하운즈투스가 클래식한 체크무늬 이름이니까, 그처럼 오래 가고 클래식이 돼보자는 뜻으로 생각했어요. 또 개의 이빨이라는 뜻이어서 카리스마 있는 이름이 될 것 같다고도 생각했고요. 멤버들을 이빨이라 칭해도 재미있을 것 같았고, 체크무니 패턴을 팀 로고로도 사용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외에도 되게 재밌는 이름이 많았어요. 재현 감독님은 ‘러스트벨트(lustwerk)’ 만드신 거 알고 있거든요.

 

김재현  맞아요. 제가 독어독문과를 나와가지고 독일어로 한번 지어봤었어요.  러스트는 본능적 열망이란 뜻이 있어서 그런 어떤 본능적인 이끌림처럼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라는 뜻으로 지었었는데요, 알고 보니 영어로 성적인 의미도 내포되어 있어서 이름이 러스트 벨크가 되었다면 큰일 날뻔했습니다.

 

김승희  또 우진 감독님이 램(REM)을 만드셨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우진 렘수면이 단편 애니메이션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승희 다른 분들도 기억이 나는데, ‘12간지’는 김보영 감독님이 내주셨거든요. 이때부터 시간이 걸려도 12명이 어떻게든 다 참여를 했거든요. 매달 팟캐스트할 때도, 한 사람당 질문 하나씩만 내도 12개의 질문이 나오니까 인터뷰 질문을 각자 하나씩 12개의 질문을 받았어요. 이 질문들을 기초로 해서 인터뷰할 때 작가님들마다  표현을 다르게 바꿀 수 있잖아요. 이렇게  시작을 했었어요 저희 로고는 박현지 감독님, 그리고 탬플릿디자인은 백미영감독님께서 만들어주셨구요. 모두 함께 만들었습니다.

 

ACT! 자연스럽게 활동 관련한 이야기로 넘어갈게요. 매달 달력과 함께 하운즈투스 멤버들을 인터뷰하는 팟캐스트를 올리고 계신데요.아티스트분들 마다의 특색과 작업 방식 등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고, 더 나아가 지속적인 작업과 활동을 위한 각자의 이야기 또한 유익했습니다. (인터뷰 날짜 기준으로) 9월이니 벌써 아홉 분이 소개되었는데요. 시작할 때와 달리 그 과정에서 새롭게 느낀 점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노경무 보통 서로 잘 아는 사람들끼리 그룹이나 콜렉티브를 만드는 것 같아요. 같은 학교 출신 혹은 같은 지역을 기반으로 모인다든지. 근데 저희는 계속 만나지 못했고 점처럼 있으면서 온라인으로만 얼굴을 뵙는 사이였거든요. 인터뷰 하면서 서로에 대해서 천천히 알아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매달 인터뷰 들으면서 감독님의 작업 세계에 대해서 더 알게 되고, 감독님들의 작품을 더 애정 있게 들여다보게 되고. 그런 변화가 제 안에서는 있었는데 다들 그런 마음이시지 않을까 생각해요. INFJ가 많아서 처음엔 다들 수줍음이 되게 많았던 것 같은데, 이제 더 거리낌 없이 서로 얘기하고 더 친해진 느낌이 들거든요. 그게 다 인터뷰를 꾸역꾸역 매달 이어서 간 덕이 아닐까 그런 생각하고, 더 끈끈해진 것 같아요. 

 

김재현 노경무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잘 몰랐던 감독님들의 작업 체계나 방식을 이렇게 자세하게 얘기하고 서로 공감하고 이런 기회가 많이 없었거든요. 이런 걸 통해서 “우리가 이런 일을 하고 있고 이런 사람들이에요”를 발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인터뷰, 영상편집, 오디오편집 등 역할을 나누어 인터뷰 작업하는 것도, 서로 공동 작업을 한 느낌도 들고. 그래서 뭔가 소속감도 들고요. 저는 인터뷰를 작성하는 걸 했었는데, 작성하면서 감독님들 작품도 다 보고 심층적으로 작품 세계라든가 사람 자체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계기가 돼서 되게 유의미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배진선 저는 인터뷰를 주로 듣는 입장에서,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하운즈투스 인터뷰가 굉장히 귀하다고 느껴졌어요. 해외에서 단편 작업하시는 애니메이션 감독님들은 인터뷰가 한국에 비해서 많아요. 저는 소위 순수 미술이라 불리는 곳에서 일하고 있으니까, 한국 같은 경우에도 독립 전시에서 신진 작가든 기성 작가든 인터뷰를 굉장히 많이 진행하시고 자료가 굉장히 많아서 작가님들의 작품 세계를 연구하기가 비교적 조금 수월해요. 그런데 한국 독립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에는 인터뷰 자료들이 비교적 빈약한 편이에요. 제가 예전에 김승희 감독님의 작품 연구를 하면서 느꼈던 좌절감은, 김승희 감독님께서 10년 정도 작업하셨고 중견으로 접어들어가시는 커리어를 쌓으셨는데 비슷한 커리어를 쌓으신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에 비해서는 자료가 너무 적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하운즈투스에서 진행하는 인터뷰들이 감독님 사이의 연대로써도 좋은 콘텐츠가 되지만, 또 글을 쓰고 연구하고 기획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자료들이 늘어난다는 게 너무 뜻깊은 일인 것 같아요.

 

우진 방금 진선 작가님이 말씀해 주신 것처럼 우리 인터뷰 자리가 너무 없지 않냐라는 생각도 있었어요. 감독님들이 할 얘기가 정말 많으시고, 저도 팬의 입장에서 다른 감독님 작품을 볼 때 궁금한 것들이 많고, 작업 과정도 많이 궁금하고 그랬는데 인터뷰를 찾아보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더군다나 인터뷰를 하더라도 그분을 위한 인터뷰라기보다는 페스티벌에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거나 아니면 컨퍼런스의 일환인 인터뷰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직접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처음에 컸었던 것 같아요. 동시에 감독 입장에서도 내가 내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더 깊은 이야기를 알릴 수 있다는 게 작업할 때 큰 원동력이 되기도 하잖아요. 점점 쌓여갈수록 그게 저는 훨씬 많이 느껴지고 있는 것 같아요.

김승희 저희가 주로 단편을 만들고 있어서 활동하는 영역이 아무래도 영화제이긴 한데요. 아무래도 애니메이션이 소개되는 것들은 대부분 해외의 큰 영화제에서 선정 소식을 가지고 오신 작품의 경우에만 주로 이렇게 인터뷰를 한다거나 그랬어요. 사실 저는 계속 마음속에 있던 단어가 ‘제도권 밖의 애니메이션’이라는 표현이거든요. 제도권 밖에 너무나 많은 작업이 있고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작업들이 많은데, 그것에 대해서 생각하는 곳이 없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런 부분을 우리 같은 콜렉티브가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영화제 혹은 제작 지원이라는 제도권 밖에 있는 작품들도 같이 아우를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고, 인터뷰가 그런 부분을 맡아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영화제나 흔히 말하는 그런 제도권 안에 있는 단체들에서 보면 감독을 대할 때 아무래도 영화제 성과를 바탕으로 많이 이야기 하거든요. 만약에 그러한 명함이 없으면 작품의 이름조차 올릴 수도 없고 감독의 이름조차 올릴 수도 없었고요. 애니메이션 안에서 그런 부분들을 품어볼 수 있는 어떤 그룹이 생겼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영화제에서 상 받고 영화제에서 특별한 이름을 함께하는 작품들은 이미 다뤄주는 곳이 많잖아요. 그렇지 않은 작품들을 다룰 수 있는 게 더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많이 생각했고요. 그래서 이 인터뷰 작업을 할 때 어떻게 하면 앞으로 제도권 밖에 있는 애니메이션들을 가지고 올 수 있을까, 어떤 프로그램을 가지고 올 수 있을까, 혹은 애니메이션 자체가 어떻게 하면 제도권 밖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돼요. 그런 생각 안에서 콜렉티브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지금은 저희 초창기라서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 하운즈투스 인스타그램 캡쳐

 

ACT! 인스타그램에서 소속 아티스트 작품의 국내외 상영 소식을 담은 게시물을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제에서 챙겨봤던 작품이 많아 참 반가웠는데요.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을 소개하고 홍보하면서 관객과의 접점이 늘어났는지 궁금합니다.

 

우진 인스타그램에서 홍보를 시작을 한 이유는 앞에서 승희 감독님이 말씀해 주신 거랑 같은 맥락이에요. 감독들이 큰 영화제에 가지 않으면 소개도 잘 안 되고. 저희가 배급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알게 모르게  레벨이 정해지죠. 칸이나 선댄스, 슬램댄스 같은 큰 영화제에 올라간 감독님들의 그림자에 다 가려서 어둠의 자식들처럼 취급을 당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다른 자리도 있다고 하고 싶었고, 자리를 많이 만들고 싶었어요. 특히나 해외에 초청되시는 감독님들을 보면 해외에서는 홍보가 그래도 될 때가 되게 있거든요. 소속된 배급사나 아니면 영화제 자체에서도 감독님들 홍보를 많이 해주는 편인데 국내는 그런 자리가 많이 없었어요. 특히 단편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는 플랫폼이 한 군데밖에 없다고 해도 무방한 상태였고, 그 플랫폼에서 소속되지 않거나 홍보되지 않는 감독님들은 국내에서 아예 인지도가 없는 것처럼 되었죠. 그게 너무 화가 났어요. 그러면 우리가 홍보를 더 많이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해서 시작했고, 인스타그램 같은 경우는  김보영 감독님이 맡아주셔가지고 매월 말에 저희 소식들을 다 모아서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제 작품이 상영된다는 소식을 알리는 유일한 플랫폼이거든요. 물론 아직 팔로워가 많지 않아서 저희가 더 많이 홍보를 해야 하지만, 팔로워가 늘어난다면 이런 사람들이 국내에도 있구나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희망해봅니다.

노경무 솔직하게 얘기하면 하운즈투스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제 작품이 더 많은 관객에게 닿고 있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근데 개인적으로는 우리 감독님들이 뭐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사실 서로 “나 여기 상영해” 말하지 않거든요. 그리고 말하는 것도 조심스러울 수 있어요. 왜냐하면 같이 넣었는데 어떤 사람은 선정이 되고 안 된다거나, 이렇게 엇갈리는 것들이 많기도 하거든요. 근데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는 조금 편하게 상영 소식에 축하한다고 댓글도 달고 표현도 할 수 있고요. 또 다른 얘기를 하자면, 이 영화제는 이 감독님의 스타일을 뽑는구나라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제 각각의 특성이 데이터가 쌓이면서 내가 출품할 때 참고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김승희 경무 감독님 말씀처럼 다른 감독이 영화제 선정되었다고 말하면 순수하게 정말 축하해라고 말하기 어려운 분들이 많을걸요. 실제로 대화하면서 나 어디 영화제 됐다고 말하기도 되게 어려워요. 각자 비용 들여가며 여러 영화제에 출품하는 것인데, 결국 누군가는 떨어지거든요. 작품에 자기를 투영하는 경우도 많아서, 그게 자기 자신에 대한 거절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고요. 아예 “나는 애니메이션 하면 안 되겠다”는 진로적인 좌절이 될 수도 있고요. 제도권 안에서 감독과 작품을 발굴해주는 곳들도 영화제 성과를 바탕으로 감독들을 대하는 게 있다보니까, 감독들끼리도 그런 마음이 기저에 깔려 있기도 하고, 사람을 대할 때 경쟁자로 대하게 되는 게 있었거든요. 그리고 그런 태도를 저도 많이 받아봤고요. 그게 사실 정말 싫었어요. 그럴 필요가 없는데 왜 그렇게 돼야 되는지, 그렇게 경쟁하는 마음을 불붙이는 곳은 어디일까 생각했는데, 그렇게 경쟁심을 불붙게 하는 심리적인 것들을 건드리는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저희 같은 경우 일단 그래서 12명 사이에서는 누가 어딜 가든 간에 순수하게 축하해 줄 수 있거든요. “너가 애니메이션의 미래를 이끌어라”, “너가 앞길을 터줘라” 이런 마음이 샘솟거든요. 그런 면에서 좋은 것 같아요. 경무 감독님 말씀대로 저희가 팔로우가 많지는 않아서 관객과의 접점이 늘어간다는 걸 느끼기엔 어려운 게 맞고요. 오히려 감독들 사이에서 영화제 출품 결과에 대해 얘기할 때 마음가짐이 달라진다고 해야할까요? 저는 그런 부분들의 차이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하운즈투스의 2023년 내부 프로그램 디지털 달력. 10월의 달력은 김재현 감독이 맡았다.

 


ACT! 앞서 이야기 나눈 프로젝트와 별개로 구성원들 간에 진행되고 있는 내부 프로그램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진 가볍게는 내년에는 그럼 조금 더 인터뷰를 발전시켜보면 좋겠다라는 얘기도 나왔고, 책자로 뽑을 수 있는, 물질적으로 가질 수 있는 것에 대한 생각도 했어요. 무조건 전시를 한 번 하고 시작하자는 얘기도 나왔었고요.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감독님들 작업을 한 곳에서 다 볼 수 있는 파티를 하나 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뮤지션 분들이랑 컨택해서 “이렇게라도 애니메이션을 쓸 수 있구나”를 보여주는 자리를 만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저 혼자 하고 있고요. 그래서 아직 하운즈투스에서 공식적으로 아직 정확하게 무엇을 하겠다고 나온 거는 아직은 없습니다. 주기적으로 회의를 하다 보니 이번 회의 때 한 번  슬슬 언급을 할 시기가 되기는 했네요.

 

김승희 제가 제도권 밖의 애니메이션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렇다고 해서 저희 돈을 써가면서 활동하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그럼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서 제도권 밖의 애니메이션을 얘기하면 되겠다 생각했어요. 단체 등록을 하면 저희가 지원금 등 신청할 것들이 많겠더라고요. 그래서 연말까지 단체 등록을 해보자라는 얘기가 나왔고요. 내년에 다음 콘텐츠로 무엇을 할까 생각은 계속하고 있어요.

배진선 제가 글을 쓰고 기획하는 사람으로서, 감독님들의 작품을 영화제나 전시나 페스티벌에서 보여지는 것도 좋지만 한편으로는 작품 속에 다른 예술 작품만큼이나 화려하고 독특한 이미지들이 많아요. 그런 도판들에 어떤 식으로 사례를 지불하고 이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리서치를 계속하면서, 그걸 기반으로 작품의 스틸컷을 얼마에 살 수 있는가의 리서치를 하고 있어요. 김승희 감독님께서 제도권 밖의 애니메이션이라고 하셨는데, 지금 제도권 안의 예술에서 애니메이션 기법을 사용하는 작가들도 많아요. 다들 그걸로 지원 사업을 받고 있는데 왜 독립 애니메이션은 그게 안 될까라는 의문을 바탕으로 지원 사업을 받아보려고 하고 있어요. 올해 여름에도 출판이나 도판 사용에 대한 지원금을 받아보려고 하고 있었는데 올해는 잘 안 됐어요. 그래도 심사위원분들한테 직접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기회들이 있어서, 그 기회를 바탕으로 내년에 어떻게 그 제도 밖에 있는 애니메이션이 유연하게 제도권 안팎을 넘나들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과 지원 신청들을 많이 해보려고 합니다.

 

김승희 저희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서 얘기하다가 다들 클라이언트한테 빡쳤던 달이 하나 있었거든요. 애니메이션 하시는 분들 사이에서 교류가 많지 않다 보니까 외주 비용에 대해서 서로 정보를 교류하는 것도 많지 않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저희가 외주 경험담과 얼마 받았는지 등을 싹 모아서 엑셀 작업을 경무 감독님이 해주셨어요. 그때  말하기로는 1년에 한 번씩은 모여서 이런 정리 작업을 하자고 얘기했는데, 이런 활동도 내부적으로 계속할 것 같아요. 제가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서 이쪽 애니메이션 단체에 가입하고 네트워킹을 하다가 좋은 자료를 하나 받아서 하운즈투스에 공유했어요. 해외  애니메이터들 사이에서  외주 가격을 아예 엑셀로 쫙 뽑아놓은 게 있는 거예요. 자기가 일했던 경로랑 노조 가입 유무까지도 다 언급하고, 그 다음에 돈을 어떻게 쳐주는지를 보여주더라고요. 사실 이건 약간 질문에서 벗어나는 내용이긴 한데, 국내에서는 애니메이션 외주 작업할 때 보통 프로젝트당 돈을 받거든요. 이게 말이 안 되는 게,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나 하면 저희는 그 작업밖에 못해요. 프로덕션 회사가 아닌 이상은 여러 가지를 문어발식으로 할 수 없어요. 프로젝트당으로 돈을 받는 게 최저임금도 안 될 때가 너무 많거든요. 근데 해외에서는 이미 이러한 애니메이션의 특성에 맞게 외주 작업을 하더라도 프로젝트당이 아니라 월급이나 시급으로 받고 있고, 노조도 있고요. 국내에는 애니메이션 노조도 없더라고요. 90년대 후반이랑 2000년대 초반까지는 그래도 있었어요. 그때가 한창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계에 붐이 있었던 때였거든요. 그때 애니메이션 노조가 있었었는데, 민주노총 문화예술 쪽 산하로 들어가더니 점점 사라져 버렸더라고요. 국내에서는 애니메이션 감독이 어떤 힘든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할 곳도 없는 거예요. 저희가 지금 노조를 할 수는 없지만, 하다못해 내부적으로 임금이라든지 이런 정보를 나누고 서로 경험담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 했습니다.

 

우진 그리고 그게 얘기가 몇 번 나왔던 내년 콘텐츠였어요. 우스갯소리로 클라이언트 때문에 화났다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게 이제 막 시작하시는 애니메이션 감독님들 애니메이터분들한테는 정말 너무나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는 상황이고. 저희도 경력이 10년이 됐든 몇 년이 됐든 작업하다가 보면 “세상에 이런 사람이 또 있단 말이야?”라는 그런 상황이 되게 많잖아요. 근데 그런 상황에 닥쳤을 때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어떻게 수습하면 좋을지, 하다못해 어떻게 임금을 마저 받을 수 있는지, 어떤 클라이언트가 (창작자들의) 블랙리스트에 들어가 있는지에 대해서 얘기하는 곳이 없죠. 그런 곳이 없어서 당하는 경우도 많고, 나중에 물어보니 선배나 교수님이 “이거 하면 안 된다고 했어”라고 뒤늦게 듣는 경우도 진짜 많고요. 오히려 교수님이 블랙리스트에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어서 피해 본 학생들도 엄청 많고요. 저는 그런 얘기를 꺼내야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감독님들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도 고민을 많이 해봐야 해서 당장 내년에 하자고는 못하고 있지만,  하운즈투스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장이 되고 자료를 모아서 공유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많이 합니다.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홈페이지( http://kiafa.org/)에 &nbsp;올라온 성명서

 

ACT! 인터뷰 처음에 “오랫동안 건강하게 작업하기”를 했었는데요. 이야기 나누면서 저희도 활동하시는 감독님, 작가님들이 건강하게 오래 활동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한편으로  애니메이션 감독님들의 활동이, 특히 독립 애니메이션이라는 분야가 구조적인 혹은 제도적인 지원에 영향을 많이 받으실텐데요. 조금 무거운 이야기이지만,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애니메이션 종합지원 사업이  2024년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되고 폐지 위기에 놓였습니다. 애니메이션 분야는 아니지만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독립영화와 영화제 등에 대한 지원금도 반토막이 나거나 전액 삭감 예정이기도 하고요. 이해할 수 없는 예산 집행이 계속 진행되고 았는데, 어떻게 보면 처음 예산 삭감 당한 게 독립 애니메이션이었던 것 같아요. 인터뷰를 준비하면서도 슬프고 참담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하운즈투스 구성원들은 어떻게 생각하시고 계신지, 또 어떤 마음으로 이런 이런 참담한 상황을 소화하고 계신지 조심스럽게 여쭤보고 싶습니다.

 

김승희  이 질문이 저희가 인터뷰를 수락한 이유입니다. 우선 너무 화가 났죠. 영진위뿐만 아니라 작년에 SBA(서울산업진흥원)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 지원 삭감 때도 되게 우울해졌었거든요. 지금 질문이 하나지만 사실 굉장히 큰 질문이잖아요. 첫 번째로 말할 수 있는 건 일단 우울해졌다는 것이고요. 저는 그래도 2014년에는 제 돈으로 만들긴 했지만 그 이후에는 제작 지원금을 받아 계속 작업을 할 수 있었거든요. 근데 앞으로 작업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개인 작업을 하게 될까, 앞으로는 누가 만들기나 할까 싶은 거예요. 학교 다니는 분들은 졸업하시고 그냥 회사 가려고 하시고, 개인 작업이 하고 싶어도 금전적으로 생활이 어려운 걸 다들 너무나 아니까요. 그리고 모든 사람이 제작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래도 그나마 하고 싶은 분들이 있어서 나름 명맥이 이어지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제작 지원조차 없으면은 사실은 그냥 독립 애니메이션은 없어지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좀 했죠.

김재현 저는 학교를 다니면서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 아직 제작 지원 사업을 신청도 안 해봤어요. 아까 승희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지원도 안 해봤는데 지원사업이 없어졌다는 상황이 뭔가 황망하기도 하고요. 지금 하운즈투스에 같이 계시는 감독님들 작품을 보면서 꿈을 키우면서 나도 저런 감독이 되고 저런 작품을 만들어야지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저희 학교가 그래도 작가주의 같은, 자기 작품 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느끼기에는 학과 분위기가 독립 애니는 거의 안 하려고 해요. 스튜디오나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일하려고 한다거나, 아니면 웹툰 등으로 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진 것 같아요. 졸업 작품을 끝으로 개인작업은 안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하고 더 많아질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 누가 과연 이걸 만들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배진선 저는 애니메이션 제작자는 아니니까 저한테 기본적인 문제로 크게 다가오지 않았어요. 우진 감독님과도 한 번 얘기를 나눴었는데, 저희가 독립 애니메이션이 계속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간다면 오히려 제도권 안쪽으로 들어올 수 있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감독님들께서 사업 폐지에 대해서 꾸준히 반대 목소리를 내시고 서명 운동을 내는 것은 정말 필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고 정말 그렇게 해야 되는 일인데, 한편으로 다른 대안적인 전략도 필요하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아르코라든가 지자체의 문화재단에서 시행되는 예술 제작 사업에 대해서 대안적으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된다는 생각도 있어요. 예를 들면, 예술가 지원 사업으로 처음 받게 되는 비용이 보통 300에서 500만 원 정도인데, 다른 예술 분야도 그렇겠지만 애니메이션에서도 작품을 만들기에는 턱없는 금액인 것은 맞아요. 하지만 외부에서 돈을 끌어올 수 있고, 그렇게 전시나 페스티벌을 한다거나, 나아가 애니메이션이 어떤 기관의 소장품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대안적인 전략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하운즈투스의 김보영 감독님은 이번에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스크리닝에 선정되셨고, 김승희 감독님도 국공립 미술관에서 계속 작품이 초청받고 계시고요. 그렇다면 애니메이션 작품이 국공립 미술관이나 사립 갤러리의 소장품으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생각이 들어요. 그런 관점에서 예술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대안적인 전략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한국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해서 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분들도 있지만, 노경무 감독님처럼 대학 애니메이션 전공을 하지 않은 감독님들도 계시잖아요. 앞으로 누군가가 애니메이션을 전공하지 않았고 애니메이션 학부나 대학원을 갈 상황이 안 됐을 때 혼자서 작업할 수 있을 원동력을 어떻게 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을 때, 전략적으로 지원금을 따기 위한 사례들이 계속 마련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진  맞아요.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마침 제가 영화제에 있었는데, 영화제에서 한국 애니메이션 지원 사업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었어요. 한국의 단편 애니메이션 감독님들이 해외에 많이 초청되고 상영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되게 산업이 크지 않냐라는 질문을 받아서, 그렇게 크지는 않다고 대답을 했었어요. 그런데 여기서 더 악화가 돼버리니까 엄청 절망적이었고 화가 많이 났었죠. 근데 방금 진선 작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화가 나는 동시에 “그럼 어떻게 먹고 살아야 되지?”가 먼저 든 질문이었어요. 국내에서는 애니메이션 감독님들이 워낙 애니메이션만 하다 보니까, 애니메이션이 미디어아트로 넘어가는 경우가 드물다고 생각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전시나 공연 쪽으로도 애니메이션을 많이 사용하는데, 대부분은 시네마 안에서 국한되는 작업들을 많이 하고 계시고, 다른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잘 안 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애니메이션이 영진위 사업을 받으면 좋겠지만, 차라리 그런 생각을 깨서 기업의 후원이나 다른 분야와 더 활발하게 콜라보해서, 말 그대로 먹고 살 길을 빨리 찾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고요. 더군다나 애니메이션 작업이 단편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는 상업 애니메이션이나 TV판, 혹은 아동용 애니메이션과 달리 일단 작가주의 작업이고요. 그런 상황에서 저는 애초에 국내 산업이 단편 애니메이션에 대한 지원이 많지 않다고 항상 느꼈었거든요. 그래서 결국 저희는 먹고 살 방법을 제도 밖이든 아니든, 애니메이션 지원 사업이 아니라 다른 쪽에서 빨리 찾아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노경무 저도 우진 감독님이나 배진선 작가님이 말씀해 주신 것처럼 대안을 찾는 게 급선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근본적으로 애니메이션이 제일 먼저 밀려나는 상황을 생각해봤을 때, 위에 있는 고귀하신 분들이 애니메이션을 영화로 생각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부터 먼저 들었거든요. 뚜렷한 내러티브가 있는 텐트폴 영화가 아닌 것부터 먼저 깎여 나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물론 예산이 깎이는 것도 화가 났지만,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영화로 인정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제일 처음에 들었어요. 두 분 작가님이 말씀해 주신 맥락에서, 이런 생각에서 잠식되지 않고 다른 살 길을 찾아나가는 게,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가는 게 맞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회의적인 생각으로 빠지게 되더라고요. 제가 선배 감독님한테 “왜 우리 아무것도 안 하냐. 시위도 안 하고 그냥 서명만 받고 있냐. 답답하다.”라고 얘기했었어요. 그 감독님이 “그냥 우리가 잘해서 더 이름난 영화를 만들고 또 상업적으로 잘 되고, <기생충> 같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대답하시는 거예요. 그들이 그런 논리로 애니메이션을 잘라냈는데 그 논리에 맞춰야 하는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대답을 하시니까 굉장히 답답하더라고요. 저는 서사가 뚜렷한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기도 해서 제가 하는 애니메이션이 국공립 기관에 소장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저는 저예산으로 만들 수 있는 루트를 찾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이 흐르더라고요. 

 

우진 애니메이션은 장르가 어마무시하게 많아요. 주로 애니메이션 하면 아동용 아니면 내러티브가 확실한 영화의 뿌리에서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많이 말씀들을 하시는데, 사실 단편 애니메이션은 경무 감독님 작업처럼 내러티브가 확실한 것도 있고 재현 감독님 작업처럼 정말 작가주의 작업도 있어요. 국내에서 애니메이션을 얘기할 때에는 항상 뭔가 틀이 있었거든요. 지원 사업도 보면은 보통 내러티브에 있는 작업들이 많이 선정되고. 그뿐 아니라 항상 프로덕션에서 정확한 관객을 두고 상영되는 것들을 만들어야 한다, 출품이 되는 것들을 만들어야 된다는 강한 틀이 있었어요.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단편적이고 얇은 레이어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방향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동안 애니메이션을 너무 얇게 취급했었고, 심지어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오셨던 분들이 밖에서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안 하세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해외 영화제, 아니면 국내 영화제에 가셔서도 애니메이션을 보호하는 분이 별로 없었어요. 결국에는 이렇게 아래 세대가 대형사고를 맞는구나라는 생각도 들고요.

 

김승희 영진위 관련해서, 얼마 전에 지역 영화 예산 삭감됐을 때도 또 우울해지긴 했었거든요. 왜냐면 애니메이션 제작 지원이 사라진다고 했을 때, 제가 모든 분들을 알지는 못하지만, 영화제 프로그래머님이나 다른 실사 영화 감독님들, 이런 분들 중에 독립애니메이션 협회에서 내놓은 성명서를 공유해 주시는 분들이 거의 없었어요. 근데 이번에 지역 영화 예산이 삭감에 관한 성명서는 많이 공유해주시더라고요. 저는 그 수적인 것부터가 굉장히 부러웠어요. 우리는 머릿수부터가 딸리는구나, 우리는 목소리가 작을 수밖에 없구나 이런 생각도 해요. 그리고 영진위뿐 아니라 국내 영화계 자체에서 애니메이션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애니메이션은 시네마가 아니다. 애니메이션이나 콘텐츠야.”라는 느낌이에요. 근데 저는 사실 콘텐츠라는 말 좋아하거든요. 저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말도 좋아합니다. 근데 그들이 말하는 콘텐츠에는 레벨링이 있는 거잖아요. 시네마가 아니야 니넨 예술이 아니야 니넨 콘텐츠야 니넨 유튜브야. 그런 마인드로 단어를 쓰기 때문에 빡치는 건데요. 영진위에서 애니메이션 예산 삭감했고, KAFA에서도 정규과정에서 애니메이션 전공이 배제될 뻔한 위기가 있었잖아요. 관련 사업들은 콘텐츠진흥원으로 넘어가고요. 그러니까 이들의 시선이 보이는 거죠. 비슷한 맥락으로 영화제에서 하는 제작 지원 사업들이 있잖아요. 받아들이는 장르 중에 애니메이션이 없는 제작 지원 사업들이 있어요. 그러면 되게 궁금한 거예요. 애니메이션은 무엇인가 스스로 많이 질문을 하거든요. 아까 대안적인 전략에 관한 얘기를 해 주셨는데, 물론 필요하지만 그것을 말하기 조심스러워요. 이런 얘기들을 했을 때 위에 계신 분들은 대안이 많으니 유튜브나 뮤직비디오나 다른 곳으로 갈 수 있겠네 이렇게 생각할거에요. 실사 영화는 예술 영화, 다큐멘터리, 뮤직비디오, 드라마 등으로 많은 가지를 치고 나갈 수 있는데, 왜 애니메이션은 콘텐츠로만 살아가야 되고 유튜브로, 뮤직비디오로만 살아가야 되는 것인가, 혹은 VFX로만 살아가야 되는 것인가 생각이 들죠. 애니메이션을 그 자체로 있을 수 있는 토대 자체가 국내에 없거든요. 애니메이션 산업 자체가 이미 표현이 그렇지만 말아먹었잖아요. 없잖아요. 말아먹은 걸 우리 모두 지켜봐 오고 있잖아요. 아무튼 이들이 애니메이션을 바라보는 시각을 알 수 있는 거죠. 없는 생태계를 어떻게든 형태를 유지해서 갈 수 있었던 게 제작 지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그 생태계를 대놓고 파괴하는 거죠. 없어도 된다라고 생각하는 거죠. 물론 애니메이션만 지금 삭감된 게 아니고, 실사 영화는 물론 전반적인 예술계나 출판계나 너무나 참담한 상황입니다만, 제가 지금 말씀드리는 건 국내에서는 시네마 안에 애니메이션이 소속되어 있지 않다는 인식을 전반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에요. 

 

우진 그거는 확실히 맞는 것 같아요. 국내에서 애니메이션을 다루는 분위기 자체가 말이 안 되고. 특히 단편 애니메이션은 더 그렇잖아요. <신비 아파트>나 <뽀로로>나 이번에 <내 이름은 무지> 같은 아동용 애니메이션이나 정말 콘텐츠로 이용되는 대기업의 애니메이션들이 있잖아요. 그런 애니메이션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그런 애니메이션을 마치 유일한 성공 사례로 취급을 하기 때문에 장편이든 단편이든, 작가주의든, 아동을 겨냥하지 않은 것 이외의 애니메이션들은 카테고리가 없어요. 그냥 영화 판 안에서도 영화 감독님이든 프로그래머님들이든 프로듀서님들이든 말씀을 하실 때 들어보면 애니메이션은 그냥 마치 드라마에서 잠깐 써볼 수 있겠지, 아니면 뭔가 간지를 위해서 VFX처럼 써볼 수 있겠지, 그 정도 외에는 정말 취급이 하나도 안 되는 거예요. 그게 바뀌지를 않아요.

김승희 이거는 해외에서도 계속 가지고 있는 어떤 토픽이긴 하거든요. 오스카에서도 애니메이션 장르를 아예 빼버리려고 시도했었고, 관련해서 애니메이션은 시네마라고 온라인상에서의 작은 운동이 있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리고 성공하는 작품들의 모든 토대에는 이런 작가주의적인 작업들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데이비드 린치 데뷔작인 <이레이저 헤드> 보세요. 투자받아 만든 작품 절대 아니지 않습니까? 근데 결국은 그런 작업들을 통해서 다른 작업이 나오는 거고요. 그런데 말 그대로 토대를 없애버리는 거잖아요. 이것은 국가적으로 문화 산업은 포기하겠다는, 그러니까 기초 자체를 없애버리겠다는 거니까 포기하겠는 입장으로 봐야죠. 다음 정권 때 이게 살려질지는 모르겠어요. 근데 사실 살려질 것 같지는 않거든요. 한 번 이렇게 없어진 예산을 다시 살리기는 어려울 것 같고요. 근데 그런 건 있는 것 같아요. 기존에 있던 애니메이션 제작 지원 방식이 사실 문제는 있었어요. 서울문화재단이 100점짜리 제작 지원은 아니지만, 좋은 점이 하나 있다면 활동 기간에 따라서 제작할 수 있는 루트 트랙이 다 만들어져 있거든요. 저는 영화 쪽도 제작 지원을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다큐멘터리 쪽에 계시는 분들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어느해 제작 지원에 참여하려 했는데 그해 나이 많으신 감독님이 내신다 하시고, 그 분이 될테니 다음 해에나 내야한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어요. 애니메이션 쪽도 사실은 그렇거든요. 20년 작품 한 사람이랑  막 시작한 사람이 어떻게 같이 경쟁을 해요. 어떤 활동 기간이나 경력에 따라서 트랙을 나눈다던가, 뭔가 제작 지원의 방향을 바꿔야 된다라고는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근데 없어질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던 거죠.

ACT! 앞으로의 어떤 방향성과 소망을 속속들이 엿볼 수 있는 느낌이어서 굳이 이 질문해야 할까 싶지만, 그래도 뭔가 한 문장으로 어떤 다짐 같은 것을 선언하고 싶으실 수 있잖아요. 그래서 마지막 질문을 드려보자면, 앞으로 계획하고 계시는 것과 함께 앞으로의 미래를 예상하면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노경무 이런 때일수록 하운즈투스라는 모임이 너무 소중한 것 같아요.

우진 한국 독립 애니메이션 하시는 분들이 협회 안에 많이들 계시잖아요. 근데 협회 말고는 저희가 말을 할 자리도 없고 그런 기회도 없고 그래요. 그래서 저희 같은 콜렉티브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해야 목소리가 조금 더 커질 것 같고요. 저희 같은 사람들이 더 많이 나와가지고 저희 같은 모임이 훨씬 더 많이 나와야 장르가 넓어지는 거고 목소리도 높아지고 힘도 세지고, 지원금이 다시 생겼으면 좋겠네요.

김승희 애니메이션이 인생의 다는 아니잖아요. <양들의 침묵> 작가가 엄청 끔찍한 이야기를 써놓고는 자기는 되게 선량한 얼굴로 동네 노인분들하고 체스 두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라는 얘기 들었거든요. 저는 하운즈투스도 심각하게 “애니메이션 제작 지원!”, “영화제 상 받아야 돼!” 이런 마음으로 하지 말고, 그냥 아까도 말했듯이 다들 그냥 맛있는 거 많이 먹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마무리 짓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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