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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라디오를 하면서 옥천에 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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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teditor 2023. 7. 1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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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36호 인터뷰 2023.08.03.]

청소년들이 라디오를 하면서 옥천에 살고 싶다고 했다
- 공동체라디오 옥천FM 이해수 편성국장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김주현 (ACT! 편집위원회)

 

<편집자주> 약 10년 간의 긴 요구 끝에 2021년 방송통신위원회는 공동체라디오 신규 설립 허가를 냈다. 그 결과로 기존 7개 방송사에 더해 전국에서 20곳의 공동체라디오 방송사가 새롭게 설립됐거나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설립 허가는 났지만 지원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 개국이 만만치는 않다. 뚜렷한 수익구조가 없는 상황에서 매일 방송을 편성해야하는 작은 방송국을 운영해야하기 때문이다. 

<ACT!>에서는 지난 광주 고려FM 인터뷰를 통해서 신규 공동체라디오 방송국 중 한 곳을 만난 적이 있다. 하지만 고려FM은 기존에 인터넷으로 라디오를 꾸준히 방송하고 있었던 곳이라 아예 새롭게 공간을 마련하고 방송국을 개국한 곳의 근황이 궁금했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신규 공동체라디오 중에서 가장 먼저 개국한 충청북도 옥천의 <옥천FM>을 만나보았다. 옥천FM은 충청북도 옥천 지역을 기반으로 옥천신문 등 지역의 미디어와 연계하여 지난 2021년 12월 21일 개국했다. 벌써 약 1년 반 이상을 운영한 것이다. 준비부터 개국까지 함께 하고 있는 옥천FM의 이해수 편성국장을 만나보았다. 인터뷰는 7월 중순 온라인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옥천FM 라디오 녹음 모습 (사진제공: 옥천FM)

옥천FM 소개

ACT 먼저 본인과 옥천FM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린다.

 

이해수 옥천FM 공동체라디오 편성국장을 맡고 있는 이해수라고 한다. 개국할 때부터 함께 했다. 옥천FM이 주민들과 밀착하여 이야기를 더 잘 듣고 주민들이 보다 쉽게 와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옥천FM은 2021년 12월 21일에 개국을 했다. 옥천FM을 운영하는 법인이 한겨레 신문을 창간한 송건호 선생님을 기리는 사단법인 청암 송건호 기념 사업회인데, 송건호 선생님의 뜻처럼 지역의 공동체 미디어를 통해 지역 공론장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ACT 옥천FM 편성표를 보면 매우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프로그램 몇 가지만 소개한다면?

이해수 대표 프로그램을 물어볼 때가 가장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는 모든 이야기를 소중하게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간 목소리를 낼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이 좀 더 쉽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을 더 많이 생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방송 하나하나 다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가 담긴 것이라서 이 중 몇 가지만 고르기가 어렵다.

지향으로 말씀드리자면, 어린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대 그리고 장애인, 비장애인, 이주민, 선주민 다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와서 이야기를 하는 공간이 되고자 한다. 방송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지역에 있는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더 담아내려고 하고 있고, 특히 청소년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많다.요즘 지역 균형 발전, 지역 소멸이 이슈인데 사실 지역 청소년은 투표권도 없고 청소년기에 뭔가 지역에서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는 않다. 청소년기에 나의 목소리를 내는 경험, 나의 의견을 당당하게 내는 경험을 가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역 차원에서도 청소년기에 지역과 연결고리가 있어야 지속가능한 지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ACT 프로그램이 몇 개고 방송 시간은 어떻게 되나?

 

이해수 오전 5시부터 밤 12시까지 방송을 하는데, 음악 방송 포함 프로그램 개수는 한 주에 적을 때는 25개 정도 된다. 많을 때는 45개까지도 한다. 이 중에 멘트 없이 음악만 나가는 방송도 있지만 80% 정도는 주민이 직접 참여해서 제작하는 방송이다.

ACT 프로그램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다. 방송국 인력 현황이 어떻게 되나?

 

이해수 운영 인력 1명 포함 PD 등 총 4명이서 근무하고 있다. 그래서 방송국의 상근자가 사실 이 많은 방송을 다 만들 수는 없다. 방송국을 유지하는 데도 주민들이 80% 정도 기여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옥천FM 라디오 녹음 모습. 사진의 가장 왼쪽이 이해수 편성국장이다. (사진제공: 옥천FM)

 

 

개국 준비 과정


ACT 개국을 다른 방송국에 비해서 빨리 한 편이다. 원래 지역에서 공동체라디오 방송국을 준비하고 있었던 건가?

 

이해수 옥천에는 오랜 역사를 가진 지역 신문이 있어서 지역 주민들이 지역에 대한 정보를 접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이미 체감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라디오라는 매체를 통해서도 지역 주민이 쉽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해오신 분들과 이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본격적으로는 공동체라디오 신규 허가 신청서류를 작성하면서 주민들에게 어떤 방송을 만들 수 있을까 물어보기도 하고, 개국하기 한 두 달 전부터는 청소년 미디어 교육도 시작했다. 나도 라디오 전공을 했다거나 방송 제작 경험이 많지는 않아서 준비 기간 동안 공부도 많이 하고 여러 노력을 했다. 그리고 안테나 설립, 스튜디오 세팅 등 초창기에 기술적인 부분은 기존 공동체라디오인 관악FM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한국공동체라디오방송협회 차원에서도 공부 모임을 진행했는데 재난 시 대응방법 등 도움이 많이 됐다. 특히 방송 윤리와 관련해서는 광주시민방송에서 원래 사용하는 자료나 매뉴얼을 제공을 해주셔서 큰 도움을 받았다.

 

 

공동체라디오의 필요성

ACT 옥천은 옥천신문이 워낙 전국적으로도 유명하고 또 지역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신문이라는 매체가 있는데 왜 라디오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이해수 신문이 주로 언론으로서의 기능을 한다면 저희는 언론보다 문턱이 낮은 역할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옥천 신문 시민기자 활동을 했었는데, 주민들에게 어떤 이슈나 지역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을 기고를 해달라고 하면 너무 어렵지만, 말은 편하게 술술 하신다. 그런 이야기들이 다 지역에 필요한 이야기들이고 그래서 말을 통해서 하는 라디오라는 것이 그 문턱을 낮춰준다는 점이 하나 있었다.

다른 하나는 옥천이 행정구역상으로는 충청북도인데 지리적으로는 대전광역시랑 좀 가깝다. 그래서 TV를 틀면 청주나 충주 위주의 뉴스가 많이 나오고 라디오 주파수를 맞췄을 때는 대전 방송이 주로 나온다. 그래서 지역에 이슈가 있어서도 방송을 통해서 옥천 소식을 접하기는 매우 어렵다. 물론 지역 신문의 역할도 있긴 하지만 옥천 지역 특성상 농사를 많이 짓는데 농사를 지으면서 라디오를 틀어놓거나 인구가 고령화가 되어있다보니 좀 더 쉽게 지역의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옥천FM 공개방송 모습 (사진제공: 옥천FM)

 

ACT 한편으로는 인터넷 시대에 꼭 주파수를 가진 공동체라디오가 필요한가 하는 질문도 있다. 라디오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은 것 같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해수 옥천의 경우 지역 특성상 평소에도 라디오 듣는 분들은 꽤 있다. 하지만 문제는 주파수 송출 범위가 옥천의 전체 면적을 커버하지 못 한다. 옥천은 인구 대비 면적이 넓은데 옥천읍을 벗어나면 라디오가 잘 나오지 않는다. 이게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허가를 내주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고, 안테나를 마련하는 것조차 법인 스스로가 하게 되어있는데 높은 위치에 설치가 쉽지 않다. 그래서 허가만 내주고 이런 부분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부분이 좀 개선이 된다면 옥천이라는 지역에서는 그래도 라디오가 유효한 매체라고 생각한다.

 

조금만 외곽지역으로 나가면 라디오가 끊겨서 라디오보다는 유튜브 채널이라던가 아니면 모바일 앱을 통해서 들으시라고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 다만 지상파 라디오가 유튜브 같은 채널이랑 다르다고 느껴지는 점은 이게 공공의 재화이기 때문에 방송이 지켜야 할 공익적 영역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면이 있다. 주민들도 내가 참여하는 방송이 공적인 곳에서 이야기를 하는 거라는 걸 인지하고 계시기 때문에 이런 책임감을 자연스레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학생들이 옥천FM 라디오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 옥천FM)

 



옥천에 오게 된 이유

 

ACT 국장님도 청소년기를 옥천에서 보냈다고 들었다.


이해수 옥천에서 계속 살았다. 대학교를 다른 곳으로 갔다가 잠깐 옥천 집에서 쉬면서 공부도 좀 하려고 했는데 그 와중에 옥천 지역에 갑자기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라는 게 들어온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이게 뭐지 하면서 찾아봤는데 절차가 되게 엉망이었다.

 

보통 국가가 주도해서 신기술을 적용할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주민 입장에서는 안전인데 그러려면 안전 기준도 있어야되고 안전과 관련한 검사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발전소를 짓는다고 하면서 그런 안전 기준이 마련되지 않고 당시에는 관련 법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한 1년 활동을 하다보니 지역에서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청소년기에는 보통 접하는 커뮤니티가 학교랑 집이랑 친구들밖에 없지 않나. 학교와 지역사회가 일종의 단절이 있어서 지역에서 이렇게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우리가 몰랐다는 걸 많이 체감한 것 같다. 그때 지역신문의 필요성도 알게 됐다. 지역 주민들이 쉽게 말할 수 있는 창구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지역에서 이렇게 자생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에서 배울 점도 많았다. 그래서 결국 옥천에 남게 됐다.

 

ACT 그래서 청소년 방송을 좀 더 열심히 하는 건가.

이해수 청소년 방송은 시작한 지 아직 1년 반 정도 밖에 안 됐지만 처음에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노래나 내가 좋아하는 관심사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했다면, 그 이야기가 내 친구들의 이야기로 가고 그게 또 학교의 이야기 점점 넓혀지면서 지역에서 내가 사는 이야기들로 연결이 되더라. 예를들면 지역 화폐가 있는데 청소년들도 그 카드를 사용할 수 있어서 물가가 오르는 게 청소년들한테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런 것들도 청소년들이 방송에서 이야기를 한다. 이런 모습들이 청소년들 당사자가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한다.활동하면서 들었던 가장 고마웠던 말이 ‘옥천에 산다는 생각 단 한 번도 태어나서 해본 적 없는데 옥천에 살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라고 말해 준 친구들이 작년에만 5명이 있었다. 

 

 

옥천FM 라디오 녹음 모습 (사진제공: 옥천FM)

 


앞으로의 옥천FM


ACT 아직 수익구조가 뚜렷하지 않을 것 같은데 운영이 어떻게 되는지 조금 궁금하다.

 

이해수 보통 크게 세 파트로 나눌 수 있을텐데. 후원금, 광고 수입, 지자체 보조금. 우리는 지자체 보조금이 0원이다. 기부금과 후원금의 비중이 높고, 미디어 교육을 해서 비용을 받거나 강의나 대관의 비용이 좀 있다. 사회적 일자리 지원으로 인건비 지원을 좀 받는 게 있긴한데 운영이 쉽지는 않다.

 

ACT 앞으로 운영과 관련해서 뭔가 좀 지속 가능하려면 좀 어떤 부분이 필요하겠다는 의견이 있나?예를 들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공동체라디오에 어느 정도 지원을 해야한다거나.


이해수 방송통신위원회가 재난 시 공동체라디오의 역할이라든가 지역방송의 의미를 알고 허가를 냈을 거다. 그러면 적어도 기술 인력 한 명 분의 인건비는 지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지역의 사정에 맞게 주파수 범위도 재조정을 해야된다. 그랬을 때 지역에 있는 공동체 라디오들이 재난시 역할이라든가 공익적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ACT 마지막으로 앞으로 활동 목표가 있다면?

 

이해수 옥천FM이 소외되는 사람 없이 지역에 사는 다양한 당사자들이 목소리 낼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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